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도 끝났겠다 군대썰 하나 갑니다. 그리고 제가 올리는 사진에 나오는 인물들은 전부 당사자가 아니니까 오해하지말고 보시면 됩니다
때는 제가 일꺾이 되었을 때입니다. 막내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된 저는 후임들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그 중 한 후임의 이야기입니다.
그 후임은 키가 185정도 되고 검은머리 파란눈을 가진 미국국적의 한국인이었고, 그 모습은 지금 비교하자면 미스터 션샤인의 미군 카일 무어가 젊었다면 이렇게 생겼겠구나 할정도로 잘생겼다고 합니다
이 사진보다 젊은 카일 무어
여기서 그를 굳이 카일 무어를 비유한 이유는 그가 검은머리 파란눈인것도 있지만 그가 서양인 아버지의 피를 진하게 이어받아서 두상과 수염이 서양인의 것이었고 그게 정말 잘생겼기 때문입니다.
진심 잘생겼었습니다.
하지만 이 친구에게도 고충이 있었는데 바로 수염이 자라는 속도였습니다.
그는 하루에 두번씩 면도를 해야 겨우 얼굴이 깔끔해보일정도로 빠르게 자라는 수염을 가지고 있었고 외부에 파견을 가서 장기간 훈련을 하게되면 MSG를 약간 쳐서 거의 블랙비어드처럼 변해버렸기에 간부들도 그가 수염이 길어져도 터치하지 않게되었고 저희들은 그의 멋진 수염을 보고 그를 미염공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저와 미염공이 같이 야간근무를 서게 되었고 심심했던 저는 미염공에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없냐 라며 노가리를 까기 시작했지만 그는 생각보다 진중했고 정적인 분위기를 좋아하는 친구였기에 슬슬 노가리도 지루해질때쯤 제 눈치를 보던 이 친구가 말을 꺼냈습니다.
- XXX일병님 재미있는건 잘 모르겠는데 저한테 특별한 운수판별법이 있습니다.
- 뭔데 운수판별법이야 그런게 어디있어
- 이거 거의 80퍼센트 적중합니다. 이거로 제 컨디션 체크하면 100퍼센트입니다.
- ???????
그의 운수판별법은 아주 독특했습니다. 전에도 말했듯이 그는 아무리 면도를 해도 수염이 나있었고 평소에 습관적으로 턱수염을 만지고있었는데 알고보니 그 수염을 만질때 수염의 방향과 거친 정도를 확인하고 그날 운수와 자신의 컨디션을 바로 알수있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저는 '그딴게 어디있냐? 그런건 듣도보도 못했다' 라고 하려했으나 그의 진중한 모습을 보고 그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 그럼 지금 만져봐 오늘 어떻게될거같냐
이윽고 그는 팔짱을 끼며 턱수염을 여러방향으로 쓰다듬어보더니 저에게 말하길
- 싸합니다 지금 근무 좀 빡세게 서야할거같습니다.
- ??????
내심 뭔 헛소리냐 라고 하고싶었지만 어차피 일꺾과 막내가 근무서고있는 초소니까 뺑끼치다가 걸리면 선임들에게 박살날것을 이미 알고있었기에 그의 말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근무 교대시간이 되었고 그때까지 아무일도 없었기에 생활관 복귀를 하면 '그 수염 운수판독기 개똥임 안믿어도 될듯ㅋ'하고 그를놀리려고 하고있었고 5분정도 지났나? 저 멀리에서 다음 근무자가 교대를 하기위해 초소에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근무교대자가 한명이 더 많았습니다.
당황한 저는 미염공을 쳐다보았고 이 녀석은 '어떻게 하실겁니까?'라며 저에게 물었고 전 FM대로 대인수하를 취했습니다.
- 정지!! 손들고 뒤로돌아!! 암구호 ###!!!!
- %%%
- 누구냐
- 대대장
이때 정말 식겁했습니다.
- !!? 용무는?
- 근무교대 인수인계하러왔다.
- ...확인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대대장이 야간초소 불시점검을 하러 왔던것입니다.
- 근무자 누구야 XX이랑 미염공이야??
- 일병 XXX! 그렇습니다!!
- 좋아 아주 열심히 근무하고있구만?
- 아닙니다 저흰 선임들이 가르쳐준대로 하고있었을 뿐입니다!
- 아니야 니들이 잘하는거야
- 잘못들었습니다??
알고보니 이 날 대대장은 저희초소만 온것이 아니라 부대 모든 초소를 점검했었고 대대장이 갔던 모든 초소가 전부 아작이 났다고 합니다. 그로인해 대대장이 분노한상태로 저희초소를 왔으나 FM대로 수하를하고 근무를 하고있던 저희를보고 화를 삭히고 칭찬을 하신거였습니다.
- 아주 마음에 들어 너흰 내가 책임지고 포상준다. 아주좋아
- 일병 XXX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그렇게 저희는 대대장에게 근무성실이행이라는 이유로 포상휴가를 하루씩 받았습니다.
그 날 이후로 저는 이 미염공 후임의 신봉자가 되었고 이 소문은 중대병사들에게 퍼져나가게 되었으며 그 후로 그는 폭우나 폭설을 관측하거나 근무중 간부들의 기습점검을 잡아내는 등 병사들의 운수판별기로써 활약을 하게되었습니다.
오늘의 썰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에 다른 썰로 다시오겠습니다 델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