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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피드백이요~

엠타입
2020-04-12 23:14:43 245 0 0

1화 쓴 건데 제목은 미정이에요. 처음 쓰는 거라 이상한 부분 좀 집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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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끝을 모를 황량한 대지와 위를 덮은 어둑한 하늘. 물길의 흔적도, 태울 만한 것도 없으며 그림자와 빛조차 희미하다. 도무지 생명이 살아갈 수 없을 듯한 공허한 공간. 그곳에 누군가 주저앉은 채 제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 


"「축」이 뒤틀렸다. 도대체 누가?"


 검은 머리카락과 검은 눈. 그것은 검은 소년이었다. 소년의 외모는 미형이긴 하나 지금은 무척이나 화가 난 듯이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있었다. 


"샤르만티나일리는 만무(萬無)하다. 설마 「바깥」인가?"


 계속 무언가를 중얼대던 소년은 머리를 움켜쥔 손을 풀고 땅바닥에 대었다. 소년의 시선은 빛 하나 없는 하늘로 향했다.

 노려보는 듯한 눈초리.

 위는 어두우나 밤이 아니었다. 별도 달도 해도 존재하지 않는, 그야말로 공허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나의 탐지에서 어떻게 벗어난 거지?"


 짜증과 의혹이 담긴 말투.

 소년은 한참동안이나 공허한 하늘을 지켜보다가 천천히 일어섰다.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차분히 가라앉은, 아니 텅 빈 검은 눈이 먼 곳을 바라본다. 그리고 나지막이 입을 연다.


"이제부터 알아보면 되겠지."






1. 테라스와 화원






《바꾸고자 함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든지 결국 그대가 택한 일이며 그대의 책임임을 망각하지 마시오. 이 당부가 나에게는 금지된, 그리고 유일한 요구요.》






 작금의 세상은 평화롭다. 물론 세상은 생각보다 넓고 그렇기에 세상 어딘가에는 크고 작은 잡음이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대체로 그러한 분위기란 것이다.

 과거의 크나큰 다툼은 대부분은 기억과 기록으로 남았다. 다툼은 새로운 규칙을 고정했다. 그런 규칙들이 인간의 세상을 돌게 한다. 언제나, 어느 정도의 삐걱거림은 있더라도 세상은 나아갔다.

 그러나 때로는 그런 움직임이 지나치게 정적으로 느껴진다. 길을 걸어가는 게 아닌 길이 움직이는 것처럼. 

 그렇기에 누군가는 생각한다. 세상이 변했다고.

 또 누군가는 생각한다. 세상은 그대로라고.


"그대는 어떤가, 케드본실 백자(伯子)?"


 달빛이 선명한 밤, 넓은 테라스에는 두 명의 소년과 두 명의 소녀가 있었다. 질문은 테라스의 좌석에 앉아 와인을 마시던 금발의 소년이 청발의 소년에게 건넨 것이었다. 청발의 소년은 테라스의 좌석이 없는 부분의 난간에 기댄 채 화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마 후자일 듯하옵니다."


 청발의 소년은 분홍색의 눈을 화원에 두고 답했다. 금발의 소년은 흥미롭다는 듯이 살짝 웃고는 와인을 한 모금 삼켰다. 소년이 아무 말도 없자 하늘색 드레스를 입은 소녀가 입을 열었다.


"아르펜이라면 당연히 전자일 거라 여겼는데 의외군요."


 소녀는 자신의 붉은 머리칼의 끄트머리를 매만지고 있을 때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륙은 여전히 갈라져 있습니다. 머리의 장벽엔 악수(惡獸)가 도사리고 장벽의 너머는 아직도 미지로 남아있습니다. 겨우 불완전한 평화를 가지고 변화를 논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산맥 문제야 난공불락이니 그렇다치지만, 자네는 이 평화가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처럼 말하는군."

"영원하리라는 보장은 없지요."


 청발의 소년은 난간에 한 손을 올린 채 반쯤 뒤돌아섰다. 그리곤 적발의 소녀 옆에 앉아있는 자신과 똑같은 색의 눈과 머리칼을 지닌 소녀에게 나지막히 말했다.


"이제 곧 '벨누르센티야의 밤무대'일진대. 들어가보는 편이 낫지 않겠니? 일루아, 네 데뷔탕트잖아."


 테라스와 연회장을 커튼이 경계짓고 있었다. 청발의 소녀는 커튼의 틈사이로 점점 어두워지는 연회장을 보고 몸을 일으켰다.


"황자님, 공녀님. 저는 들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제 오라비께 너그러우시면 좋겠네요."


 소녀는 커튼 뒤로 사라졌다. 금발의 황자는 그 모습을 보고 와인을 들지 않은 손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말하는 것이 꼭 백자같군."

"그러게요. 아무래도 케드본실 가문의 특징인가 보네요."


 청발의 소년, 아르펜은 떠드는 둘의 모습을 보고 다시 화원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러고보니, 아르펜 자네가 이번에 앙그릿트로 가게 되었지. 원래 편입은 규정에 어긋나는 일이지만 말이다. 어머니를 치료한 일이 큰 역할을 했어. 황가의 은인인데 누가 면전에 비난을 하겠나?"


 황자의 말이었지만 아르펜은 그저 화원만 바라보았다. 정작 입을 연 이는 공녀였다.


"그나저나 신기하네요."

"무엇이 말이냐?"

"당연히 아르펜이 치료법을 찾은 일이지요. 지금까지 그 병의 치료법을 찾아내기 위해 수많은 의원과 약초사, 심지어 마법사와 성직자까지 발악을 해도 결국 실패했는데 말이지요."

"치료법을 어떻게 찾아냈는지는 아르펜이 제시한 '조건'때문에 들을 수 없었지. 과인은 짐작도 안 간다."

"소녀도 그렇군요."


 이미 제국뿐만 아니라 대륙에까지 알려진 이야기다. 둘은 여전히 입을 다문 아르펜을 보았다.


"앙그릿트 편입이라는 조건도 흥미로웠다. 앙그릿트가 교육 측면에서는 제일이기는 하지만 결국 평화를 위한 볼모나 마찬가지니까. 알만한 사람은 다 알지."


 황자는 우려를 섞어 말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아르펜은 황자의 말을 듣고는 입을 뗐다.


"칸드리히 전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가문을 잇는 건 세브리안 형님입니다. 전하께서도 형님이 전하를 지지하리란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정이라고는 느껴지지도 않는 대답에 황자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마치 아르펜이 그런 반응을 하리라 예상한 듯한 표정이었다.


"9년 가까이 알아왔으니 그래도 나름 친우라고 할 수 있지 않나. 과인이 권좌를 원하긴 하나 정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니 과인의 우려를 그렇게 정치적으로만 해석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커튼 너머의 공간이 완전히 어둠에 빠졌다. 그 안을 채운 건 현악기의 소리. 느리고 잠잠한, 밤같은 음색. 


 "저희도 그만 들어가보는 편이 좋겠군요. 벨누르센티야의 밤무대가 시작됐어요."

"그러도록 하지. 아르펜, 자네도 들어가보는 편이 낫지 않겠나? 일루아의 데뷔탕트이지 않나."


 공녀의 제의에 동의하는 황자의 말이었다. 


"저는 그냥 여기에 있도록 하겠습니다. 일루아도 저보다는 두 분의 관람이 더 낫다고 여기겠지요."


 아르펜의 대답에 황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공녀와 같이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곧 구두 소리들이 타악기마냥 울리기 시작했다. 수많은 구두가 동시에 바닥에 닿아 나는 소리. 구두의 소리는 빨라지고 현악기의 소리는 느려진다.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온다. 가볍게 연주되는 정적인 음색. 어긋난 듯한 조합이지만 꽤나 듣기 좋았다. 정렬된 구두 소리가 울리고, 기나긴 전쟁의 잔상이 홀 안을 채우다 못해, 밖으로 성큼성큼 기어나와서는 심장 안에 스미었다. 

 말발굽 소리같은 구두 소리가 달밤을 가득 채우고 적들은 두려움에 잠겨 휩쓸린 듯이 도망치던, 그림자와 소리만으로 이루어낸 마법보다 더 마법같은 승리, 벨누르센티야의 밤. 

 승리를 되새기는 시작이다.


 저번엔 일루아의 데뷔탕트를 보았다. 지금은 지나간 일. 하지만 본 건 본거다. 그러니 지금 보지 않는다고 딱히 아쉽지 않다.

 지금 주목해야 할 것은 나로 인해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아마도 조금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하지만 아직 모자라다. 이제야 겨우 첫 발을 뗀 것에 불가하다.

 내가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는 하나 시간이 촉박한 것은 변함없다.

 전보다 더 빠른 시작. 최대한 많은 인재(人材)를, 자원을 확보해야한다. 

 그날이 올 때까지 인재(人災)를 제거하고 평화를 유지한다.

 힘들더라도, 손에 많은 피를 묻히더라도, 해내야만 한다.

 또다시 잃지 않기 위해서.



 구름이 달을 가리었다가 곧 물러난다. 만월의 빛이 화원을 뚜렷하게 한다. 아련함을 부르는 풍경이었다.



 돌아온 뒤로는 언제나 꿈자리가 사납다. 사라진 시간의 참극은 새록새록하여 나를 괴롭힌다.

 폐허가 된 제국.

 재가 된 가족과 친우.

 조각난 연인의 신체.

 대륙에서 성한 곳은 찾을 수조차 없었다.

 강대한 적들은 부수고 불사르며, 죽이고 먹었다.

 덧없는 저항은 바스라지고 마침내 홀로 남았을 때.

 그때 나는......


 그만 두자. 이제는 시간 낭비에 불가한 상념이다. 그때로부터 가져올 건 지식과 감정 뿐.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기껏 얻은 기회를 날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 시간에 좀 더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내는 게 이득이리라.

 그래, 분명.

 

 하지만 상념이 화원의 기억에 다다랐다. 그때의 감정을 가늠하고 싶었다. 수없이 닿았던 추억은 매번 낯설기만 해서 문득 '잠깐은 괜찮겠지'라며 합리화하고 말았다.


 소소한 바람이 일어 화원의 위를 쓸었다. 달빛 아래서 형형색색의 머리칼이 바람에 나부꼈다. 한 방향으로 살포시 기대는 듯 휘는 줄기. 바람을 등지고 다른 꽃을 감싸는 형상이었다.

 화원을 지난 바람이 위로 기어올라 테라스에 도달했다. 꽃내음 가득 실은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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