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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라디오♥ 첫사랑

검은기둥
2019-07-12 22:53:21 293 1 1

고1에 만나 대1까지 짝사랑한 친구의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처음에는 아무 마음도 없는 친구였어요. 그냥 같은 반의 여자1 같은 느낌이랄까요.

심지어 당시에는 전형적인 여자하고 대화도 잘 못하는 찐ㄸ...쑥맥이였고 생각 없이 남자들이랑 바보같이 노는 것에만 정신이 팔렸기에 더더욱 안중에 없었지요. 물론 착하기도 하고 얼굴도 귀염상인게 제 이상형에 가깝기는 했지만 결국 그뿐이였어요. 

하루는 교내 축구대회에 출전을 했는데 골키퍼로 나갔어요. 시합중에 다이빙을 잘못했는지 손목이 꺽여서 시합이 끝나고 보건실에 임시로 부목을 대고 붕대를 감았지요. 그게 오전이였는데 오후가 되니까 붕대가 풀리기 시작해서 혼자서 입으로 붕대를 물며 묶을려고 끙끙 댔는데 그 친구가 보더니 와서 묶어주더라고요. 제 가슴쯤 오는 작은 키였는데 붕대를 대신 묶어주고 저를 올려다보며 웃는데, 가슴이 한번 크게 뛰고, 세상이 느려지고, 모든 생각이 그녀한테 집중되었어요.

직감했죠. 나 얘한테 반했구나

제 짝사랑이면서도 짝사랑 아닌 첫사랑이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제가 왜 짝사랑이면서도 아니라고 한건지는, 그건 제가 전적으로 병ㅅ...쑥맥이라서 그렇습니다.

제 나름의 어필을 하며 친해지려고 노력했어요. 친해지기는 했지만 서툴고 거절당하는걸 무서워하는 겁쟁이여서 그렇게 4년씩이나 지나고 대학생이 되어 뿔뿔히 흩어지고나서 정신을 차려 용기를 얻고 고백하려 했는데 이미 사귀고 있는걸 카톡 프사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미 사귀고 있는 사람에게 고백하는건 할짓이 못된다고 생각하여 포기해버렸습니다.

너무 후회했어요. 거절당하는것보다 마음을 못 전하고 끝내버리는게  더 아픈걸 알아버렸습니다.

이렇게 아파하며 고등학교 동창들에게 술을 먹으며 썰을 풀었습니다. 친구들은 그녀를 알고 있었죠. 제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 친구들은 쌍욕을 하며 어떻게 그렇게 둔감하냐고, 걔도 3학년까지 너 좋아하고 있었는데 니가 하도 반응이 없길래 관심없는 건줄 알았다고 하더하고요. 당연히 전 무슨 소리냐 이랬지만 친구들이 얘기해주는걸 듣고 땅을 치고 후회했죠.

시작은 붕대를 대신 감아준 그녀가 보여준 눈웃음.

고1 비 내리는 날 우산이 없다고 굳이 친구들말고 나를 찾아온 야자 끝난 밤.

추운 겨울날에 땀 뻘뻘 흘리며 바보같이 웃으며 야구 하던 절 패딩을 두르며 보던 그녀.

체험학습을 가는 날, 산을 오르는 저의 옆에 붙어 팔을 잡고 같이 올라가던 그녀.

고2 노래방에 먼저 가자고 하고, 꽥 지르는 저의 막노래에 마냥 웃어주던 그녀.

고3 수능 끝나고 영화보러 가는 길 손이 시렵다며 이미 내 손을 넣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온기를 나누던  그녀.

제 아버지가 돌아가신 소식에 저보다도 서럽게 울어줬던 그녀.

대학을 위해 떠나던 날 잘 해나가자고 웃어주던 그녀.


이 모든게 주마등처럼 지나갔고, 저는 제가 얼마나 바보였고 겁쟁이였고 미련한거였는지 알게되었어요.

먼저 나를 좋아해주고 연인들이 할 행동을 해서 호감을 표했음에도 제 자신에게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질질 끈 자의 말로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마냥 간만 보는 저의 행동이 되게 야속하고 지쳤을텐데 용케 4년씩이나 제가 마음을 먼저 전하기를 기다렸을테니, 현재까지도 미안합니다. 물론 지금은 서로 잘 지내는 친구에요 ㅋ.

당시에는 마음이 깨지는게 뭔지 제대로 알았지만 그래도 마음을 상대방한테 전하지 못하는것만큼 슬픈게 없단것을 알아버린 만큼  첫 여자친구를 정말 좋은 사람을 사귈수 있었고 후회없이 사랑하고 미련없이 보내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 친구는 잘 사귀고 있는걸로 아는데 잘되었으면 하네요.


추신: 읽고보니 당시의 제가 얼마나 찐...둔탱이였는지 욕이 나오네요. 둔한 남자 싫어하는 여자 마음 알거가타....

추신2: MSG일절 없습니다. 물론 제 감정을 좀 집어넣긴 했는데 첫사랑썰인데 뭐 어때요?


bgm- https://www.youtube.com/watch?v=B5XA2Hqhk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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