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오니 모두 자고 있었다.
조용히 샤워를 마치고 방에 들어가니
문지방에 바퀴벌레가 있었다.
나는 몸이 멎었다.
어떻게 죽일까 고민했다.
바퀴약이 있는 거실로 나가면 녀석이 사라져,
찝찝한 감상만 남긴 채 숙면을 방해하기 딱 좋을 것 같았다.
재수 없이 끄덕거리는 녀석의 더듬이에 걸리지 않게
천천히 움직여 선반의 잉어킹 인형의 꼬리를 움켜쥐었다.
철퇴를 휘두르듯 순식간에 내리찍어 버리면 녀석이 죽을 것 같았다.
나는 숨을 몇 번 고른 뒤 도망칠 녀석의 진행 방향을 치밀히 계산했다.
이윽고 인형을 들어 바닥을 후려쳤다.
퉁
새벽 적막을 가르며 잉어킹은 튀어 올랐다.
녀석은 날갯죽지들이 몽땅 부서진 채 뒤집어져 역겨운 발들을 바삐 버둥거렸다.
씨발
나는 재차 인형을 바닥에 꽂아넣고, 녀석이 파르르 떨며 기절한 것을 확인했다.
거실로 나가 바퀴약을 챙기고 두루마리 휴지 뭉텅이를 뜯어왔다.
녀석은 휴지에 파묻혔고, 언젠가 바퀴는 태우거나 변기에 버리라고 했던 출처 없는 기억을 떠올려 휴지에 라이터 기름을 조금 뿌렸다.
창가에 티딕티딕 불타는 휴지를 멍하니 바라보다
책상에 놔두었던 담배곽에 한 개비 꺼내 들어 휴지에 대고 깊게 한 모금 빨았다.
나는 창가에 우두커니 서서 담배를 태우며 휴지뭉치가 타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다,
이내 잿더미가 된 것들을
후
새벽에 흩뿌렸다.
친구가 서울에서 내려왔다.
그 녀석은 타지에서 고생하다 온전히 제 노력으로 대기업에 들어갔다.
꼴통인 모교 출신 모두를 다 뒤져봐도 그 애 보다 잘 취업한 애는 없었다.
녀석은 키가 60언저리에 낯선사람에겐 말도 못 거는 숙맥이었는데
키는 언제 자랐는지 80을 바라보고 있었고, 아주 예쁘고 직장 좋은 여자와 연애도 하고 있었다.
나는 술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다른 사람이 되고싶어 힘들게 운동과 식단조절을 했는데 망가지는건 30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씨발
녀석이 회사 이야기를 꺼냈다.
화답 대신에 나는 고기를 씹고 술을 넘겼다.
오랜만에 먹는 고칼로리 음식은 너무 맛있었지만 짰다.
너무 짜서 삼키기 힘들었다.
행복하게 먹었지만 심장께 어딘가 잊고 싶어 치워둔 가시넝쿨이 자꾸만 굴러다니는듯 했다.
술은 짜지 않았다.
위스키는 향긋했고 소주는 달콤했다.
아픔이 가시는 듯했다.
나는 술을 계속 마셨다.
결국 나는 날갯죽지가 몽땅 부서졌고, 기절한 듯 몸을 파르르 떨었다.
댓글 1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