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열고 선풍기 틀어놓고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면 이불 속에 완전히 숨어있고 꽤나 공기가 차갑다고 느낄 때.
반팔 반바지가 어느새 후드티에 반바지로 변해갈 때.
초록색인 나무들이 점점 노랗고 빨갛게 물들어갈 때.
점점 거리들이 은행 냄새로 물들어갈 때. 그런데 그게 또 그렇게 싫지만은 않을 때.
어디선가 타는 냄새들도 나기 시작하는데 그게 어디서 오는지는 모르지만 그 것도 싫지만은 않을 때.
저녁만 되면 친구들이랑 술 한 잔 생각이 조금 더 간절히 떠오를 때.
그리고 진짜 술이 달 때.
괜히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기 시작할 때.
마셔오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보다는 점차 따뜻한 커피를 더 찾기 시작할 때.
노을 질 때 근처 대학교 벤치에 앉아서 운동장이나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망상하고 싶을 때.
밖에는 시원해서 좋은데 지하철은 슬슬 히-타틀기 시작하면서 더워지는 건 싫을 때.
시끄러운 음악보다는 조용한 음악들을 더 듣고 싶기 시작할 때.
여름에는 텁텁했던 빨래 냄새가 점점 구수하게 느껴지기 시작할 때.
낙엽 쓰는 소리랑 낙엽 밟는 소리가 정겨울 때.
끊었던 담배가 다시 생각나서 금연에 실패할 때.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만은 금연하기 싫을 때.
일이 손에 안잡히고 창밖만 계속해서 쳐다보고 싶을때.
머릿속으로 떠올려보면 뭔가 빨간색이나 노란색이나 주황색이 많이 떠오를 때.
마음이 괜시리 싱숭생숭해지기 시작할 때.
근데 또 싱숭생숭한 와중에 뭘 하더라도 잘될꺼만 같을 때.
생각해보면 적을거 더 많을꺼 같은데
그런데 이렇게 다 적어놓고도 누군가가 나한테 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가을이냐고 물어보면
그냥 좋다 라고 대답할 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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