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친구와 제가 만난 건 중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그 친구와 만나기 전의 얘기를 하자면
전 개명하기 전 이름(박흥수) 때문에 놀림도 많이 받고 시비도 많이 걸려서 사람들하고 어울리고 싶지 않아 초등학교 6년동안 혼자 다니고 도서관에 박혀있다시피 했는데 중학교 들어와서도 바뀌는 것은 없더라구요
초면부터 이름 가지고 놀리고 시비 걸고 그러다보니 사교성도 없는데 친구를 사귈 의지조차 없어졌습니다
그런데 중학교 2학년 때 만난 그 친구는 조용히 앉아있는 저에게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주더라구요
전 어차피 이놈도 다른 애들하고 똑같겠지 하는 마음으로 적당히 상대해주고 있었는데 그 애는 다른 애들하고는 좀 달랐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다른 애들한테 이름 가지고 놀림받는 것을 봤던지라 그걸 제가 기분 나빠한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던 것 같더라구요
그 뒤로 저는 그 친구와 함께 어울리는 일이 많아졌고 제 성격도 천천히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어둡고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생활에서 조금씩이지만 웃기도 하고 장난도 조금씩 받아줄 수 있게 되면서 (이름 가지고 하는 장난은 받아줄 수 없었습니다) 다른 애들도 적지만 그래도 친구들을 사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게 좀 오글거리지만 그 친구는 아무하고도 어울리려 하지 않고 그 무엇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려는 스스로 만든 우물 속에 갇혀 있는 저를 끌어내주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눈을 닫고 귀조차 틀어막고 있던 저를 끌어내서 빛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친구와 가는 대학은 달라졌지만 그 친구가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다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 친구는 제게 정말 소중한 친구이며 이 세상에서 둘도 없을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사연하고는 상관없는 얘기이지만 오랜만에 찾아뵙네요 제 예전 닉네임은 이거하면어떻게될까 그리고 かねき 였습니다 곧 다시 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