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밤샘작업하다가 짬내서 군대썰 하나 올립니다.
때는 어느 평화로운 주말 오후였습니다. 막내에서 벗어나서 그나마 여가시간이 생긴 저는 비번시간에 기분좋게 중대 체력단련실에 가고 있었습니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저의 보직 특성상 좋든 싫든 운동은 필수였고 이미 전역하신 수많은 헬창 선임들이 주머니를 털어 모은 돈과 군인대회 우승 포상금, 분기마다 남는 중대 활동비 등을 모아 중대 자체 체력단련실을 만들었고 그 안에 벤치프레스, 런닝머신, 레그 익스텐션, 풀업바 등 일반적인 부대라면 상상도 못할 규모의 체력단련실이 있었습니다.
그때 전 막내에서 벗어났어도 아직 일병 짬찌끄래기였던 저는 사지방은 가질 못했기에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려있는 체단실에 눈을 돌렸고 그곳에서 헬창 굇수선임들과 육체의 대화를 하며 친해지고 있었죠 그렇게 기분좋게 운동을 하기위해 체단실의 문앞에 섰는데 뭔가 이상하다고 해야하나?? 뭔가 이질적인 음악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당시 저희 중대 체단실은 대대장을 비롯한 간부들의 승인하에 내부에 스피커를 설치했었고 평소에 운동하는 선임들이 MP3를 가져와서 스피커에 연결해서 음악을 틀고 운동을 했습니다. 음악없이 운동하면 기분이 안난다나 뭐라나;;)
저는 그 소리에 집중하며 가까이 가서 들어보았고 그제서야 제가 느끼던 이질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 체단실 안에 울려퍼지던 노래는 일본노래였습니다.
당황한 저는 체단실로 들어갔고 그 안에는 케틀벨로 신체를 단련하면서 저는 알아듣지 못할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해 이야기하는 선임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모습은 한국인 드라군들이 일본문화를 이야기하는 끔찍한 혼돈 그 자체였습니다.
이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습니다.
당시 저희 부대에는 IPTV가 있었고 이 IPTV를 잘 뒤져보면 무료로 볼수있는 영화가 한달마다 갱신되었는데 알고보니 이 무료시청에는 애니메이션들도 포함되어있었습니다.
그리고 부대의 모든 시설을 전부 즐겨보고 쇠질을 극한까지 하고도 시간이 남아돌던 고참들은 당시 모든 영화와 드라마는 이미 진작에 섭렵했으며 호기심에 그 무료 애니메이션을 시청하게 되었고 그렇게 그들은 신세계에 빠지게 된것입니다.
그때 제가 그 당시의 대화를 기억하기로는
- 야 나 왜이렇게 OOO이 좋냐ㅋㅋ(무슨 캐릭터 이름이었는데 기억은 안납니다)
- 야 지X 하지마 ♡♡♡이 더 이쁘지ㅋㅋㅋ 안그러냐 XX아
- 전 다 이쁩니다 그래도 @@이 더 이쁩니다.
라는 맥락의 대화였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머리가 혼란해진 저는 조용히 체단실 문을 닫고 가서 그냥 쉬어야겠다 하며 생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하지만
저희 생활관의 방장도 다른 선임들에 의해이미 일본애니라는 신세계에 빠져버린 사람이었으며 짬에 눌려 반 강제로 애니메이션을 같이 보게되었고, 얼마 되지않아 저희 중대 생활관에는 온갖 애니소리가 넘쳐 흐르게 되었습니다.
훗날 중대순찰을 돌던 중대장이 생활관 창문밖으로 선임들이 '중령님!!!!!!!!'(강철의연금술사 보고있었답니다)하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당시 중령이었던 대대장이 생활관 불시점검을 하러 나온줄 알고 놀라 생활관으로 뛰쳐 들어오는 소소한 사건이 발생하고 저희 중대는 그 날 이후로 젊은 중대간부들은 저희를 ㅆㄷ병사라고 하며 놀리게 되었습니다.
오늘의 썰은 여기까지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