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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drlfeud
2020-05-24 00:11:27 545 0 6

계속 바꿔서 좀 죄송...? 한데(만약에 핃백을 준비하고 있으셨다면)

어차피 순번만 올려둔 상태니까 바꿔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안 보고 계셨으면 머...


제목. 고민중.


너를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최강 재능 마법사.

노틸러스

Everyday Frontline

2번이 유력한듯...


***

"전생이나 환생을 믿어?" 

미나는 가끔씩 그런 생뚱맞은 질문을 던지곤 했다. 나는 그녀의 말을 대부분 무시한다. 

미나도 마찬가지로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다는 의미를 지닌 내 침묵을 무시하며 혼자서 재잘거린다. 

어쩜 이렇게 죽이 안 맞는 조합인지.

 "난 믿어. 전세의 기억을 조금 가지고 있거든." 

묘하게 납득이 간다. 다른 생을 계속 이어 온 게 아닌 이상에야 그녀의 비상식적인 강함을 설명할 수 없었으니까.

 "이제 그만 쉬자, 슬슬 탐험을 시작해야지." 

내심 전생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굳이 꺼내지는 않았다. 

어차피 내가 묻지 않아도 알아서 떠들어댈 것이다.

 "닻 잘 챙겨." 

"이렇게 큰 물건은 오히려 안 챙기기가 더 힘들지." 

나는 거의 내 몸통만 한 닻을 어깨에 걸쳤다.

 닻 모양의 아티팩트 '노틸러스'는 같은 무게의 강철보다 수백 배나 무거운 특수 금속으로 제작되었다.

 아무리 가디언이라고 해도 이만한 중량을 메고 수십 km를 행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 미나가 '길드의 상징'운운하며 노틸러스를 만들어 왔을 때는, 이 무거운 쇳덩어리를 바다 속에 영영 처박아 버릴까 싶기도 했다. 

"그 때 안 버리길 잘했지?"

 미나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이 닻은 그 기분 나쁜 웃음과 어깨의 통증을 감안하고서도 쓸 만한 물건이었다.

 "언젠가 널 죽일 때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네." 

"그 때는 안 빌려줄 거거든." 

미나가 부루퉁하게 대답했다.

 "아, 죽이는 거야 언제든지 도전해도 괜찮아. 지금 한 판 떠 볼래?"

 미나의 손바닥 위로 검은 번개가 튀었다. 반사적으로 내 검에서 검은 안개를 일으켰다.

번개와 안개는 번쩍거리는 빛이나, 요란한 굉음도 없이 충돌했다. 

나와 미나의 눈이 마주치는 지점에서 검은 파문이 일어나더니 지면에 스며들었다. 

파문에 닿은 지반은 마치 지점토처럼 흐물거리며 요동쳤다. 

울창한 삼림의 나무가 뿌리까지 뒤집히고, 야트막한 바위산이 가루로 변했다. 

서로의 투기가 팽팽히 맞서는 상황에서, 나는 끝끝내 검을 뽑지 못했다.

 "...됐어." "뭐야. 내가 무서워서?" 

승산이 없지만도 않다. 

딱히 지는 것이 두려운 것도 아니다.

 그녀를 죽여야 하는 이유도 있다. 

그런데 어째서. 이유는 나 스스로도 알지 못한다. 나는 궁색한 변명을 꺼낸다. 

"마지막 대륙을 찾을 때까지는 협력하겠다고 약속했으니까." 

"아, 그러십니까. 제 생각보다는 의리 있는 분이셨군요? 아까부터 분위기가 흉흉해서 덤비려던 줄 알았는데. 오해해서 미안!" 

미나가 망가져 버린 삼림을 향해 손을 뻗더니,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훑었다. 

죽어 가던 나무가 미나의 손을 따라 제자리로 돌아간다. 마치 시간이 거꾸로 재생되는 듯한 광경이었다. 

"이제야 경치가 좀 사네. 가자!" 

나는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한 시간 정도 숲을 주파하는 내내 나는 어떤 질문에 함몰되어 있었다. 

내가 미나의 우스꽝스러운 촌극에 어울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녀에게 어떤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다만 그녀를 죽이고 난 뒤에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가. 그건 아니다. 분명 언어로는 제대로 전달할 수 없는 싱숭생숭한 기분이 들 거라고 생각한다. 

약속 같은 건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럴 터인데, 나는 주박에라도 걸린 것처럼 그녀를 따라가고 있다.

 "이 여행도 점점 끝이 보이는구나... 싶네."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미나는 혼자 떠들었다.

 "벌써 여섯 번째 대륙도 거의 다 정복했어." 

세상에는 총 일곱 개의 대륙이 있다. 

그 중에서 아무런 힘을 갖지 못한 평범한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구역은 첫 번째 대륙 뿐이다.

 두 번째 대륙부터는 사방에서 우글거리는 몬스터의 위협을 견디며 살아남아야 한다.

 두 번째 대륙의 모든 시련을 이겨내면 그 다음 대륙으로 향하는 관문이 열린다. 

인류는 그런 식으로 여섯 번째 대륙까지 찾아냈다. 인류의 일만 년의 역사 속에서 여섯 번째 대륙을 완벽히 공략한 길드는 단 하나도 없었다.

 여섯 번째 대륙을 절반 이상 완주한 길드도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그러고 보면 우리 길드가 세계 최강인가?" 

그녀의 입으로 들으니 조금 실감이 난다. 나와 미나, 이렇게 둘로 구성된 길드 '노틸러스'는 여섯 번째 대륙을 80%이상 탐사한, 명실상부한 최강의 길드다.

 "별 감흥은 안 드네. 너는 좀 다르겠지만. 슬슬 나랑 싸울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거 아니야?"

 "저번에 봤던 기술들이라면 파훼법을 준비해 뒀지." 

"나도 마찬가지지만. 결국 지구력 싸움이겠네."

 미나가 손을 쥐락펴락했다. 그녀의 오른손은 주먹을 끝까지 쥐지 못하고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요새 힘이 빠지고 있긴 한데, 그래도 다음 번까지는 내가 이겨. 다다음 번에는... 아마 네가 이길 거야."

 승부에 관한 하는 그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싶지 않았다. 

"......저기. 이제 죽을 때가 가까워 지니까 하는 말인데. 반쯤 미친 소리라고 생각하고 들어봐."

 "네 말이 미친 소리가 아닌 적이 없었지." 

미나는 비꼬는 듯한 나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와하하! 정말 그렇네. 그래도 내 미친 소리는 전부 이루어졌잖아. 아무튼... 내 전생 말이야. 어땠을 것 같아?" 

"글쎄."

 미나는 낙천적인 인간이다. 어떤 환경에서 태어났더라도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대답하리라. 

미나는 나의 예상을 산산히 부수며 말했다. 

"불행하기 짝이 없는 인생이었어." 

나는 놀라 되묻는다. 

"뭐?" 

미나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지. 어떻게 하면 그 불행을 전부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아니, 그만두자. 말로는 표현 못 해."

 배시시 웃는 표정 속에는 틀림없이 진실이 담겨 있었다.

 "그 전 생도, 그 전 생에도, 수백 번을 거슬러올라가도 죄다 끔찍한 기억 뿐이야. 정말 불쌍하기도 해라. 이게 다 만 년 전에 했던 바보 같은 선택 때문이야." 

미나는 잠시 표정을 살피느라 제자리에 멈춰 있던 나를 앞질렀다. 

얼굴을 보여 주고 싶지 않다는 듯이 말이다. 그리고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금으로부터 만 년 전에 어떤 천사가 있었어. 그 천사가 사람들이 사는 땅을 내려다봤더니 아주 끔찍하더라. 서로 죽고, 죽이고... 아주 난리가 아니었지." 

미나가 새하얀 눈처럼 빛나는 은발을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꼬았다. 

경쾌함이라고는 일절 없는 음성. 그녀에게서는 처음 들어 보는 소리다.

 "어떻게 하면 그들을 구할 수 있을까 하다가 천사는 결심했지. 자기가 직접 제물이 되기로 말이야. 가장 불행한 인간의 삶을 겪으면서, 불행을 가져온 악인을 용서하고. 죽어서 다시 태어나 불행을 겪고, 또 용서하고......" 

그녀가 뒤를 돌아본다. 미나는 서글픈 표정을 지으며 눈가를 훔치고 있었다.

 "그걸 수백 번 반복했더니 천사의 정신에도 금이 가더라. 솔직히 이제는 견디기 힘들어."

 지금껏 미나에게 들었던 이야기 중 가장 터무니없는 것이었지만, 어쩐지 거짓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니, 애초에 그녀가 장난이나 선의로라도 거짓을 말한 적이 있었던가--- 


그녀의 말은 모두 진실이 된다. 그녀가 자신의 의지로든,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영향으로든 거짓을 말하게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단 한 번도.



"부탁 하나 할게. 만약 우리가 다음 생에 만난다면......." 

미나는 말을 끝맺지 않았다. 

"에이, 됐다. 잊어버려.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하지만.


나에게 안식을 주지 않겠어?


그런 말을 들은 것 같았다.


***

내 이름은 ---.


노틸러스의 길드장이다.


남겨진 일기를 읽는 독자들은 내 이름을 알아보지 못할 것이라고 추측한다. 여기에 내 이름을 남긴 것은 역사의 말소를 증명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이 일기에서 더 이상 내 이름을 언급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일기 전체가 말소되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두절미하고.


나와, 그리고 내 길드 노틸러스의 목적은 창세 이후로 베일에 뒤덮여 있던 수수께끼의 일곱 번째 대륙을 찾아내는 것이다.


일곱 번째 대륙에는 신적인 존재가 거주하고 있으며, 대륙을 찾아내는 자는 어떤 소원이든 이룰 수 있다고 전해진다.


나는 일곱 번째 대륙을 찾아내어 어떤 과거를 말소할 생각이다.


내 소원이 이루어지고 나면, 나를 기억하는 사람은 전 세계에 단 한 명도 남지 않게 될 것이다.


내가 세운 위대한 업적들은 누구도 기억해 주지 않을 것이다.


그 사실이 두렵지는 않다. 미래로 향하는 씨앗을 심을 수만 있다면 그까짓 게 무슨 대수인가.


다만. 내 '소원'이 길드원들의 목적과는 크게 다르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뭐, 팀에서 내분이 일어나더라도 결국 내가 우기는 대로 될 것 같지만.


부마스터에게는 심심한 사과를 건넨다... 녀석에게 전달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이 기록은 순전히 개인적인 나의 일기다.


여기에서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어떤 인간이었는지는 최대한 기술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야 말소를 피할 수 있다.


이 일기를 남기는 것은 어디까지나 미래를 위해서다.


설령 내가 사라지더라도 나의 길드만큼은 미래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일기의 첫 페이지를 찾아낼 휴먼 길드의 마스터 리안에게 이 일기를 읽는 즉시 위대한 탐사선의 두 번째 출항을 도울 것을 요청하겠다.


 ***



한 꼬마가 거리를 달리고 있었다.


옷은 구정물에 흠뻑 절여진 것처럼 거무튀튀했고, 손에는 굳은살이 잔뜩 박혀 있었다.


'가온'에서는 어린아이의 노동을 법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었다.


꼬마는 도시 밖에서 온 '무능'계급이 틀림없었다.


"거기 서!"


수십 명의 헌병이 꼬마의 뒤를 쫓고 있었다.


가온은 무능 계급이 도시에 출입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었다.


"븅신 닭대가리 새끼들! 서란다고 설 것 같으면 여기까지 오겠냐!"


꼬마는 욕설을 내뱉으며 요리조리 헌병들을 따돌렸다.


리안은 도심에서 일어나는 추격전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았다.


"호오라......"


개구멍 따위를 사용해서 몰래 가온에 숨어든 모양이지만, 종국에는 도시 주민들에게 신고당한 모양이다.


치안유지군 통수권자인 리안은, 맨 처음 꼬마가 도망치는 모습을 볼 때까지만 해도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도시에 들어온 무능 계급 꼬마를 붙잡는 데에 수십 명의 헌병이 동원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가온의 치안을 유지하는 병력은 하나같이 헌터 출신 정예병이었다.


뼈를 깎는 수련을 거친 헌터들이 꼬마 하나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은, 리안이 모르고 있던 사이에 군의 기강이 바닥까지 헤이해졌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꼬마를 뒤쫓고 있는 헌병들을 향한 질책이 남아 있지 않았다.


꼬마는 등 뒤에 눈이 달린 것처럼 자신을 뒤쫓는 헌터들의 동선이 꼬이도록 도망치고 있었다.


달리는 속도 또한 예사롭지 않았다. 정규 헌터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속도였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바로 꼬마의 눈이었다.


자신에게 허락된 모든 시간을 단 하나의 목표에 전부 사용하겠다고 각오한 자의 눈빛이다.


리안은 저런 눈을 한 놈이 실패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저토록 어린 나이에 불꽃처럼 타오르는 눈을 가진 녀석도 본 적이 없다.


저 꼬마는 대단한 재능을 가진 인재다.


조금만 다듬으면 세상에서 가장 비싼 보석이 될 것이다. 그런 강한 확신이 들었다.


"............갖고 싶다."


리안은 무심코 한 마디를 내뱉었다. 


리안의 손을 잡고 걷던 세인이, 아까부터 희안한 감탄사를 터뜨리던 아버지에게 물었다.


"뭘 그렇게 가지고 싶으신데요?"


리안은 무엇엔가 홀린 것처럼 아무 대답도 없었다.


세인이 손등을 세게 꼬집은 뒤에나 깜작 놀라며 세인에게 반응했다.


"아! 미안하다. 뭐라고?"


"뭘 그렇게 가지고 싶으시냐고요."


리안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재능 말이다."


"재능이요?"


"그래."


"아버지는 원하는 건 뭐든지 가질 수 있으시다면서요?"


세인의 생일 선물을 고르며 리안이 했던 말이었다.


"물론 아버지는 원하는 건 뭐든지 가질 수 있단다. 재능도 마찬가지지."


아무리 재능 있는 원석도 제대로 된 세공사를 만나지 못하면 빛을 볼 수 없다.


반대로, 평범한 돌멩이에 불과하더라도 위대한 장인의 손을 거치면 최고의 예술품으로 불리운다.


그것이 리안이 딸에게 줄 수 있는 재능의 정수였다.


"하지만... 뭐든지 쉽게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란다."


"피이. 그게 뭐야."


툴툴거리던 세인이 물었다.


"그런데. 무슨 재능을 가지고 싶으신데요?"


"우리한테 달려오고 있는 저 아이의 재능 말이다. 저 애의 재능은 틀림없이 역대 최고의....... 음?"


리안은 말을 하나 멈칫했다. 


꾀죄죄한 꼬마의 목표는 리안이었다. 불꽃처럼 이글거리는 눈동자는 틀림없이 리안을 향하고 있었다.


"왜 여기로 달려오고 있지?"


헌병대들은 멀리 있는 리안의 모습을 확인하고 사색이 되어 소리쳤다.


"저건, 설마, 길드장님...?!"


"왜 저 분이 저기에!"


리안이 헌병대에게 입모양으로 말했다.


'못 잡으면, 너희는 죽는다.'


상대가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지녔다고 해도, 길드에 몸을 담근 헌병들이 꼬마 하나 당해내지 못해서야 체면이 살지 않는다.


리안의 입모양을 읽은 헌병대들이 아주 잠깐 공포로 마비되었다.


하지만, 도망치고 있는 꼬마에게는 악재였다.


헌터들은 투기를 일으키며 공포를 내리누르고, 전투에 임하듯 꼬마를 잡으려 들기 시작한 것이다. 


"잡아! 무조건 잡아야 해!"


조급해진 헌터들이 아스팔트 도로에 긴 자상을 남기며 전력으로 돌진했다.


헌병대와 꼬마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지고, 추월당했다.


마침내 네 명의 헌터가 꼬마의 앞을 가로막았다.


드디어 꼬마의 움직임이 멈췄다. 헌터들은 슬금슬금 포위망을 좁혔다.


"포, 포위당했어요!"


어느새 흠뻑 몰입해서 추격전을 지켜보던 세인이 발을 동동 굴렀다.


'어떻게 할 거냐, 작은 괴물아?'


꼬마는 눈알을 굴리더니, 포위망의 맹점을 귀신 같이 찾아내고는 망설임 없이 내달렸다.


꼬마의 사방을 둘러싼 헌터들이 동시에 지면을 박찼다.


단단한 아스팔트가 도약의 반동으로 부숴졌다. 


헌터들은 보스 몬스터라도 상대하는 기세였다. 


"잡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꼬마의 정면에는 헌병 하나가 놓여 있었다. 


꼬마는 무슨 배짱인지 그를 따돌리려고도 하지 않고 직진했다.


   *   *   *


세게 움켜쥔 헌터의 주먹 위로, 아지랑이 같은 투기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저 주먹을 맞는 부위는 성하게 남지 않을 것이다.


머리에 맞는다면 두개골이 깨질 것이며, 배에 맞는다면 내장이 파열되서 죽을 것이다.


무능인이 가온에 들어온 것은 중범죄로 취급되긴 하지만, 재판 없는 사형에 처해질 만큼의 중죄는 아나다.


헌병이 나를 죽이게 된다면 그는 재판에 넘어가게 될 것이다.


치안유지대에게는 범죄를 저지른 민간인을 사살할 권한이 없기 때문다. 가온의 헌법상으로는.


하지만. 현실이란 두꺼운 책 속에 기록되어 있는 정석과는 거리가 먼 법이다. 


이 자리에서 내가 죽는다면, 그에게는 이만 포인트(20만원 가치)의 벌금과 일 주일의 근신 처분이 내려질 것이다.


운이 좋아 팔이나 다리가 하나 부러지고 끝나게 된다면, 그는 경미한 처벌마저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어차피 집에 들어온 날벌레와 같은 취급을 받는 인생이다.


나는 오늘을 마지막으로 정했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테네브의 걸인 에단의 인생은 여기에서 끝내는 거다.


헌터의 주먹이 가까워진다. 나는 멈추지 않고 더욱 가속했다.


   *   *   *


"꺄악!"


세인이 1초 뒤의 미래를 예상하며 외마디비명을 질렀다.


헌병의 대처는 지나치게 과격했다. 여기까지는 리안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바였다.


'말려야 해!'


급하게 몸을 날려 보지만 이미 늦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주먹을 날리는 헌터조차도 이미 공격을 취소할 수 없을 것이다.


'괜한 짓거릴......!'


후회가 밀려들었다. 


아이의 재능이 어디까지인지 확인하기 위해 헌병들을 몰아붙인 것이 악재로 돌아왔다.


저 아이의 재능은 이런 곳에서 시들어버릴 만한 것이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날 수도 있는 보석을, 한순간의 실수로 깨뜨려 버린 것이다.


리안은 아쉬움을 담아 아이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탄식을 뱉었다.


녀석에게서는 공포가 보이지 않았다.


설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르는 건가. 


아이는 죽음을 앞두고 있었다. 헌터의 주먹이 바로 세 걸음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아이는 더욱 빠르게 가속한다.


충돌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주먹을 피할 생각이겠지만, 그 판단은 틀렸다.


헌터는 이미 아이가 움직일 수 있는 모든 경로에 맞추어 카운터를 준비하고 있었다.


수도 없이 몬스터를 상대하면서 쌓인 경험의 일격이다.


저것은 재능으로 회피할 수 있는 공격이 아니다.


어디로 움직여도 결국 주먹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챘는지, 꼬마는 어느 방향으로도 몸을 틀지 않았다.


마침내 헌터의 주먹과 꼬마의 머리 사이의 간격이 10cm 이하로 줄어들었다.


최후의 순간. 


아이는 헌터의 주먹이 아닌 다른 곳에 한눈을 팔고 있었다.


주마등을 보고 있는가, 아니면 죽기 직전에 세상의 아름다운 풍경을 조금이라도 눈에 담고 싶었을까?


리안은 천재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불길한 미래를 그렸다.


1cm


0.5mm


0.1mm


찰나의 간극에서 기적이 태어났다.


헌병이 정면을 향해 주먹을 뻗고, 닿았다고 생각한 순간 꼬마의 몸이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렸다.


녀석의 몸은 어느새 헌병 옆으로 빗겨 있었다. 바람에 몸을 맡긴 나뭇잎처럼.


신기(神技)라고 불려야 마땅할 움직임이었다.


리안이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울창한 상록수가 바람을 맞으며 흔들리고 있었다.


'나뭇잎...?'


그래. 방금 전의 움직임은 마치 가벼운 나뭇잎이 바람을 타고 주먹을 빗겨가는 것처럼 보였다.


   *   *   *


나는 저 중년의 얼굴을 알고 있다.


길드 '휴먼'의 수장 리안. 


190cm가 넘는 장신에 강인한 육체를 가진 헌터가 호기심을 담아 나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그래. 무슨 말을 하고 싶으냐 맹랑한 꼬마야?"


"당신... 뉴스에서 봤어. 제 2의 '노틸러스'를 만들겠다지?"


거구의 헌터가 흡족하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무능 계급이 머무는 곳까지 소식이 퍼진 모양이구나."


"그 길드에 나도 끼워줘."


"내가 왜?"


나는 조금 전에 제쳤던 헌터를 흘기며 말했다.


"당신은 누구보다 내 가치를 잘 알 테니까."


그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지지 않고 그의 눈빛을 받아쳤다.


잠시 후, 리안이 호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거 재밌는 녀석이로구나! 뭐 하는 녀석이냐?"


"출신은 테네브. 당신이 들어본 적 없을 찢어지게 가난한 마을의 농사꾼."


"왜 '노틸러스'에 참가하려고 하는 거지?"


"그냥......"


머릿속에서는 수수께끼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외치고 있었다. 일곱 번째 대륙을 찾아내야만 한다.


그 이유는 나도 모른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충동에 거부감 또한 적잖이 느낀다.


하지만,, 대륙을 찾기 위해 발버둥치지 않으면 나는 분명히 미쳐 버릴 것이다.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으면 미쳐 버릴 것 같아서."


"크하하하하!"


리안은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도시가 떠나가도록 웃음을 터뜨리더니 말했다.


"좋아. 특별히 내 제자로 삼아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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