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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백 요청-실험작

권형
2020-04-11 17:57:15 258 2 1

제목 : 공작가 꼴통의 종횡무진


 호크폴 대륙, 통일제국 파이오니어의 북부에는 마칼루라는 대륙에서 가장 높은 산이 있다. 세상의 끝자락이자 천체의 중심인 그곳에는 천문대 하나가 지어져 있는데, 천문대의 제단은 사방이 높은 벽으로 막혀 있고, 천장은 뚫려 있었다, 따라서 천문관들은 제단에서 올려다본 별들이 세상의 대소사를 관장하는 별들이라 굳게 믿었다.


 그 중에서도 일등성 일곱 개를 북두칠성이라 명명하였는데, 각 별은 무예, 학문, 상업, 통치, 군사, 종교, 영웅을 상징했으며 각각 검성, 지성, 황금성, 제왕성, 장군성, 신성, 영웅성으로 불렸다.


 아주 오래전, 천문대의 천문관은 7살 된 아이를 제단에 올려두고, 천기를 살펴보니, 일곱 별 중 하나인 검성의 환히 빛나는 것을 보곤 그 아이의 미래를 점쳤다. 


 이후 이 아이는 세계를 뒤흔든 대검호가 되었고 공왕의 자리에 올랐다. 예언이 적중하자 대륙에는 특별한 날에 천문대에 오르면 별들이 재능을 내려준다는 신앙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이 믿음은 네 명의 공작과 두 명의 변경백과 하나의 황제가 인간을 다스리는 오늘날에도 전통으로 이어져왔으며, 그리하여 천문대는 3년에 단 일주일만 개방하여 찾아오는 모든 아이들에게 별의 재능을 내려주게 되었다.


*** 


 마칼루 천문대가 개방하는 시기는 항상 살을 에는 칼바람과 앞을 가리는 눈보라로 몸을 가눌 수 없게 된다. 땅에서 유일하게 별들과 소통할 수 있는 마칼루 천문대는 그 입장부터 신이 정해주기에 7살 된 아이가 혼자 마칼루 산을 등반한다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어불성설이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마칼루의 순례길은 명문가의 산책로가 된지 오래였다. 일찍이 별이 내려준 재능을 기반으로, 부와 물자를 축적한 일곱 가문의 지배자들은 별이 내려주는 재능을 얻기 위해서 열 살이 넘지 않은 자녀들을 가문에서 준비한 등산대와 동행시켰다.


 숙련된 셰르파와 최고급 물자, 그리고 최고의 호위대로 구성된 일곱 가문의 등산대의 위용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그것도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모든 재산을 털어 소규모 등산대를 꾸린 이들이 주눅이 들 정도로.


 명문가의 등산대들은 각자의 상징이 걸린 깃발을 높이 세우며 산을 올랐다. 하지만 대자연은 항상 인간에게 냉혹했다. 칼바람과 서리는 인간의 의지를 꺾고, 끝내 좌절시킨다. 현명한 누군가는 발걸음을 돌려 삶을 보전하기도 했지만, 어리석은 누군가는 무모한 산행 끝에 탈진하며 그대로 자연의 일부가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산행은 계속되었다. 별의 향한 인간의 갈망. 그것은 두 눈 멀쩡한 사람을 맹목으로 만들 정도로 치명적이니까. 어느 의미에서 이들은 불씨 한 점 없는 설산의 불나방이었다.


 “으...... 다들 어디있는거야.”


 한 소년이 산행 중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천문대를 향한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으니 길을 잃을 걱정은 없었지만, 낙오라는 것은 본디 유쾌한 것은 아니었다. 다행스럽게도 소년은 스스로의 짐을 짊어졌기에 당장의 식량과 식수에는 문제가 없었다. 다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으...... 당장 어디서 잔다냐......”


  불과 잠자리. 만약에 친절한 누군가를 찾지 못한다면 소년은 불과 천막 없는 밤을 보내야했다. 그리고 소년은 그것이 자살행위임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은 그런 소년을 배려하지 않고, 해를 거둬갔다. 설산에 어둠이 내려앉자, 등산대들은 산행을 멈추고 밤을 보내기 위한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저, 저기...... 혹시 괜찮다면 천막만 같이 써도 괜찮을까요?”


 소년은 곳곳에 피워진 모닥불을 기준으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동침을 구걸했다. 하지만 추운 날씨는 사람의 인정도 얼려버리기에 소년에게 돌아온 것도 냉혹하기 그지없었다.


 “저리 꺼져!”

 “재수 없는 꼬맹이 같으니. 빨리 안 꺼지면 물을 뿌려주겠다!”


 등산대에서 열 살 이하의 어린아이는 안전하게 모셔야 할 대상이자, 동시에 경쟁자나 다름없었다. 때문에 소년 역시 타 소속의 사람들에게 좋은 대접을 받을 수는 없었다.


 “죄, 죄송합니다아!”


 설산에서 물을 뿌리겠다니! 얼어 죽기 싫었던 그대로 소년은 부리나케 도망갔다. 이후의 소년은 산을 내려가며 잠자리를 구걸했다. 위장색의 장군성가에도, 화려한 천막이 인상적인 황금성가에도, 십자휘장이 그려진 백색천막의 선성가에도 들려보았지만 모두 헛수고였다.


 그렇게 소년은 긴 대열의 중간위치에서 꼬리까지 내려오게 되었다. 끝자락의 끝자락, 그 곳에는 어느 노인과 잿빛 단발머리의 소녀가 작은 천막을 치고 불을 쬐고 있었다. 이젠 정말 마지막이기에 소년은 한층 주눅이 들어 그들에게 다가갔다.


 “저, 저기요. 일행이랑 떨어져서 그런데 천막만 같이 쓸 수 있을까요오오.....”


 소녀와 노인은 오밤중의 방문객을 경계심 서린 눈빛으로 째려보았다. 그리곤 노인은 소녀에게 뭔가를 속닥거렸다.


 “아, 죄송합니다..... 그냥 갈게요......”


 결국 소년은 이들의 반응에 실망하여 적당한 자리를 찾고자 자리를 떠났다. 적어도 바람이 불지 않는 곳에서 자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너, 불침번 잘 설 자신 있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려는 소년에게 잿빛머리 소녀가 말했다. 그러자 소년은 언재 그랬냐는 듯이 번개같이 불가에 달려왔다.


 “응! 자신 있어! 맡겨만 줘!”


 소년은 간신히 얼어 죽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그 대가로 수면시간의 절반을 불침번으로 날려먹었지만, 그래도 살아서 아침 해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소년에겐 큰 기쁨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렇게 소년은 소녀와 함께 불을 쬐다가 텐트에 누워서 잠에 빠져들었다.


 “야, 일어나. 교대 시간이야.”

 “어.... 알았어. 잘 자.”


 그리고 미리 정해놓았던 시간이 되자, 소녀는 소년을 깨웠다. 소년이 배정받은 시간대는 한밤중부터 동이 틀 때까지 깨어 있어야 하는 말번초였다. 따라서 설산의 날씨는 무척이나 추웠지만, 별과 불. 단지 두 가지의 빛 만으로 소년의 마음은 한없이 따뜻했다. 그렇게 소년은 별을 세다가 여명이 밝아오는 것을 보았다.


 “와! 멋있어!”


 밤이 저물고, 아침이 밝아오는 기적. 소년은 대자연이 인간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절경에 감탄사를 참지 못했다. 그리고 소년이 절경에 감탄하는 사이에 잠에서 깬 소녀가 천막 밖으로 나왔다.


 “어? 일어났어?”

 “어. 하도 시끄러워서.”


 “아하하 미안미안. 하지만 봐, 너무 멋있지 않아?”

 “...... 그러네.”


 소년과 소녀는 잠시 동안 해돋이를 감상했다. 그리고 경건한 침묵 속에서 소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너, 이름은?”

 “나? 나는 케이드 콘스탄틴!”


 소녀는 소년의 이름을 듣고 놀랐다. 콘스탄틴. 북두칠성의 축복을 받은 제국의 일곱명문가중에 하나였기 때문이다.

 

 “콘스탄틴? 제왕성가의 자식이었나?”

 “응! 너는? 네 이름은 뭐야?”

 “아델린, 아델린 애쉬그레이.”


 케이드의 이름을 듣고 생각이 복잡해진 아델린과 달리, 케이드는 한없이 해맑았다. 통성명, 새 친구를 사귀는 의식을 치룬 것에 행복해진 케이드는 서스럼 없이 아델린에게 손을 내밀었다.


 “산을 오르는 동안 잘 부탁해!”

 “그래.”


 아델린은 잠시 망설이다가 케이드의 손을 잡았다. 아침 해가 새벽을 완전히 걷어내었고, 이제 다시 산을 오를 시간이었다.


*** 


 모든 여정에 끝이 있듯이, 케이드와 아델린의 산행도 드디어 끝에 도달했다. 대자연 속에 마칼루 천문대가 드디어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정말 의외로 모두가 떠난 자리에 마지막으로 도착한 이들을 맞이한 이가 있었다.


 “케이드 공자님. 늦으셨습니다.”

 “아....... 레이 서기관.”


  제왕성가, 콘스탄틴의 의회서기관 레이. 케이드는 중년의 서기관을 마주하자 심히 주눅이 든 모습을 보였다.


 “대체 뭘 하신 겁니까. 당신의 낙오가 얼마나 많은 이의 시간을 낭비했는지 아시는지요.”

 “그게 아니라 정말 열심히 걸었어. 하지만.......”

 “변명은 필요 없습니다. 콘스탄틴에선 오로지 결과만 남게 되지요.”


 서기관의 냉대에 케이드는 더욱 더 주눅이 들었다. 아델린은 긴 산행동안 활발하던 케이드가 주눅이 든 모습을 보자 낯선 기분이 들었다. 그리곤 한발 나아가서 서기관과 대면했다.


 “뭐, 길가다 낙오한 이 녀석도 머저리긴 한데. 꼬맹이하나 챙기지도 못한 콘스탄틴도 머저리병신이로군. 제왕성가의 수준은 고작 이정도인가?”


 아델린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태연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수위가 있었기에 케이드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만일 콘스탄티노플에서 콘스탄틴의 고위 공직자를 모욕한다면, 사법재판으로 입을 꿰맬 정도이기 때문이다.


 “발언에 주의해라. 시민.”

 “왜? 그 잘난 콘스탄틴의 사법재판이라도 벌일 건가? 이 마칼루에서?”


 “못할 것도 없지.”

 “퍽이나 잘도 하겠군. 여기는 콘스탄티노플이 아니다.  황실 직할령 마칼루지. 엄연히 법이 다른데, 잘도 처벌하겠군. 서기관이라는 작자가 속지주의를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


 아델린과 서기관은 잠시 동안 서로를 응시했다. 그리곤 이 말싸움이 시간낭비라 판단한 서기관이 먼저 한발 물러섰다. 잠깐의 기싸움이 끝나고 서기관은 케이드를 돌아보았다.


 “이미 다른 공자님들은 의식을 마치고 하산했습니다. 이곳에 남은 콘스탄틴은 공증인의 임무를 부여받은 저와 소규모의 셰르파들만 남았습니다. 오늘 밤 의식을 마치고 다음날 바로 하산할 예정이니 그리 아십시오.”


 말을 마치고 서기관은 케이드를 데리고 먼저 천문대 안으로 들어갔다. 헤어짐의 순간은 재회를 기약할 틈도 없이 불쑥 들이닥쳤다. 케이드는 서기관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서도, 뒤를 돌아보며 아델린을 바라보았다. 


 눈이 맞은 순간, 무뚝뚝한 소녀는 소년에게 아주 작게 손을 흔들었다. 그걸 본 소년은 아주 잠깐이나마 활짝 웃을 수 있었다.


*** 


 영웅제력 394년, 마칼루 천문대 개방 마지막 밤. 이날의 천체에 두 가지의 이상 현상이 발견되었다. 


 첫 번째는 제단에 선 소녀에게 북두칠성의 모든 빛이 응답했다는 것이다. 이에 천문관들은 전설적인 영웅의 출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반면 두 번째 이상 현상은 첫 번째와는 정 반대였다. 제단에 선 소년에게 모든 북두칠성은 침묵했다.


 하지만 벽에 가로막혀 한정된 공간만을 바라보는 천문관들은 두 번째 이상 현상의 전부를 확인 할 수 없었다. 

 

 소년이 재단에 선 순간, 침묵한 북두칠성과 주변의 이등성을 제외한 모든 별들이 소년의 등장에 기뻐하며 그 어떤 순간보다도 환하게 빛났던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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