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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여행 [작은여행기] 4. 25km를 가도 힘든 건 마찬가지구나

Broadcaster 리르리안
2021-11-01 18:12:23 47 0 0


[본 여행기는 개인적인 관점에서 편한 작성을 위해 반말로 작성되었습니다.]

[내용의 시점이 3주 가량 된 이야기라, 사실이 약간 왜곡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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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12일 화요일.


무인텔이란 곳은 생각보다 좋았다.

차가 없어서 갈 일이 없는 곳이었지만

차가 없어도 정말 편한 곳이었다.

사람 마주칠 일 없는 이 편안함.

그래서 그렇게 눈에 띄고 싶지 않은 커플들이

무인텔을 찾나보다.83376977146474b5846d5150e04ecc1d.jpg

<어제 찍은 무인텔 안. 이걸 찍은 이유는 왜였지?>


아침을 따로 준비한 건 없다

오늘은 짧은 거리를 가기 때문에

가는 길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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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km.

어제의 희생이 오늘의 짧은 여정을 만들어주었다.


짐을 잘 챙긴 다음,

모텔을 빠져나온다.

방송을 켜고,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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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느껴진다. 오늘도 날씨가 안 좋구나.>


여행을 시작하면서, 계속 아침에 일기예보를 듣는다.

오늘도 비가 올 예정이랜다. 5~20mm.

어제 엄마랑 통화할 때도 비 걱정을 하셨다.

많은 비가 올 예정은 아니지만, 

겨우 4일차에 판초를 3일이나 쓰는 건

판초를 산 내 판단력에게는 감사하지만

판초를 써야하는 것에는 안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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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런 길을 걸어서 왔다. 안 죽은 것에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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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여파일까?

분명 물집을 다 확인하고, 터뜨리고, 약도 발라주고

오늘 아침에는 나름 밴드도 감아줬다.

그런데도 발이 조금씩 아픈 거 보니

아무래도 자주 쉬어줘야 할 것 같다.

50분 걷고 10분 쉬고

기계적으로 반복해줘야 오늘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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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무 바닥에나 앉아서 쉰다. 거기에 어제 부러진 삼각대로 인한 로우앵글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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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선 국도를 걷는 건 너무 싫다.

그래서 응봉산업단지 안쪽으로 돌아서 갔다.

한 2km 더 걷는 거지만,

어쨌든 오늘은 30km 미만이지 않은가.

이정도면 됐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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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산업단지라고 이렇게 인도가 있다. 사실은 자전거길이겠지만.>


그렇게 좀 돌아가도,

어차피 4차선 국도를 걷긴 해야 한다.

한 시간이라도 덜 걷고 싶은게 내 마음일 뿐.

그래도 갓길이 어제보다는 넓어서 걷기는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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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선이 보여서 갓길이 아닌 것 같은데, 여기 빼고는 앞뒤로 다 실선이다. 왼쪽으로 산길이 나있어서 그걸 위한 진입로인듯.>


가다가 편의점이 나온다고 어제 확인해서,

편의점에서 물이라도 살까 했다.

그렇게 근처에 도착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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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버린 편의점>


불이 꺼져있었다.

안을 살펴보니, 더 이상 영업을 하지 않는 듯,

상품이 모두 빠져있었다.

그냥 유리에만 예전 이벤트 포스터가 붙어 있을 뿐.

옆에 있는 식당도 운영하지 않는 듯 했다.

이런 것도 다

코로나의 여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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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한 지 두시간.

밥을 먹기 위해 잠시 멈춘다.

여기는 금마농협 하나로마트 근처.

잠시 편의점을 들려서,

밴드를 하나 사주기로 한다.

다이소에서 산 구급함 세트의 밴드는

너무 싸구려라서 금방 떨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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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는 역시 "그"밴드. 근데 편의점이라 그런지 비싸다.>


약통을 꺼내 약을 발라주고,

밴드를 감아 준 다음

양말을 잘 신어서 싸매준다.

그리고 신발을 신어주면 끝.

아직은 신발 속이 좁아서

발이 힘들어하는 것 같다.

약지, 새끼발가락 말고도

엄지와 검지 사이에도 물집이 잡히는 거 보면

확실히 신발이 문제긴 문제인가 보다.


일단 다 준비는 해 줬으니,

밥을 먹어주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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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육개장 한 그릇.

생각해보니,

아침을 이렇게 제대로 챙겨먹은 게 여행 떠나고 4일만에 처음이었다.

맨날 7시에 출발한다고 전날 사둔 컵라면만 먹었는데,

이렇게 아침을 먹으니


평소에 안하던 짓이라 그런지

든든한 느낌을 넘어 더부룩해진다.

물론, 맛있으면 모든 걸 떠나서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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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하게 배를 채웠으니,

길을 다시 떠나본다.

10시.

최단루트를 위해 홍성군 시내를 지나는 걸 포기하고

시골로 나아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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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보고 싶어서 시작한 것. 그래도 4일째 보면 감흥이 점점 떨어진다.>


밴드로 감아둔 발가락이 조금 덜 아픈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시골길은 항상 차가 없어서 좋긴 한데

콘크리트가 아스팔트보다는 걷기 힘들다.

뭐, 오늘은 그런거 모르고

한 1주일 지난 뒤에 깨닫는 거라,

그냥 시골이라 좋네~

이런 생각에 걸어갈 뿐이다.


아직은 추수를 하지 않은 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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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잘못 선택한 느낌이 든다.

유난히 오르막이 많은 느낌.

비도 내리기 시작한다.

판초를 쓰기에는 애매해서,

그냥 레인커버를 씌우고 가기로 한다.


그리고 나타나는 오르막과 내리막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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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약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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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것도 생각보다 그렇게 세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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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오르막이다. 힘들어서 일부러 힘을 내서 셀카봉을 올려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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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 오르막, 오르막. 아무래도 홍천읍으로 가서 국도를 탈 걸 그랬나보다. 거긴 자전거길이었는데...>


이 여행을 하면서,

오르막만큼이나 내리막도 싫어졌다.

오르막은 발가락과 발바닥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힘들어했고,

내리막은 발가락과 발바닥이 힘들어했다.

그럼에도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선택하는 이유는

그만큼 짧아서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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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계산을 하기 시작한다.

내 시속이 얼마인지.

한 시간에 50분 가고 10분 쉰다고 가정하면,

한 시간에 4km를 가고 싶으면 시속은 4km/h가 아니라 50분에 4km, 4.8km./h, 

거의 시속 5킬로를 내야한다.

내가 지금 가는 걸 대충 보니

시속 4km가 되는 것 같다.

그럼 1시간에는 쉬는시간을 고려하면 대충 3~3.5km 언저리.

이대로 가면 3시간에 10km.

9시간을 밥을 안먹고 꾸준히 가야 겨우 30km.

예상대로라면 25km면 7시간 30분.

나는 오늘 7시에 출발했으니까 4시 30분.

밥을 먹었으니 5시.

아... 25km인데 5시에 도착이라고?

지금 시간은 2시 30분.

이상하게 몸 자체는 힘들다는 느낌이 덜한데,

발가락이 아파서

발바닥이 아파서

어깨가 아파서

허리가 아파서

내가 원하는 속도를 내지 못하는 내가

정말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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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렇게 가끔 만나는 시골의 버스정류장이 힘이 된다. 참고로 의자는 먼지투성이지만, 어차피 빨래 할거라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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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2시간만 걸으면 광천역에 도착한다.

광천으로 넘어가는 이 길은

요즘 도로포장 공사가 한참인 듯 하다.

공사를 당장 하고 있는 느낌은 아니지만,

여기저기 공사를 한 흔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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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포장이 깨끗한 도로는 우리 동네에서도 찾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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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계속 오르막이라더니, 이렇게 높이 올라왔다.>


가던 길에 한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

아무래도 도로 공사 하시는 분 같았다.

"안녕하세요."

멋쩍은 눈인사와 함께 한마디를 건넸다.

"일로 와서 물 하나 받아가세요."

아무래도 행색을 보니 티가 났나보다.

이런 건 거부하면 예의가 아니지.

"헤헤헤.. 감사합니다."

"아니, 지금 어딜 걸어가시는겨?"

"음... 오늘은 광천읍까지 가고요, 여행은 화성에서 여수에요."

"어이구.. 힘든 일 하시는구만... 고생하세요."

"감사합니다~"

"차 조심하고!"

역시 도로 공사 하는 분 답게 차 조심을 당부하신다.

"아~ 역시 찬 물 한잔 마시니까 힘나네~"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민폐가 되지 않는 여행이 되려고 하지만,

이렇게 도움, 그리고 응원을 해 주시는 건 항상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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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또 두시간.

광천 읍내에 접어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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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리아가 이렇게 반갑기는 머리털 나고 처음인 듯 하다.>


그리고 얼마 안가,

광천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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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말 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비가 내려서 판초를 뒤집어썼다.>


방송을 끄고, 

엄마에게 카톡으로 사진을 보낸다.

그리고 바로 전화.

"오호... 벌써 거기까지 갔어?"

신기하다는 건지, 대단하다는 건지 알쏭달쏭.

"그래서.. 언제 올건데?"

"일단 끝까지 가야죠~"

아무래도 30살 넘은 아들도 걱정이 되는 게 엄마 마음인 것 같다.

힘드냐는 질문에

선의의 거짓말을 좀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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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따로 숙소 예약을 하지 않았다.

모텔이 딱 하나, 여관만 많은 동네.

여관에서 하루를 묵기로 한다.

혼자 왔대니까 5천원을 까 주셨다.b7c0e9c5fcacc1b4e34fb2614231e438.jpg

<진짜 말 그대로 여관방인데 신기한 건 TV가 기대 이상이었던 것.>


빨래하고,

밥을 먹으러 나왔다.

광천은 아는 사람은 다 알지만,

김이랑 토굴새우젓이 유명하다.

그래서 시장도 새우젓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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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내부 모습.>


이리저리 검색을 한 결과,

원래 가려던 집이 아닌 다른 집을 들어간다.

왜냐면 원래 가려던 집은 

혼자 들어가기에는 너무 눈치가 보였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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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을 보라.>

원래 가려던 집이 칼국수였기에,

여기도 칼국수로 간다.

대신 여기는 알+고니 칼국수다.

자,

딱 보면 뭐가 떠오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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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어쩔 수 없다. 이 국물에 이거 안 먹으면 예의가 아니다.>


한 병은 거뜬히 마실 수 있는 맛이었지만,

내일을 위해 반 병만 마셨다.

남은 반 병이 너무 아까울 지경.

대신 내 옆 테이블의 아저씨가 두 병을 마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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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

예상 : 24.7km

실제 : 28.85km

실측오차를 제외하면, 아무래도 아침에 산업단지쪽으로 돌아 나간게 키로수 늘리기에 주요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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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편 이어보기

https://tgd.kr/s/rillyan_sj/59118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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