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괄식으로 가겠습니다.
제 추억의 노래는 이기찬의 미인입니다.
특별히 이 노래를 좋아한다거나 가사가 사무치게 와닿았다거나...등등
노래에 얽힌 특별한 사연이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추억의 노래가 뭘까 곰곰히 생각을 해 보니 이 노래 말고 다른 노래는 떠오르지가 않더라구요.
전 어렸을 때 자신감 및 자존감이 굉장히 낮았습니다.
그때는 저희 아버지의 성격이 매우 불같으셨고, 경제적으로 집안 사정도 좋지 못해서 집의 분위기가 좋지 못했습니다.
제가 장남이고 동생은 또 여자라, 주로 제가 감정적인 폭언 및 체벌을 감당했었습니다.
지금은 매우 가정적이시고 제가 제일 존경하는 아버지시지만, 그 때는 좋은 아버지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자연스럽게 저는 주눅이 들었고, 학교생활도 그닥 원활하지 못 했습니다. 전학을 비교적 자주 다닌 것도 한 몫 했겠네요.
중2~중3때 이미 키가 180cm였는데, 키가 제 가슴팍에 닿을까 말까 한 친구에게 삥을 뜯기고 다녔습니다. 가끔 맞기도 했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이가 없기는 한데, 그 때 당시는 사람 눈도 제대로 못 쳐다볼 정도로 정신적으로 불안했거든요.
그런데도 저를 좋다는 여자애들이 꽤 있었는데, 그런 애들을 보면서 '나를 좋아한다고? 병신인가...'
라는 생각도 할 정도로 못나고 못 됐었어요.
생각해보니 다 다른 학교거나 학원이나 버스에서 얼굴만 본 사이였어요. 몇 마디 얘기만 해봤으면 아 얘는 아니다 싶었을텐데
그래도 고등학교 올라가면서 좋은 친구들도 만나고 집안 사정도 나아지면서 여러모로 나아졌습니다.
근데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 또래 애들이 놀게 뭐가 있습니까- 피씨방이나 노래방가는게 대부분 아니겠습니까?
그치만 저는 남 앞에서 노래를 부를 자신이 없었습니다. 당연히 음치라고, 남들 앞에서 절대 못 부른다고 그냥 생각했었습니다.
그렇게 친구들이 노래방 가자고 할 때마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가며 수능을 칠 때 까지 피했습니다.
제일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너무 서운하다며 수능 끝난 기념으로 한 번만 가자고,
대학가서도 이럴거냐고 진지하게 얘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일단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리곤 대충 아는 노래 중에서 음역대가 낮고 부르기 쉬워보이는 것들을 추렸어요.
그 중에 채택된 노래가 이기찬의 미인이었습니다.
혼자 집에서 흥얼거리며 연습하고 녹음을 해서 들어보기도 했습니다. 들어보니 지옥이더군요ㅋㅋㅋㅋ
후.. 아무튼 노래방을 가서 불렀습니다.. 정신이 나갈정도로 긴장을 했던 것 같아요.
막상 부르고 나니 아무 것도 아니더라구요. 친구들이 옆에서 잘 부른다고 응원도 해줬고ㅠㅠ
노래 한 곡 부른 것 가지고 참 장황하게도 썼네요ㅋㅋ
그치만 이 노래를 계기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고, 공부-인간관계 등 삶 전반에 걸쳐서 새롭게 태어난 것 같아요.
심지어 대학가서는 200% 우리끼리의 취미생활이었지만 밴드 보컬도 해봤네요. 하하
댓글 3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