몇달만에... 돌아왔읍니다... 최근에 일이 좀 많아서... 아직도 바쁘긴 한데... 종종 놀러오겠읍니다
때는 작년 여름 이상하게도 대충 어림잡아 태풍이 7개나 몰려왔던 기묘한 어느날 이었습니다. 태풍이 이렇게 많이오니 날이 더울리가 없고 사람들이 에어컨을 쓸 일이 없었기에 에어컨 설치기사로 일하는 저로써는 '안그래도 코X나 때문에 더 힘든데 X발 X같은 태풍 뭔데...' 라고 생각하며 반 백수처럼 허송세월을 지내고있었습니다.
이날 저는 오랜만에 들어온 일을 끝마치고 내리는 비를 보면서 그냥 대충 정리하고 집에가서 맥주나 빨자 라는 생각을 하고있던차에 친구에게 카톡이 하나 왔습니다.
친구 - 야
야
야
야
야
살려줘
나 - ???
최근에 부모님께 손 안벌리고 혼자 돈벌고 살아보겠다고 시골인 본가에서 맨주먹으로 의정부에 와서 옥탑방에서 자취하고있는 친구였습니다.
마침 일때문에 종종 의정부에 갔던 저는 그 친구와 만나서 밥도먹고 놀러다니고 하는식으로 멘탈케어를 해줬거든요(이게 모르시는분들도 계실텐데 혼자 아무것도없이 아는사람없는 타지에서 살면 정신적으로 진짜 힘듭니다)
평소에 이런식으로 카톡하는 친구가 아닌데 살려달라고 하길래 무슨일 있나 해서 직접 전화를 했습니다
- 뭔데
- 야 살려줘
- 그니까 뭐가
- 집에 갇혔어
- ???? 뭔소리야 뭘 갇혀
- 밖을 못나가...
알고보니 그 친구의 자취방은 옥탑방이었고 그 옥상에 건물주가 텃밭을 만들어서 재배하고있었는데 그 건물주는 정리가 미흡했었고 그 정리가 안된 흙과 바스라진 이파리같은것들이 옥상의 배수구를 막아서 옥상이 물로 가득찼던것입니다.
- 아니 가서 니가 걷어내면되는거잖아
- 그게 말이쉽지 여기 나가려고 문열었다가 신발장쪽에 물들어와서 신발 몇개 버렸어;;
- 어차피 버린거 가서 걍 니가 뚫어
- 아니 에어컨 실외기 있는곳까지 물이차가지고 감전될거같아서 불안해;;;
- 아니 난 안위험하냐;; 그리고 불안하믄 119를 불러;;
- 지금 인원이 없어서 오래걸린데;;
그렇습니다 그 날은 의정부에서 물폭탄이 터졌던 날이었고 그쪽을 정리하기위해 많은 인원들이 녹양역쪽으로 배치되서 일이 여러모로 꼬인 상황이었던겁니다.
(당시 의정부 상황)
- 허..... 기다려.....
- 진심 니 이거 해결해주면 내가 진짜 소고기랑 피방이랑 어?
- X랄하지마 어차피 무한리필이잖아 시끄럽고 기다리라고;;
이러해서 일때문에 성남에 있던 저는 열심히 풀악셀을 당겨서 태풍을 뚫고 1시간이 넘게 걸려서 그 친구의 집에 도달했고 혹시 모르니 고무장화를 신고 일할때 쓰는 검전기를 들고 옥탑방으로 갔습니다.
그곳은 지옥이었습니다.
그 건물은 옥상문에 문턱이 높게 설치있어서 옥상을 넘어 계단으로 넘치지는 않았고 상대적으로 문의 높이가 낮았던 친구의 옥탑방은 다행스럽게도 방수가 잘 되서 문을 열지만 않으면 물이 안들어오고있던거죠
눈앞에 놓인 참상에 한동안 말을 잃었던 저는 정신은 차리고 일단 검전기를 물에 담가서 체크했 습니다.
다행히 전기는 흐르지않았고 이윽고 저는 막힌 배수관을 뚫기위해 옥상에 놓여있는 빗자루를 들고 배수관을 훑어내며 정리를 하기 시작했고 물이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 야 나와 물 빠지고있다
- 오 그래?
이윽고 친구가 나와서 절 보고 하는말은
- 아쿠아맨이냐 X바ㅋㅋㅋㅋㅋㅋㅋㅋ
당시 전 고무장화와 절연장갑을 끼고있었고 배수관을 뚫기위해 들고있던 대빗자루와 그때문에 우산을 들지못해 비를 다 맞았던 저는 코리안 아쿠아맨이 되어있던겁니다.
- 이런 X바 니가 그딴말을하냐?? 어??!
- 아닠ㅋㅋㅋㅋ
그렇게 한동안 티격태격하던 저희는 그 물난리를 마무리하고 집주인에게 극딜을 넣은 뒤 소고기를 먹으러갔지만 폭우때문에 가게가 문을닫아서 결국 친구집에서 삼겹살을 구워먹는거로 상황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번 썰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랜만에 써서그런가 뭔가 마무리가 엉성한거같아 맘에들지는 않지만 제 필력은 이게 한계네요 그럼 다음에 짬나면 다른썰로 돌아오겠읍니다 그럼 델바
P.S 실화라는 증거
물이 빠지고있을때 나와서 친구가 찍은 사진입니다. 저게 많이 빠진 상황임 딱 복숭아뼈쪽까지 남아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