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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백 요청드려요!

Reoma
2020-05-20 03:31:25 289 0 1

안녕하세요 작가님.

유튜브 알고리즘에 이끌려 유입된 청자이자

글쓴 지는 한달쯤 된 지망생입니다.

제 문제점을 파악하고 싶어 이렇게 피드백 부탁드리게 됐습니다.

냉정한 평가 부탁드려요!


혹시몰라 2화까지 올렸읍니다 ^^7

* 유튜브 대박나길 기도드립니다! 구독 꾹. 좋아요 꾹.


제목 : 미친 재능으로 성좌까지


*****

<프롤로그>

28살. 5년을 다닌 회사에서 짤렸다.

그것도 누명이 씌워져서.

얼굴 색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던 김민철, 그 새끼의 낯짝을 아직도 기억한다.

금수저인 새끼가 뭐가 불만이라고 부모도, 빽도 없는 날 쳐냈을까.

복수를 다짐하며 집으로 돌아오던 그날.

나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그 누구보다 높이 날아오를 기회.

근데 왜.

한국도 아니고.

해외도 아니고.

지구조차 아닌.

‘탑’ 안에서일까.


**************

<1화>

“김 대리. 아니, 김별 씨. 1억 5천만 원 물어내겠나? 아니면 자진 퇴사하겠나?”


임 부장의 싸늘한 목소리가 날카롭게 가슴을 후빈다.

나는 저 말속에 내포된 의미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요컨대 모든 책임을 지고 떠나라는 의미다.

더 이상 구질구질하게 버티지 말고.


“퇴사··· 하겠습니다.”

“잘 생각했네. 퇴직금은 못 주는 거, 김별 씨도 알지?”

“예.”

“그럼 가보게.”


임 부장도 나름 골치였으리라.

부하직원이 증거가 명확한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붙들고 늘어졌으니까.


‘시발.’


터져 나오는 욕지거리를 입으로 씹어 삼켰다.

5년간 회사에 다니면서 느낀 건데, 입으로 내뱉어서 이득이 될 말이 아니라면 삼키는 게 좋더라.

어차피 이곳에 있어 봤자 기분만 잡칠 뿐이어서, 발걸음을 빨리하며 회사를 벗어나려던 찰나였다.


“오, 김 대리. 아니, 이제 김별 씨인가요?”


남을 깔보는 듯한 니글거리는 목소리가 나를 붙잡았다.

나를 회사에서 잘리게 한 원흉.

김민철.


“왜 대답이 없어요?”


언제 들어도 역겨운 목소리고, 연기였다.

어찌 저리 태연하게 나에게 말을 걸어올 수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증거를 조작하고, 빽을 써 나에게 자신의 실수를 뒤집어씌워 놓고 어떻게?


“제 번호 아시죠? 힘든 일 있으면 연락하세요. 같이 이거, 아시죠?”


그 말과 함께 김민철은 손으로 술을 마시는 제스쳐를 취하며 웃었다.

그 뻔뻔한 모습에 구역질이 올라온다.


“민철 씨 아주 대인배네. 김대리 때문에 억울하게 누명 쓰일 뻔 했는데 저렇게 말도 걸어주고.”

“그러게요. 어쩜, 얼굴도 잘생겼는데 마음씨도 고와라!”

“민 대리, 아주 푹 빠졌네. 한번 대시해보지 그래? 민철 씨 아직 싱글이라던데?”

“어머, 주임님도 참. 여기 사내연애 금지라구요.”


제 딴에는 속삭인다고 하는 소리가 내 귀에 아주 잘 들렸다.

저들은 기분이 좋을 것이다.

평범한 중소기업을 다니던 이들이 갑작스레 사성그룹 계열사, 그것도 지배주주 손자라는 인간이 대표로 있는 기업에 근무하게 되었으니까.

이 회사에서 불만이 있는 자는 나뿐이었다.

새삼스레 그 사실이 떠올라 말없이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머, 대답도 없이 가는 거 봐요. 싸가지 없긴.”

“하하하, 전 괜찮습니다. 다들 커피라도 드시면서 하시죠? 제가 살게요.”

“와! 민철 씨 최고!”


왁자지껄 시끄러운 옛 회사 동료들을 제쳐두고 밖을 나와 터덜터덜 걸었다.

참, 좆 같은 날이다.


‘흐, 이제 어떡하나?’


주변의 눈치에도 악을 쓰며 자리를 지켰다.

너무나 억울했기에, 가해오는 압박을 이겨내고 무죄를 증명하려 애썼다.

다 헛수고였다.

상대는 사성그룹 지배주주의 손자, 김민철이었다.

혼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개 같은 새끼···.’


김민철을 생각하니 절로 이가 갈린다.

갑자기 그 새끼가 살갑게 굴 때 알아봤어야 했다.

그때, 그걸 도와주는 게 아니었는데···.

절로 과거의 일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약 1개월 전.

내가 다니는 작은 무역회사에 큰 중계 건이 들어왔다.

순이익만 수억에 달하는, 소규모 무역회사로는 대박 중에 대박이었다.

당시 중계무역 건을 맡은 이는 갓 들어온 신입사원 김민철이었다.

왜 신입사원에게 중요한 무역 건을 맡기느냐는 내 질문에 임 부장은 이렇게 답했다.


- 김민철, 그 친구. 할아버지가 사성그룹 지배주주일세. 재벌가란 말이야. 애초에 이번 중계무역 건도 민철 씨 커리어 쌓으려고 그쪽에서 넣은 의뢰네. 이번 건만 잘 해결되면, 그쪽에서 사성그룹이랑 우리 회사를 이어주기로 했으니까 김 대리가 이해하게.


말이 이해지, 일방적인 통보였다.

김민철은 희대의 금수저고, 우리 회사에 도움이 될 테니까 건들지 말고 밀어주라는 통보.


- 예 알겠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찍소리 않고 물러섰다.

애사심 같은 자질구레한 감정이 아니었다.

나에게 이득이 될 터였으니까.

내가 다니는 회사가 사성그룹 계열사 끝자락이라도 들어간다면, 내 월급과 커리어도 급상승할 것이니까.

이번 건을 내가 부여잡고 승진을 노리는 것 보다, 이편이 더욱 좋을 거라 판단했었다.

나는 그날 이후로 중계무역 건에 신경 끈 채 내 할 일에 집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퍼시트를 작성하던 김민철이 나에게 질문을 해왔다.


- 김 대리님, 이 부분 좀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 예, 물론이죠. 어디 보자···.


그때 눈치를 챘어야 했다. 은연중에 날 부모 없는 고아에, 고졸이라며 무시하던 김민철이었다.

웬일로 정중히 질문을 다 하시나 싶어 서류를 들고 적극적으로 설명한 게 실수였다.

내 행동 하나하나는, CCTV에 남아 결정적인 증거로 남았으니까.


문제는 갑자기 터졌다.

수량 기재를 실수해, 회사가 수억 원의 손실을 떠안게 된 것이다.

물론 그 실수는 김민철이 한 일이지만, 그는 모두에게 이렇게 대꾸했다.


- 김 대리님이 시킨 대로 했을 뿐입니다.

- 그게 사실입니까?

- CCTV를 보시면 알 수 있을 겁니다.


시발새끼.

지금 생각해도 열불이 뻗친다.

나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김민철의 말을 부정하며, 내가 중계무역 건에 참견한 바가 없다고 절절히 얘기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CCTV에는 김민철 대신 오퍼시트를 매만지는 나의 모습만 찍혀있을 뿐, 소리는 녹음되지 않았으니까.


나 홀로 내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 싸웠지만, 역부족이었다.

중계무역 건이 터진 이후로 몇 주 뒤에, 사성그룹에서 우리 회사를 인수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뉴스를 보자마자 속이 뒤집혀, 술을 진탕 마셨다.

그날은 숙취 때문에 변기에 토를 하며 울었다.


회사에서는 모두가 은연중에 눈치를 주었다.

나는 이미 김민철을 부러워해 음해하려고 한 대역죄인이 되어있었다.

왕따가 이런 건가 싶었다.

홀로 밥을 먹고, 아무도 일을 시키지 않아 멍하니 자리에 앉아 있기를 한 달.

지금 나는 집으로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실업급여는 받을 수 있으려나?’


28살, 창창한 나이에 이렇게 자의도 아닌 타의로 회사에서 나올 줄은 몰랐는데....


‘나도 부모님이 있었으면 달랐을까.’


김민철이 저렇게 안하무인으로 날뛸 수 있는 것도 전부 사성그룹 지배주주인 할아버지 덕분이다.

지연, 학연보다 진하다는 혈연.

빌어먹을 빽.

잠깐이나마 김민철의 그 금수저가 부러워 미칠 것 같던 날도 있었다.

나에게도 저런 권력 있는 부모가 있었다면 김민철이 저렇게 거짓말을 할 수 있었을까, 하며 상상하기도 했다.


‘됐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무슨 죄라고.’


부질없는 상상이었다.

나의 부모님은 훌륭하신 분들이셨으니까.


“그러고 보니···.”


기이하게도 부모님의 기일이 오늘이었다.

나는 지갑을 열어 헤진 사진 한 장을 꺼내 쓰다듬었다.

어린 나와 부모님이 함께 웃고 있는, 먼 과거의 사진.


‘벌써 돌아가신 지도 10년인가.’


환히 웃고 있는 부모님을 빤히 바라보고 있자니.

저절로 부모님을 잃은, 과거의 그날이 떠올랐다.


10년 전, 우리 가족이 살고 있던 ㅇㅇ 아파트에 불이 났다.

이례 없는 대규모 화재.

불은 급속도로 번져나가며 아파트 전체를 불태웠다.


 간만에 휴가라고 즐거워하며 집에서 쉬던 부모님은 충분히 아파트를 빠져나올 수 있으셨다.

이웃들의 말에 의하면 화재경보는 빨리 울려 퍼졌고, 바로 옆집의 아주머니께서도 별 탈 없이 밖으로 나오셨으니까.


하지만 부모님께서는 오지랖을 부리셨다.

근처에서 들려오는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를 무시하지 못하셨다.

부모님이 시꺼먼 연기를 들이마시며 불길을 헤쳐나갈 때, 나는 학교에서 수업 중에 졸고 있었다.

병신같이 아무것도 모른 채.


아이는 두 분의 희생으로 옅은 화상만 입고 살아남았지만 두 분은 불에 그을려 시뻘겋거나 시꺼멨다.

그렇게 부모님은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처음 부모님의 부고를 들었을 때, 나는 두 분을 원망했었다.

두 분이 조금만 이기적이었다면, 덜 이타적이었다면 돌아가시지 않았을 텐데, 하면서.


“씨, 웬 먼지가···.”


나는 눈에 고인 눈물을 거칠게 비벼내며 터덜터덜 걸었다.

이미 주변은 어둠이 짙게 내려앉아 시꺼멨다.

깜빡이는 가로등만이 반짝이며 길을 비추었다.


“후우, 하늘 참 이쁘네.”


나는 시원한 밤공기를 들이마시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캄캄한 밤하늘이 보였다.

도시 특유의 별 하나 없는 시꺼먼 하늘.

그 한 가운데, 반짝이는 별기둥이 나를 반겼다.

수많은 별들이 뭉쳐, 기둥의 형태를 이루고 있는 아름다운 별기둥.

어두운 나의 삶 속에서, 반짝이며 나를 위로해주던 유일한 안식처.


“너 때문에 내가 산다, 진짜.”


미스터리로 가득 찬 자연의 산물.

별기둥이 하늘에 떠오른 지도 벌써 1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수많은 이들이 갑작스레 하늘에 나타난 별기둥의 신비로움을 파헤치려고 했지만, 밝혀진 건 없었다.


‘힐링 되는데, 뭐 어때.’


별기둥을 처음 봤을 때부터,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일종의 습관이자 기원이었다.

돌아가신 부모님의 기일 때마다 날 위로해 준 것도 저 별기둥이었다.

회사사람들의 질타를 받고 억울함에 꺽꺽거리며 올려다본 별기둥이 얼마나 예쁘고 멋있는지···.

힘들고, 슬프고, 우울하고, 죽고 싶을 때마다 밤하늘을 올려보았다.

항상 같은 자리에서 반짝이는 별기둥.

찬찬히, 별기둥을 바라보며 모든 일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소원했다.


‘언젠가 저 별기둥처럼 반짝이는 삶을 살기를.’


아름다운 미래, 성공한 미래를 꿈꾸면서 쓰러져가는 마음을 다잡아 왔다.

넓은 집과 좋은 차.

아름다운 아내와 어여쁜 아들, 딸. 안정적인 직장에 리더십 있는 상사.

절로 미소가 새어 나오는 행복한 꿈이다.

누구나 꿈꾸는 그런 성공한 삶.

원래라면, 이런 미래를 그리면서 살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새로운 목표를 가슴에 심었다.


‘성공해서, 김민철 그 새끼한테 꼭 복수하고 만다.’


김민철을 지르밟고, 감히 그딴 쓰레기가 넘보지 못할 높은 곳에 올라가리라.

누구도 무시 못 할 커리어를 쌓고 김민철을 비롯한 그의 일가에 복수하고 말 것이다.

그 놈을 나락에 처박고 나면, 나는 김민철과는 다르게 타인에게 모범이 되는 사람으로 살아갈 것이다.

빽 믿고 남의 뒤통수나 후려갈기는 무뢰배가 아니라.

지금은 회사에 잘려, 당장 먹고 살 길을 걱정해야 하는 신세지만.

10년 후, 20년 후의 나는 다를 것이다.

그런 생각과 함께 별기둥을 올려다보던 그때였다.


“어···?”


별기둥을 중심으로, 밤하늘에 새하얀 빛이 물감 퍼지듯 번져갔다.

흰 빛은 저 멀리 보이는 산과 높이 세워진 빌딩을 가리며 점점 퍼져나가 세상을 집어삼켰다.

나는 너무 밝은 빛에 손으로 눈을 가리며, 질끈 눈을 감았고.

빛이 점차 수그러들어 다시 눈을 떴을 땐.


[‘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성좌님을 호출 중이오니, 잠시 기다려주시길 바랍니다.]


나는 사방이 어둠에 잠식된, 어두컴컴한 공간에 홀로 서있었다.


************

<2화>

“여긴 어디야?”


당황하며 주변을 살폈다.

사방이 새까만 게 검은 벽지로 둘러쳐진 벽으로 막혀있는 것 같았다.

밀실? 내가 왜 여기에 있지?

초조함 속에서 주변을 자세히 관찰했다.


까만 벽지라고 생각했던 공간에는 촘촘히 작은 보석 같은 것들이 박혀 있었다.

그 보석들은 각자 찬란히, 반짝이며 내 주변을 떠돌았다.

마치 작은 별들처럼.


그렇게 생각하니, 더 이상 이곳은 작은 방 따위가 아니었다.

드넓게 펼쳐진 광활한 우주의 한 가운데.

검은 물결을 타고, 우주를 부유하는 별 무리가 보인다.

저 멀리 별들이 강처럼 어떤 흐름을 타고 쏟아진다.

주위를 휘도는 행성과 작은 별들.

아름다운 우주의 신비가 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나는 우주 위를 걷고 있었다.


“윽.”


비현실적인 광경에 허벅지를 세게 꼬집었다.

아팠다.

얼얼한 허벅지는 내가 보고 있는 광경이 꿈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머리가 지끈거려 관자놀이를 지그시 주무르며 주변을 살폈다.

적어도 지금의 상황이 꿈이 아니라는 건 알겠다.

그렇다면 이 주변에 무언가 작금의 상황을 알려주는 단서가 있지 않을까?


‘아까 눈 감았을 때 분명….’


눈을 굴리며 반짝이는 별들을 살피자 희미하게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눈을 감고 있을 때 들려왔던 작고 희미한 음성.

환한 빛에 눈을 감고 있을 무렵, 분명 무슨 소리가 들렸었다.

너무 작은 소리여서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내가 머릿속으로 떠올린 공상이라 생각하며 흘려 넘겼었다.

하지만 소리를 들었다고 인지하자,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었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뇌리에 박혀있는 2개의 단어.

‘탑’과 ‘성좌’.


‘뭔 소리야 그게?’


이해할 수 없는 현재와 알 수 없는 힌트들.

머리가 더 복잡해진다.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어도 주변에는 별들만이 가득했다.


“누구 없어요?”


있는 힘껏 내지른 목소리는 공허하게 우주 속에 삼켜졌다.

주위를 둘러봐도 반짝이는 별들과 새까만 공간뿐이었다.

내가 멍하니 주변을 떠도는 별들의 운항을 바라보고 있을 때, 옆의 검은 공간이 일렁였다.


“뭐, 뭐야. 시발!”


일렁이는 공간을 뚫고, 갑작스레, 처음 보는 여성이 튀어나왔다.

비단처럼 고운 검은 머리칼을 늘어뜨린, 신기하게도 귀 끝이 뾰족한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그녀는 짙은 갈색의 가죽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리 편해 보이진 않았다.


“허억, 허억”


그 여성은 허리를 숙이고 한참을 숨을 고르더니, 호흡이 진정되자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고서 눈이 휘둥그레져 중얼거렸다.


“어, 어…. 고위급 성좌를 알현한다고…? 내가?”


그녀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갑자기 흐흐흐 거리며 웃는 게 미친 여자 같았기 때문이다.

거기에 허공을 격하고 나타나다니, 불가해한 현상에 경계심이 절로 생겼다.


‘잠깐, 성좌?’


째지는 듯한 웃음소리가 거슬렸지만, 침착하게 생각을 정리했다.

내가 이 공간에서 얻은 유일한 힌트는 탑과 성좌다.

허공에서 갑자기 나타난 여자, 상당히 수상하다.

하지만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데다 성좌를 알고 있는 듯했다.

즉, 저 미친년은 수상하지만, 최소한 말을 걸어볼 가치는 있어 보인다.


“저기….”

“크흐흣, 흐흣.”

“저기요!”


언성을 높이자 그녀는 뚝 하고 웃음을 멈추더니, 고개가 나를 향해 돌아갔다.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안색이 급변하며, 옷매무새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흠흠. 다른 분께서 계셨군요. 추태를 보여 죄송해요. 저는 제1 엘프 공화국의 황녀, 레플리카라고 하옵니다. 저와 함께 성좌를 알현하실 신사분께서는 성함이 어찌 되시는지…?”


그녀, 레플리카는 우아한 동작을 취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엘프 공화국? 듣도 보도 못한 단어였지만, 그러려니 넘어갔다.

중요한 건 자기를 엘프 나라의 황녀라고 소개하는 미친 여자와 말이 통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나름 정중했고.

지금 당장 나에게 필요한 건, 이 공간과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한 정보다.

모든 것이 의뭉스러운 상황에서, 무언가 물어볼 대상이 있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었다.


“반갑습니다. 저는 김 별이라고 합니다. 초면에 죄송하지만 몇 가지 질문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죠, 김별 님.”


레플리카는 눈웃음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당히 호의적인 모습이라 무언가 찜찜했다.


“일단, 여기가 어딥니까?”

“아, 이곳에 대해 모를 수도 있겠군요. 고위급 성좌에 대한 기록은 상위 차원에서나 전해져 내려오니까요.”

“고위급 성좌요?”

“네. 여긴 고위급 성좌의 알현실입니다. 주변에 펼쳐진 아름다운 별들. 이 공간을 중심으로 휘도는 별들의 운항! 이 정도로 신비로운 알현실을 보유할 수 있는 격이라면, 분명 고위급 성좌이실 겁니다.”

“레플리카, 아까부터 성좌에 대해 말씀하시는데, 대체 그게 뭡니까?”

“예? 성좌를 모르신다고요? 설마….”


레플리카는 황당해 보였다.

어떻게 이걸 모를 수 있느냐는 의문과 의아함이 섞여 있었다.

그러다 무언가를 이해했다는 듯 표정이 밝아졌다.

이전보다 훨씬.


“김별 씨는 새로운 세계 출신이시군요!”


레플리카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날 빤히 보며 생글생글 웃는 게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다.


“신성(新星) 출신이시라면, 그럴 수 있죠. 제가 다 설명해드릴 테니까 걱정 마세요, 김별 씨!”


레플리카는 열성적으로 나에게 이곳과 성좌, 나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녀는 여기가 우주를 아우르는 거대한 탑의 안이며, 수많은 세계가 모이는 별세계라고 하였다.

드물게 새로운 별이 운명에 이끌려 탑에 초대된다고 하는데, 그 징조가 하늘에 떠오르는 별기둥이라고 하였다.


별기둥 하니까 생각나는 게 있었다.

10년 동안 소원을 빌어왔던 별기둥.

기둥의 폭발과 함께 퍼져나간 하얀 빛.

너무 밝은 빛에 눈을 감았다 뜨니 이곳이었다.

나는 이 사실을 레플리카에게 전했다.

그러자 그녀는 내 손을 붙잡으며 흥분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럴 수가, 김별 씨는 ‘첫 번째’ 였군요! 그런데도 고위급 성좌를 알현하실 정도라니…. 대체 무엇을 하시던 분이셨나요?”


레플리카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차마 오늘 회사에서 잘려 백수가 되었다고는 말 못하겠는데….


“죄송해요…. 말씀하기 꺼려지시면, 안 하셔도 괜찮아요.”


레플리카의 표정을 보니, 무언가 비참한 사정이 있으리라 짐작하는 투여서 껄끄러웠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그녀는 사과와 함께 설명을 이어갔다.


“성좌님을 알현하고 나서는 탑을 오르게 될 거예요. 처음 5계층은 튜토리얼이라 부를 만큼, 어렵지 않으니 걱정 마시고요.”

“튜토리얼이라니, 무슨 게임 같은 겁니까?”

“게임이라뇨! 그런 것과는 차원이 달라요. 탑에서 부여하는 시련 같은 거라고요.”

“시련이요?”

“탑의 근본은 시련과 극복이에요. 탑은 시련을 내리고, 등반자들은 그것을 극복하며 성장해나가죠.”

“시련과 극복이라….”


레플리카의 말에 따르면, 나는 ‘탑’이라는 곳에 끌려온 신세다.

이제 곧 성좌라는 존재를 알현할 테고, 튜토리얼이라는 시련을 통과해야 한다.

나는 이 사실을 받아들였다.

우주 공간에서 눈을 뜨기 전에 들었던 탑과 성좌라는 단어.

그리고 레플리카가 말해주는 정보들을 조합하니 자연스레 내가 처한 상황이 이해되었다.


‘탑. 그리고 등반.’


그녀의 말대로라면 탑은 기회의 공간이다.

생물로서의 한계를 뛰어넘고, 초월하여 성좌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의 장소.

그녀가 성좌를 마치 신처럼 숭배하며 묘사하는 것으로 보아서, 성좌는 전지전능한 존재임에 틀림없었다.


레플리카의 말을 전부 신뢰할 수는 없었다.

그녀가 나에게 호의를 갖고 있다지만, 그 이유를 모른다.

하지만 그녀의 말을 통해 어느 정도의 골자는 유추할 수 있었다.


나는 탑을 올라가야 한다.

괴물과 이능이 있는 공간에서, 수많은 시련을 겪어나가며 살아남아야 했다.

살아남아 탑을 오를 수 있다면, 그 누구보다 높은 자리에서 모두를 좌시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김민철마저도, 아니 사성그룹도 설설 기게 만들 수 있는.


‘하지만,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평생 싸움이라고는 해본 적 없는 과연 내가 탑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솔직히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김별 씨 왜 그렇게 침울해하세요? 아, 혹시 가족을 걱정하시는 건가요?”


부모님은 돌아가신 지 오래인데 가족은 무슨….


“괜찮아요. ‘첫 번째’가 선택되었으면, 곧이어 탑을 오르는 이들이 우후죽순 늘어날 테니까요. 곧 가족들의 소식도 들을 수 있을 거예요.”

“원래 세계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습니까?”

“그건 힘들 거에요. 세계에 속한 성좌가 있어야 탑과 거래를 해서 차원문을 열 수 있거든요. 김별 씨는 ‘첫 번째’니까, 꽤 오래 걸리지 않을까 싶어요.”

“얼마나 걸릴까요?”

“음…. 한 백 년쯤?”

“배, 백 년이요?”


비현실적인 시간 규모에 입이 절로 벌어졌다. 백 년이라고?

그때까지 내가 살수나 있을까?

아니, 튜토리얼에서 살아남을 수나 있을까.


“거, 걱정 마세요 김별 님! ‘첫 번째’이면서 고위급 성좌를 알현하실 정도라면, 저 별자리에 오르는 것도 꿈이 아니니까요.”

“제가… 요?”

“네! 저희 세계에서도 초대 황제이신 철혈대제께서 ‘첫 번째’이면서 고위급 성좌를 알현하셨고, 끝내 성좌에 오르셨어요. 유일무이한 업적이었죠. 김별 님도 그 정도의 가능성이 있으신 분이라는 뜻이에요.”


그 말과 함께 레플리카는 나의 손에 작은 반지를 건네주었다.

나무줄기로 엮은 작은 반지.

반지 중앙에는 작은 인장이 달려 있었는데, 인장에는 화려한 나무문양이 수놓아져 있었다.


“이건…?”

“제가 아끼는 반지에요.”

“그런데 그걸 왜 저에게…?”

“김별 님은 특별하신 분이에요. 그래서 미리 투자하는 거랍니다. 부디 자신감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세요.”

“투자요?”

“저는 황실에서 입지가 좁은 편이랍니다. 그래서 저의 사람을 모으기 위해 탑에 올랐죠. 그런데 시작부터 사람의 손길이 타지 않은 보석이 나를 반겼답니다. 그런 상황에서 어찌 제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레플리카의 호의는 계획된 것이었다.

인연을 이어가기 위한 투자. 하지만 그런 편이 더 믿음이 갔다.

아무런 목적도 없이 나에게 호의와 믿음을 주었다면, 더더욱 의심스러웠으리라.

더군다나 레플리카는 나를 굉장히 가능성 넘치는 인물로 평가하고 있었다.

황제와 나를 비교하다니.


‘성좌.’


백 년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

아직도 김민철에 대한 복수심에 가슴이 이글거렸으니까.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내가 직접 성좌위에 오르는 것.

오십 년, 아니 삼십 년 내로 성좌위에 올라 나의 복수를 이루기 위해, 지구로 돌아오는 것.

다행히 나에게는 가능성이 있다.

성좌가 될 가능성.

나름대로 황녀라고 하니, 그녀의 말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기분이 좀 풀리신 거 같아 다행이네요.”

“덕분입니다, 레플리카. 고마워요.”

“별말씀을….”


레플리카는 은은하게 웃으며 나의 오른손, 검지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신기하게도 반지는 내 검지에 딱 들어맞았다.


“반지의 효능은 1계층에 입장하시면, 알 수 있을 거예요.”

“미리 알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러면 재미가 없잖아요.”


레플리카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 우주 공간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넉 놓고 있었을 것이다.

정말 고마운 사람, 아니 엘프였다.

그렇게 레플리카와 튜토리얼에 대한 대화를 나누던 그때였다.


“레플리카, 저건 뭡니까?”


우리 앞에 자그마한 티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하얗게 빛나는 티끌들이 한 점으로 점점 뭉치었고, 환하게 빛나는 구체가 되어 점차 커져갔다.


“아마… 성좌님께서 오시려나 봐요.”


빛의 구체는 밀도를 더해가며 하나의 조형으로 빚어졌다.


“사람…?”


빛으로 만든 사람이 이러할까.

빛무리는 응축되고 응축되어, 한 여성의 형태를 빚었다.

그 형상이 온전해지자, 빛이 터져나가며 정장 차림을 한 긴 은발의 여성이 허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눈동자는 별 무리를 담아놓은 듯 찬란히 반짝였다.

은발 여성은 사뿐히 내려앉아, 나와 레플리카를 흘깃 보더니 입을 열었다.


[고객님,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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