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닉스박1 0

팅구르르르 

녹색병이 방안을 굴러가며 쌓인다

재슥은 소주병 하나를 더 거칠게 돌려깠다

'왜 자꾸 걔 생각이 나냐'

술을 입안에 털어넣은 재슥은 

취기를 음미하며 옛생각에 잠겼다

재슥은 굽지와 직장동료로 처음 만났다

쉼없이 재잘대며 쾌활하지만 가끔 불같이 화를내던아이

그게 굽지였다

직장에서 찍혀 친구가 없던 재슥에게

그애는 참 많이 말을 걸어오곤했다

"오빠는~ 여친있어요? 

히.. 왠지~ 모쏠일거가투!"

재슥은 귀찮은듯이 답을했다

"난 한국사람은 안사귀지이 일본여자랑 사귈꺼야"

"잉? 왱? 무슨이유라도 있어요?"

"일본사람들이 예쁘고 착해"

"나는 그럼 못생기고 나쁜가? 뭐야 그게~"

"그런건 아니지만..."

재슥은 당황하는 표정을 역력히 들어냈다

"나는? 나는? 나는?"

굽지는 그런 재슥이 귀여워장난을쳤다

둘의 거리는 호흡이 느껴질정도로 가까워졌다

"예쁘긴하지, 너는"

"헤에... 글쿠나... "

굽지는 순간 재슥의 입술을 쪽하고 빨아들였다

재슥의 두눈은 휘둥그레졌다

"그거면 됐어♥"

굽지는 유난히 적극적이었다

굽지와 나누던 뜨거운밤들 

그 애는 많은 부분을 이해해주곤했다

"오빠가 팔베게 해주면 잠이 잘와성 조아, 헤"

"굽지야"

"웅?"

"나는 모쏠후다여,

창녀촌에서 처음을 뗐단 말이제 너두 알지?"

그말에 굽지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밝아진 표정으로 답했다

"솔직히.. 많이 속상해, 그 생각만 하면 밤에 잠도 잘 못쟈

그래두... 그래두우... 내가 오빠 많이 좋아하는걸"

굽지는 재슥의 겨드랑이를 간지럽히며 빵긋 웃었다

"멀어지기 시루... 그러니까 딴데 가지마아? 알았지?"

둘이 좋았던 기억도 있었지만 

가끔 어떤날 재슥은 굽지를 울리곤 했다

"오빠 또 가붕이 만났지?"

"왜 또? 친구랑 놀지도 못허냐?"

"그 애는 멍청하고 나쁜친구야"

"걔는 좋은애야 그렇게 말하지말어"

"그런애랑 놀지말라구! 그러니까 맨날 그 모양이지!"

재슥이는 폭발했다

"너는 얼마나 잘나서? 응? 너는?

무슨 순혈미드라고 자꾸 그러는데 

정확히 말하면 반쪽짜리 미드겠지이 머저리야

너부터나 좀 착각에서 깨어나! 멍청아!"

굽지는 평소처럼 울먹거리지도 소리내어 울지도 않았다

그저 이글거리는 눈으로 재석을 쏘아볼 뿐이였다

"다시는...나 볼 생각 하지마"

그런 못난 재슥에게 굽지는 다시 돌아왔었다

재슥은 그때마다 다신 잘못하지 않으리 

속으로 맹세하곤 했다

"오빠, 오빠는 일본사람들이 왜 좋아?"

"일본사람들은 꼼꼼하고 착하고 똑똑해"

"그러면 일본사람 누구랑 친해?"

재슥은 사실 일본사람을 만나본적이 없었다

"... 없어"

"친한사람은 누군데 그럼?"

"가붕이"

"가붕이 말고오~~ 나 화낸다"

"너"

"크크 것봐~ 나밖에 없지?"

굽지는 키득대며 웃었다

"오빠는 일본사람이 좋은게 아니라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에게 상처를 너무 많이 받은거야

그걸 한국사람이 나쁘다고 생각하는거지

그러니까 음.. 상처받지마 내가 옆에 있잖아"

굽지는 그렇게말하먼서 슬며시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우우웁.. 웁.. 쫩ㅡ"

"흐으으으윽.."

강한 쾌감에 재슥의 등이 새우등처럼 굽었다

그렇게 말하던 굽지는 재슥을 떠났다

가붕이 때문이였을까 모쏠후다 때문이였을까

재슥은 알수없었다

시간이 지나서 SNS로 근황을 알았다

굽지가 입은 웨딩드레스는 마치 채도가 없는듯이 밝게 빛났고

그 옆에는 검은 양복의 석현이가 무표정하게 서있었다

모든 추억이 거짓말인듯, 둘의 사진은 아름다웠다

재슥은 소주병을 마저 다 비웠다

입안에 화한 느낌이 감돌고 정신은 멍해져갔다

묘하게 달콤한 숨을 내뱉으며 피식하고 웃었다

"술먹으니까...  딸딸이가 치고 싶네.."

재슥의 손은 부드럽고 느릿하게 움직였다

그때의 촉감을 최대한 재현하려 애썼다

잠시 등이 새우등처럼 굽었다 

그리고 방안에는 맺히지 못한 사랑만이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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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본다고 거의 다 써놓고 업로드를 못했자너

대회막차 in 부탁드림 BloodTr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