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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사연 대학생때 저지른 미친짓

소니도리
2022-11-13 22:03:31 139 5 1

대학생 때 전 아싸였습니다. 친구도 학과 동기 몇명이랑만 친하게 지냈고 동아리 활동 같은 건 하지도 않았어요.


근데 어느 날 학과 동기 중 한명이 좀 도와줄 수 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본인이 단과대 회장 선거 출마할건데 선거캠프 인원 채워달라는거 겁니다. 그냥 종이에 서명만 하면 되고 활동은 안 시킬거라고 해서 해줬습니다. 저랑 제 친구들 거의 대부분이 서명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회장 선거 나간다고 하던 친구한테 개인적으로 연락이 왔습니다. 어느 정도 아는 사이였지만 개인적으로 연락하고 다니던 사이는 아니어서 좀 의아해 연락한 이유를 물으니 이 회장 선거라는 것이 결국 실제 정당을 가지고 있는 애들이 주도하게 되는데 그 친구는 소위 말하는 '정당과의 연줄'이 없었고 그 결과 선거에 영향을 끼칠만한 학생들이 선거캠프에서 나가버린거였습니다. 거기에 단독 출마로 예상되었던 상황과 달리 다른 후보가 등록해서 그쪽 캠프로 원래 우리 캠프에 있었던 사람들이 그쪽으로 옮겨 버린거야. 결국 그 친구는 선거캠프 인원의 3분의 2 이상을 잃고 심지어 선본장(선거본부의 장)까지 잃고 만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자기가 아는 학과 동기들 모두에게 빠르게 연락을 돌려 누구라도 선본장을 맡아줄 수 있냐고 물어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친구랑 친했던 동기들도 그 자리가 부담스러워서 사양하여 저한테까지 연락하게 된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군요. 그래서 제가 선본장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받아든 선본장 자리였지만 정말 상황이 안 좋았습니다. 간부 역할을 할 사람은 없고, 선거캠프 내에는 이미 정해진 패배라면서 다들 활동하는 것을 꺼리고... 이 상황이면 선거일에 가기 전에 후보 사퇴를 해야할 것 같았습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저는 방향을 다르게 하려고 했습니다. 

당시 우리 학교 내에 문제로 인해서 학생들이 교직원과 교수들에게 반발하면서 시위까지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한창 시끄러울 때 저와 그 후보 친구는 교내 공청회나 시위에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해서 발언도 하고 질의에도 참여하면서 인지도를 높히려 했습니다. 또한 새벽 늦게까지 단과대 운영을 위한 방안을 토론하면서 실현가능한 수준에서의 최선의 정책을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부터 저희를 지지하는 층이 늘어나는 게 느껴졌습니다. 


저희의 지지율이 올라가니 상대측도 그걸 인지했는지 후보 확정을 3시간 앞두고 갑자기 항의서를 20부를 넘게 선관위에 제출하더라고요. 그 중에 3개만이라도 받아들여지면 우리 측은 후보 사퇴를 해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밤을 세워가며 항목 하나하나를 반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결과 2건만을 인정하고 2번의 경고를 받고 선거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선거 기간동안에는 정말 공부보다 선거에 더 집중했던거 같아요. 단과대 입구에서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목이 터져라 유세를 펼쳤고 사람들에게 팜플릿을 돌리며 홍보를 했습니다. 저녁이 되면 후보 토론회에 참석하여 상대 후보의 정책을 비판하고 우리 정책을 사수했었죠.

저랑 그 후보 친구는 한달이라는 기간동안 정말 할 수 있는것을 다했습니다. 정말 모든 것을 갈아넣었고 굉장히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죠. 결과 발표날이 되자, 오히려 시원하다는 느낌만 들 정도였습니다. 저희는 할 수 있는 것은 다했고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결과는? 패배해서 상대 후보가 회장이 되었죠. 그렇지만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저희는 털리지 않았습니다. 8:2가 나와도 다행일거라는 상황에서 저희의 표차는 100표 이내였습니다. 상대측 회장은 본인이 당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X씹은 표정이었고 우리 캠프는 서로 다들 고생했고 이룰 수 있는 건 다 이루었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그 후 저한테 선거 같이 나가자는 제의가 많이 들어왔지만 다시는 이렇게 선거활동은 못하겠다며 저는 거절하고 학업에 집중했습니다. 그렇지만 후보로 나섰던 친구는 당시의 경험을 백분 살려 아예 총학생회 선거에 부회장으로 나가게 되었고 결국 당선하여 총학생회 부회장이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했었던 선거활동이 가장 제 성격과 상반되고 가장 미친짓이 아니었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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