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했을 때입니다.
당연히 총 MT를 가게 되었고, 어색함 반, 기대감 반으로 출발했습니다.
어차피 MT가서 각종 프로그램으로 즐기고 밥도 먹고 하는건 당연한 일이니 과감히 스킵!
같은 학년인 2학년 여자애들은 다양한 색깔의 활발함을 가지고 있어서 술먹을 때 부담도 줄어들어 즐겁게 술을 먹을 수 있었죠.
시간이 흘러 밤 11시. 집에서 연락이 와서 다음날 첫차를 타고 집으로 가야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체력도 좋았고, 원래 술먹고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날은 밤을 세는 성격이라 다른 사람들이 다 자는 시간에도 깨어서 조용히 남은 술을 홀짝이고 있었습니다. MT간 복학생으로 유명한 바람에 휘날리는 처량한 장면처럼 말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저만 있었던것은 아니었지만, 원래 시끄러운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 잠깐 동떨어져 앉아있었죠.
시간이 좀 지나 아침 5시. 이제 남은 사람이 얼마 없었는지 자연스럽게 제 주변으로 사람이 모이더군요. 남자 선배 한명과 여자 후배 한명.
여자 후배 : 왜 안자고 있어요?
나 : 아 일이 생겨서 첫차타고 올라가봐야하거든
여자 후배 : 흐응~
그리고 다시 시작된 작은 술자리. 당연히 대화는 제 위주로 돌아갔죠. 복학생이니까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겠죠.
나 : 아니 근데 너는 왜 나에 대해 그렇게 궁금한게 많아? 내 일정이 왜 그리 궁금한건데?
여자 후배 : 아니 그냥 뭐... 궁금할수도 있죠~
남자 선배 : 그래. 그래. 그럴수도 있지~!
나 : 아니 형 옆에서 부추기지 마세요.ㅋㅋㅋㅋㅋ 왜그리 궁금해하는거야. 이러다 스케쥴 관리까지 하겠다고 나서겠네.
여자 후배 : 좋아요!
남자 선배 : 오올~~
이쁘장한 애가 저렇게 당차게 말하니 기가 차더군요.
나 : 그래 그럼. 너는 오늘부터 내.....
지금 생각하면 정말 후회하는 한마디였습니다. 진심으로... 진심으로!!!!
나 : 메니져다.
남자 선배 & 여자 후배 : ......
잠깐의 정적.. 그리고 선배의 한마디
남자 선배 : 야... 그럴땐 여자친구라고 하는거야....
나 : .......
여자 후배 : 그러니까요. 이 오빠가 아직 사회물이 덜들었네~
나 : 아하.... 그런가?
그렇게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고.... 저는 그 뒤로 그 아이와 엮이는 일이 없었습니다......
사실 그때는 좀 그랬습니다. 군대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 사람들 속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니 딱히 새로운 사람과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은 안들었어요.
딱 인사 나눌 정도만. 딱 그정도만 되면 만족했었죠. 필요한 대화는 할 수 있으나 굳이 사적인 대화는 하지 않는 그런 정도만 원했거든요.
어.... 그냥 좀 혼자 있고 싶었던 것 같아요.
왜 그랬을까요..... 진짜 엄청 후회합니다
하..... 이뻤는데.... 진짜 이뻤는데...... 저어엉말 정말 이뻤는데!!!!!
신청곡은 '오승근의 있을때 잘해'.....가 아니라 '화사-TWIT(멍청이)' 입니다.
P.S 비밀따위 없다! 난 당당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