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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사연 할머니의 침자국

시고르똥강아지
2022-10-08 18:41:56 223 6 3

긴글주의 / 안무서움 주의 / MSG 다수 첨가주의

(그냥 읽으면 안무섭고 심심하니 브금이랑 같이 읽어요)


제가 대학생 시절 자취할때 겪었던 이야기입니다. 형편이 좋지않아 대학교에서 멀고 허름한 빌라 2층에 방을 구해 자취를 했습니다. 빌라엔 빈방이 많았고 이웃은 밤늦게 퇴근하는 아저씨 몇 분과 1층에 홀로 지내는 할머니뿐이었습니다. 그래서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면 빌라 안은 할머니와 저밖에 없었습니다. 조용하고 이웃 신경 쓸 필요없어서 나름 자취하기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 말이죠...


밤늦게 친구들이랑 술먹고 돌아오는 날이었습니다. 빌라 현관문을 열자 무슨 이상한 소리가 났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계속해서 물을 가볍게 푸~ 푸~ 하고 내뿜는 소리같았습니다. 어디서 나는 소린가 싶어 봤더니 1층 복도에서 할머니께서 벽에 머리를 박고 가쁜 숨을 몰아가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대고 계셨습니다.  마치 사람이 물에 빠져 외치는 소리같았습니다.. 살려달라 외치고 싶지만 입안 가득 물이차, 제대로 말을 못하는 절박한 외침... 할머니는 가쁜 숨을 몰고 많은 양의 침을 튀면서 계속해서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계셨습니다.

소름이 끼친 저는 뛰어서 2층 제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별안간 할머니가 걱정돼 1층으로 가보았습니다. 할머니는 여전히 벽에 머리를 박은채 이상한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조심스레 다가가 할머니를 흔들며 괜찮냐고 묻는 순간, 누구야!! 하고 큰 소리를 지르며 저를 노려보았습니다. 크게 놀랬지만 '2층에 사는 학생입니다' 라고 답하니, '아아 그 학생' 하고 '그래 그래...' 라 말하며 본인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할머니가 들어간 후, 할머니가 있던 복도 벽과 바닥에는 침자국이 흥건하게 남아있었습니다... 불쾌함과 찝찝함을 느끼며 제방으로 돌아갔습니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나는가 싶더니 다시 며칠 뒤 새벽에 또 머리를 박고 있는 할머니를 발견해서, 임대인분께 이에 대해 물으니 원래 체력이 약한 분이라 걷다가 벽에 기대서 자는 일이 잦고 중얼거리는건 단순 몽유병이라 신경 전혀 쓸 필요없다고 하셨습니다. 쉬팔 신경이 쓰이는걸 어떡하라고...


어느날.. 현관을 여니 1층 할머니께서 흐느끼며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드디어 일 났구나 싶어 바로 할머니 방 앞으로 갔습니다. 저는 다급히 '할머니 괜찮으세요?  괜찮으세요??' 하고 계속해서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 순간, 어느새 뒤에 나타난 할머니가 제 등위에 올라타 깔깔 웃기 시작했습니다. 깜짝놀란 저는 할머니를 떼어내려고 몸부림쳤습니다. 그러나 몸부림칠수록 할머니는 더욱더 제 목에 팔을 감쌌습니다. 그 상황이 너무 무서워 뒷걸음질로 할머니를 얻은 등을 벽에 박았습니다. 할머니가 아파 떨어질때까지 계속 박았으나 할머니는 여전히 제목을 감싸고 깔깔대며 웃었습니다.

할머니의 반복되는 웃음소리, 목을 감싼 소름끼치는 손의 감촉이 너무 미칠듯이 무서워 저는 계속 몸을 흔들고, 몸부림치고, 벽에 몸을 박았습니다. 불현듯 정신차리고 눈을 떠보니 익숙한 제방 천장이 보였습니다. 다행히 그 모든게 꿈이었습니다. 그러나 꿈이라는 안도감도 잠시, 온몸에 감각이 없었습니다. 바로 이건 가위라는걸 알아차렸습니다. 제 두 눈 외에는 전혀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그 당시 악몽이 너무 충격적이었을까요? 저는 가위 풀 생각도 하지않고 그저 멍하니 눈을 굴리며 제방 살펴봤습니다. 제방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쭉 보다가 오른쪽 머리맡을 본 순간 깜짝놀라 황급히 눈을 감았습니다. 그곳에는 벽에 머리를 박은채 서있는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예전에 들었던 할머니의 소름끼치는 푸 푸 침을 튀며 낮게 중얼대는 소리가 귓가에 생생히 들렸습니다... 다시 눈을 뜨면 할머니가 저를 쳐다보고 있을 것만 같다는 두려움에, 엄지 손발가락을 움직이면 가위 깬다는 걸 주워들어서 미친듯이 엄지 손발가락을 움직였습니다. 계속해서 귓가에 맴도는 소름끼친 소리와 언제 할머니가 뒤돌아 해코지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등 극심한 공포가 저를 미치게 했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요? 오랜시간 끝에 가위에서 풀려난 저는 이불에서 박차고 나와 주위를 둘러봤습니다. 방금 전까지만해도 생생하게 들리던 소리는 없어지고, 머리맡 벽에 있던 할머니도 사라졌습니다. 오직 땀 범벅으로 젖은 이불과 배게만 보일뿐이었습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않았고 그렇게 잠시동안 숨을 고르며 몸과 정신을 진정시겼습니다.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 그런 제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샤워도 이불빨래도 아닌 걸레를 빨아 머리맡 벽과 바닥을 닦는 일이었습니다. 꿈이라 있지도 않은 할머니의 침자국을 저는 계속해서... 오랜시간동안 걸레로 닦았습니다.


1년짜리 방 계약이 끝나자마자 저는 바로 다른 원룸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인사 드리면 반갑게 웃어주고 두유와 귤도 주셨던 좋은 할머니셨지만,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침을 튀며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던 그 소름끼치는 소리는 여전히 기억하며, 기억속의 트라우마로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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