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여행기는 개인적인 관점에서 편한 작성을 위해 반말로 작성되었습니다.]
[내용의 시점이 3주 가량 된 이야기라, 사실이 약간 왜곡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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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요즘 재활운동이랍시고 오전에는 계속 걷기 운동을 한다.
원래 하던 거지만, 한 시간 정도 하던 걸 시간을 늘려서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몸이 점점 굳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몸 풀기 겸 운동을 끝내고 오묜
이렇게 자리에 앉아서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한 번 더,
떠나고 싶다.
도보여행에는 두 가지 준비물이 필요하다.
돈,
그리고
떠날 수 있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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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15일, 금요일.
결국, 잠을 설쳤다.
귀에서 들리는 잡소리를 없애려고
바다가 슬며시 울려주는 파도소리에
잠을 청하고 싶었지만,
창문을 열어두니 들어오는
시골 특유의 타는 냄새(는 진짜 뭘 태우고 있었다.)에
어쩔 수 없이 창문을 닫고
타는 냄새가 다 흩어지길 빌며
억지로 잠을 청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밤 새 켜져 있던 저 가로등도 새벽에는 방해가 되었다.>
어쨌든,
잠을 어떻게든 깨고 아침을 먹는다.
오늘 아침은 어제 사온 컵라면.
어제 저녁도, 오늘 아침도 라면이지만
어제는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불닭볶음면이었고
오늘은 신라면이니
나름 밸런스는 잘 맞췄다.
<졸린 눈. 하지만 인사는 잘 한다.>
펜션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퇴실한다고 하고,
조용히 길을 나선다.
요즘 펜션이 다 그런지는 몰라도
여기는 내 전화번호를 비밀번호로 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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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그렇게 가고 싶어했던
군산이다.
<네이버는 도보 경로를 못 보여주고, 카카오는 동백대교의 존재를 누락시킨다. 어쩔 수 없이 직접 잰다. 길어도 25km.>
사실,
맨 처음의 계획은 비응항까지 가서
내일 새만금을 건너는 것이었다.
근데,
그렇게 하면 오늘 40km를 걸어야 한다.
분명 죽어나갈 것이다.
차라리,
원래 오고 싶어했던 군산이고,
쉴 타이밍도 필요하니
내일 하루는 오전에 관광을 하기로 하고
오늘은 군산 시내에 묵기로 한다.
이렇게 군산 관광이라도 하면
이 의미를 정하지 않은 여행에
한 줄 의미를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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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철새 이동 시즌이다.
아침부터 서천 하늘을 날아가는 철새들.
<철새 참 많이 본다. 근데, 철새보다 먹구름이 더 걱정이다.>
그리고 나는
저 철새들이 날아가는 방향과
반대로 걸어간다.
오늘은 비가 올 거라고 한다.
비가 오고 나면 추워진다고도 하고.
그래서 긴 바지로 갈아입었다.
아쉽게도 긴 팔 트레이닝복은 집에 없었다.
어차피 레시가드도 입고 있고, 재킷도 챙겨왔으니
정 추우면 그걸 입어야지 하는 생각이었다.
아래 바지가 길어지는 것만으로도 보온효과는 확실히 있지 않을까.
<사실, 걱정되는 건 따로 있었다.>
문제는,
지금까지 나를 괴롭히던 물집이란 존재가
아직까지 가라앉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처음에 잡힌 여러개의 물집은 거의 다 진정이 되고 굳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기존 세력이 고이면 신흥 세력이 일어나듯,
물집도 신흥 세력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밴드로 진압해야 하지 않을까.
오늘 또 비가 오면 쭈글쭈글해질 불쌍한 내 발을 생각하며
천천히, 분명하게 나아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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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경로는 그렇게 어렵지는 않지만,
지방도를 좀 오래 걷게 되었다.
길이 쉬울 수록 지방도나 국도의 비율이 늘어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이렇게 갓길이 없는 지방도는
마냥 반갑지는 않다.
<갓길이 좁을 수록 차도 사람도 모두 힘들다.>
이제 한 1주일 정도 되니
"그러려니" 라는 마음이
나를 감싸기 시작한다.
쑤시고 아픈 건 파스를 바르면 되고,
물집은 약을 바르고 밴드를 바르면 되고
양말이 젖으면 갈아신으면 되고
배가 고프면 그냥 비상식량 하나 먹으면 되고.
그냥,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하면
다른 것들은 그냥 물 흐르듯 흘려보낼 수 있게 되었다.
며칠 전에는
포기하고 싶기도 했고,
군산에서 그냥 끊을까 생각도 했고,
아니면 경로에 광주를 가기로 했으니 광주에서 온전히 하루를 더 쉴까
많은 생각이 있었지만,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깝고,
새만금은 건너 보고 싶고,
내가 생각한 앞으로의 계획이 있기에
정해진 대로, 나아가기로 한다.
나머지 걱정은
"그러려니"
<거울 속에 내가 보인다. 그냥, "그러려니." 모든 게 알아서 되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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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어귀에 옥외 운동기구와 벤치가 보인다.
잠시 쉬어주기로 하고 앉았다.
새벽에 비가 왔어서, 살짝 젖어 있었지만
다행히고 거의 말라가고 있었다.
어차피 땅바닥에도 앉는데, 이 정도면 양반이다.
"미야아아아!!!!!"
"미워에에에에옹!!"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앙칼진 소리가 들린다.
<이 사진에서는 안타깝게도(?) 싸움이 결론이 난 상태였다.>
아침 8시부터 두 마리 길고양이가
도로변에서 서로 발톱과 이빨을 세우고 싸우고 있었다.
이유는 나야 모르지.
세력 다툼일 가능성이 높지만
그냥 시비가 붙었을 수도 있고.
<얼룩무늬 나비가 졌다.>
결국 한 쪽이 지더니 싸운 자리를 떠서 반대편으로 넘어왔다.
그리고는 뚫어지게 서로를 쳐다본다.
싸움의 여운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겠지.
쟤네 싸움이 끝나니까,
나도 이 곳을 뜰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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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트게더에 써 둔 경로는 아예 안 본다고 해도,
이 여행을 준비하면서 봤던 많은 로드뷰는 조금씩 기억이 난다.
오늘은 그래도 로드뷰에서 본 길들이 나온다.
잘 가고 있구나,
오늘은 그래도 괜찮겠구나.
<어렴풋이 기억나는 카카오 로드뷰의 그 방조제.>
하지만 발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내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1주일이나 신었는데, 신발에 발이 아직 적응을 못 한다.
이거... 혹시 한 사이즈를 더 큰 걸 샀어야 했나?
갑자기 신발을 샀던 그 등산용품점의 주인장이 떠오른다.
"신발 발 볼은 신다 보면 늘어날 거니까, 이정도면 딱 좋을 것 같은데?"
사장님...
한 치수 더 큰 걸 달라고 했을 때 한 번 줘보시지 그랬어요...
<신발의 비좁음을 나타내는 손동작. 절대 귀여운 고양이 손이 아니다.>
cf)
결론적으로는
사장님 말이 맞았다.
지금은 신발이 아주 딱 맞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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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이차선도로를 계속 따라간다.
국도는 확실히 갓길이 보장되는 느낌이었다면,
지방도는 그 갓길마저도 보장받지 못하는 느낌이다.
왜지?
지방도가 오히려 사람들이 사는 마을을 지나지 않을까?
그럼 사람이 걸어다닐 공간을 확보해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
물론 사람이 많지도 않은데 굳이 그렇게 해 줄 필요도 없고
어느 세상에 나처럼 수십 킬로미터를 걸어다닐 사람도 없을 것이며
이미 나 있는 길에 갓길 조금 내려면
수많은 토지수용과 수많은 토목을 거쳐야 할 것이니
수지타산도 맞지 않겠지.
그렇다고 지금 내가 걷는 이 길이
서해랑길 같이 둘레길로 지정된 것도 아니고.
심지어는 차도 많이 다니는 게 아니라서
그냥 나 보이면 다들 슥 피해주기도 하기도 하고.
사실 마을 근처로 가면
초등학교가 없으면 갓길이,
초등학교가 있으면 인도가 생기기도 하고.
이래저래
나 같은 도보여행자 한 명을 위해
수많은 돈을 투자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이차선 도로 한 쪽에서는 이렇게 염소가 전봇대에 매인 채 한가롭게 풀을 뜯어먹고 있었다.>
<그 와중에 빗방울이 떨어진다. 그렇게 심하지는 않으니 널어둔 양말을 위해 레인커버만 씌우기로 했다.>
<같은 지방도를 4시간 넘게 걸으니 지겹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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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다른 날보다 여유가 있으니,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한다.
마침 가는 길에 한식부페가 있다고 한다.
한식.
여행 동안 집밥같은 백반을 먹은 기억이 없다.
맨날 탕, 탕, 탕.
물론 내가 국밥을 참 좋아하긴 하지만,
힘을 내려면 한식부페 같은 곳에서
여러가지 맛있는 반찬과 국으로 이루어진 한 상을
먹는게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런 곳에 있는 한식부페가 의외로 맛집인 경우가 있다.>
그렇게 시간은 12시.
도착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12시면 이미 차로 바글바글해야 할 식당에
차가 단 두 대. 그것도 오래 주차되어 있었던 듯한 느낌.
보통 이런 곳에 있는 한식부페는 주변에 있는 농가, 공장에서 오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라
트럭도 상당 수 있어야 할텐데.
좀 더 가까이 가보기로 한다.
"아... 임시휴업이라고 써 있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근데 다음이 있나?>
"으흐흐흐흐...."
일주일만에, 처음으로 점심에 온전한 밥을 먹어보고 싶었는데...
내 운은 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 어쩔 수 없지 뭐.
아쉽고, 허무하지만, 괜찮다.
잠시 지도를 펴서 장항 읍내의 맛집도 찾아보기로 한다.
<두번째는 칼국수집. 리뷰도 괜찮았다.>
장항 읍내까지는 두 시간 정도.
운동장이랑 신도시 예정지, 산업단지 근처를 지나가는 루트라 걷기에 나쁘지는 않았다.
<이 도로를 중심으로 왼쪽은 신도시(공사중), 오른쪽은 시골 마을. 도로 하나가 양 쪽의 풍경을 갈랐다.>
그렇게 2시간,
장항읍내에 들어서니 뭔가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내가 사는 곳의 읍내보다 도로는 넓었지만 더 옛날의 느낌을 간직하고 있었다.>
시간은 어느 새 2시.
읍내인 만큼 약국도 있으니,
가장 급했던 뿌리는 파스도 샀다.
이젠 밥을 먹어야 하는데...
어?
<헐...>
리뷰에 있던 칼국수집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있고,
그 대신 있던 고깃집마저 망한 듯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당황스럽다.
얼마나 당황했으면
주머니에 잠깐 넣어둔 스포츠타월을 까먹고
당황하며 찾고 있었다.
결국
가성비 갑 김밥집에서
세트메뉴를 먹기로 한다.
<여기는 특이하게 김돈쫄이 없고 김돈우를 판다.>
그리고
여태껏 마시지 않아 오늘 하루 종일 날 괴롭게 했던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가지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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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점점 흐려지더니, 비가 내린다.
판초를 다시 쓴다.
7일 동안 판초를 쓴 날이 4일이 넘는다. 미친 여정.
이제 동백대교를 건널 준비를 한다.
동백대교가 생겨서 장항과 군산 사이를 오가기가 매우 편해졌다.
예전에는 금강하구둑으로 돌아가야 했는데,
이 다리를 통해 차도, 사람도 빠르게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
처음 기사로 찾아봤을 때는 인도랑 자전거도로도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근처를 가 보니 자전거는 통행이 안되는 걸로 되어있었다.
그래도 사람은 걸어갈 수 있다.
<동백대교 "보행로"이다.>
<자전거도, 오토바이도 금지. 거기에 강풍이 불면 사람도 금지.>
동백대교에 올라섰다.
바람이 세다.
단순히 바다라서 센 거라고 하기에는 너무 세다.
비가 와서 그럴 수도 있다.
길을 천천히 걸어간다.
미세한 떨림이 곧 큰 떨림으로 변한다.
그리고 지나가는 덤프트럭.
지나가는 차에 의해 떨리는 이 길은
사람이 지나다니기에는 조금은 무서운 곳이었다.
그래도 뭐 어떠리.
안전하게(?) 걸어갈 수 있는 길이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감사하게 여길 따름이다.
이 길 덕분에 오늘 여정을 5km 이상 줄일 수 있었는걸.
이 정도 무서움은 아무것도 아니다.
<장항(위)과 군산(아래) 쪽에서 바라본 금강(이라고 하기엔 이미 바다인 곳). 군산 쪽은 수심이 깊다.>
<그리고 슬프게도, 동백대교는 안타까운 일이 많이 일어난다.>
마침 들어온 한 명의 사람과 함께
여러가지 대화를 나누며
동백대교를 건너 군산에 도착한다.
오늘의 여정은 여기서 끝.
<이 때 시간은 놀랍게도 오후 4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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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그냥 숙소에 가기에는
체력도 남았고, 무엇보다도
경로가 참 아쉬웠다.
왜냐하면 오늘 숙소는 시내 쪽으로 좀 들어가야 했으니까.
그래서
잠시 송출을 내려놓고
박물관을 가기로 한다.
<인력거. 실물은 처음 본 것 같다.>
<생각보다 젊은 층이 흥미를 가질 만한 부분이 많다.>
보통 여행을 가면 시립박물관이 있는 곳이면
꼭 들어가보는 편인데,
다른 곳은 주로 삼국시대 ~ 조선 전-중기 중심의 유적을 테마로 잡는데 반해
군산은 구한 말 개항지답게 근대역사를 테마로 하여 시립박물관을 꾸몄다.
시립박물관 말고도 군산의 많은 관광지/유적이 근대(개항기~일제강점기) 유적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다른 요소와 함께 젊은 층과 가족 단위의 사람들을 많이 끌어모으는 것일 테지.
나도 그런 생각으로 평소에 군산을 가보고 싶기도 했고.
<그 유명한 초원사진관도 보고 갔다. 사진 찍는 사람이 많더라.>
볼 것도 다 봤으니,
이제 숙소로 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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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숙소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마침 내일이 이동을 20km 미만으로 하기로 했기 때문에,
오늘 다 못 먹으면 내일 가져가서 먹을 생각으로
치킨 한 마리를 샀다.
미리 봐둔 치킨집이었는데, 되게 유명한 집이었다. 닭도 되게 큰 닭을 쓰고.
거기에 근처 식당에서 산 순두부찌개까지.
오늘은 1주일동안 고생한 나를 위한 조촐한 파티를 열기로 한다.
<그리고 파티에 빠질 수 없는 소주.>
도보여행을 한다고 하니
식당 주인 할머니가 반찬도 이것저것 싸주고 밥도 많이 주셨다.
7시 30분이 마감이라서 혹시나 해서 7시 20분에 갔는데,
가게 마칠 준비를 다 하셨음에도 포장을 기꺼이 해주신 주인 어르신께
감사의 말씀을 다시 한번 남기고 싶다.
<순두부찌개는 할머니의 손맛이 담겨있었다. 담백함 그 자체.>
오늘은 파티라고 앞에 캠을 켜 놨는데,
다시 한 번 느꼈다.
나는 앞에 뭘 켜두고 먹으면 먹을 게 잘 안 넘어간다는 사실을.
결국 다 꺼버리고 혼자 런닝맨을 보면서
맛있게 먹었다.
<흐흐흑... 오늘 치킨은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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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
예상 : 20.7+2.3+2km(숙소까지) = 25km
실제 : 29.33km
이게 이렇게 나온 이유는 근대역사박물관 한 바퀴 돌고 초원사진관 보러 갔다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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