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군대썰로 가겠습니다. 재미있게 봐주십셔
저는 군대에 있으면서 정말 많은 인간군상을 보았고 그 중 한 선임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그 선임은 저희 대대에서 드워프라고 불리는 네임드 선임이었습니다. 그 선임이 드워프라고 불린이유는 참 억울할 법한데, 그 이유는 저희 대대는 보직 특성상 어지간한 행정병들이 아니면 키가 175cm 이상이 되어야 올수있는 보직이었는데 어떻게 일이 꼬였는지 키 170cm였던 이 선임은 저희 중대 최단신이 되어서 드워프라 불렸던것이죠(생각해보면 수염도 드워프처럼 산적수염이 나긴 했었네요)
사실 키가 작으면 꼬맹이라던가 땅딸보라던가 그 선임을 부를 별명은 많았지만 그의 선임들은 굳이 그를 드워프 선임이라 불렀는데, 그 이유는 예상하신대로 그는 몸이 근육돼지소리를 들을정도로 몸이 우락부락했고 손재주가 아주 매우 많이 뛰어났습니다.
비번일때 심심하다고 휴가때 어디서 구해왔는지 아이언 우드라고 불리는 박달나무를 가져와서 조각칼로 조각을 하고있다거나 그와 친했던 중대장이 중대 사무실의 선풍기 바람이 약하다고하자 시설중대에서 폐선풍기의 모터에 있는 코일을 뜯어와서 일반 선풍기를 공업용 선풍기 수준으로 마개조하는 등 어마어마한 손재주를 가졌기에 그는 중대에서 드워프라고 불렸습니다.
오오 드워프님 오오오
그러던 어느날
전에 썼던 썰에도 서술했지만 저희 보직은 휴일 밤낮없이 24시간 풀 교대근무를 했고(명절에도 근무했었습니다) 인원을 좀 더 보충해달라는 병사들의 간절한 부탁을 씹으면서 인원보충을 제대로 안하고 다른중대로 인원보충을 시키던 대대 주임원사 덕분에 저희는 24시간 5조3교대로 하루에 9시간 넘게 근무를 하며병사들의 스트레스가 극에 치달았고 결국 사고가 터집니다.
근무를 끝내고 생활관으로 복귀하던 저와 제 선임들은 생활관쪽에서 들려오는 분노에 찬 고함소리를 듣고 놀라서 가보니 임관한지 얼마 안된 소대장은 땅바닥에 대자로 엎어져 기절해있었고 그 앞에는 분노한 드워프선임과 그를 잡고 못움직이게 막는 그의 동기 4명이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드워프선임이 이 소대장을 들어다가 바닥에 꽂아버린겁니다. 상황을 알수없었던 저와 제 선임들은 정황을 물었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평소랑 다를바 없이 지친 비번시간에 생활관에서 조용히 조각칼로 나무조각을 다듬으며 지친 심신을 달래고 있었던 드워프 선임을 갑작스럽게 생활관에 들이닥친 소대장이
- 야! 드워프! 넌 뭔데 생활관에서 칼을 그렇게 쓰고있어!! 어?!
라는 식으로 그에게 화를냈고 이에 드워프 선임은 소대장에게
- 이거 중대장님이랑 주임원사님한테 말씀드리고 대대장님 허가 떨어져서 하는거라 괜찮습니다.
라고 대답했던겁니다. 당시 드워프선임은 저희 중대의 보물이었고 앵간한일은 중대장과 주임원사가 '오케이! 콜!' 이라면서 승인하는 수준이었죠
여기서 정상적인 간부라면 '그러냐, 그럼 조심히 안다치게 해라' 하고 넘어갈 일인데 이 소대장은 그가 아니꼬웠는지 그에게
- 간부가 눈앞에서 말하는데 어따대고 대들어 이 XX가!!
라며 그와 대화하기위해 드워프 선임이 잠시 TV 관물대쪽에 올려놨던 조각을 팔로 쳐내며 벽으로 던졌고 당시 그가 자신의 동기들의 모습을 본따며 만들던 조각상이 부숴져버린거였습니다.
그걸 본 그 드워프 선임은 지금까지 쌓였던 근무 스트레스와 함께 폭발하며 키185에 대충봐도 몸무게만 90kg이 넘던 소대장을 잡아다가 바닥에 거꾸로 꽂아버린 것이었습니다.
그날 소대장은 응급실로 실려갔고 그 드워프 선임은 곧바로 대대 오후회의때 회의실로 끌려갔지만 드워프 선임은 어떻게 된건지는 몰라도 정기휴가가 아닌 연가 3일이 잘리고 군기교육대 1일이라는 말도안되는 징계를 받고 오히려 소대장은 병사생활관 무단침입으로 징계를받으며 사건이 종결되었습니다.(실제 규정상 병사 생활관은 간부들이 함부로 들어갈수 없게 정해져있고 그 처벌이 상당히 무겁습니다)
나중에 중대장이랑 친해지고 어떻게된건지 물어봤는데 대대회의실 한가운데에서 그 드워프 선임은
- 만약 제가 이 일로 말도 안되는 징계를 받게된다면 전 중대사람들을 더이상가족으로 생각하지않을겁니다. 그럼 가족 아닌 사람들한테 해줬던거를 전부 회수해야겠지 않겠습니까
라고 실망한 눈빛을 하며 낮게 으르렁거리며 노기서린 말을했고 그게 먹힌겁니다.(당시 회의실에 있던 간부들이 그 눈빛을보고 소름돋았다고 했답니다)
당시 대대장을 비롯해 많은 간부들이 그에게 많은것을 받았습니다. 대대장 진급식때 직접 만든 대대장 목제흉상이라던지 다른 중대 중대장이 실수로 망가뜨려서 검열때 지적받을뻔한 무전기 고쳐준거라던지 주임원사가 아끼던 원목테이블의 흠을 깔끔하게 메꿔줬던것까지 말입니다.(더있는데 이하생략)
그로인해 드워프선임은 가벼운 징계만 받고 끝날수 있던겁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간부들을 포함한 저희 중대원들은 당시 상병 2호봉밖에 안된 그 드워프 선임의 심기를 건드리지않게 조심했고(폐급취급 안했습니다 대인관계도 좋았고 근무를 소름돋게 잘했었음) 그가 작업에 몰두할때는 대대장도 함부로 터치하지 않는 분노의 대장장이라는 이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번 썰은 여기까지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