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6층
[남] 대표
[공] 이대리
[여] 아줌마, 아이
이대리 : (키보드 치며) 보자...왜 이렇게 안맞냐....어? 여깄네?
e 인터폰 벨소리
이대리 : 음? 아... 이 아주머니 또 왔네...(받고) 여보세요.
아줌마 : 네... 실례해요. 저...뭐 좀 물어보려구요.
이대리 : 아, 아주머니.
어제도 말씀드렸잖아요. 여기 6층 아니에요. 끊습니다.
(끊는) 아, 진짜...(톡하며) 대표님, 진짜 소름 돋아 죽겠습니다...!
대표 : (톡) 이대리, 왜 야밤에 톡이야?
난 네가 더 소름이야. 네가 내 상사냐?
이대리 : (톡) 아니, 저 지금 사무실에서 야근 중인데,
그 아줌마가 또 왔어요.
대표 : (톡) 그게 대체 왜 소름인데?
이대리 : (톡) 이 아줌마가 6층이 어딨냐고 또 물어요!
아니, 아시잖아요. 우리 빌딩 6층 없잖아요...!
5층 다음에 바로 7층이잖아요.
대표 : (톡) 그게 어때서? 아니, 없으니까 당연히 찾지.
그런 사람 종종 있었잖아.
이대리 : (톡) 그건 엘리베이터나 현관문에서 한번 쯤이지.
매일 찾잖아요! 없는 걸 그냥 매일!!
대표 : (톡) 이대리야...
이대리 : (톡) 네?
대표 : (톡) 집에 좀 가라...누가 너 야근 시켰니?
집에 가서 자라....응?
이대리 : (톡) 아, 저도 할게 있습니다.
대표 : (톡) 그럼 인터폰 코드 뽑고 일해. 나 잔다.
이대리 : (톡)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이 건물 루머...모르세요?
대표 : (톡) 무슨 루머?
이대리 : (톡) 이 건물주 아들이 사이코패스래요!
대표 : (톡) 뭐?
이대리 : (톡) 미친 놈이요.
근데 그 놈이 11살 때 7살 짜리 지 동생을 죽였대요.
대표 : (톡) 호오...
이대리 : (톡) 근데 나이가 어리니까 법적 처벌은 안받고 집에서 갇혀서 컸나봐요.
대표 : (톡,진저리치며) 아우! 그래서 뭐?!
이대리 : (톡) 근데 그 아이가 할 게 없어서 배운 게 디자인이래요.
대표 : (톡) 흐음...
이대리 : (톡) 그 애가 커서 이 건물을 특별히 디자인했다는 거에요.
대표 : (톡) 어떻게 했대?
이대리 : (톡) 그건 저도... 모르죠..? 으스스해요...
대표 : (톡) 그 루머가 사실이면 그 아들놈은 아주 상식적이고 이타적이네.
이대리 : (톡) 네?
대표 : (톡) 사람들이 6이란 숫자를 무서워하니까 6층을 없앤거 아냐?
이대리 : (톡) 아니.. 그래도 사이코패스가 만든 건데 뭔가...막...!
(놀라는) 헉! 대표님....방금 쿵쿵쿵 소리가 났어요...
대표 : (톡) 무슨 소리?
이대리 : (톡) 잠시만요....소리가 또 나요...! 쿵쿵쿵...이런 소리요...
대표 : (톡) 아니, 다 퇴근하고 문 닫은 건물에 뭔 소리가 나?
이대리 : (톡) 그니깐요!
대표 : (톡) 7층에 아직 문 연 사무실이 있어?
이대리 : (톡) 아뇨. 아까 저녁 먹고 들어올 때 보니까
7층 가게에 사무실 전부 다 문 닫았아요.
대표 : (톡) 그래? 그럼 뭐지?
이대리 : (톡) 대표님 어떡해요...?! 소리가 점점 가까워져요!!
우리 사무실로 뭔가 다가와요!
e 쿵쿵쿵 소리 들리고 문 두드리는 소리.
이대리 : (톡) 뭔가가... 우리 사무실 문을 두드리고 있어요...
왜 돌아가서면서 문을...! 대표님 어쩔까요? 우리 사무실 문 두드려요..!!
대표 : (톡) 모른척 해. 가만히 있어.
이대리 : (톡,숨 죽여) 네..!
(잠시 뒤) 대표님, 뭔지는 몰라도 돌아갔나 봅니다.
대표 : (톡) 으응. 난 이제 잔다.
이대리 : (재채기)
e 또각이며 걸어오는 소리.
이대리 : (톡) 대표님, 큰일 났어요!!
대표 : (톡) 왜?
이대리 : (톡) 제가 재채기 하는 바람에 다시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 같아요!
대표 : (톡) 에휴. 이제 나도 모르겠다. 알아서 해. 결과 보고 하고.
이대리 : 미치겠네...
(겁에 질려) 누... 누구세요?! 아...누..누군데 진짜....마...막 두드려요!
아줌마 : 계세요?
이대리 : 아이, 대체 뭔데요?!
(아줌마 보고는) 아... 아줌마? 여길 어떻게...일층에 경비아저씨 없어요?
아줌마 : 모...못봤어요...
이대리 : (속) 뭐야...생각하곤 다르게 단아하고 젊잖은 모습의 아줌마잖아?
아줌마 : 실례가 많습니다. 죄송해요.
늦은 나이에 막둥이로 어렵게 가진 아이가 있는데...
여기 6층 병원에서 잃어버렸거든요.
검은 피부에 똘망똘망한 눈을 하고 있어요! 노란색 셔츠를 입은...
대표 : (톡) 어떻게 됐어? 누구야?
이대리 : 아...아주머니... 잠시만요. (톡) 그 아줌마에요!
대표 : (톡) 대충 달래서 보내.
이대리 : (톡) 6층 병원에서 아이를 잃어버리셨대요.
대표 : (톡) 여기 6층에 병원이 어딨어?
이대리 : (톡) 거짓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사진도 보여주시더라구요!
대표 : (톡) 이대리님, 그럼 알아서 처리하시죠.
이대리 : (톡) 죄송합니다, 대표님. 아줌마 내보내겠습니다.
(아줌마에게) 아, 죄송합니다,어머님. 아이는....제가 본 적이 없어요.
6층도 물론 저희 건물에 없구요...
아줌마 : (종이 보여주며) 이걸...읽어주시겠어요?
이대리 : 어...이...이건?!
(n) 쪽지에는 "살려주세요, 엄마. 저 여기 빌딩 6층에 갇혀있어요"라고 적혀있었다.
(아줌마에게)...6층? 어디서 이걸 주우셨다구요?
아줌마 : 이 건물 앞 보도요!
건물 위에서 아래로 던진 것 같아요!
이대리 : 이게 아드님 필체 맞나요?
아줌마 : (일기장 꺼내는) 여...여기!
이대리 : 아...네.
(n) 아주머니는 아들의 일기장을 꺼내 필체를 확인시켜줬다. 두 필체는 같았다.
아줌마 : 봐요! 필체가 같죠...! 네? 맞죠?! (간절하게) 뭐라고 말 좀 해줘요!
대표 : (톡) 이대리, 아주머니 내보냈어? 대답해!
이대리 : (속) 어떻게 해야하지? (아줌마에게) 쪽지랑 일기장 필체랑 같아요.
(망설, 주저) 아...그런데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요...
아줌마 : (서럽게 우는)
이대리 : 아이 참... 저 아주머니. 제가 경찰이 아니라 큰 도움은 못되겠지만
오늘 하루 딱 하루만 제가 30분만 도와드릴게요.
아줌마 : ...정말인가요?
이대리 : 예. 뭘 도와드리면 될까요?
아줌마 : 있어요. 딱 하나...
이대리 : 뭐죠?
아줌마 : 6층을...6층을 찾아주세요!
이대리 : (한숨) 아시잖아요. 6층은 없다니까요.
아줌마 : 아니, 어딘가에 있어요! 이 건물 어딘가에 6층이 분명히 있어요!!
엄마들은 알아요...가끔은 자기 자식의 목소리를 듣는 것 같죠...
이대리 : (한숨)
아줌마 : (울면서) 도와줘요...!!
이대리 : 아이참...(결심한듯, 아줌마 손을 잡고) 따라오세요!
아줌마 : (당황) 왜...왜이러세요..?!
이대리 :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건 7층 이 사무실이 전부에요.
그래도 도움이 된다면 이 사무실 안을 같이 뒤져보시죠.
아줌마 : 이 사무실만 해도 충분히 감사해요...
경찰도...이렇게까진 안해줬어요...
이대리 : 하...역시...
아주머니, 보시면 아시겠지만 6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여기 이런데를 봐도 (당황) 어? 이..이게 뭐야?
여..여기 왜 소화전이...(전화를 거는)
e 통화 연결음 들리다 대표 전화받는
대표 : 이대리 뭐야? 아까 답장도 없고!
이대리 : 있어요! 여기 있다구요!
대표 : 뭐가?
이대리 : 숨겨진 공간이요!
캐비넷을 치웠더니 거기에 숨겨진 공간이 있어요!
대표 : 무슨 말이야?
이대리 : 그게 사실...아주머니를 데리고 같이 6층을 찾고 있었습니다.
대표 : 뭐? 아, 그냥 보내라니까!
이대리 : 그래야 미련없이 안오실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대표 : 그래서?
이대리 : 아주머니를 모시고 저희 사무실을 둘러봤어요.
근데... 캐비넷 뒤에 폐쇄된 소화전이 있었어요!
그래서 문을 열었더니 꽤 깊은 공간이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대표 : 난 또 뭐라고...에휴...이대리야.
이대리 : 네?
대표 : 흥분말고 차분히 들어.
거긴 지진 시 붕괴를 막기 위해 건물마다 그런 공간을 만들기도 해.
우선 소화전 닫고 아주머니 돌려보내세요.
이대리 : (놀라는) 허! 6층...?
대표 : ...이대리? 이대리?! 대답해!
이대리 : 대...대표님...대..대체 제게 뭐죠...?
진짜 6층이 있는건가...?
대표 : 뭐?
아이 : (울면서) 살려줘요...! 흑흑 살려줘요!!
아줌마 : 드...들려요! 들려! 저 안에서 우리 애 울먹이는 소리..!!!
이대리 : 네! 저도 들려요!!
대표 : 이대리, 어쩌려고?
이대리 : 들어가 봐야죠!!
대표 : 뭐?
이대리 : 저 안에서 애 울음소리가 나요!! (계단 내려가는)
아이 : (점점 가까이 들리는) 살려줘요!!! 살려주세요!!!
이대리 : 아주머니, 찾은 거 같...
e 문 닫히는 소리
이대리 : (문 열고 하면서) 이...이게 대체 무슨 짓 입니까?!!
아주머니!! 소화전 문 여세요!!!! ...아..아이를..!!
아이 : 으아앙!!! 살려줘요!!
이대리 : 뭐야...녹음기..?!
대표 : 이대리! 이대리!!
이대리 : 대표님, 어쩌죠...? 아무래도 6층에 갇힌 거 같습니다..!!
아주머니가 밖에서 문을 잠궜어요..!!!!
대표 : (갑자기 목소리 톤 바뀌며) 이대리...
그러니까...내가...문을 열어주지 말랬잖아요...
이대리 : 네?!
대표 : 난... 너까지 죽일 마음은 없었어...
(웃으며) 우리 엄마도 참...재밌는 건 못 참으셔.
아이..이대리는 남기자고 그렇게 설득했건만.
이대리 : 그...그게 무슨?!
대표 : 그래... 그 아이 나야.
여동생 죽이고 이 건물 디자인한 그 사이코패스 아들.
어머니한테 진정한 쾌락의 피를 물려받은 아들.
이대리 : 대표님..!!! 장난치지 마세요!!
저..정말...왜... 왜그러세요!!
대표 : 이 건물은 내 걸작이야.
수십년간 완벽한 연쇄살인을...완전 범죄를 실현해온 나의 성...
이대리 : 거...거짓말...
e 소름돋는 기계음
이대리 : 뭐..뭐야?! 저건...!!
대표 : 아 그거? 파쇄기야.
사람이 6층 안에 갇히면 살인 기계가 자동으로 작동하지.
이대리 : 오...오지마..!! 사..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이...이게 뭐야?!! 대..대표님 살려주세요!!!
대표 : 실은.. 6층 공간 전체가 거대한 파쇄기야.
e 파쇄기에 몸이 갈려나가는 소리.
이대리 : 으...으아아악!!!!!!
대표 : 아름답지? 이대리? 이대리..!!
...벌써죽은건가? (웃음) 아이..이 기계는 죽은데 사람이 너무 빨리 갈려.
아..죽어가는 사람 목소리 더 듣고 싶은데 그 경쾌한 비명....
오장육부를 뚫는 쾌감..!! (한숨) 이 순간이 늘 외롭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