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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곤충 사육은 잔인한 일일까요?

박삼치
2022-08-18 03:19:05 314 1 5

 

 몇 주 전, 단톡방에 요즘 자기가 개미를 키운다며 사진을 올린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보고있으면 시간이 잘 간다며 개미가 더듬이를 손질하는걸 찍은 사진이었죠. 저도 키워 본 경험이 있었기에 거기에 공감하며 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친구가 나타나 잔인한 행동이라고 하는겁니다. 저는 농담이라고 생각해 수도꼭지에 밸브 없는건 좀 잔인하긴 해 라고 했습니다. (개미 사육장엔 적신 솜 같은걸로 물을 공급해서 한 말입니다.) 거기에 "심지어 먹이장도 따로 달린 키트야"라고 덧붙였죠.

 근데 그 친구는 제 예상과 다르게 꽤나 진지했던 모양입니다. 저게 가족이라고 생각해보라는 말을 하더군요. 저는 곤충 사육을 그렇게 비교하는게 맞냐고 물었죠.

 돌아오는건 "사람이나 곤충이나 똑같은 생명이다." 라는거였죠. 여기서 논쟁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의식 수준이 다르고, 생활사도 다른데 비교하는건 옳지 않다. 저 사육장은 개미에게 최적의 환경이다." 가 제 의견이었고 

 친구는 "인간 우월주의에서 빠져나와라. 생명은 동일하고 자연 군체에서 저렇게 가져와 인공 사육장에서 가둬 사육하는건 잔인하다" 라는 의견이었습니다.

 개미 군체에서 새로운 여왕이 나오면 어차피 독립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굳이 하지 않았습니다.

 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았고, 분명 민감한 논쟁으로 번질 것 같아 몇 마디 주고받은 후 "그래 갇히면 답답하겠네" 하고 대화를 끝냈죠. (주고받은 대화 전체는 주제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것 같아 최하단에 적어둡니다.)

 대화를 끝내고 나서도 이 주제에 대해선 좀 생각을 했습니다. 끊임없이 생존 경쟁을 하는 곤충을 데려다가 사육장에서 기르는건 과연 잔인한 일일까? 이것도 나름의 형태의 학대인가? 라는 생각이었죠.

 아무리 생각해도 환경을 최적으로 조절하고 식량과 수분도 보급해주는 행동이 잔인하다고 여기지질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견은 드물었을 뿐더러 평소엔 떠오르지 않는 의견이다 보니 다른 의견을 가진 친구가 흥미로워 최대한 친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 했습니다만, 감정이 없는 곤충들을 대상으로 학대 여부를 고려해보자니 불가능하더군요. 

 그래서 정말 간만에 여기에 끄적여봅니다. 방치라면 생명이 안타까울 일이지만, 사육 자체가 학대라는 말은 과연 옳은 말일까요?



--- 여기부턴 주제에서 벗어난 대화 기록입니다 ---

 자연에서 가져온 생물을 가둬 사육하는게 잔인한 일이라는 말의 다음부터입니다.

 제 입장에선 패럿과 고양이를 동시에 사육하는 그 친구가 그런 말을 하니 상당히 당혹스러워 "본인이 기르는 동물은 다르냐"는 제 질문에 "자신이 사랑으로 기른다고 말하고선 패럿과 고양이도 만족하니 다르다." 라는 답이 돌아오더군요. 저는 "이 녀석이 개미를 성심성의껏 여기고 있을지도 모르지 않느냐" 라고 했습니다. (정작 논쟁의 원인제공자는 사진 올리고 이미 자러갔었습니다.)

 제 말에 그 친구는 "교감이 가능한 대상과 아닌 대상은 구별해야한다. 얘들은 교감하고 나에게 애정을 표현하지 않느냐" 라는 말을 했습니다. 

 인간우월주의나 생명은 모두 같다고 운운하던 친구가 개미를 교감불가능한 종으로 규정하는걸 보니 더 이상 대화하는게 의미가 없을 것 같아 이 이후로 대화를 종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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