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이 뭔진 잘 모르겠지만
처음으로 좋아한다는 감정을 확신할 수 있던 때가 있었습니다
고등학생1학년 때
자꾸 눈에 띄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단발에 작은키 큰눈
혼자 다니던 저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었던
대답해는데 항상 성의가 느껴졌
같은 선택수업 때
풍물놀이 악기를 배우는 시간이었는데 모르겠는 부분이 있으면 가르쳐 주었고
같은 동아리
기타를 가르쳐 주었고
둘이 있을 때 노래를 불러주었고
그애가 불러달라는 곡을 학교 축제에 올라가 불러주었고
11월 11일엔 그 애에게 빼빼로도 받아보고
그 빼빼로 먹기 아까워 배가 고파도 기숙사 옷장에 고이 모셔두기도 하고
크리스마스엔 그 애에게 목도리를 선물해주고
밤새 카톡도 해보고
여행갔던 사진도 서로 공유하고
가끔 휴일엔 통화도 해보고
그 애가 남자친구가 생겼을 땐 앞에선 축하해주고
집에와선 침대에 파묻혀 주먹질도 해보고
그 애 옆에 있을 때는 가슴이 두근거리는게 제가 그 애를 신경쓰고 있다는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학업도 우정도 자기가 하고싶은 일도 소홀이 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그 애를 볼 때마다
동경하고 있었다고 할 수도 있겠군요
1년
2년을 그 애를 옆에서 봤습니다
친구들은 그만 고백하라고 하지만
겁이 많은 저는 쉽게 고백할 수가 없더군요
그리고 2학년을 마칠 때
친구들의 응원은 극에 달했고
저도 이제 더이상 끌고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심지어 '오늘 안하면 땐다!' 라고 선언까지 했으니까요
방학식을 하고
전 그 애를 교실로 불렀습니다
해가 지고있더군요
교실에 그 애와 저밖에 없었습니다
처음엔 우물쭈물하다가 결국엔 말했습니다
'옆에 있으면서 항상 느꼈는데
나 너 좋아해'
그 아이는 처음엔 당황하더니
웃으면서 말해주더군요
난 너랑 친구로 있을 때가 참 좋았다고
더 친구로 같이 있어주면 안되겠냐고
고백할 때는 어지러울듯이 혈압이 솟는듯 하고
그 말을 들을 때는 다른 어지러움이 생겼습니다
그 애는 교실에서 나갔고
저는 창가로 갔습니다
운동장을 쳐다보는데 뭔가 시원함과 함께 웃음이 나더군요
그 후 그 애와는 전처럼 하던 연락은 뜸해졌고 가끔 연락을 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3학년 때 저와 유치원부터 알던 친구와 사귀게 되었더군요
축하했습니다
그 친구를요
전에 사귀던 사람보다 훨씬 믿을 수 있는 친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애에게도 축하했습니다
그냥 그런 기억이 있습니다
나쁜 기억은 아니네요
신청곡은 부활의 생각이나 신청하겠습니다
아 참고로 노래방가는 친구들에게 고백하고 가겠다고 했는데
기다리던 친구들이 노래방에 들어간 저를 보고 기대에 찬 눈빛을 보냈습니다
전 '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하하하하하하 차였다 이것들아!' 라고하며 신나는 노래들을 불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