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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아트 채플린 지팡이를 잃어버리다

taeul45099
2020-02-19 20:43:03 262 0 0

[에피소드 1-산부인과]

등장인물 임산부(30대후반)

청소부(50대후반)

학생(중2이나 고등학생정도)

조명이 들어오면 30대 후반의 임산부가 산부인과 대기실에 앉아 배를 쓰다듬으며 작은 소리로 노래를 흥얼거린다.

소 리 임신아님 보호자분! 임신아님 보호자분! 축하드립니다.(종소리) 딸입니다.(종소리)

임산부 노래를 멈추고 소리나는 쪽을 의식한다.

소 리 이영아님! 이영아님!(종소리)기형아검사 있습니다. 초음파실로 가세요.(사이)

임산부 분만실쪽을 의식하며 다시 흥얼흥얼 노래를 부른다. 청소부 청소도구 들고 등장.

청소부 누가 갯벌을 밟다왔나...아이구, 징그러 징혀(청소를 하며 임산부 앞을 지나다가 나비야 소리를 듣고) 얼래? 여지꺼정 기다린가?

임산부 예?

청소부 아, 식전부터 수선 떨드만 여적 검사도 못 받은 갑네?

임산부 ...진료는 진작 받았어요.

청소부 아이고,참 환장허네. 일봤으면 집에 갈것이지...웬 청승이여? 하루종일 나비만 찾아.

임산부 아는 사람이 분만실에 들어가 있어서요. 아기 낳는거 보구 갈려구요.

청소부 그 귀신머리여자?

임산부 예.

청소부 친척인가?

임산부 아뇨.

청소부 아이구 징허게 거시기 허데... 아는 지 혼자 낳는가 원...시상참. 말도 많고 목청은 화통을 삶아먹었는가 병원이 흔들흔들... 유난을 떨어, 유난을...아이구 징혀

임산부 많이 아픈가봐요?

청소부 그까짓게 아프긴 허지, 죽다 살아나는건디...그란디 고것이 끄집어내고나믄...원제 아팠냐 허구 기냥 삭 잊어버리는게 넷, 다섯씩 퍼질러 놓는겨...사람이 원체 멍청한 구석이 있어갖고, 징그러 징혀 아주...헌디...초산이여?

임산부 예?...예

청소부 (의심의 눈초리) 몸은 초산인디...나이는 섭섭치 않게 먹어뵈는디?

임산부 몸이 좀...약해서요...

분만실 쪽에서 진통하는 비명소리 들린다.

임산부 벌써 몇 시간째 저러구 있네. 괜찮을까요?

청소부 하이고, 저건 암껏두 아녀. 난 첫 아때, 꼬박 이틀을 찍소리 한번 안 허고 진을 다 쏟아부렀는디!

임산부 아줌만 몇이나 두셨어요?

청소부 다섯. 먼 첨 난 것은 일찍 죽고... 고것도 살았으면 여섯!

임산부 ...정말 대단하시네요...훌륭하세요.

청소부 아이고 참, 애 많이 낳는다는 것 뭐, 꼭 훌륭하다랄수도 있겄지만... 무식혀서, 생기는 족족이 퍼질러싼게...

임산부 좋으시겠어요.

청소부 ...그란디 이것들이 공들여 키워나논게 잘난 놈들은 잘난디로, 못난 놈은 못난디로 지 앞길만 챙기드랑게.

임산부 그래도 자식들은 엄마 마음 알거예요...

청소부 하이고, 개뿔이나 알어? 그란것들이...긍게...애뱉을띠나 좀 맴이 설렁거린게, 그띠나 좋은거지 뭐.

임산부 전 요즘 애 때문에 살아요...요즘엔 제 말도 다 알아들어요. 제가 "아가야,자꾸 발로 차면 어떻게 하니? 엄마, 아야 하잖아" 그러면 "엄마, 미안해요" 하면서 가 만히 있는거에요. 그럴 땐 너무 신기해서 현기증이 느껴져요.

청소부 고것은 빈혈이고.

임산부 애 가진거 처음 알았을땐 얼마나 무섭고 신기한지, 배를 만지면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그랬어요. 지다가도 내가 엄마가 되는구나, 엄마구나...무슨일이 있 어도 이 아이를 위해서 열심히 잘 살아야지, 남보란 듯이 잘 키우어야지 하는 생각에, 없던 힘도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매사에 조심조심, 마음쓰는 것도, 행동 하는 것도, 음식도, 그저 아이 생각하면 조심하게되구...

청소부 아이고, 기냥... 너무 조심혀도 안되여. 아 들은, 뱃속이 들어 앉았거나 나왔거나 그저 돼지 오줌보 차드키 그냥 거칠게 다뤄야혀. 아, 워떤 놈은 마빡만 삐죽이 내밀고는 반나절을 두리번거리다가 나오는디, 아이고 징혀 징그러...근디 조가비여,고추여?

임산부 네?

청소부 집이 아담하고 동글동글 한 것이 딸레미같구만?

임산부 (웃으며) 네, 딸이래요... 어떻게 아세요?

청소부 아, 나가 먼 첨 딸레들만 둘 낳고 꼬추볼라고 베레밸짓을 다 했잖여, 긍게 꼬추는 배 모양새부터가 다르다니께.

임산부 그래서 아들 낳으셨어요?

청소부 거시기, 지성이믄 감천이라고, 아래로 꼬추만 너이를 봤어.(속삭이며) 그것이 다 남정네 허기 나름이랑께.

임산부 남자하기 나름이요?

청소부 (주위를 살피며 임산부 옆에 조심스레 앉는다) 에...먼첨은, 남정네가 심이 좋아야되여...거...거시기 헐때마다...여자를 기절시켜야 아들이여...하이고, 내가 첫애 가질띠 이놈의 서방이 허다말고 허다말고 해싸니께 부홰가나고 허전항게 부엌에가서 찬밥이나 비벼묵고 그랬더만 딸이 되야갔고는...으이고 (다시 생각난듯) 그라고 잠자리 들디부텀 남편 거시기를 꽉 틀어쥐고 새벽까지 뻐팅기다 허면...확실허게 아들이여.

임산부 그걸 어떻게 계속 잡고 있어요?

청소부 노력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겨...에 ...승질급헌 서방이 못참고 뎀비거나, 여자가 깜빡 졸아서 거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딸 쌍둥이를 논 사람도 있당게.

임산부 (웃으며) 우리 시누이가 그래서 딸 쌍둥인가봐요. 새벽잠이 그렇게 많거든요. 남편도 약골이구...

청소부 딸이여...딸. 그럼 평생 딸이여...딸딸이

임산부 (웃으며) 너무 재밌으시네요 아주머니.

청소부 (웃으며) 그라고 남자랑 그짓 (갑자기 청소하는 척을 하며) 어디 가세요? 청소합니다. 원장! (잠시 눈치를 보다 다시 임산부 옆에 앉으며) 그라고 또...거시기... (은근히) 작업할직이는 남자가 아무리 뒤집어 꺾고 벽이다 밀고, 짐승처럼 뎀비도, 절디 입을 열거나 소리내면 안되여.

임산부 (맞장구치듯) 그게 더 어렵겠네요.

청소부 넘들은 어렵다고 허는디...이그, 나는 참을 수 있었는디, 그놈의 서방이 자꾸 헛심만 쓰고 있응게 하도 속이터지고 깝깝시러갖고 한숨을 내쉬었드만 둘째두 딸 이되아부렀어.(화들짝 일어나 다시 청소하는 척 한다.) 뽕 빠지게 닦아도 윤이 안나. 예 들어가셔요. 뭐, 얻어 쳐먹을거 있다고 들락 거린댜. 원장사모!! 그라고 공기 좋은디서 하는게 있는디...옥상이든 뒷동산이든 요즘것들 말디로 스릴있게 하는건디. 넘에눈에 띠면 딸잉게 조심해야허고...거시기 비슷헌 버섯을 많이 쳐 먹는디, 꼭 대궁탱이부터먹어야허고. 절구찍듯이 팍팍허고...넘에 자식 꼬추도 몰래 만져보고...암튼, 길쭉한것만 보고다니면되야...(진중) 운동장가서 철봉을 깊 이있게 쳐다봐야혀. 이그 없는 살림에 그냥 보신시킨다고 동네 갱아지들 씨만말려갔고 설랑은...근디 효관있어.

임산부 그래요...자주 먹어야겠네...

청소부 잉...그리고 마지막으로다가 부적을 붙이는 것도 있긴 있는디...

임산부 어디예요?

청소부 거기.

임산부 거기다 어떻게 붙여요?

청소부 풀. 풀을 쫙쫙쫙 발라가지고, 기냥 척...아니믄 이쁘게 쫌메주든가.

고등학생쯤 되보이는 여자아이가 접수대 대기실을 기웃거리다가 두 여자를 의식한다.

소 녀 씨발, 쪽팔려죽겠네...씨발 졸라 쪽팔리네. 개새끼.

소녀 접수대로 간다. 임산부와 청소부, 소녀쪽을 주시한다. 소녀가 나오는 기척이보이자, 청소부는 다시 청소하는척...

소 녀 (돌아서며) 씨발, 졸라 비싸네.

소녀, 담배를 입에물려한다.

청소부 잉, 저것이, 얼레? 학생...인지 뭔지...나가서 펴!

소 녀 씨발 좇나게 재수없네.

청소부 잉? 겁나게 지송하다고? (소녀 침을 뱉고 나간다) 마빡에 피딱지도 안선것이...저년...저...거시기랑게...저거...

임산부 예?

청소부 애 띨라구 온거여, 저거.

임산부 설마요...어려보이는데.

청소부 내가 이래뵈도 산부인과 어언 10여년이여. 걸음새만봐도 치질인지 산긴지 알으.

임산부 (의아하게) 그럼 애를 지우로 왔단말예요?

청소부 아, 그렇당게. 요즘...허긴 싸질르는대로 애가 싱긴게...그것들 다나불믄...

임산부 애 갖기가 그렇게 쉬운가요...

분만실에서 진통소리 들린다.

임산부 저 아기 괜찮을지 모르겠네. 제왕절게해야 되는거 아니예요?

청소부 그거 못써.

임산부 저러다, 애 죽으면 어떻게해요?

청소부 칼 대는것보담은 기냥, 지 대가리로 밀고나온놈들이 억척스리 산다니께.

임산부 요즘은 제왕절개해도 건강하게 잘 자라요.

청소부 허긴...시상이 참 편해징게...요즘시상에 태어났으믄 잘 먹고 잘 살았을 것인디...아, 지침해대는 놈을 낫것지허구 사탕물려 업구댕기다가...죽은지도 몰렀네.

임산부 그래도 다섯이나 있잖아요.

청소부 으이그. 먹고 살기도 바빠죽갔는디, 히마리두 없는 그 썩을노무인간이...일 하라믄 징허게도 안하드만 시간만 있으믄 싸질러갖고는...기냥 징혀...징혀...

소녀, 다시 들어온다. 소녀를 주시하는 청소부와 임산부

임산부 저는요...아길 낳으면, 우선 이쁘게 옷 입혀서 어른들한테 인사드리러 갈거예요. 아기방은 동화속에 나오는 방처럼, 이쁘게 꾸며줄거구요. 아기가 걷기 시작하 면 손 꼭 잡고 백화점가서 긴 머리에 어울리는 리본달린 머리띠두 사주고, 꽃이달린 빨간색 구두도 사서 신길거예요. 그리고 아이가 크면 발레나 바이올린을 가르치고 싶어요. 발레복을 입은 모습은 꼭 보고싶어요. 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일을 하게 할거예요.

소 녀 아, 씨발 왜 안 받아.

임산부 그리고 시집 갈 땐 웨딩드레스도 구슬 달린 화려한 드레스로 제가 직접 골라 줄 거예요. 우리 이쁜 공주가 빨리 나와야 할텐데...

청소부 허이고, 그 딸래미 팔자 펴부렀네.

소 녀 나야, 이년아.

임산부 저는 꼭 그렇게 할거예요.

소 녀 꿈 깨라 이년아!

임산부 착하고 예쁜 공주처럼...

소 녀 지랄한다 미친년. 왜? 뭐가? 아냐 이년아. 아니라면 아닌줄 알지 뭘 캐물어 씨발년아. 그래 걸렸다. 그 새끼가 불었냐? 개새끼. 씨발 좇나게 재수없어. 골볐냐? (사이) 쌩깟지뭐. 그 새낀? 뭐? 씨발새끼가 나없을 때 딴짓하면 죽여버린다그래. 쪽팔려 죽겠는데 어딜와 이년아. 됐어! 애 띠는데 1분도 안걸려 그짓하는것보 다 빨라...그래!

청소부 저것봐 내 말이 맞지. 저거 저거 (때리는 시늉을 하며) 으이그

소 녀 지랄한다 미친년! 아니, 그새끼가 술 이빠이 쳐먹고...싸지말라니까...내가 너냐? 그 새끼가 돈이 어딨어, 진짜 없어, 몰라. 전에 그 자식한테 뜯어볼까? 아니... 내가 그 새끼 애 한번 땠잖아. 돈 졸라많아! 그래, 그 꼰대. 딱 띠고 나오니까 전복 죽 사주는거 있지. 여기? 분위기 졸라 구려. 응, 야 그 씹새가 뭐라는 줄 알아? 한달 더 있다 지우래는거 있지!젖 탱이 커진다고, 미친놈 아니냐? 개새끼. 미친년 한달 더 있으면 돈이 얼만데...씨발 누가 생길 줄 알았냐? 졸라 재수없 게 애는 걸려갖고 씨발.

청소부 졸라~ 매야지 저주둥아리를.

임산부 재수없어? 재수가 없어? (호흡을 가다듬으며) 이봐, 학생! 말 그렇게 막 해도 되는거야? 그 애가, 그 애가, 얼마나 힘들게 생기는건데...아이 갖는게 그렇게 쉬 운거야? 그 애한테 미안하지도 않아?

소 녀 (임산부를 의식하고) 야, 잠깐만. 뭐라구요?

임산부 애써 갖은 애를 왜 버려?

소 녀 누가 애써 가져요? (전화) 아냐, 얘기해. 야 참 그거 얼마냐?

임산부 다 소중하게 태어나는거야.

소 녀 무식한년...그거말고 이년아, 전에...

임산부 잘 생각해봐.

소 녀 아이 씨발 (전화 끊고) 뭐! 아줌마 뭐!

청소부 통화 허지, 그냥.

임산부 애를 왜 지워?

소 녀 씨발, 아줌마가 무슨 상관이야?

임산부 상관있어!

청소부 참어. 요즘것들 낮 저녁으로다가 지 친구 집 놀러 오드키 들락거린당게.

소 녀 할망구, 졸라 빡돌아.

청소부 아이고, 저 썩을년 주둥아리 저거... 아주 헷바닥을 락스루다가 기냥... 독한걸루다가...저거 낳구 지 애미는 미역국을 쳐먹었을테지...후루룩 얌얌 쩝쩝.

소 녀 나 태어나는데 아줌마들이 보태준거 있어? 애 띠는데 아줌마들이 보태줄거냐구! 열라 재수 없을래니까.

임산부 아이 가질려구 미친년처럼 헤집고 다니는 여자도 있어. 시댁 식구들 눈칫밥 얻어먹으며 천하에 죽일년처럼, 아무리 억울한 일이 있어도 자기 얘길 한번도 떳 떳하게 못해보는 여자두 있어.

소 녀 미쳤냐!

임산부 아이 갖겠다고, 애 잘 낳는 여자 속옷도 훔쳐보고, 추운 겨울 집 주위를 빨개 벗고 돌면 좋다고 해서 그렇게도 해보고, 돌부처 코를 손톱으로 끍어 물에 타 마 셔도 보고. 사람으론 할 수 없는 짓을 대가 없는 여자들은 다해. 그런데 뭐? 재수없게? 재수없으면 생기는게 아기야?

소 녀 그럼 난 재수 좋아서 생긴 줄 알아?

청소부 냅둬, 냅둬. 저런 년들 댓거리허면 재수 없당게. (소녀를 보며) 아이고, 챙피헌줄 알아야지...어디서 또박또박 대꾸질이여.

소 녀 창피한 줄 알라구? 그 짓은 나만해? 아줌마도 그 짓 했으니까 애 생겼을거 아냐. 애가 그렇게 좋으면 아줌마나 낳아서 잘 기르면 될거 아냐. 내 몸 내가 굴리 는데 왜 지랄들이야? 애 생겨서 애 띠는거랑 감기 걸려서 감기약 먹는거랑 뭐가 달라?

임산부 찢어진 입이라구 그렇게 막 말해도 되는거야? 애가 감기만도 못 하다는 거야?

청소부 참으랑게...애 놀라것구만...어린 것이 뭘 알아. (소녀에게) 이것아, 그렇게 몸 함부로 굴리다간 니가 정작 애 낳구 싶을띠는 못나. 애 못 낳으믄 그게 여자여? 시상에서 젤루 불쌍한기 애 못 낳는 여자여, 이 지지배야.

소 녀 씨발, 애 못낳는 여자가 어딨어?

임산부 (괴성지르며) 애 못 낳는 여자 있어!

소 녀 애 떨어지는줄 알았네.

임산부 애 못 낳는 여잔 여자도 아니야? 애 못 낳는 여자가 여자가 아니라면, 사람도 아니라는 거야? 애 못 낳는게 나 때문이야? 그건 내 책임이 아냐. 그건 삼신 할 머니가 실수한 거야... 애 가지려는 년들이 하두 많으니까, 삼신할머니가 정신을 못 차리는 거야. 그래 엉뚱한 어린것들이나 임신시키고...그래도 난 내 차례를 기다렸어. 그건 내 차례였어...난 계속 차례를 놓친거라구...난 재수가 없었던거야. 나두 엄마로써 자격있구...누구보다두 잘 기를 수 있어. 난 여자야...재수가 없 는 여자...

소 녀 ...칫...뽕 맞았나!

임산부 그앤 내꺼야...(옷속에서 베개를 꺼내 소녀에게 다가가 때린다) 너두 내 차례를 뺐어갔어. 그 애는 내꺼야...내 차례였어...

소녀 임산부를 밀친다. 임산부 힘없이 쓰러지며. 잠깐사이.

소 리 유미라님, 들어오세요.

소 녀 씨발...별 씨...스타일 좇나게 구겨지네.(안으로 들어간다)

임산부 그앤 내꺼야...내 차례야...

청소부 아이구 무슨 일이여...잉?

소 리 아줌마, 쓰레기통 좀 비워 주세요.

청소부 나간다.

임산부 (천천히 일어나 베게를 다시 넣으며 의자에 앉는다. 긴 사이. 배를 쓰다듬으며) 아가야...자꾸 발로 차면 어떻게 하니...엄마 아야 하잖아...

분만실에서 아기 울음소리 들린다.

임산부, 멍하니 분만실쪽을 바라보며 처음처럼 흥얼흥얼 노래부른다.

막간극 걸음이 지독하게 느린 노인이 어렵게 의자에 앉아 찐 계란을 까 먹는다. 그러나.......

[에피소드 2-공원에서]

공원, 놀이터, 풀벌레 소리, 차 지나가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남, 녀 조금의 거리를 두고 어색하게 앉아있다.

여자는 고개를 숙여 손가락을 만지작거리고 남자 먼 곳을 쳐다본다. 그 모습이 서로 바뀌기도 한다. 꽤 긴시간을 그렇게 앉아있다.

여자 ...얘기해.

남자 ...어제 전화로 한게 다야.

여자 그럼 왜 만나자고 했어?

남자 ...줄 것도 있고, (사이) 미안하다는 말 하려고.

여자 나도 미안한 것 많아. (사이) 이렇게 앉아 있는거 ...너무 힘들다. (사이) 네 뜻 알았으니까 그만 일어나자. (사이) 잘 지내... 좋은 사람 만나고 (긴사이)

남자 (가방에서 뭘 꺼낸다) 이거.

여자 (잠깐본다. 말 없다. 무엇인지 안것 같다)

남자 전에 대천 해수욕장 갔을 때 날 춥다고 역 근처에서 급하게 산거...깜빡했는데 내가 갖고 있었어.

여자 (한참을 망설이다 조심스레 가져가며 혼잣말처럼)그냥 버리지...뭐하러 갖고왔어.(사이)

남자 그동안 서운하게 한거, 화나게 해서 울게 한거 미안해...해준 것도 없고.

여자 (조용하게 길게 한숨을 내쉽다) 사람들하고 잘 지내. 일자리 자꾸 옮기지 말구.

남자 이젠 안그래. (사이) 너도 잘 지내...(사이)

여자 이럴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갑작스럽다.

남자 (사이) 마음은 그게 아니었는데 일만 커지게 하고...네가 속상해 하는거 알면서도 약속도 잘 못지키고. (사이)

여자 약속을 못 지킨게 아니라 솔직하지 못 한거야.

남자 너한테 솔직하지 못한 건 없었어...그냥...성격이야.

여자 (사이) 나 다 알아. 너 가끔 기념일이나 특별한 날에 돈 없어서 일 있다고, 약속 취소한거(사이) 네 맘 상할까봐 억지쓰지도 못 했어... 넌 더 했겠지만 나도 네 상황 알고 이해하면서도 많이 속상했어. 약속 취소할 수 밖에 없는 네가 안 되보이기도 하고...하지만 하필 꼭 널 보고 싶을때, 옆에 있으면 했을때 그러지 못하 니까 더 속상했어...(긴사이)

남자 (사이) 못 간다고 전화 할 때까지도 결정을 못 내리고, 네가 서운해서 먼저 끊어버려도 난 전화기를 계속 들고 있었어...어떻게 할지 몰라서...그런데 그냥 나가면 괜히 나 혼자 툴툴거리고 말 없어지면 넌 자꾸 무슨 일 있냐고 물을 거고 좋은날 왜 이러냐고 하면 난 더 말 없어 질 거고 그럼 너도 화내고 그러다 보면 나중 에 싸우게 되고...(사이)

여자 여자가 선물 좋아하는거, 그 사람 마음이 들어 있어서야...아주 작은 거라도 선물 못해서 미안해하는 것 보다 예쁜 말 몇 마디 해 주는 걸 더 좋아한다구. (사이) 누굴 만나든 돈 없다고 약속 취소하지 말고 편지라도 써서 만나면 선물로 줘...들떠 있는 마음 무너뜨리지 말고.(사이) 누굴 만나든.(사이)미안해. (긴사이)

남자 난 늘 너를 화나게만 했던 것 같아.

여자 내가 화냈던 것 진심이 아니야. 그냥 서운하고 답답해서 투정부리고 싶었을 뿐이야.

남자 우리가 서로 솔직해지지 못했나봐.

여자 그래. 그런 작은 오해들이 쌓여서 눈 덩이처럼 커진 거야... 작은 배려만으로도 쉽게 녹일 수 있었을텐데...녹일 생각은 못하고, 무거워만 하고 있었던 거지.

(긴사이)

남자 뭐 좀 마실래? 내가 사올게...

여자 아니 괜찮아...

남자 (애써 분위기를 바꿀까 하고) 네 얘기 잘 들어주고 전화도 자주해주는 사람 만나. 집까지 바래다주고 걷자고 하면 몇 시간이라도 걸어 줄 사람 너무 친절하면 의심해보고...

여자 나도 네가 풀어질 때 까지 아무 투정 없이 기다려 주는 사람만나... (긴사이)

남자 (작게 웃으며) 잡자기 그 생각난다. (웃는다)

여자 (남자를 본다)...뭐?

남자 산에 갔을 때...그게 어느 산 인지 모르겠는데 산 입구에 김밥 파는 골목 안에 어울리지 않게 열대어 파는 수족관 있었잖아...산 올라가는 내내 수족관 주인은 어 떤 사람일까 서로 얘기 하다가 나중엔 간첩일 거라고...신고 하자고...(웃는다)

여자 (조금 어이없어서) 갑자기 그 생각이 왜 난거야?

남자 정상에 올라가서 김밥하고 싸간 거 먹으면서 무슨 장난인지 하다가 네가 나무 젓가락으로 내 볼을 찌른다고 했는데 뾰루지 찔러서 터지는 바람에 피나고 우스운 데 아파서 눈물나고 근데 네가 일부러 그랬다고 농담 한마디 한거 갖고 나 혼자 막 내려왔던거. 넌 생각나는거 없어?(사이)

여자 (혼잣말처럼) 정말 어린애같아...(사이) 지금 그런 얘기가 나와?

남자 난 그냥 기분 좋게 헤어...

여자 (말을 끊듯이) 생각나는거 있다.(사이) 네가 날 사람의 포로라면서 이렇게 (팔을 비틀어 보이며)수갑 채우는 시늉하다 어깨 빠진거...

(썰렁한 사이 남자 다시 말을 이으려고)

남자 빗물 고여 있는데 빠지라고 살짝 밀었더니 안 빠지려고 펄쩍 뛰가 넘어져서 엉덩이가 오줌 싼 것처럼 젖었잖아. 괜히 창피하니까 사람들이 쳐다 볼 때마다 내 등짝 때리면서 집까지 간거.

여자 성호야, 너 나 없어도 잘 살 수 있지? 당연히 그렇겠지만...난 네가 불안해. 착한건 좋은데 모든 걸 좀 진지하게 생각해.(사이)

남자 나도 알아. 표현을 안 할 뿐이야. 다 생각하고 있어.(사이)

여자 네가 편해서 괜히 너한테 짜증도 많이 부렸는데. 그게 싸움이 되고... 미안하고 속상하면서도 화는 계속나고, 네 말은 무조건 걸고 넘어지고...내가 너무하다는 생 각을 하면서도 네가 다 받아줄거라고 믿었나봐.(사이)

남자 버릇처럼 전화하면 어떻게 하지?(사이) 더 잘할 수도 있었는데. (긴사이) 다시 여기 올 일 없겠구나. 너 처음 만날 때, 난 네가 나 네가 나 별로 안 좋아하는 줄 알았어. 화난 사람처럼 말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어서.

여자 (같이 피식 웃으며) 그땐 많이 떨려서 그랬지.

남자 그래 나중에야 알았어. (잠시 생각하다가) 그때 긴 머리에 말없이 앉아있던 모습 참 예뻤는데.

여자 (말없이 자기 머리를 만지다가 그래서 내가 머리 자르고 나타났을 때 안 좋아했구나? 난 네가 예쁘다고 말해줄 줄 알았는데. 그래도 머리 기를 때까진 네가 사 준 핀만하고 다녔어. 네가 제일 처음 해준 선물. 노점에서 파는 걸 보고 내가 '예쁘다' 하고 지나가니까 네가 나중에 몰래 나가서 사다줬잖아. 좋은 선물이 아니 어서 미안하다면서. 얼굴 발갛게 달아올라선 숨을 헐떡이며 내미는데, 얼마나 꼭 쥐고 왔는지 손에 자국이 다 나있더라. 커다란 손에 달랑 놓여있는 핀이 왠지 우습기도 하고...그래도 너무 예뻤어.

오토바이 소리와 함께 음악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가까워지며 곧 사라진다 (사이)

남자 좀전에 그 노래 생각나? 네가 늘 이어폰 꽂고 흥얼거리던 노래잖아.

여자 잊고 있었네...(사이)

남자 저, 그때... 강촌 말이야. 가려고 하다가 못 갔던 거 기억나?

여자 응.

남자 난 아직도 아쉬워. 그때 너 화가 잔뜩 나가지고...이...

여자 (남자의 말을 끊으며) 그 땐 네가 너무 늦게 와서 못 간거지.

남자 기차는 바로 있었잖아. 네가 안 간다고 고집 부려서 못간 거지.

여자 네가 늦게 와서 화나서 그런거잖아.

남자 미안하다고 했잖아. 바로 기차표도 끊어오고.

여자 그럼, 한시간이 넘게 늦게 왔는데 너 같으면 갑자기 헤헤 거릴 수 있겠어?

남자 사정얘기 했잖아. 그리고 아무리 화났어도 사람들 많은데서 혼자 가라고 소리소리 지르고.

여자 너만 창피했는 줄 알아? 먹을 거 싸들고 혼자서 두리번두리번 한 시간 동안 기다린난.

남자 그래서 미안하다고 했잖아.

여자 그런다고 금방 풀리니? 미안하다고 몇 번 하더니 오히려 화냈으몃서. 그냥 집에나 가자고? 그런 말이 나와? 늦게 와 놓구선.

남자 그럼 어떻게 해. 이래도 싫다, 저래도 싫다 하는데...(사이)

여자 남자가 어떻게 해 볼 생각은 안하고, 화나서 토라져 있는 사람 옆에 똑같이 앉아선, 아무 말도 안 하고 인상이나 쓰고 있고...

남자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네가 듣지 않았잖아. 무조건 싫다고만 하고. 내가 무슨 말을 하냐? 똑같은 말만 계속 해대고.

여자 넌 늘 그런 식이야. 고작 한다는 말이 '무슨 말을 하냐?' '그럼 어떻게 하냐?'

남자 네가 내 말을 들어줬어? 싫다, 좋다 대답이라도 했냐고?

여자 왜 소릴 질러?

남자 내가 언제 소리를 질렀어? (답답해한다)

여자 지금 지르고 있잖아.(혼잣말처럼) 뭘 잘했다고.

남자 좋아, 그럼. 그때 내가 어떻게 했어야 하는건데?

여자 그걸 일일이 다 얘기해야 알어?

남자 (큰 숨을 내쉰다) 그럼 내가 억지로라도 끌고 가야 했던거야? 네가 화났던 말든?

여자 차라리 그렇게라도 하지?

남자 그게 말이 되니? 어느 정도 화를 내다가도 상대방이 그렇게 사정하고 미안하다는데 좀 풀어져야지.(사이) 내가 납치범이냐?

억지로 끌고 가게, 그것도 놀러가는데.

여자 네가 조금만 더 했어도 나 그냥 툴툴거리면서도 갔을거야. 가면서 풀어졌겠지.

남자 후...그만하자.

여자 할 말 없으면 그만 하자 그러지.

남자 할 말이 왜 없냐? 말이 안 되니까 그렇지.

여자 말이 왜 안돼? 내가 왜 그러는지 조금만 생각해주고,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했으면 좋았잖아. 자기 방식대로 하다 안되면 되려 화만 내고...

남자 너도 마찬가지잖아. 네 방식대로 안 되면 무조건 화내고 말 안하고...

여자 (소리 지른다) 나 원래 그래.

남자 말 막히면 원래 그래, 원래그래. 원래 그래가 무슨 무기냐? 이렇다 저렇다 말을 해봐. 그러니까 마무리도 못 짓고 화만 내가 끝나잖아.

여자 (마음이 아프다) 나 원래 그래.

남자 그래 알아. 너 원래 그래. 사람 답답하고 난처하게 만들고.

여자 (마음이 더욱 아프다) 나 원래 그래. (긴사이)

여자 더 할 얘기 없어?

남자 (사이) 없어.

여자 그럼 나 갈게. (여자 일어난다. 잠시 서있다 퇴장한다)

남자 (가만히 고개를 숙인다)

여자가 앉아있던 자리와 남자에게 잡 조명. 여자의 목소리 음향으로 들린다.

여자 (여자의 심정을 말하듯) 나도 마음은 그게 아니었는데, 우린 계속 엇갈리기만 했던 것 같아. (사이) 그래도 난 네가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살짝 잡아만 주었어도 모든걸 되돌릴 수 있었는데...좋은사람 만나. (여자 탑조면 사라지면)

음향- 벨소리, 전화통화

음향 어, 성호야. 나야. 어떻게 됐냐? 만났어?

남자 응.

음향 강촌 가자고 말 꺼냈어? 뭐래, 좋다 그러지? 좋아하지 임마, 여잔 원래그래.

남자 끊어.

막간극2 할아버지 다시 어렵게 등장. 다시 계란을 까먹으려 하나...

[에피소드 3-지하철]

등장인물 -청년

장사1(접착제)

할머니(잡화)

장사2(음치 교정기)

장사3(엽기 자명종)


지하철 소음과 다음 역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마스크를 쓴 청년 들어와 주위를 심하게 의식하며 무언가 망설인다.

조심스럽게 중앙으로 나온다. 가방을 열어 물건을 꺼내려다 다시...몇번을 반복하면 그 사이 장사1 등장.

장사 1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즐거운 발걸음 되시는데 잠시 양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여기 일반 가정에서나 작업실에서 손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접착제를 가지고 나왔는데요, 여러분이 잘 아시는 순간 접착제를 보완, 수정한 찰라 접착제입니다. 이 찰라 접착제는요, 기존의 순간 접착제보다 양이 많을뿐더러 접착력이 매우 뛰어나고 아주 효율적으로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존의 순간 접착제를 보시면 손에 묻거나 눈에 들어가는 위헙성이 있구요, 양을 조절하지 못해 애먹는 경우가 있으실 겁니다. 또한 한 번 개봉 후에 뚜껑관리를 못하시면 금방 굳어버려 더이상 못 쓰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여기 이 찰라 접착제는요, 접착제를 1.2미리 미터의 작은 캡슐 속에 담았습니다. 오래 사용해도 전혀 굳을 염려도 없구요, 이렇게 샤프처럼 눌러만 주시면 캡슐이 하나씩 밀려 나오게 되어 있어서 아주 편리합니다. 캡슐 겉은 소량의 점막이 형성되어 있어서 붙이고자하는 곳에 직접, 또는 손가락을 이용하셔서 위치를 정하시고 약간의 압력으로 눌러주시면 캡슐이 터지는 찰라, 바로 접착이 되겠습니다. 찰라 접착제 한자루에 120개의 캡슐이 들어있구요, 다 쓰신후에 찰라 접착제 심만 갈아끼으면 되겠습니다. 지금 시중에는 많이 나와 있지 않구요, 일부 전문 직종에서만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구입하시려면 저희 공장에 직접 오시건, 대형 공구세트매장에 가셔야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일반가정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광고를 해 주십사하는 바램에서 공장도 가격 5000원하는 것을 천원짜리 두장만 받고 모시겠습니다. (지하철 안을 돌아다니며) 자, 찰라 접착제입니다. 오래 사용하셔도 굳을 염려없구요...네, 찰라 접착제...(청년장사를 유심히 쳐다본다) 천원짜리 두장 받겠습니다. 손에 묻거나 눈에 들어갈 위험성이 없는...네, 찰라, 차차찰~라 접착제, 한번 구입하시면... 유용하게 사용하실 수 있는 찰라 접착제...네, 천원짜리 두장만 받겠습니다.(사이) 여기도 안 계시면 그냥 지나 가겠죠!

청년은 장사꾼1의 반 강요로 물건을 구입한다. 혼자 남은 청년은 억지로 끌려가듯 무대 중앙으로 나가 어렵게 선다. 몹시 긴장해서 서 있기도 불편하다. 손에 땀이 나는지 만지작거리고 땀도 없는 이마를 버릇처럼 닦아낸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저...아...안녕하세요!" 거의 동시에 반대편에서 장사2 급하게 들어온다.

잠시 두사람 눈 싸움. 청년 겁 먹은 얼굴로 물러선다.

장사 2 (잠시 불쾌 하다는 듯 청년을 의식한다) 안녕하십니까. 잠시만, 잠시만 양해 말씀드리 겠습니다. 여기 아이디어 상품, 음치 교정기를 소개할까 합니다. 여러분들 일반 가정이나 노래방, 회식 또는 회갑연이나 생일잔치, 각종 모임 등 우리 생활에서 노래를 빼 놓을 수가 없을 겁니다. 그런데 노래를 좋아하면서도 남들 앞에서는 부르기를 꺼려하거나, 노래방을 불지르고 싶은 분들, 야유회나 회식 자리에서 노래를 시킬까봐 술도 제대로 못 드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노래를 불러라, 못 부르겠다, 해라 마라, 이렇게 큰 싸움까지 가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런 아픔과 고민을 해결하는 아이디어 상품, 바로 음치 교정기입니다. 본 제품은 기타나 피아노, 바이올린 등 악기의 음계를 측정하는 음계측정기와 함께 노래를 기억하는 메모리칩이 내장되어 있습니다. 잠시 사용 방법을 알려드리면, 한번에 다섯곡을 녹음하실 수 있는데요, 이렇게 이어폰을 끼시고, 부르시고자 하는 노래를 본인이 직접 부르시면 바로 메모리칩이 음이 낮게 깔아주고, 음계측정기가 음이 틀렸을 경우에만 삐 하는 경고음과 함께 교정음이 흘러 나오게 되어있습니다. 제가 잠시 시범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어폰을 통해 음악을 들으면) 자! 지금 음악이 흘러 나오고 있죠! (노래를 부르다 틀리면 삐하는 경고음이 들린다. 그렇게 2~3곡을 시범 보인다.) 시중 악기사나 백화점에 가시면 2~3만원을 주셔야 구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물건을 직접 들고나온 관계로, 마진을 뺀 가격 단돈 만원만 받겠습니다. 지나갈 깨 말씁해 주세요. (돌아다닌다) 자, 음치교정기, 자, 단돈 만원. 음치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자, 음치교정기. 노래가 무서운분, 자, 단돈만원. (퇴장하며) 에이씨! 딴 노래 할걸.

장사2가 퇴장하면, 청년 뭔가 결심한 듯 밖으로 뛰어나간다. 잠시 뒤 가방을 바꿔 뛰어들어온다.

청 년 (큰소리로) 안녕하세요! (자기소리에 놀라 잠시 머뭇거린다 어렵게 말을 시작하면 "빈대, 베룩, 바쿠" 소리와 함께 할머니 등장해 약을 판다. 청년 할머니에게 밀리고 밀리다가 얼떨결에 약을 받아든다.

할머니 만원(돈줘...등등)

청년 머뭇거리다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준다. 퇴장하는 할머니와 약을 한심한 듯 쳐다본다.

다시 용기를 내어 장사를 시작하면 어디선가 자명종소리가 시끄럽게 울린다. 청년 놀라 멈칫하면 장사3 엽기스런 모습으로 등장.

장사 3 안녕하십니까. 잠시만 집중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명종 시계소리 울리다 멈춘다) 여기 엽기 자명종 시계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게으른 분들, 의지가 약한 분들, 작심삼일로 고통받고 계신분들, 규칙적인 지각으로 직장에서 왕따되신 분들, 시간 약속을 만만하게 생각하시는 분들. 그런 분들이 필해 장만해서 집에 모셔놔야 할 엽기 자명종 시계입니다. 본 자명종 시계에는 여러가지 센서가 부착 되어 있습니다. 특수 플라스틱으로 쉽게 파손되지 않습니다. 지금부터 잘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아침 정해진 시간에 벨이 울립니다. 누르고 다시 주무시는 분들, 2분각 움직임이 확인되지 않으면 벨이 다시 울립니다. 누르고 또 눌러도 움직임이 2분간 지속되지 않는 한 계속 울게 되어있습니다. 건전지를 빼려는 분들, 엽기 자명종은 건전지로 부터 충전된 예비 충전기가 안쪽 깊숙히 들어있어 건전지를 빼 놓아도 5시간을 버틸 수 있습니다. 성질이 급하시거나 과격한 분들, 자명종을 집어던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 엽기 자명종 안에는 차량에 부착하는 도난 경보기가 내장되어 있어 심한 충격을 받았을 땐 평균 자명종 소리의 20배에 해당하는 소음을 들을 수 있습니다. 포기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출근준비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네가 죽나 내가 죽나 한번 해보자 하는 엉뚱한 고집에 단순 무식한 분들, 자명종을 망치나 뺀치로 깨 부수는 경우가 있을 겁니다. 저희 엽기 자명종은 본체가 파손되는 경우에 저희 영업소로 신호가 들어오게 되있어 저희가 직접 댁으로 모닝콜을 해드립니다. 또한 30분 이내에 직접 새것으로 교환해드립니다. 자명종을 땅 속깊이 묻어버리거나 전화선을 끊어버리지 않는 한 여러분의 모닝콜을 책입집니다. 가격은 단돈 만원. (지하철을 돌아다닌다) 자, 엽기자명종. 당신의 잠자리를 뒤흔들어 놓을 엽기 자명종이 만원. 시간 약속에 공포를 느끼게 해 드립니다. 엽기 자명종.

장사3 퇴장하면 청년 자신감 있게 중앙으로 나와 물건을 꺼내들고 이설픈 몇 마디를 한다.

청 년 안녕하십니까. 잠시...여기...신기한 저금통...아니...물건하나...갖고 나왔는데요.

단속반 이봐요! 아저씨!

청 년 (물건을 사려는 손님인줄알고) 예! (단속반임을 확인하고 당황한다)

단속반 (승객들 눈치를 살피며) 아니, 단속 나온다고 정보 흘렸을텐데, 이러면 피차 곤란하죠! (승객들의 시선이 모아지는 듯 하자 큰 소리로) 이사람이 말이야, 법을 지키면서 장사를 해야지, 쾌적한 지하철 몰라? 신분증 주세요.

청 년 예? 아저씨...

단속반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주민등록증 주세요!

청 년 마지못해 신분증을 건넨다.

단속반 (청년에게 속삭이듯) 단신 초짜야? 초짜면 초짜라고 진작 말하지. 어쩐지...쯧쯧(딱지를 끊는다)자! 사만원!

청 년 (놀란다) 저, 아저씨 한번만...

단속반 (청년이 매달리자 당황해서 주위 시선을 의식하며 청년을 뿌리친다) 아니, 이사람이 사람을 뭘로보고...얼른내려!(단속반사라진다)

청 년 ...(작은 소리로)...개새끼

청년 무언가 각오한 듯 밖으로 퇴장. 조명 바뀌면 잠시후 다시 무대 하수 뒤쪽에서 등장. 물건을 바닥에 깐다.

청 년 자 이쪽으로 오세요. 여기 지하철에서 이천원에 팔던거, 단돈 천원에...(준비가 된 듯) 자, 구경들하고 가세요. 마술 저금통. 천원입니다.(능숙해 보인다) 얼마남 지 않았습니다. 이천원에 팔던거 천원에...자, 구경들 하세요. 마술 저금통. 동전 열개를 집어넣으면 열 한개가 되어 나오는 마술 저금통. 자, 돈버는 기계 마술 저금통...자녀분들에게...

소 리 이봐, 총각. 거기서 뭐 하는 거야? 아니, 물건을 팔려면 저기 길거리나 큰 대로변에

사람 많은데서 팔아야지, 지금 뭐 하는거야, 남의 주차장에서? 얼른 물건 챙겨갖고

나가. 아니, 뭐해? 빨리 치워, 차 집어넣게.(멀어지면) 미친놈.

청년 고개를 숙인 채 그냥 서 있다. 암전.

막간극 할아버지,청소부 아주머니와 함께등장.아주머니 계란을 까서 할아버지에게 주려하다...

[에피소드 4-다리위에서]

등장인물 - 사내

노인

사내가 힘없이 들어온다. 한참을 서 있다. 서류봉투를 내려놓고 신발을 벗어 가지런히 놓는다.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바라본다. 신발 옆에 놓는다. 상의를 벗어놓고 바지 주머니에서 유서로 보이는 봉투를 꺼내 신발 안에 집어 넣는다.

그 사이 조금 전부터 한 노인이 뒤에서 사내를 쳐다보고 있다. 사내 결심한 듯 뛰어내리려한다. 노인은 지팡이로 청년의 엉덩이를 친다.

노인 이봐! (청년 놀란다) 뭐해?

사내 (노인을 어이없이 쳐다본다)

노인 그렇게 작은 거에 놀라는 놈이 지금 무슨 짓이야, 신발도 새거구만.

사내 신경쓰지 말고 그냥 지나가세요.

노인 내가 왜 니 놈 신경을 써. 이놈아 나도 할 일 많아. (밑을 내려가보며)어서 뛰어내려.

사내 (버럭 소리지른다)빨리 지나가세요.

노인 (더 크게 소리지른다)이놈이 어따대고 소리를 질러! 내 맘이야. 구경하고 싶어서 그래.

사내 (노인을 무시하고 뛰어내리려고 한다)

노인 (지팡이로 엉덩이르 치며) 근데 내 말 듣고 가는게 좋을거야. (사내 그냥 뛰어내리려한다) 여긴 물이 낮아, 저쪽으로 올라가야 깊어. 아니면, 아예 저 밑으로 좀 내려가서 세멘바닥에 떨어지던지. 여기 어중간해서 뛰어내려도 죽기 힘들어. 기껏해야 다리나 부러지고 머리 깨지고...그럼 살려달라고 할걸? 일단은 아프니까. 어떤 놈은 다리만 삐끗했는데도 119 부르라고 지랄을 하더라구, 119는 왜 불러 죽을놈이. 119가 사람죽여주나! 절루 좀 올라가.

사내 (어이없이 웃으며 바닥에 주저 않아 담배를 꺼내문다)

노인 (옆에 같이 앉으며) 나도 하나만 줘...(담배준다) 뭐해? 절루올라가.

사내 (담배를 건내준다) 알려줘서 고마워요.

노인 고맙긴 뭘.

사내 이제 알았으니까 그만 가세요.

노인 (담배를 귀에 꽂고) 하나만 더줘...담배 산다는걸 깜박했네. (담배준다) 라이타. 물에 젖잖아.(라이타 준다) 정신머리 하고는...늙으면 주거야 되는데...아, 이게 당 체 내맘대로 되야 말이지.

사내 (담배를 통째로 주며) 여기서 많이 들 뛰어내리나 보죠?

노인 날 풀리면 생각도 풀리니까...여럿 봤지. 이 신발, 작년에 뛰어내린 놈 건데 좀 커. 주머니에 돈도 조금 있었구. 그래서 시간날 때 마다 가끔 와봐. 혹시나 해서.

사내 그럼 제가 뛰어내려야 어르신한테 좋겠군요.

노인 꼭 그럴 필요 없어. 내가 이걸로 먹구사는 놈도 아니고, 하지만, 뭐(헛기침) 굳이 가겠다면 갈 놈은 가는건데 뭐 그리 빨리 죽으려구 그래. 어차피 살려구 바둥거려도 죽게 될텐데...(구두보며) 아이구, 구두산지 얼마 안됐나보다. 딱맞겠네.

사내 어르신은 뭐 좋다고 그렇게 오래 사셨어요?

노인 (지팡이로 때리는 시늉을 하며) 에이, 이놈아! 그게 어디 어른한테 할 소리야? (궁시렁 궁시렁) 잘 생각해봐, 이놈아. 살아 볼 만해.

사내 잘 생각해보니까 그나마 이렇게 죽을 용기가 생긴 거예요.

노인 하이고 생각했다는게 고작, 생각도 적당히 해야지. 지나쳐서 좋을 거 하나도 없어.

사내 그럴 법한 얘기네요.

노인 그 쓸데없이 복잡한 놈들이 의외로 고지식해서 지 성질에 죽는거야.

사내 처해있는 상황 때문이겠죠. 그 속사정을 남들이 어떻게 알겠습니까?

노인 속사정 다 거기서 거기야. 이놈아, 세상에 지 목숨 버릴 만큼 큰 일이 어딨어? 호강에 겨워서들 씨잘데기 없는 생각들을 하고 그러는거지.

사내 어르신 안 가실 거예요?

노인 맞다! (봉투에서 먹다 남은 막걸리와 소주를 꺼낸다) 쉰 내 나기 전에 이것부터 먹어야겠다. 막걸리는 집에서 담근게 제일인데. 이런 사이다를 타서 그런가 코나 톡톡 쏘지 걸쭉한 맛이 없어요. 요, 알량한 서울 막걸리요거. 막걸리는 뭐니뭐니해도 포천 이동에서 만든 막걸리가 그래도 먹을만 한데 (막걸리를 컵에 따르고 남아있는 것을 이리저리 살피며) 너무많이 따랐나? 한잔해.

사내 됐습니다.

노인 마셔 둬. 아직 물이 차.

사내 (마지 못해 컵을 받아들고) 어르신은 얼마나 더 살고싶으세요?

노인 나? 글쎄 뭐, 니놈 보단 오래 살겠지. (노인과 사내, 막걸리를 들이키고 노인은 봉투에서 양갱이와 메추리알을 꺼낸다. 나름대로 술상을 차리고 사내에게 소주병 을 기울이면 사내 얼떨결에 술을 받는다 집이 어디야, 자넨?

사내 불광동이요.

노인 결혼했어?

사내 ......

노인 거 날씨 한번 참 좋다. 니놈은 몰라. 살아 있다는게 얼마나 좋은지.

사내 글쎄요. 구차스럽게 사느니 남 피해 주지 말고 없어지는게 낫죠.

노인 하이구, 사는게 별건줄 알아? 구차스러우면 어때. 그 놈이 그 놈이지. 뻔뻔스럽게 살아. 니놈은 생각을 너무 많이해서 그래.

사내 정말 생각이라는게 없으면 좋겠어요.

노인 그건 머리 빈 놈이구. 웬만한건 포기해. 얼마나 맘이 편한지 몰라. 지금은 당장 죽을 일 같지만 시간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냐. 괜한 욕심은 버려.

사내 욕심 낸 것도 없고, 낼 것도 없어요. 그냥 남들처럼 평범하게... 그것도 욕심이 라면 더 버릴게 없네요.

노인 (담배주며) 옛말에 죽은 정승보다 살아있는 개가 더 났다고 그랬어. 어렵더라도 사는게 낫지.

사내 개처럼 살거면 죽은 정승이 더 좋겠네요.

노인 야, 이놈아 네놈이 정승이나돼? 정승정도는 되고 죽어야 개가 더낫다 그러는거지.(생각) 그럼. (자신도 무슨말인지 고개를 잠시 갸우뚱한다)

사내 죽으면 다 똑같은 거 아닌가요?

노인 내가 니놈 나이라면 이놈아...어이구,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벌렁거리네. 새 장가도 들고 (입맛을 다시며) 얼마나 좋아. 죽긴 왜 죽어, 사지 멀쩡한 놈이 정신없이 살아봐. 죽을 정신이 있나. (두 사람 약속이나 한듯이 술을 들이킨다. 노인은 실실 웃고, 사내는 소주에 쓴맛을 느끼고 있다. 노인은 안주를 자기 혼자 먹고 잔에 남은 술을 마저 들이킨다.) 캬아~ 쓰다. 이 알콜에도 심성이 있어요. 깔끔헌 놈, 미적지근헌 놈, 그저 쓴놈, 뒤끝이 안 좋은 놈, 술술 넘어가나 했더니 뒤통수치 는 놈, 먹으면서도 내내 찝찝헌 놈. 술은 뭐니뭐니해도 입안에 딱 달라붙어서 깔끔하게 스며들어야지. 입안에서 뱅뱅 돌면 안주만 축내게 돼. (사내에게 술을 따 라준다. 사내, 예의있게 노인의 잔에 술을 따른다.) 어쨌든 난 살아있는게 좋아. 이런 따뜻한 봄 햇살엔 공원이나 조용한 벤치에 앉아서 꾸벅꾸벅 조는 것도 얼 마나 맛있는데. 여유, 맛있어. (눈을 반쯤 감고 어린애 표정을 짓는다)

사내 글쎄요, 전 벤치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싶진 않아요. 어르신이야 이젠 더 얻을 것도 잃을것도, 없으시잖아요.

노인 내가 왜 없어, 이놈아...잃을건 없지만 , 얻을건 아직도 많아.

사내 ...아직도 희망이 있으세요?

노인 희망...글쎄다. 어찌보면... 그건 원래부터 없는 거야. 살아가기 힘드니까 버텨 보려구 만들어낸 거지. 근데 그게 필요하긴 하지...(생각하는 듯) 그건 잘 모르겠다. (궁시렁 궁시렁) 그놈 참거, 조금전까지 죽겠다던 놈이 궁금한것도 많네. 너는 이놈아 궁금한거 많아서 죽지도 못하겠다.

사내 저 한텐 시간적을 희망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르신 말대로 처음부터 없었는지도 모르겠고....

노인 이놈아, 내가 언제 없다고 했어. 잘 모르겠다고 했지...야, 이놈 순간적으로 말바꾸는거 보소. 이놈 거 큰일낼 놈일세. 뻔하긴 뭐가 뻔해. 앞일을 어떻게 알아. 사 지 멀쩡한 놈이 못할게 어디있어.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돈을 벌든지 짐 보따리 하나 메고 방방곡고 구경만 해도 그게 어디야. 난 집에서 공원까지 가는 것도 큰 일인데, 빌어먹더라도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있다면 좋겠다...팔도 여자들도 품어보고. (술을 들이킨다) 캬아~

사내 가족이 없으세요?

노인 있으면 별거야? 외롭긴 매 한가지지. 이렇게 사나, 저럭게 사나 지나보면 다 똑같애. 죽진 말고 나 죽었다 하고 살아. 방법이 생겨. 맛나다. 밀크캬라멜. 너도 하 나 먹어봐라.

사내 어르신.

노인 왜?

사내 아녜요.

노인 (고개 들이밀고) 왜? 일찍 죽기 억울하고 아깝다는 생각들지? 사는게 고생인데, 고생스럽다고 죽어! 그게 뭐야. 그냥 살아있어. 움직일 수 있을 때 열심히 살아 (좀 취한듯)

사내 움직이는 거야 뭐가 어렵겠습니까? 그 몸을 움직이게 하는 마음이 이미 죽었는데요.

노인 변덕스러운게 마음이야, 이눔아. 얼마든지 바꿀 수 있어. 아니 자주 바뀌어. 중요한건 멀쩡한 사지야. 노인네들 집에 있지 왜 돌아다니냐 그러지? ... 힘 들지만 이유가 있어. (취했다) 죽기 전에 이것저것 더 보고싶은 것도 있지만,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만 해도 서너 시간 걸리거든. 밤새 뼈 근육이 굳어서 낮에 좀 걸어 다녀야 일아날 때 그래야 좀 수월해.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몸이 좀 거추장스러울 때가 많지. (노인과 사내, 서로 술을 권하고 마신다. 이번에도 노인만 안 주를 먹는다. 사이)

사내 그렇게 거추장스런 몸인데, 미련이 남으세요? (사내는 앞을, 노인은 안주만 쳐다본다)

노인 그래, 좀 오래 살긴했지. 나 같은 노인네들은 더 살고 싶다는 것도 거짓말 살고 싶다는 것도 거짓말이야. 몸이 아플땐 아침에 깨어나도 꿈인지 생신지 구분을 못 해. 저승이면 어떻고, 이승이면 어떠냔 생각도 들지. 잠자리에 들면 이대로 죽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면서도 진짜 죽을까봐 잠자기가 무섭기도 하고. 그래 죽었나 하면 아침에 깨어나고, 죽었겠지 하면 또 아침이구...근데 햇빛도 보고 싶고 오늘 같이 봄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날에는 봄바람도 맞고 싶고 사람구경도 하고 싶 고, 쌩쌩 달려가는 차구경고 하고 싶고 그리고 또, 오늘은 또 어느 노인네가 죽었나 궁금하기도 해서 또 나와봐. 망할놈의 영감탱이 같으니라고 지키지도 못할 약속은 하지를 말던지 내 진작에 알아 봤어야 하는건데 약속을 했으면 지키든가. 죽긴 왜죽어.


긴사이. (사내 자리에서 일어난다)

노인 왜, 가게?

사내 네. 갑자기 움직이고 싶어지네요. (신발을 챙겨신고 옷을 추스린다.) 술 잘 마셨습니다.

(퇴장)

노인 잘 마시긴 뭘... 혼자 먹기 적적했는데...망헐놈. 그래, 가...(사내쪽을 한참 쳐다보다 사내 사라지면 섭섭하다는 듯) 망헐놈. 얘기좀 더 듣고가지. 술도 남았구만. (긴사이) 백년도 더 살고 싶지...마음이야...몸 가누기가 힘드니...(사이.있는 술을 마져 마신다.) 캬아 쓰다...그놈 참, 먹을수록 찝찝허네. (술에게 화를 내며 술잔 을 손으로 때리 듯 치며) 이 누무거 이거 이거 ... (사이) 더 아프기 전에 ... 남 짐 되기 전에 (자리에서 어렵게 일어나 술상을 치우고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 놓 고 지팡이를 작별하듯 내려놓는 등의 행동들. 애써 꽂꽂이 서서 멍 곳을 주시하며) 내일 또 살아있으면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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