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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백 요청글임미당 - 게임 장르가 변한다 -

안아줘요_
2020-04-27 01:35:34 233 0 0

새파란 들판, 시야 끝까지 뻗어있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청명한 하늘.

바람에 휩쓸어지는 풀소리가 귓가를 간질이고 풀벌레들이 주위를 날아다닌다.

아름다운 광경.

마치 동화 속에서나 표현되는 그런 장소를 눈 앞에 옮겨놓은것만 같았다.


"이건... 무슨 장난이지?"


그 장소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무언가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을 시작했다.

마치 일생일대의 위기라도 닥친듯 진지한 표정이었다.

그렇게 고민하는것도 잠시, 이내 그는 결론을 내린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건, 현실이 아니야."


그것이 그의 결론이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런 결론이 나왔을까?

첫째로, 그가 방금전까지 인터넷 방송을 하고있던 전업 스트리머였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스트리밍을 하고 있던곳은 자신의 집 방안.

그곳에서 잠시 무슨 이유 때문인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다시 일어나보니 이 공간이었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한순간에 이런 장소까지 옮겨질수는 없다.

그는 그렇게 확신했다.


"그리고... 뭣보다."


또한 이유는 그 하나뿐이 아니었다.

첫 번째 이유보다도 되려 강한 확신을 들게 만드는 이유.

그것은.


"[리키]님, 긴 여행길 고생 많으셨습니다아-!"

"말도 안 되잖아."


그의 앞에서 환영 인삿말을 늘어놓는 한 존재 때문이었다.


"말하는 도마뱀...이라니."


그 존재는 바로 두족보행을 하고,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는 도마뱀이었다.



***



세상사는 꼭 개개인의 적성과 실력에 따라 돌아가지 않는다.

피겨 스케이팅으로 대성한 사람이, 알고 보면 다른 스포츠가 제 적성에 맞는다거나.

혹은 의사의 길을 선택한 사람이 법조인을 했다면 대법관까지 했을 인재였다거나.

그런 일이 굉장히 빈번하게, 모든 사람의 삶 속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정수현, 그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본래 D day 라는 게임을 전문적으로 플레이하는 스트리머였다.


무작위로 주어지는 용병들을 지휘하여 본진에 쳐들어오는 적들을 막는 디펜스형식의 게임.

수현은 그곳에서 랭킹 1위를 찍고, 그것을 타이틀로 내걸어 방송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잘 되어가는 듯 했다.

게임 발매 초기 2~3000가량의 시청자가 매일 방송에 찾아왔다.

방송 특성상 후원금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일반 직장인의 월급 두세 배가 들어왔다.

하지만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D day의 인기가 떨어지기 시작하고, 그의 방송 또한 점점 침체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특유의 아스트랄한 난이도 때문이었다.

수현과 같은 일부 상위권 유저들에게는 문제가 없었지만, 라이트 유저는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는 끔찍한 수준의 난이도.

그에 뉴비들이 모두 빠져나가자 방송 시청자 수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 것이었다. 


"오늘따라 사람이 좀 없네. 님들 오늘 뭔 행사 있어요?"


- 이 방에 원래 사람 없었구연 ㅋㅋㅋㅋㅋ

- 평소랑 똑같은데 뭘 그럼.

- 평소에 50따리다가 40으로 떨어지긴 함 ㅋㅋㅋ

- 잠자는 사람들 방송 끄고 자나 보지 뭐 ㅋㅋ


어느 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질문.

그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정말 1/100 수준으로 떨어지고 만 시청자 수.

이제는 생계유지조차 힘들어 방송과 알바를 병행해야 하는 단계까지 갔다.


'이건... 안 되겠어.'


결국 그는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현재 남아있는 50여 명의 시청자라도 끌어안고 방송을 이어나갈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게임 센스를믿고, 다른 게임으로 갈아탈 것인가.

수현은 후자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주효했다.

그가 후속으로 선택한 게임은 트로피컬 아일랜드.

동물들이 사는 마을에 인간인 플레이어가 들어가 살아가게 되는 힐링 게임.

그곳에서 수현은 D day에서 해왔던 건축 플레이에 대한 경험을 살려 이름을 알렸다.


- 와, 방장 건축 개지리네 ㅋㅋㅋ 건축과 나오심?

- 요즘 건축과들 다 백수라 가능성 있음 ㄹㅇ ㅋㅋ

- 얘 예전에 디데이 했자너 ㅋㅋ 거기서 건축하던 실력이 나오는 거지 ㅇㅇ;;


나날이 늘어가는 시청자.

끝내 초기 방송의 시청자 수를 복구하다 못해 되려 뛰어넘어버리기에 이르렀다.

그 과정에서 물론 잡음 또한 있었다.

기존 방송의 시청자들이 떠나간 것.

그동안 정이 어느 정도 들었던 이들이기에 갈등도 있었다.


"님들 D day 좀 섞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일주일 중에 하루 이틀 정도라도."


그에 주력 게임을 섞는 것은 어떻겠냐는 설문을 진행했다.

그 결과는 섞어서 진행해보자는 것이었다.

본래 디데이 방송을 진행할 때의 시청자들이 투표에 영향을 끼친 것이었을까?

그것이 아니었다.

디데이를 플레이해 보지도 않았던 트로피컬 아일랜드의 시청자들.

그들이 직접 고른 선택지였다.


- 한 번도 안 해 보긴 했는데 ㅋㅋ 트로피컬 아일랜드 진행하는 거 보니까 그것도 재밌을 거 같은데.

- 게임 장르만 다르지 ㅇㅇ;; 어떻게보면 비슷하기도 하고.

gus24 - 그거 아닐 건데... 예전부터 봤으면 알겠지만...

- gus24 <<< 얘 터렛이냐? 수준 ㅋㅋ 옛날부터 봤다고 티 냄?


자신들이 해보지 않은 게임이라고는 해도, 1위 랭커가 플레이하는 걸 보면 재밌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서 기인한 결과.

하지만 시청자들은 곧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시청자 수가 떡상하고 난 후, 첫 디데이 방송.

그날 시청자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 와... 진짜 개재미없네.

- 이게 게임이냐? 무슨 30분 동안 진지 공사만 오지게 하고 있어?

- ㅁㅊ 전투는 언제 함? 진짜 답답해서 돌아버리겠네.


루즈한 게임 진행, 거기에 더불어 트로피컬 아일랜드의 시청자들의 감성에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

그 때문에 시청자들이 쭉쭉 이탈하여 100명 남짓으로 떨어지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수현은 그에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냥... 디데이는 관짝에 집어넣겠습니다. 그냥 트로피컬 아일랜드나 하려고요."


방송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안 이상에야, 개인적으로 하더라도 방송에서는 디데이를 플레이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수현은 기존 시청자층을 쳐내는 한이 있더라도 주력 게임을 트로피컬 아일랜드 하나로 고정할 수밖에는 없었다.

그 과정에서 기존 시청자들의 반발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그걸 신경 쓸 겨를이 있을 리가 없었다.

당장에 트로피컬 아일랜드 방송을 짜임새 있게 구성하는 것만 해도 머리가 터져나갈 것 같은 기분이었으니까.


"그것 때문인가."


수현은 기억을 되짚던 와중, 무언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자신이 뜬금없이 게임 속 세상으로 추정되는, 이상한 장소에 오게 된 이유를.

그것은 기억이 끊기고, 여기에 오게 되기 직전에 채팅창에 올라온 한 채팅이었다.


- 님 진짜로 디데이 안 할거임? 님 진짜로 디데이 안 할거임? 님 진짜로 디데이 안 할거임? 님 진짜로 디데이 안 할거임? 님 진짜로 디데이 안 할거임? 

- 도배 뭐임? 채팅창 혼자 쓰냐 ㅋㅋ

- 너 나가

- ㄴㄴㄱ

- 채팅 매니저 뭐함? 좀 밴하셈.


"디데이 안 합니다. 그리고 도배는 하지 말아주세요. 한 번만 더 하면 밴입니다."


디데이를 하지 않는 것에 실망감을 느낀 구 시청자의 채팅.

그것은 지금껏 많이 겪어봤던 것이기에 그리 짜증이 나진 않았다.

거기에 수현은 옛 시청자들과 디데이 플레이어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있었다.

시청자들이야 당연히 잘 보던 방송 하나가 갑자기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디데이 또한 랭킹 1위 대표방송인이 접었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지며 최악의 망겜이라는 인식이 잡혀버렸으니까.

그렇기에 그저 경고만 하고 밴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시청자의 행동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 디데이 안 한다고? 진짜? ㅋㅋ 이거 안 되겠네. 나는 니가 디데이를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다 방송용이었던 건가?

- 쟤 또 어그로끄네.

- 좀 쳐내라 진짜. 보는데 짜증이 다 남.

- 채팅에서도 찐내 겁나 남 ㅋㅋㅋㅋㅋ 인생이 불쌍하다.


계속되는 어그로에 더러워지는 채팅창.

결국 수현은 한숨을 쉬며 그 시청자의 닉네임을 클릭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밴 버튼에 마우스를 올리는 순간.


"이 상태란 거지."


지금 상황이 된 것이었다.

뜬금없이 두족보행을 하고, 말을 하는 도마뱀이 있는 곳에 오게 된 것.

그 원인을 굳이 찾자면 그것 하나밖에는 없었다.

해당 시청자를 밴을 하려던 와중에 이렇게 된 것이었으니까.

그것이 가능하고 말고에 대해서는 따로 의문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수현은 지금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부정하고, 회피할 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어, 그러니까... 도마뱀? 리저드? 뭐라고 불러야 하지?"

"제 이름은 도마에요 리키님!"

"도마...라."


그것 참 네이밍 센스 한번 거지같네.

수현은 헛웃음을 지었다.

작금의 상황을 보자면, 게임 속으로 들어온 것이 분명했다.


'그것도... 트로피컬 아일랜드인가.'


무슨게임이느냐 하면 바로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바로 트로피컬 아일랜드.

그 게임의 시작 부분과 완전히 동일한 풍경, 그리고 진행이었다.

동물들이 사는 마을에 인간인 플레이어가 도착하고, 그 마을의 입구에서 한 동물이 맞이를 해 준다.

모든 진행이 일치하고 있었다.

단 한 가지를 제외한다면.


"왜 도마뱀이지?"

"왜 도마뱀이냐니... 그건 무슨 의미인가요?"


도마는 수현의 말에 얼굴을 찌푸렸다.

그의 언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분명 도마뱀임에도 인간처럼 표정의 구분이 가능한 얼굴이었기에 확실했다.


'개구리가 아니라 도마뱀이라...'


트로피컬 아일랜드에서는 개구리가 그 역할을 맡았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도마뱀이 나타났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똑같지는 않아.'


트로피컬 아일랜드와 완벽히 똑같지는 않은 세계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

그에 대해서 의식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좋지 않은데...'


어쩌다 이런 세계에 떨어지게 된 것인지.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방법은 무엇인지.

정말로 그 채팅을 친 시청자 때문에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다만 수현은 그 상황에 좌절하지는 않았다.

일단 눈 앞에 닥친 위험이 없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다.


'게임과 비슷한 세계라면... 겁먹을 것도 없어.'


그리고 이곳이 기존에 알고 있던 게임과 비슷한 장소라는 것도 그나마 다행인 요소 중 하나였다.

본래 게임에 한해서는 그게 어떤 장르건 적응과 이해가 빨랐기 때문이었다.

트로피컬 아일랜드와 완벽히 똑같지 않은 세계라고 하더라도, 그 근간이 게임에 있다면 금방 적응할 자신이 있었다.

그 생각을 마치자 수현의 머릿속에는 불안감 같은 쓸데없는 감정은 남지 않았다.

대신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고민만이 남을 뿐이었다.


"저기... 리키님?"


수현이 한참 동안 그에 대해 고민하고 있자, 도마가 먼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아까 전에 짜증을 내던 모습은 사라진 지가 오래였다.

그렇게 의아해할 만큼 꽤나 긴 시간이 지났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수현은 잠시간 말을 않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도마 또한 체념해가고 있을 무렵이었다.


"가자."

"네, 어딜...?"


갑자기 고개를 든 수현, 리키는 도마에게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그에 되려 도마가 반문했다.

대화도 채 몇 마디 나누지 않은 상태이건만, 어디로 가자는 것일까?


"너희 촌장한테로. 네 역할이 그거 아니야?"

"어...?"

"아닌가?"

"아, 맞아요. 맞긴 한데... 리키님이 그걸 어떻게 아시는 거죠? 전 그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그에 대한 리키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도마는 의아해하면서도 순순히 길 안내를 시작했다.

녀석을 따라가는 리키의 입가에는 웃음기가 떠올라 있었다.


'이 부분은 똑같군. 예상대로.'


도마의 의문에 대한 대답은 쉬웠다.

트로피컬 아일랜드의 도입부에서도, 개구리가 자신의 마을 촌장에게 플레이어를 안내하는 역할을 맡으니까.

다만 그렇게 대답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그저 침묵으로 일관했을 뿐이었다.

수현은 도마를 따라가며, 잠시간 상념에 빠졌다.

이번에는 앞으로의 대계와 같은 진지한 고민은 아니었다.


'개구리는 도마뱀으로 바꼈고... 코알라는 뭐로 바꼈을까.'


본래 트로피컬 아일랜드의 촌장이던 코알라가 무슨 동물로 바뀌었을지, 혹은 촌장은 바뀌지 않았을지.

그에 대한 생각이었다.


'일단... 양서류는 아니길.'


다른 동물들은 상관 없지만, 양서류만은 피하고 싶었다.

축축하고 습한 점액질이 흘러나오는 녀석은 실사로 마주하기에는 부담스러울것 같았으니까.

그러고보면 처음 맞이하는 동물이 도마뱀인것도 그나마 다행인것이었다.






열심히 쓴다고 썼는데... 퇴고하다보니 조악하네요 ㅠㅠ

조심스럽게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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