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거리를 헤엄치면 표지판이 나오고
먼 들판을 날아다니면 잿더미가 비치고
먼 죽음을 헤아려보자면 묘사가 흐릿해진다
그래 그대는 너무도 먼 과거에서 왔다
그러나 너무도 멀다는 것은 강조가 되지 못 한다
결국 나와 그대는 경계선으로 갈린다
그 사실을 종이 달력 위에 커다랗게 새긴다
새겨진 사실은 핏자국이 되고
핏덩이가 되어 나에게 걸어왔다
첫 질문은 입이 반으로 갈라지며 물었고
두 번째 질문은 그 갈라진 입들로 자음과 모음을
각각 헷갈리게 반복하며 물었다
결국 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물을 끼얹으면 입은 네 개로 늘어나는데
더 작은 음절이 없어 다들 벙어리가 된다
당신이 그 뒤에서 웅크리고 있다
당신의 모든 복화술은 나에 대한 제문(祭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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