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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오늘의 대본

Broadcaster 로페릭의_매콤달콤
2020-02-12 16:44:54 260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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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나토스의 이중생활>

 


극본: 이기순
연출: 임종성




<작의>

인터넷을 통해 특정인을 이유 없이 비난하고, 근거 없는 루머를 유포하는
악플러의 형태가 위험 수위를 넘어선 것은 오래 전이다.
그러나 몇몇 연예인을 죽음에 이르게까지 했음에도, 이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경계는 전무하다. 또한, 이런 악플러들 대부분은
철없는 아이들이 아닌, 선량한 시민으로 평범한 삶을 영위하는 성인이라고 한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신상 털기의 피해자인 한 여성과 그 주변을 통해,
표현의 자유라는 권리 뒤에 숨어, 익명이라는 가면을 쓰고, 다른 사람에 대한
무차별한 언어 폭력을 행사하는 이들의 이중성에 대해 생각해보려 한다.


<등장인물>

이주영(32,여) 광고회사 대리. 똑 부러지게 자기 일을 해내는 커리어우먼으로,
능력을 인정받으며 순조로운 직장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때문에 악플러로 오해받아 직장에서 신뢰가 훼손되자 분노하고 절망한다.
임신 7개월의 임산부로, 인터넷은 검색을 하거나 이메일을 사용하는 것이 전부다. 

오준서(28,남) 광고회사 직원. 주영과 팀을 이루어 광고 기획을 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어서, 유명한 악플러나 그들의 영향력을 알고 있다.

김형준(33,남) 주영의 남편으로, 외국계 은행에서 일하는 펀드매니저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이지만, 늘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아내를 지극히 사랑하는 젠틀맨이다. 그러나, 익명의 공간인 인터넷에서는
타나토스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며, 악의적인 루머를 양산하는 악플러로 유명하다.
악플을 달거나 루머를 유포하는 행위를 가벼운 오락 정도로 생각한다.
다른 사람에게는 자살을 생각할 만큼 언어폭력을 행사하지만, 자신의 아이나
가정이 조금이라도 훼손되는 것을 무척 두려워한다.

이민호(27,남) 떠오르는 신인 배우 이민지의 매니저이자, 이민지의 친오빠다.

팬들이 타나토스를 공격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방관한다.
이수진(여) 주영의 친구, 산부인과 의사.
팀장 주영의 광고회사 상사
박대리 주영의 직장 동료로 라이벌이다.
경찰(사이버 수사팀)
아나운서




[남자]                                                               
A 준서                                                             
B 형준                                                               
G 민호, 팀장, 박대리, 아나운서, 경찰

[여자]
C 주영
D 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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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시그녈&타이틀
E 교실
아이들 웅성거리는 소리, 점심시간, 피자와 콜라 먹는 소리 등

C주영: 피자랑 콜라가 먹을 만 한 가요?

아이들: 네

C주영: 저는 하나기획에서 광고를 기획하는 이주영 대리입니다. 이쪽은 오준서씨구요.
이번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화장품이 출시될 예정입니다.
요즘 인기 있는 배우와 아이돌 멤버들 중에
이민지와 정수영 그리고 세리 중에 한 사람을 모델로 할 생각이구요.
그 세 사람에 대한 간단한 설문지입니다. 솔직한 의견을 적어주세요.

E 설문지 나누어주는 소리, 아이들 웅성거리는 소리

M 브릿지

E 달리는 차안. 달리는 차안

C주영: 이민지는 안 되겠다.

A준서: 왜요? 광고주는 이민지를 젤 맘에 들어 하잖아요.
셋 중에서 인기도 젤 많고, 비주얼은 환상적이구요.

C주영: 이민지가 몇 살이야? 아직 미성년자지?

A준서: 열 여덟 살이요. 글래머러스해서, 그 나이론 안 보여요.

C주영: 사생활이 좀 그런데...

A준서: 사생활 깨끗한데. 배우 되기 전에 전교 일이등하는 우등생이었어요.
퀴즈 프로그램에 나와서 2등인가 했는데, 비주얼이 워낙 좋으니까,
기획사들이 벌떼같이 달려들어서, 결국 연예인 만든 거예요.

C주영: 아닌데, 학교에서 일진이었대. 스폰서 재벌 사세랑 호텔에서 나오는 것도
여러 번 목격되었고. 소속사에서 동영상 막느라고 수억 원을 주고 합의했다는데.
이런 얘길 쓴 애가 한둘이 아니야. 20퍼센트는 되는 것 같애.

A준서: 에이, 루머에요. 악랄한 악플러가 붙었다는 소문 들은 거 같아요.

C주영: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 나?

A준서: 지금이 조선시대에요? 굴뚝이 어딨어요? 선배 아파트에 굴뚝 있어요?
굴뚝 없는 아파트에서도 연기 만드는 게 악플러에요.

C주영: (믿지 않는) 설마... 그래도 난 좀 별로네.
깨끗하고 순수한 이미지가 중요해. 화장품이잖아.
사실 여부를 떠나서, 이런 이미지로 알고 있는 청소년들이 많다는 건
홍보에 도움이 안 돼

A준서: 그럼 어떻게요?

C주영: 세리가 좋네. 얘는 나쁜 말이 전혀 없어.

A준서: 인기가 젤 떨어지죠. 관심이 없는 거구요.

C주영: 일단 회사에 들어가서, 설문 한 걸로 화장품 담당자 만나서 얘기를 좀 해보자.
좀 밟바. 화장실 가고 싶어

A준서: 학교에서 갔잖아요?

C주영: 임신해 봐. 인생의 절반을 화장실 가는데 쓰게 돼.

A준서: 언제까지 출근해요?

C주영: 이번 주까지만 하려고. 이 건만 마무리 하고.

A준서: 출산은 좀 남았잖아요. 칠 개월째 아니에요?

C주영: 훌륭한데, 사수 임신 기간까지 정확하게 꿰고 있는 거야?

A준서: (농담) 출산 휴가를 기점으로 사수자리를 차지할 쿠데타를 꿈꾸거든요.

C주영: 감각적으로 보여야 되는 광고쟁이가 배불러 뒤뚱거리는 것도
좀 눈치 보이고, 또 나보다 일 잘하는 자기도 있으니까.

A준서: 전자는 뒤뚱거려도 스타일리쉬 해 보여서 괜찮은데,
후자가 참 옳은 말씀이시네요. 하하하...

(두 사람 웃는다)

E 사무실

A준서:  (통화 중) 알겠습니다. 메일 다시 보내 주세요.
확인하고, 저희도 의견을 모아 볼게요.
(전화 끊는) 이민지 아니면, 아예 남자 모델로 가자고 하는데요.

C주영: 왜?

A준서: 민지는 아무래도 이미지가 걸리고, 세리는 인기가 걸리나 봐요.
거기 다, 화장품 구매 타겟이 여학생이니까, 아예 그녀들이 좋아하는
아이돌로 가보자구요.

C주영: 나쁘지 않네.

A준서: 그렇지 않아도, 선배한테 메일 보냈다는데, 메일 박스가 꽉 차서
반송되었다 그러던데요?

C주영: 그래?...

E 키보드 두드려서, 이메일 계정 여는 소리

C주영: 그럴 리가 없는데... 오전에 열어보고, 전부 비웠는데...(사이)이게 뭐야?
같은 메일이 이게 몇 개야?

A준서: (보고) 메일 계정 해킹된 거 아니에요?

C주영: 뭐?

A준서: 일단 메일을 삭제해 보세요.

C주영: (키보드로 지우지만) 계속 와, 이거 뭐지?

A준서: 잠깐만요. 제목이 타나토스한테 보내는 경고잖아요.
이 메일이 왜 선배한테 와요?

C주영: 타나토스가 누군데?

A준서: 죽음의 신이죠.

C주영: 뭐?

A준서: 일단 하나 열어보세요.

C주영: 열어보면 좀비 피시되는 거잖아?

A준서: 첨부 파일만 안 열면 상관없어요. 메일을 열어봐야 어떻게 된 일인지 알죠.

C주영: 문제 생기면 책임지는 거야?

A준서: 걱정 붙들어 매세요.

C주영: (클릭하는) 자.

A준서: 당신이 악플러 타나토스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민지에 대한 루머와 악플을 오늘 안에 삭제하지 않을 경우,
당신의 신상을 인터넷 게시판에 공개하겠다...
저 주민번호, 전화번호, 주소 선배 꺼 맞아요? 회사랑 직위는 맞는데.

C주영: 맞아. 이걸 어떻게 알았지?

A준서: 선배가 타나토스예요?

C주영: 내가 왜 죽음의 신이야? 난 그냥 평범한 사람이야.

A준서: 타나토스는 죽음의 신이기도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아주 유명한 악플러에요.
죽음의 신처럼 상대가 죽을 때까지 괴롭힌다는 의미래요.
주로, 인기 있는 여자 아이돌이나 어린 배우들에 대해서 성 상납이나,
재벌 관련 루머 등을 퍼트리는 놈이라구요.

C주영: 난 아냐 누군지도 지금 알았어.

A준서: 결론은 이거네요. 이민지에 대한 악플과 루머를 퍼트리니까,
팬들이 그 사람의 신상을 턴 거예요.

C주영: 신상을 털어?

A준서: 인터넷에 글을 올리거나 로그인한 자료들을 추적해서,
실제 어떤 사람인지, 그 사람의 이름, 주민번호, 직장, 전화번호 등
신상정보를 알아내는 걸 신상 턴다고 해요.
얼마 전 학교 운동장에서 교통사고 낸 김여사에 대한 정보가,
인터넷 게시판에 공개된 것처럼요.

C주영: 뭐야? 그럼 타나토스가 글들을 삭제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에서 인터넷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내 주민번호와 이름 직장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된다는 거야?
그것도 내가 타나토스라는 악플러라고 생각하면서?

A준서: 네.

C주영: 난 타나토스가 아니라니까.

A준서: 그러게요... 선배는 거의 컴맹 수준인데.

C주영: 컴맹은 아니다. 검색도 하고 이메일도 매일 쓰는데.

A준서: 그 정도만 하는 사람들을 21세기엔 컴맹이라고 하죠.

C주영: 참 팬들도 무지하네.
나같이 버젓이 광고회사 다니는 여자가, 그것도 임신 중이어서 숨 쉬는 것도 버거운데,
애들이나 하는 안티짓을 한다고 믿는 거야?

A준서: 그게 컴맹스러운 발언이거든요.
일상에서는 푸른 셔츠에 수트 폼나게 차려입고 출근해서, 전문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인터넷에서는 누드 사진 합성해서 올리고, 악의적인 댓글 달고,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하는 게 현실이니까요. 생각해보세요.
초등학생이 사진 합성하고 그런 거 못해요.
일반적인 주부들이나 컴퓨터 잘 모르는 사람들은
겁나서 하고 싶어도 그런 짓 못하구요.
아는 사람, 잘 하는 사람들이 하는 거라구요.

C주영: 그래서 뭐야? 어떻게 해야 해?

A준서: 일단 어떻게는 신상이 공개되는 건 막으셔야 돼요.

C주영: 이민지 소속사 전화번호 있지?

A준서: 왜요?

C주영: 왜는? 전화해서 내가 아니라고 말하고 팬들한테도 경고를 해야 할 거 아냐.

A준서: 소속사가 모르는 일일 수도 있어요. 알아도 안다고 말하진 않을 거고요.

C주영: 하여튼 줘.

A준서: (서류 뒤져서 보여주는) 여기요.

E 다이얼링 하는 소리

G민호: (OFF) 이민호입니다.

C주영: 여보세요. 여기 하나기획인데요, 이민지씨 매니저하고 통화를 하고 싶은데요.

G민호: (OFF) 무슨 일이시죠? 제가 이민지 매니접니다.

C주영: 저는 이주영이라는 광고 AE데요. 혹시 알고 계시나요?
이민지씨의 팬들이 저를 타나토스라는 악플러로 오인하고, 제 메일을 공격하고,
내일까지 글을 삭제하지 않으면 신상정보를 공개하겠다고 하는데요.

G민호: (OFF, 냉정하게) 죄송합니다.
저희는 그 일에 대해서는 아는 게 전혀 없습니다.

C주영: 그럼 손 놓고 보기만 하겠다는 건가요?
이민지씨 팬들이 하는 이 말도 안 되는 일들을?

G민호: (OFF) 일단 무슨 일인지 알아는 보겠습니다.

C주영: 알아만 보면 안 되죠.
무고한 개인의 신상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공개돼도 상관없다는 말인가요?

G민호: (OFF) 그게 아니구요. 저희도 공식 팬클럽이 아닌 곳에는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C주영: (O.L) 그러니까, 팬들이 한 개인의 신상정보를 알아내고,
그걸 공개하겠다고 협박을 하는데도 모른 척 손 놓고 있겠다 그거잖아요?

G민호: (OFF) 저도 지금 알았기 때문에...

C주영: (O.L) 됐어요. 더 얘기할 필요 없겠네요.
경찰에 신고하는 편이 났겠네요. 저는 어쩌면 만날 수도 있는 사이고,
이제 막 뜨기 시작한 배운데, 이런 일로 언론에 오르내리면 좋을 거 없겠다 그래서,
소속사와 얘기를 하고 해결 방법을 찾으려던 건데. 그럴 필요 없어 보이네요.

G민호: (OFF) 오해하신 것 같은데요...

E 전화 끊는 소리

A준서: 뭐래요?

C주영: 모르는 일이래. 모르는 건지 모르는 척하는 건지.
어디다 신고해야 돼? 그냥 경찰에 하면 되나?

A준서: 사이버 수사팀이 있일 거예요. 찾아볼게요.

E 인터넷 검색하느라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M 브릿지 (약간의 시간 경과를 위한)

C주영: 뭐라구요? 수사를 시작할만한 피해가 없다구요?

G경찰: (OFF) 네. 정보를 인터넷 같은 곳에 공개한 것도 아니고,
여러 개의 메일을 보낸 것이 전부여서, 그 정도로는 수사가 어렵습니다.
공개적인 곳, 다수가 볼 수 있는 곳에 개인 정보가 유출되었을 때나
수사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C주영: 그렇게 하겠다고 했으니까요.

G경찰: (OFF) 아직 하지는 않았잖습니까?

C주영: 그럼 손 놓고 제 주민등록 번호가 인터넷에서 둥둥 떠다닐 때까지
기다리는 말인가요?

G경찰: (OFF) 그쪽과 만나 서든, 인터넷을 통해서든 대화를 좀 해서
해결 방법을 찾아 보세요.

A준서: 선배 회의 시간이에요.

C주영: 알았어. 잠깐만. 이건 직무유기 아닌가요?

G경찰: (OFF) 인터넷에 의해 정보가 공개되었다는 신고가 하루에서 수백 건씩
접수 됩니다. 때문에 가벼운 사안은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가 어렵습니다.
인터넷 관련 범죄는 수사 과정도 단순하지 않구요.
범인의 실체를 확인하는데도 상당한 인력과 시간이 소요됩니다.

C주영: 알겠습니다.

E 전화 끊고, 신경질 나서 핸드폰 테이블에 던지는

A준서: 뭐래요?

C주영: 수사 못한대. 개인 정보 공개가 된 후에나 수사를 할 수 있대.

A준서: 회의요.

C주영: 응 알았어, 가 ...잠깐 무슨 회의지?

A준서: 러닝화 광고요.

C주영: 맞아. 그렇지...자료가 어딨더라...(책상 뒤지지만, 찾지 못하는)

A준서: 저거 아니에요? 파란 파일.

C주영: 맞아. (정신 나간 듯, 한숨 쉬며) 멘탈 붕괴가 이런 거구나.
한 오천군 데쯤 사방에서 얻어맞은 기분이야.

E 책상위의 자료 챙겨서, 두 사람 회의실로 걸어가는

A준서: 보이지 않는 적이 더 무섭죠?

C주영: 그러네.

A준서: 제가 그동안 팬질도 좀 해보고,
인터넷 게시판도 제집처럼 드나들었던 경험으로 보면, 아마 공개는 못할 거예요.
그럼 진짜 일이 커지니까요. 아마 경고를 좀 강하게 한 걸 거예요.

C주영: 그럴까?

A준서: 소속사에서도 가만있지는 않을 거고요.
사건 되면 민지 이미지도 타격을 입을 테니까요.

C주영: (준서의 말에 좀 안정을 찾은) 누굴까?
누가 내 정보를 사용한 거지? 아는 사람일까?

A준서: 가까이에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긴 해요.
선배가 21세기 컴맹이라는 걸 아는 사람.

C주영: 그게 누구냐고? 내가 만나는 사람이라고 해야 회사 사람들이 전부잖아.
내 주민번호나 주소를 아는 사람도 회사 사람들이 전부고...혹시 자기 아냐?

A준서: (기가 막혀서) 어휴...네 접니다. 제가 타나토스에요.

C주영: (농담) 자기면 빨리 악플 삭제해.

A준서: 넵.

C주영: 자기가 타나토스면 좋겠다.
그럼 죽어라 패주고, 글 삭제시키면 끝이잖아.

E 전화벨 소리

C주영: 응.

B형준: (OFF) 퇴근 언제 해?

C주영: 글쎄, 지금 회의 들어가 봐야 알겠는데...왜?

B형준: (OFF) 저녁 먹자.

C주영: 오늘은 좀 피곤한데. 집에서 쉬고 싶어.

B형준: (OFF) 너무 하네.

C주영: 미안.

B형준: (OFF) 오늘 무슨 날인지 몰라?

C주영: 오늘 무슨 날이야?

B형준: (OFF) 당신 작년 오늘 뭐 했는데?

C주영: 나? 생각 안 나. 뭐 했지 작년 오늘?

B형준: (OFF) 대한민국에서 젤 멋진 남자랑 결혼했을걸.

C주영: 어머. 우리 결혼기념일이야?

B형준: (OFF) 아마 그럴걸. 내년에도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그래.

C주영: 미안해.

B형준: (OFF) 퇴근할 때쯤 회사에 가서 전화할게.

C주영: 응. (전화 끊는)

A준서: 오늘 결혼기념일이에요?

C주영: 응. 까먹고 있었어.

A준서: 부럽다.

C주영: 걔들은 왜 하필 오늘 같은 날, 이런 난리를 치나 몰라.
혹시 결혼기념일인 거 알고 그런 건가?

A준서: 그럴 수도 있죠.
결혼기념을 같이 의미 있는 날에 공격해야, 타격이 클 테니까요.

C주영: 정말 신상 털면 결혼기념일까지 알 수 있어?

A준서: 선배 뱃속에 있는 제우스 성별도 알 수 있죠.

C주영: 대단하네. 무섭기도 하구. 정말 21세기 인터넷은 신세계구나.

A준서: 근데 왜 태명이 제우스에요?

C주영: 몰라. 신랑이 지었거든.

A준서: 타나토스, 제우스 둘 다 그리스 신 이름이잖아요. 혹시?

C주영: 우리 신랑은 나한테도 아직 독한 말 한번 한적 없어.

A준서: 알죠. 매달 십오일에 아내 회사로 꽃바구니 보내는 남잔 거.

C주영: 근데? 알면서? 어디다 타나토스를 들이대?

A준서: 시기와 질투죠. 능력 있는 펀드 매니저에, 성격도 좋은 남자에 대한.

E 회의실 문 열고 들어가는

M 브릿지

E 달리는 차안,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다이얼링 하는 소리

B형준: 오늘 저녁 식사를 예약했는데, 와이프가 너무 피곤해서 쉬고 싶다네요.
그래서, 음식을 집에 가져가서 먹게 포장해줄 수 있나 해서요... 김형준이요.
...네 고맙습니다. 한 이십분쯤 걸려요.

C주영: (자다가 깨서, 하품하며) 다 왔어?

B형준: 포장해달라고 했어. 집에 가서 먹자.

C주영: 왜 근사한데 가자며?

B형준: 차에 타자마자 골아 떨어지는 와이프랑 갈 데는 집뿐이라서.

C주영: 감동이다. 나 눈물 나온 거 보여?

B형준: 안 보여.

C주영: 사랑한다고 전해달래. 제우스가.

B형준: 엄마 담으로 사랑한다고 전해줘.

C주영: 치...

M 브릿지

E 거실의 소음, 음악이 흐르고 두 사람 포장해온 음식 먹는

C주영: (만삭인데, 폭식해서 숨 찬) 아, 배부르다.

B형준: 스테이크를 이 인분이나 드셨으니 당연하지. 자.

C주영: 그게 뭔데?

B형준: 목걸이 하나 샀어.

C주영: (열어보는) 와, 너무 예쁘다.

B형준: 걸어줄게.

(목걸이 걸어주는)

C주영: 나는 아무것도 준비 못했는데.

B형준: 괜찮아. 제우스가 당신 선물이니까.

C주영: 맞아. 내 선물은 일점 이 킬로그램짜리야. (하품하는) 아으...

B형준: 하품 그만하고 들어가서 자.

C주영: 이거 좀 치우구.

B형준: 내가 해.

C주영: 쫌 미안해서 그러지...

B형준: 별게 다 미안하네. 그럼 열 달이나 내 아들 배속에서 키워주는 당신한테
난 얼마나 미안해야 하는데?

C주영: 하긴 그래. 그럼 치우고 자도록.

B형준: 네에.

C주영: 하하하... 그럼 나 들어간다. (다시 하품하는)

E 주영 방으로 들어가려다, 멈추어 서며

C주영: 참. 신상 터는 거 알아?

B형준: 왜 누가 신상 털렸대?

C주영: 나.

B형준: 자기가 왜?

C주영: 내가 타나토스래.

B형준: 그래서?

C주영: 그래서는? 오늘 메일이 수백 개나 온 거야.

B형준: 또.

C주영: 또 뭐?

B형준: 다른 일은 또 뭐 있었냐구?
회사에 전화를 한다거나, SNS에 다량의 멘션을 보낸다거나, 그런.

C주영: 아니, 메일만 받았어. 근데, 메일 내용이
내일까지 타나토스가 악플을 삭제 안 하면, 내 신상정보를 공개하겠다구.

B형준: (숨 내쉬며) 엄포만 놓는 거야. 신상을 터는 자체가 불법이거든.
공개하거나 하는 짓은 못해. 요즘 네티즌이 얼마나 겁이 많은데.

C주영: 그렇겠지?

B형준: 자.

C주영: 응. 자긴?

B형준: 할 일 있어. 먼저 자.

C주영: (들어가려다, 갑자기 궁금해지는) 근데, 타나토스가 누군지 알아?

B형준: 내가? 내가 어떻게 알아?

C주영: 아니, 누군지 물어보지 않아서. 유명한 사람이라던데?

B형준: 궁금하지 않으니깐 안 물어 본 거야. 자.

C주영: (하품) 아으...

E 주영 방으로 들어가는 소리, 형준 급하게 컴퓨터가 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가며,
컴퓨터 부팅하는 소리.

M 브릿지

E 달리는 차안, 다음날 아침

C주영: 이상한데?

B형준: 뭐가?

C주영: 음악도 안 듣고, 뭐 신경 쓰이는 일 있어?

B형준: 그런 게 어딨어.

C주영: 다 왔다.

E 차 멈추어 서는

B형준: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

C주영: 무슨 일?

B형준: 어제 같이 메일이 무더기로 온다던가, 아님 또.

C주영: 또 뭐.

B형준: 이민지 팬들이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르잖아.
그러니까 일 생기면 전화하라구.
당신이 스트레스받으면 제우스까지 힘들어지잖아. 그러니까.

C주영: 알았어.

B형준: 꼭.

C주영: 알았다구요.

E 주영 내린다. 차 멀어지는 소리. 주영 건물을 향해서 걸어가는 소리,
걷던 발걸음 멈추고

C주영: (혼잣말로) 이민지 팬인 건 어떻게 알았지?
내가 어제 얘기했나?...

(다시 걸어가는)

E 사무실.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주영 사무실로 들어오는

C주영: 아침부터 무슨 일 있나? 왜 이리 어수선해? 박대리 무슨 일 있어?

G박대리: (비아냥대는) 누구 덕분이지 뭐.

C주영: 누구? 무슨 일이야?

G박대리: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떡해? 자기가 제일 잘 아는 거 아냐?

C주영: (욱, 화가 나는) 뭐야? 뭔데 그런 눈으로 보냐구?

G박대리: 아니, 신기해서 그래. 그렇게 엄청난 사람인 줄 몰랐거든.

C주영: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 비비 꼬지 말고 할 말 있으면 그냥 해.
왜? 또 어떤 광고주가 자기 말고 나랑 하고 싶대? 그래서 지금 이러는 거야?

G박대리: 역시 루머 만드는 실력은 최고네. 타나토스라 그랬던가?

C주영: (놀라고 당황해서) 뭐?

E 급하게 다가오는 준서

A준서: 선배.

C주영: 잠깐. 지금 얘 뭐라는 거야?

G박대리: 이제 막말까지 하는 거야?
악명 높은 타나토스라고 커밍아웃이라도 하게?

A준서: 그만해요. 이 선배 아니라고 했잖아요. 오해라구요.

G박대리: 준서씨가 오해하는 건 아니구? (비아냥) 닉네임 멋지더라.

A준서: 핸드폰은 왜 꺼놨어요?

C주영: 켜는 거 까먹었어. 무슨 일이야?

A준서: 팀장님이 찾으세요.

C주영: 뭔데? 무슨 일인지 알아야 할 거 아냐?

A준서: 사내 게시판에 선배가 타나토스라는 글로 도배가 됐어요.

C주영: 뭐?

A준서: 왜 선배를 타나토스라고 주장하는지, 그 이유랑,
그동안 타나토스가 했던 악의적인 글들이 게시판에 수백 개나 올라왔어요.

C주영: 그래서?

A준서: 계속 글들이 올라오다가 홈페이지가 다운됐어요.
일단 팀장님부터 만나보세요.

C주영: 그래서 사람들이 날 이렇게 보는 거야?
이 사람들이 다 날 타나토스라고 믿는 거야?

A준서: 흥분하지 말구, 일단은...

C주영: (O.L) 알았어.

E 주영 급하게 걸어가는 소리
노크소리

G팀장: 들어와.

C주영: (문 열고 들어가며) 찾으셨어요?

G팀장: 이대리 뭐 하는 사람이야? 이게 다 뭐야? 타나토스?
나 참 철없는 어린애들도 아니고,
아이까지 가진 사람이 어디 어린 연예인 안티를 하나?
그것도 입에 담기도 힘든 그런 외설적인 루머를. 이대리 원래 이런 사람이었어?

C주영: (타나토스를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놀라고, 당황하고 화난)
저를 타나토스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G팀장: 이걸 보구도 그런 변명이 통할 거 같애? (게시판에 글 인쇄해 놓은
종이 펼쳐 보이며) 보라구. 봐, 이게 다 이대리가 타나토스라는 증거잖아.

C주영: (울컥하는) 몰랐네요. 팀장님이 오 년이나 봐온 저보다, 게시판에 올라온
익명의 누군가 주장을 더 신뢰하시는지요.

G팀장: 뭐?

C주영: 저 타나토스 아닙니다. 저는 그런 글을 올린 적이 없어요.
죄송하긴 합니다. 제가 제 신상관리를 혹시 제대로 못한 거 아닌가 해서요.
하지만, 제가 타나토스라는 악플러는 아니에요.

G팀장: 근데, 이 사람들이 왜 이래? 한두 명도 아니고, 게다가 근거 없이
그러는 것도 아니던데?

C주영: 그건 그 사람들한테 물으세요. 나가보겠습니다.

E 주영 문 열고 나가며, 세게 닫는다.
주영 한숨을 크게 내쉬고 걸아간다.

C주영: 박대리 얘기 좀 해.

G박대리: 뭘?

C주영: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올린 게시판 글 때문에,
나를 악질 악플러라고 믿는 거야?

G박대리: 못 믿을 이유가 없잖아. 증거가 수두룩한데?

C주영: 뭐? 자기 나 몰라? 나랑 입사 동기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

G박대리: 아니까 더 믿겠던데?

C주영: 뭐라구?

G박대리: 그러는 거 아냐. 아이까지 임신한 여자가, 어린 연예인한테
입에 담지 못할 루머를 만들고 . 그 애들도 자기 부모한테는 귀한 애들이라구.
그리고, 이번에 이민지 광고 건도 이대리가 깐 거라던데.
자기가 만든 루머를 이유로, 광고까지 못하게 한 거잖아.
이민지한테 무슨 원한 있어?

A준서: 그만하죠. 다들 두 분만 보고 있잖아요.
(사람들 들으라는) 오해라구요. 제일 억울한 사람은 이 선배라구요.

C주영: 됐어. 그만둬. (사무실의 모두를 향해) 내가 그동안 이런 사람으로
살아온 거구나? 나 오 년 동안 이 회사에서 뭐 한 거니?

A준서: (말리려고) 선배 그만해요.

C주영: 그만할 거야. 하지만 다들 알아 둬.
내가 타나토스가 아니라는 거 밝혀지더라도, 지금 나를 보는 그 눈빛들
절대 안 잊을 거야. 죽을 때까지.

E 자리로 걸어가서 앉는

A준서: SNS도 못 보셨죠?

C주영: 왜?

A준서: 그 계정도 알고 있나 봐요. 멘션이.

C주영: 미쳤구나? 가만 안 둘 거야.
팬들은 물론이고 이민지도 다. (하는데 배가 아프다)아. 아.

A준서: 왜요?

C주영: 배가 좀 아파.

A준서: 병원가야 되는 거 아니에요?

C주영: (배가 점점 더 아파 온다) 아아.

A준서: 병원부터 가요. 잠깐이요. 하던 거만 정리하구...

C주영: (O.L) 아냐, 혼자 갈 수 있어. 됐어.
(숨 한번 쉬고) 오늘 오전 회의는 못 들어갈 거 같애.

A준서: (속상해서) 지금 회의가 문제에요.

E 주영 천천히 걸어서 사무실을 나가는 소리
준서 따라 걸으면서

A준서: 걱정할 거 없어요. 제가 밤새 선배가 타나토스 아니라는 증거를
여러 개 찾아냈어요. 그거 알려주면 아마 오해는 풀 수 있을 거예요.
그거 알려주려고, 선배 신상 턴 이민지 팬들하고 연락하려던 중이에요.

C주영: 그럴 필요 없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둬.
나도 그럴 거니까. 들어가 일해.

A준서: 택시 잡아 줄게요.

C주영: 혼자 갈 수 있어.

E 걸어가는 소리

E 택시 안
달리는 택시에 타고 있는 주영, 고이는 눈물 훌쩍이며 닦는 소리
전화벨 여러 번 울린다.

C주영: 네.

B형준: (OFF)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무슨 일 있어?

C주영: (남편 전화에 참았던 울음 터지는) 미치겠어. 엉엉.

B형준: (OFF) 뭐야? 무슨 일이야? 지금 어디야?

C주영: 택시. 속상해 미치겠어.
모든 게 엉망이 됐어. 배 아픈 거 같아서 병원으로 가는 중이야.

B형준: (OFF, 속상해서 화내는) 무슨 일 생기면 전화하라 그랬잖아, 혼자야?

C주영: 응.

B형준: (OFF) 알았어. 병원으로 갈게.

C주영: 됐어. 자긴 일해.

B형준: (OFF) 지금 일이 문제야.

E 전화 끊는 소리

M 브릿지

E 병원 소음

B형준: 어떤가요? 괜찮아요?

D수진: 괜찮아요. 스트레스 때문에 자궁이 수축됐었나 봐요.
하루 정도 쉬면 괜찮아질 거예요.

B형준: 입원할게요.

D수진: 집에서 쉬어도 돼요. 상태 괜찮아요.

B형준: 그래도 병원에 있을래요.
집에 혼자 있게 하는 거보다는, 병원이 나을 거 아니에요.

C주영: 집에 갈래.

B형준: (버럭 화내는) 하자는 대로 해. 잘못된 다음에 후회하지 말고.

D수진: 그러세요, 그럼. (주영에게) 하루만 병원에 있어.

E 병실 소음

C주영: 특실은 아니다 정말. 그냥 일 인실이면 되는데.
여기 하루 입원비가 얼만 줄이나 알아?

B형준: 먹고 싶은 거 있어?

C주영: 아니.

B형준: 그럼 한숨 자. 수진 씨가 시간 날 때마다 올라와본다 그랬으니까.

C주영: 알았어. 자기도 가서 일해. 자리 이렇게 비워도 돼?

B형준: 알아서 해.

C주영: 핸드폰 좀 줘.

B형준: 뭐 하게?

C주영: SNS에는 해명을 해야 할거 같아. 회사 안에 있는 사람들은
나중에라도 사실 밝혀지면 해명할 수 있지만, 회사 밖의 사람들한테는
알려야 할 거 아냐.

B형준: 됐어. 지금은 쉬는 게 먼저야. 핸드폰 압수야.
괜히 보고 더 스트레스받을 수도 있으니까.

C주영: 생각할수록 기가 막혀. 어떻게 나를 타나토스라고 생각할 수가 있어?

B형준: 그 생각도 그만두고. 그냥 쉬어.

C주영: 어떻게 쉬어. 그 사람들이 인터넷에도 올리면 어떡해?
어제오늘 하는 거 봐서는 그러고도 남을 거 같애.

B형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당신은 그냥 쉬기만 해. 알았어?

C주영: ...알았어.

M 브릿지

E 노크소리

C주영: 네.

E 준서 들어오는 소리

A준서: 괜찮아요?

C주영: 안 괜찮아. 이 상황에 괜찮으면 이상한 거 아냐?

A준서: 축하드려요.

C주영: 뭘?

A준서: 타나토스라는 누명 벗으셨어요.

C주영: 뭐?

A준서: 게시판에 글 올린 팬들이 타나토스가 아니라는 걸 알았대요.
미안하다고 사과글 올렸어요. SNS에도 같은 멘션이 올라왔구요.

C주영: (기가 막히다) 사과 좋아하네. 이제 와서?
사람 하나 완전히 만신창이로 만들고 나서?
왜 죽인 다음에 장례식에 와서 미안하다고 하지.

A준서: 선배한테도 사과하고 싶다고 했어요.

C주영: 웃기지 말라 그래. 가만 안 둘 거야. 명예훼손으로 다 고소할 거야.

A준서: 어휴.

C주영: 박대리랑 팀장도 고소한다고 전해.

A준서: 그럼 곤란한데...사실은요...

C주영: 뭔데?

A준서: 선배 병원에 입원했다는 얘기 듣고, 이민지 매니저가 같이 왔거든요.
사과하고 싶다고요. 하고 싶은 얘기도 있다고 하고.

C주영: 하고 싶은 얘기 뭐?

A준서: 그냥 가라고 해요?

C주영: 좋아. 뭐라고 얘기하나 들어나 보게.

A준서: (문 열고) 들어오세요.

E 민호 들어오는 소리

G민호: 안녕하세요. (명함 주며) 이민지 매니저입니다.

C주영: ...

G민호: 죄송합니다. 임신 중이신 건 몰랐어요.

C주영: 주민번호에 전화번호, 일하는 곳까지 아시는 분들이. 놀랍네요.
임신 중인거만 모르셨다니.

G민호: 죄송합니다.

C주영: 죄송하실 거 없어요. 그러실 수 있죠. 근데, 저도 여기저기 알아보니까
신상정보를 캐내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하네요.
근데, 그걸로도 모자라서 협박까지 하셨잖아요? 법대로 할 거예요.

G민호: 죄송합니다.

C주영: 제 신상 정보 캐낸 그분들한테 전해주세요.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고.

G민호: 팬들도 너무 억울한 루머를 퍼트리니까.

C주영: 억울해도 저만하겠어요?
인터넷 게시판에 글 한번 안 써보고, 악명 높은 타나토스가 됐는데.

A준서: 선배. 쿨한 게 장기면서 왜 이래요? 사과하잖아요.

C주영: 자기 누구 편이야? 내가 오늘 회사에서 당한 일
자기는 그대로 목격했잖아. 자기라면 그냥 지나갈 수 있겠어?

A준서: 이민지가 자살을 하려고 했대요.

C주영: 뭐?

G민호: 사실입니다. 잠깐 이성을 잃어서 그랬지만,
수면제를 좀 많이 먹어서, 응급조치를 받았어요. 언론은 막았지만,
그 사실을 팬들이 알게 되면서, 적극적으로 악플러와 싸워보자 그런 거예요.

C주영: 중요한 건 내가 악플러가 아니잖아요? 근데 왜 날 공격하냐구요?

G민호: 죄송합니다. 팬들은 법적으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 그러겠다고 하셨어요.
여기 이번 일에 참가한 팬들의 연락처와 이름이에요.
전해 달라고 하셨어요. 사과하는 편지도 있구요.

C주영: ....

G민호: 그리고 이건 그동안 타나토스가 올린 글들이에요.
이 자료를 보시면 아마도 저희가 이렇게까지 한 이유를 하실 수도 있을 거예요.
이제 겨우 열여덟 살이 아이한테, 60대 스폰서가 있다느니,
남자와 호텔에서 나오는 걸 봤다느니 하면서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악의적인 루머를 수백 가지나 유포했어요.

C주영: (좀 누그러지는) 그래서, 이민지씨는 어떤데요?

G민호: 괜찮아졌어요.

C주영: (당하고만 있는 것이 답답한) 그럼 경찰에 신고를 하세요.

G민호: 경찰에 신고를 하면 타나토스는 잡을 수 있겠지만,
민지 이미지도 타격을 받을 거예요. 아마 다수는 아니라고 믿을지 모르지만.
그중 또 많은 분들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냐 하는 생각을 하실거구요.

A준서: 선배도 그렇게 생각했잖아요.

C주영: 내가 언제?

A준서: 화장품 설문하고 돌아가던 차안 기억 안 나세요?

C주영: 그땐 전후 사정을 모르니까.

A준서: 대부분의 대중은 전후 사정을 모르잖아요. 선배처럼.

C주영: 근데, 제가 타나토스가 아니란 건 어떻게 알았어요?

G민호: 여기 오준서씨가 증거를 찾아 주셨어요.

C주영: 어떻게?

A준서: 타나토스가 글을 올린 시간을 찾아서, 그 시간에
선배가 뭘 했는지랑 비교해 봤어요.
그래서, 절대 그 글을 올릴 수가 없다는 걸 증명했죠. 그거 증명하느라
어제 밤새고, 오늘 출근해서 해결하려고 했는데, 오전에 게시판이
공격당한 거구요. 아까 말했잖아요. 해결해준다구.

C주영: 아무 소리도 안 들렸어. 충격이 너무 강해서.

G민호: 거기다, 게시판 공격 후에 타나토스가
당분간 활동을 접겠다는 글을 올렸어요.
그래서, 팬들도 당분간은 그냥 지켜보기로 한거구요.

C주영: 됐네요, 그럼. 나만 상처 입은 해피엔딩이네요.

G민호: 죄송합니다.

C주영: 됐으니까 가보세요.

G민호: 몸조리 잘하세요.

A준서: 가세요.

E 나가는 소리. 주영 받은 자료를 펼쳐보는

C주영: 어휴 많기도 해라. 이게 다 악플이야? 장편소설 분량이네.

A준서: 그러게요.

C주영: 차라리 소설을 쓰지.

A준서: 소설 쓸 필력은 아니에요. 글이라기 보다는 욕이에요.

C주영: 봤어?

A준서: 조금요. 그래서 잠깐 선배가 명예훼손으로 타나토스를 잡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C주영: 내가?

A준서: 이민지 쪽은 이미지가 타격을 받을까 겁나서 못하지만, 선배야
망가질 이미지도 없고, 그러니까. 신고해도 될 거 같아서.

C주영: 싫어. 어제오늘 당한 일도 감당이 안 되는데, 타나토스 같은 악질이
맘먹고 날 괴롭히면 어쩌라구?

A준서: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구요.
어제오늘 이틀 당한 선배도 병원에 입원할 만큼 스트레스를 받았잖아요.
근데, 그걸 보면...아냐...읽어보세요.

C주영: 이민지는 연예인이잖아, 거기다 인기 있고. 내 연봉의 수십 대를 벌고.

A준서: 근데, 이제 열여덟 살 이잖아요.

C주영: 도대체 무슨 소리를 했길래 그래.
(페이지 넘기면서 읽는 소리)...어머.어머. 이게 다 루머라는 거야?
이 스폰서는 실명까지 거론했는데...
(다시 넘기며) 낙태하는 걸 봤다잖아...증권가 찌라시 사진도 있고.

A준서: 그게 다 만든 거래요.

C주영: 대단하네. 어휴... 이건 뭐야? 그냥 욕만 있어.

A준서: 욕 말고 딴 얘기도 있잖아요.

C주영: 뭐?

A준서: 제목이요. 이민지한테 꼭 해주고 싶은 말.

C주영: 나쁜 자식...(다시 보다가) 이민지 언니가 텐프로 마담이야? 그래서..?

A준서: (O.L) 이런다니까요. 아까 그 매니저가 언니에요.

C주영: 뭐?

A준서: 다 읽어보세요. 이민지랑 여러 번 자기도 했다니까.

C주영: 이 정도면 정신병자 아냐?

A준서: 선배 아니라는 증거 찾으려고, 인터넷 여기저기 뒤져보니까.
정말 아주 나쁜 놈이드라구요. 정치인이나 좀 파워 있는 연예인들은
건들지도 않아요. 매번 신인이라서 힘없고,
이미지 손상을 제일 두려워하는 여자 연예인들 상대로, 성적인 농담,
루머 같은 걸 얼마나 많이 만들어 냈는지...
이런 사람 때문에 연예인들이 자살을 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C주영: (읽어보는)...어머 이런 나쁜 놈이...안 되겠다...자기 좀 나가있어.

A준서: 왜요?

C주영: 옷 좀 갈아입게.

A준서: 옷은 왜요?

C주영: 그럼 환자복 입고 경찰서에 가? 신고하라며?

A준서: 해도 내일 해요. 전화로 해도 되구요.

C주영: 아냐. 괜히 자면서 이 생각 저 생각하면 겁나서 못할 거야. 지금 할래.

A준서: 전화로 해요.

C주영: 전화로 이걸 다 어떻게 얘기 해.
그리고, 여기 있는 이 지저분한 말들을 내 입으로 옮기란 말야? 나가있어.

E 준서 나가고, 일어나서 옷 갈아입는 소리

M 브릿지

E 달리는 차안

C주영: 어휴, 속이 다 시원하다. 제우스. 엄마가 이런 사람이야.
정의롭고 용감하고. 배워.

A준서: 병원으로 정말 안 가도 돼요?

C주영: 괜찮아졌어. 집에 가고 싶어...전화기 좀 빌려줘.

A준서: 여기요.

C주영: 신랑한테 얘기해야지. 집에 간다구.

E 다이얼링 하는 소리

B형준: (OFF) 여보세요?

C주영: 나야.

B형준: (OFF) 어디야? 무슨 일 있어?

C주영: 집에 가는 길이야.

B형준: (OFF) 병실에 없어서 무슨 일 생긴 줄 알았잖아.
병원 다 뒤지고 있는 중이야.

C주영: 집에 가고 싶어서 집으로 가는 길이야. 자기도 집으로 와.

B형준: (OFF) 알았어.

C주영: 어제 먹은 거 또 사다 줄 수 있어?

B형준: (OFF) 알았어.

C주영: 참, 해결됐어. 그쪽에서도 사과했구.

B형준: (OFF) 알구있어. SNS에 사과 멘션이 왔더라구, 집에서 봐.

E 전화 끊는

C주영: 나 좀 졸아도 돼? 너무 힘든 하루였나 봐. 긴장이 풀리니까 졸려.

A준서: 그러세요.

E 거실
TV에서 드라마가 방송되는 소리
현관 문 여는 소리

C주영: 왔어?

B형준: 침대에 누워있지. 뭐 해?

C주영: 드라마 봐. 이러다 이민지 팬 되겠어. 연기 잘 하네.

B형준: 그냥 병원에 있으라니까.

C주영: 해결됐는데 뭐. 정말 스트레스 때문이었나 봐. 지금은 말짱해.

B형준: 자. 먹을 거.

C주영: 어휴 고마워라...저녁 안 먹었지?

B형준: 응. 씻고 나올게.

C주영: 나 타나토스 신고했어.

B형준: 누굴 신고해?

C주영: 타나토스. 이민지 쪽에서 자료를 줘서, 그걸로 신고했어.

B형준: (화내는) 미쳤어? 그런 악플러하고 엮여서 뭐 좋은 꼴을 보겠다고 신고를 해.
우리한테 피해 없으니까 그냥 지나가면 되지.
당신은 겁도 없어? 당신 신상을 전부 알고 있는 놈인데.

C주영: 그래서 했어. 놈이 이민지한테만 그런 게 아니니까.
앞으로도 다른 연예인을 상대로 또 그럴 테니까.
그럼 그땐 이번 일을 또 겪어야 하니까.

B형준: 타나토스가 바보야? 신상 털린 개인 정보를 또 쓰게?

C주영: 그럼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나 같은 일을 겪겠지.

B형준: 임신 중이야. 신고하고, 고소하고 그런 일 애한테 좋을 거 없어.

C주영: 임신 중이라 더 안 참은 거야.
내 아이한테 사회의 부조리를, 폭력을, 보고도 참아 넘기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싶지는 않으니까. 우리 애가 보고 있을 테니까.
우리 애가 사는 세상은 지금보다는 나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나쁜 놈은 반드시 처벌 받아야 하니까.

B형준: 난 싫어. 당신이 그런 일에 개입하는 거.

C주영: 당신은 모른 척해.

B형준: (답답하고 화나는) 어떻게 모른 척해? 내 일인데.

C주영: 왜 화를 내. 번거로운 일 없대. 신고하면 그 다음은...

B형준: (O.L) 결혼하고 내가 당신 하는 일에 싫다 그런 거 있어?

C주영: 없어.

B형준: 이게 첨이자 마지막이야. 모르는척해. 신고한 거 없던 일로 해.

C주영: 싫어.

B형준: (윽박지르듯, 폭력적으로 소리친다) 하라면 좀 해.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E 욕실 문 큰 소리 나게 닫는 소리
욕실에서 뭔가 던지는 소리 들리는
주영 가서 문 열면

C주영: 당신 왜 그래? 무서워 죽겠어. 당신 이런 모습 처음인 거 알아?

B형준: (소리친다) 문 닫아. 문 닫으라구.

E 욕실의 유리창 깨지는 소리

M 브릿지 (시간이 지나는, 2개월 쯤 경과)

E 광고 촬영장 소음

C주영: 오랜만이야.

A준서: 휴가 중이신 분이 촬영장엔 웬일이에요?

C주영: 자기 잘하고 있나 보러 왔어. 이민지도 보고 싶고.

A준서: 예정일 지나지 않았어요?

C주영: 다음 주야.

A준서: 낳고 다음날부터 출근하면 안 돼요?
선배 빈자리 메우느라고 죽을 거 같아요.

C주영: 쿠데타는 원래 목숨을 걸고 하는거야.

G민호: (다가오며) 안녕하세요.

C주영: 오랜만이에요. 어휴 이민지씨는 실물 보니까 정말 이쁘네요.
이래서 민느님, 지여신이라 그러는 거구나.

G민호: 광고 모델로 적극 추천해주셨다는 얘기 들었어요.

C주영: 아니에요. 원래 이민지씨가 하기로 했던 거예요.
전 원래 자리로 돌려놓은 거뿐이고요.
참 그렇지 않아도 연락하려고 했는데, 타나토슨가 그놈 수사는 중단됐어요.
신고한 다음날 글을 전부 삭제해버려서, 수사를 할 수가 없다고 그러더라구요.

G민호: 수사하는 걸 알았나 봐요. 경찰에도 선이 있나?
최근에 다시 활동을 시작했더라구요.

C주영: 이민지씨한테 또 악플 달고 그래요?

G민호: 아뇨. 다른 아이돌 멤버들한테요.
그런 사람은 그게 취미고 재미에요. 장난이죠. 악랄하고 잔인한.

C주영: 좀 더 적극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보세요.
피해 입은 연예인들이 연합을 해서 고소를 한다든지 해보세요.

G민호: 이 바닥이 절대로 협동이 안 되는 곳이라서요...
타나토스 같은 사람이 한 둘도 아니구요. 그래도 고맙습니다.
신고까지 해주실 줄은 몰랐어요. (선물 주며) 이거요.

C주영: 뭐예요?

G민호: 그렇지 않아도 준서씨 통해서 전해 드리려던 거예요.
아기 선물이에요. 민지가 직접 골랐어요.

C주영: 뭐 이런 걸다. 어휴 좋아라. (큰 소리로) 민지씨 선물 고마워요.

A준서: 아 참! 촬영 중이잖아요. 현장감 너무 잃어버린 거 아니에요?

C주영: 자긴 현장감은 그대론데, 네가지를 상실했구?

(세 사람 웃는)

M 브릿지

E 안방. 작게 음악 들려오는

C주영: (하품하면서 일어나는, 혼잣말 아이에게 하듯이) 아빠 뭐 하시느라
아직도 안 주무시니...

E 주영 일어나서 방문 열고 나가는

C주영: 어딨어? 안 자?

B형준: (OFF) 화장실. 자는 거 아니었어?

C주영: 자다 깼어. 컴퓨터 옆에 있는 상자 봤어?

B형준: (OFF) 아니. 뭔데?

C주영: 이민지한테 받은 선물. 당신 보라고 놔둔 건데. 보여줄게.

E 방문을 여고 컴퓨터가 있는 방에 들어가는
방에 컴퓨터 켜져 있는 채로 있는, 주영 그 컴퓨터 모니터 보며

C주영: 게임 삼매경인가? 도대체 무슨 게임인데?...(무심결에 읽기 시작하는)
타나토스의 귀한?...이게 뭐지?...오늘은 이 타나토스님이
새롭게 애정하는 세리에 대한...

B형준: (들어오며, O.L ) 뭐 해?

C주영: 이게 뭐야? 당신 컴퓨터에 왜 타나토스가 있어?

B형준: 아무것도 아냐...(모니터 가리고 서며 말 돌리려) 보여줄게 뭔데?
(옆의 쇼핑백 집어 들며) 이거야?

C주영: (혼란스러운) 비켜봐. 그게 뭐야?

B형준: 볼 거 없어. 왜 남의 걸 봐.

E 급하게 컴퓨터 전원 꺼버리는

C주영: 타나토스가 쓴 게 왜 당신 컴퓨터에 있어?

B형준: (변명하는) 장난이야. 그냥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야.
게임 같은 거라구. 당신도 알잖아. 우리 일이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지.
그걸 푸는 거야. 그냥 오락이라구.

C주영: (아직도 믿을 수 없는) 당신이 타나토스야? (그동안의 일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해보며, 혼잣말처럼) 그래서 내가 타나토스로
오해받은 거야? 게시판에서 난리 난 날 타나토스가 활동을 중단하고,
경찰에 신고하자 글을 모두 지우고...수사를 중단하자 다시하고...그런거야?

B형준: (주춤거리는) 그게...사실은..

C주영: (사실임을 알고 충격 받은) 당신이야? 당신이 타나토스였어?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B형준: 진정해.

C주영: (O.L) 건들지 마. 나한테 손 대지 마.

B형준: (달래며) 내 얘기 들어.

C주영: (울먹이며, 소리친다) 필요 없어...타나토스야? 타나토스 맞아?

B형준: 다신 안 할게. 정말이야.

C주영: (혼란스러운) 어떻게...어떻게...당신이 어떻게, 그런 놈일 수가 있어?
당신이 얼마나 반듯한 사람인데? 얼마나 젠틀하고, 매너 있고..
그런 사람이 타나토스랑 같은 사람일 수가 있어?...그럼 내가 매일 보고
같이 사는 당신은 뭐야? 그건 다 가짜야?

B형준: 아냐. 당신이 보는 내가 진짜야. 타나토스는 그냥...

C주영: (O.L) 그냥 뭐?

B형준: 당신이 몰라서 그래. 다 그래. 인터넷에서는 다 그런다구.
회사에 출근할 때랑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얼굴로 인터넷하는 사람 없어.
누구나 다 그래. 나만 그런거 아냐.

C주영: (넋이 나간) 미쳤구나. 다 미쳤어.

B형준: 인터넷은 그냥 인터넷이야.
거기 있는 타나토스는 그냥 아바타 같은 거야. 게임 캐릭터 같은 거라구.
내가 아냐. 그냥 가상이야.

C주영: (경멸하듯, 소리친다) 가상? 당신 때문에 누군가는 죽을 생각까지 했어.
근데 그게 어떻게 가상이야? 당신이 한 건 폭행이야. 강간이고 살인이야.
아니 그보다 더 나빠. 비겁하게 숨어 있어서 저항하거나 맞서 싸울 수도 없으니까.

B형준: 비약하지 마. 누가 죽었는데? 그거 다 쇼야.

C주영: (소리친다) 쇼는 당신이 하는 게 쇼야. 자상한 남편인 척, 착실한 사람인 척
당신이 내 앞에서 일 년 동안 해온 게 쇼라구, 알아?

B형준: 잘못했어. 다신 안 할게. 약속해. 그러니까 좀 진정해.

C주영: 어떻게 진정을 해? 이 세상에서 제일 믿었던 사람이, 내 아이의 아버지가,
내가 제일 경멸하는 더럽고 비겁한 쓰레기 같은 인간인 걸 알았는데.
(배가 아파온다) 아.아.

B형준: (놀아서) 배 아파? 병원부터 가자.

C주영: (악을 쓰듯 소리친다) 내 몸에 손대지 마. 절대. 죽을 때까지.

B형준: 여보.

C주영: 그렇게 부르지 마. 타나토스.
더 이상 이중생활 할 필요 없어. 내가 그렇게 만들어 줄게.

E 주영 일어나서 방을 나간다
전화 건다

C주영: 119죠. 임신 중인데 배가 아파요...아뇨...다른 사람 없어요.
혼자 있어요...

M 브릿지

G아나운서: (뉴스 멘트) 유명한 악플러인 타나토스가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타나토스는 알려진 것과 달리 외국계 은행에서 일하는 펀드매니저로,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를 소유했고, 일류대를 졸업했다고 합니다.
타나토스는 건실한 사회인과 달리 악랄한 악플러로
철저한 이중생활을 해왔다고 합니다.

M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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