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어도 결국 나는 다시 문을 열어야 한다.
문의 바깥의 반댓말은 그러므로 문의 바깥이다.
며칠간 구석에 쳐박힌 채 벌레나 잡는 나날을 보냈다.
방구석 틈새로 수십 마리의 개미 부대를 내 엄지 손가락으로 제압할 때
내가 느낀 건 죄책감도 우월감도 아니고
이 짓에 대한 허무감은 더더욱 아니었다.
방 벽 뒤로는 남녀의 신음소리가 울려퍼졌다.
나는 그 틈새로 내가 죽여왔던 개미들의 수를 보낸다.
개미들은 신음소리 속에서 남녀의 불건전한 나신을 데려왔다.
하지만 개미들은 배가 고팠다.
방구석에서 오랜만에 일어나 엄지손가락만을 열심히 씻어보면 검은색의 물이 오랫동안 흐른다.
그렇게 다른 손가락들은 놓아둔 채 퍼석해진 빵을 집어든다.
우유를 컵에 따르며 어제 데려온 남녀의 외출을 목격한다.
그 외출의 사이로 내가 들어가기를 바라며 나를 오랫동안 죽여보았지만
내가 일어났을 땐 결국 빵마저도 개미들이 모두 먹어치워버렸다.
오랫동안 켜진 불빛을 막아서는 하늘을 창문 밖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사실은 저 하늘이 커다란 개미가 가린 것이라는 망상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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