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사연 있어요 (장문) 내가 겪었던 사이비 종교 이야기

녹색신사
2021-09-25 00:47:38 788 10 4

어제 저챗을 진행하며 어쩌다보니 다단계와 사이비 종교 등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왔었죠.

사이비 종교에 관한 얘기들을 듣다보니 1년? 정도 전의 사이비 종교와 엮였던 일이 생각나더라구요...

오늘은 두부님도 건강을 위해 휴방을 하시고...딱히 할일도 없어서 사이비 종교 얘기를 들으며 떠올랐던 저의 썰을 좀 써봅니닿

사실 그렇게 특별하거나 재밌는 스토리는 아닐 수 있지만...ㅎ


시간대는 2019년 12월 ~ 2020년 2월 쯤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회사에 막 입사했던 때이기도 하죠.

일단 어쩌다가 사이비와 엮이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길게 쓰지는 않겠습니다, 뭐...그냥 어쩌다가 알게 된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이 성경공부를 하는 프로그램을 추천을 해줘서 '비전스쿨' 이라는 곳에 다니게 되었다...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사실 구미가 당기는 제안은 딱히 아니었지만 거절을 잘 못하는 저의 성격 상 하겠다/안하겠다 확답을 못하고 대충 둘러대다가 반강제로 하게됐죠 허헣

어쨌거나 비전스쿨에 다니기로 했고 처음에는 '2주'정도만 다녀보기로 했습니다. 2주정도만 다녀보고 역시 별로다 싶으면 그만 다니겠다고 했죠. 비전스쿨에 처음 발을 내딛었을 때의 저의 느낌은...상당히 묘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여타 학원이나 교회같은 곳과는 뭔가 다른...그곳에서 저를 맞이해주는 전도사님들과 전체적인 반의 분위기에 처음 느껴보는 오묘한 느낌이 들었죠. 첫시간은 OT를 진행했습니다. OT를 진행하며 비전스쿨에서 지켜야할 주의사항 등도 설명해줬는데 '비전스쿨 내 사진촬영, 동영상 촬영 금지', '비전스쿨에서 같이 수업을 듣는 사람들과의 연락처 교환 금지' 등...흠...

솔직히 첫날과 며칠정도는 '역시 2주만 채우고 안하겠다고 말해야겠다.'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별로 흥미가 생기진 않고 무엇보다 제일 문제였던 것은 아무래도 제가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는게 문제였죠. 

비전스쿨은 평일 '월, 화, 목, 금' 에 진행하며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뉘었습니다. 저는 회사를 다니니까 당연히 오전반은 못듣고 오후반을 들어야 했죠. 그리고 오후반은 오후 7시에 수업시작이었는데 제가 다니는 회사는 오후 6시 퇴근이고 회사와 비전스쿨의 거리는 1시간정도가 걸리는 거리였습니다. 그리고 회사에 입사한지 얼마 안됐을 때라 일도 많이 서툴고 해서 일하는게 많이 어렵고 피곤하기도 했고 정시퇴근을 못하는 경우도 허다했었죠. 그런 와중에 퇴근하자마자 1시간거리를 달려 비전스쿨에 가서 수업을 듣고...수업은 오후 10시에 끝나고...비전스쿨부터 집까지도 한 30분정도 거리였고...평일 수요일을 제외한 4일을 상당히 빡센 스케줄로 보내야 했으니 그만두고 싶은게 당연했겠죠. 하지만 어느순간 저의 이런 생각들이 바뀌게 됩니다.

회사 일과 더불어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저는 꽤나 피폐해져 있었습니다. 여러모로 힘들었죠...이런 제가 회사 일이 끝나고 비전스쿨로 가면 비전스쿨의 전도사님들과 여러 사람들은 정말 밝은 얼굴로 저를 환영해주며 저를 신경써주었죠. 늘 그렇게 저를 반겨주는 그 분위기가 저의 마음을 점점 열게끔 만들었고 그런 분위기를 정말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피곤한 일상 속에 비전스쿨이 마음의 안정을 얻는, 힐링이 되는 듯한 공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죠. 그곳의 분위기와 사람들이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위에 쓴것처럼 상당히 피곤한 일정임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회사에서 퇴근을 하게되면 비전스쿨로 향했죠. 그곳에서 배우는 성경 교육도 듣다보니 나름 흥미가 생기고 재밌기도 했고요.

비전스쿨의 분위기, 비전스쿨의 사람들이 좋아서요...이렇다보니 처음 2주만 다니고 그만둬야지 라는 생각은 사라졌고 그렇게 한달정도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여러분들 모두 아시듯 20년 초쯔음부터 우한폐렴, 코로나가 우리나라에도 급격히 확산되기 시작했죠.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시설들이 당시 방역당국의 지침으로 잠시 문을 닫았던 것 처럼 비전스쿨도 잠시 수업을 중단하게 되었죠. 그리고 전 비전스쿨의 사람들과 잠시동안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쉬웠고, 퇴근 후 비전스쿨에 못가니까 허전하다고 느꼈죠..

여러분 모두 아직까지 기억하실런지 모르겠습니다. 31번 확진자...31번 확진자가 신천지 신도였고 이곳저곳 이동하며 코로나 감염을 매우 극대화 시켜 전 국민이 분노했었죠. 사실 이미 신천지에 대한 이미지는 원래도 안좋았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신천지의 이미지는 더더욱 나락으로 사출되어버렸죠. 인터넷과 SNS 등지에는 신천지 구분법, 신천지의 전도 방법, 신천지의 위장단체 등이 많이 공유가 되고 있었고요, 그리고 저는 내심 불안해졌습니다. '비전스쿨도...설마?' 속으로 의심이 싹트려고 했지만 아닐거라고 믿고싶었어요. 전 그곳의 분위기와 사람들이 너무 좋았으니까요. 피폐해져 있던 저의 일상에 힐링이 되었던 시간이었고...그 사람들이 신천지가 아닐거라고 믿고싶었어요...

그러던 와중 비전스쿨의 한 전도사님과 연락을 하게됐죠. 여전히 비전스쿨은 잠시 수업이 중단된 상태이고 안본지 좀 됐으니 오랜만에 만나서 같이 저녁이나 먹자는 약속을 잡았습니다. 약속 당일, 오랜만에 보는 전도사님이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전도사님은 그동안 뭔가 감춰놓은 듯한 사실을 말해주려는 듯 의미심장한 말을 하셨죠.

같이 식사를 하고난 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비전스쿨에 대한 얘기를 하게됐고 전도사님은 제게 비전스쿨에 대해 그동안 말해주지 않았던 감춰놓았던 사실을 실토하셨죠. '새 하늘, 새 땅, 신천지'

이 사실을 들은 저는...속으로 그래도 혹시? 싶긴했지만...막상 정말로 비전스쿨이 신천지였다는걸 알게되니 정말 배신감이 매우 밀려와서 숨도 막 가빠지더라고요..;; 정말 깊은 배신감과 실망감이 가득했죠...좋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그런 사람들이 아닐거라고 믿고싶었는데...믿음은 완전히 산산조각나 버렸죠 뭐...

차마 전도사님 앞에서는 딱히 별말 못하다가...헤어지고 난 후 전도사님과 처음 비전스쿨을 권했던 그 사람의 연락처를 모두 차단해버리며 비전스쿨과 관련있는 모든 연을 끊어버렸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더더욱 이미지가 싫어지긴 했지만 이전에도 이미지가 좋지 않았던 신천지이기에...신천지라는 것을 알고나서는 그쪽 사람들에 대한 정이 뚝 떨어져서 연 끊는데 미련도 없더라구요..헣

이후 신천지에 대한 자료들을 많이 찾아봤는데 정말 모든것들이 비전스쿨과 딱 맞아떨어져서 소름이 돋더라구요. 그곳에서 가르치는 교리, 성경 해석 방법, '월, 화, 목, 금' 수업, 시설 내 촬영 금지, 같이 수업듣는 사람들간의 연락처 교환 금지 (한명이라도 비전스쿨이 신천지인 것을 알아낸다면 비전스쿨이 신천지라는 사실을 공유할 수 있으니) 등...

솔직히 저정도면 나름대로 사이비 종교에 관한 일화같은 것들도 많이 봐왔고 나름대로 아는게 많으니 살면서 절대 사이비 종교에 속지 않을거라고 자신했는데...좀 더 자세히 알아봤다면 비전스쿨에서 더 시간낭비 안하고 빨리 빠져나올 수 있었을텐데...참 한탄스럽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환경, 사람의 심리상태가 정말 중요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위에서 말했 듯 회사 등의 문제로 좀 힘들었던 상황이었고 힘든 저를 비전스쿨의 사람들은 신경도 많이 써주고 잘해주고 하다보니 처음 비전스쿨에 갔을때의 묘한 느낌, 경계심이 사라지고 금방 비전스쿨과 이곳의 사람들이 좋아지고...이렇게 신천지 등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데에는 종교적인 것 뿐만 아니라 사람의 심리 상태와 처한 상황이 정말 큰 영향을 끼친다는걸 몸소 배우게 됐네요...이래서 신천지에 빠지고...스스로 신천지에서 빠져나오지 않으려고 하고...이래서 사이비 종교 등에 빠지는구나 싶어서 이해가 되면서도 참 안타깝더랍니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인해 사이비 종교에 대해 이것저것 찾다보니 저희 부모님과 엮여있는 신천지가 아닌 또 다른 사이비 종교가 있었음을 알게되는데...;;)



말이 굉장히 길었죠? 제가 보기에도 상당히 장문이네요...사실 정말 부끄러운 과거이긴 합니다...사이비와 얽혔었다는게...물론 아는 사람에게 속아서 엮였던 거지만...

두부님 휴방에 저도 딱히 할것도 없다보니 이렇게 제가 겪었던 일에 대한 긴 글을 쓰게 되었네요...어쨌거나 저처럼 이렇게 속지 마시고...사이비든 다단계든 뭐든간에 안빠지게끔 다들 조심하셨으면 좋겠네요.


이 긴 글을 모두 읽으시는 분들이 계실지는 몰겠지만 읽어주셨다면 감사합니다. ㅎ




후원댓글 4
댓글 4개  
이전 댓글 더 보기
이 글에 댓글을 달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해 보세요.
▲윗글 20210930 _연두부_
▼아랫글 (장문) 넋두리 + 변명 난늘널생강해
공지사항자유게시판두부 그리기게임 추천클립 / 움짤사연 있어요시청자참여플레이 리스트후기 게시판피드첩 신청 게시판털 게시판이거 불러주세욤재능기부두부마켓
36
사연 있어요
아버지가 울면서 전화했었어요 [7]
_채스우드_
01-06
20
사연 있어요
엄마가.. 받았습니다.. [6]
호재ㆍ
01-03
1
사연 있어요
두부님 감사합니다~ [1]
키즈카페노키즈존
12-26
1
사연 있어요
오늘이 정말 개인적으로 괴로운 날이라 둡해성사.. [1]
키즈카페노키즈존
12-23
1
사연 있어요
안녕하세요 [1]
설애연
12-20
14
사연 있어요
고민상담 해주실분! [6]
칠성오월
12-20
18
사연 있어요
7년 만의 재회 [7]
하꼬빤쓰신축성감별사찬이
12-15
1
사연 있어요
둡님 [2]
흰도깨비
12-06
15
사연 있어요
쉬시는 동안 55,000년을 살다 왔읍니다,,,, [8]
케겔운동세상을놀라게하다
11-06
1
사연 있어요
안녕하세요 연두부님 [2]
jio2170
10-13
77
사연 있어요
20210930 [59]
Broadcaster _연두부_
09-30
»
09-25
21
사연 있어요
(장문) 넋두리 + 변명 [5]
난늘널생강해
09-15
20
사연 있어요
조금은 우울한 이야기 [44]
땃쥐코
09-13
16
사연 있어요
한탄 [16]
케겔운동세상을놀라게하다
08-24
1
사연 있어요
악기.. [2]
leeyouu
08-23
1
사연 있어요
이번 방송도 재밌게 봤습니다 [2]
알만
08-12
1
사연 있어요
뭐였을까요? [1]
햇껄룩둡냥아치
08-03
9
사연 있어요
여기가 차인사연 올리는곳이가요 [4]
난죠러브
08-03
2
사연 있어요
두부님께. [1]
gomdolpang
08-03
1
사연 있어요
안녕하세요 두부님.. :) [1]
_람쥐
08-03
36
08-02
23
사연 있어요
둡튜브 독후감 - 모던워페어 3 [35]
행복벨
08-02
17
사연 있어요
둡튜브 독후감 - 모던워페어 2 [17]
행복벨
07-24
17
사연 있어요
둡튜브 독후감 - 모던워페어 1 [16]
행복벨
07-24
3
사연 있어요
바이는 굿바이 하는데 [1]
아슈발
07-04
인기글 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