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었던 공기와 땅 그리고 냇물까지
모두 녹았다
매해 맞이하던 봄과는 다른
계란 한판을 맞이하기 전의 마지막 봄
하지만 내 마음은
이제 겨울 한복판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날 맞이해주는 외로움
언제부터 자각한 걸까
즐거울 때는 신경 쓰지 않은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외면한 건지도 모르는
하지만 고개를 돌려보면
한 번도 떠난 적 없었다는 듯 내 옷자락을 당기는 외로움
외로우니까
사람이니까
갈구하던 사랑
하지만 해소하기 위한 사랑은 옳은 것일까?
이걸 온전히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상대방이 내게 주는 만큼 내가 사랑해줄 수 있을까?
나 같은 것에 시간을 쓰는 것보다 다른 것에 시간을 쓰는 것이, 다른 사람을 찾아보는 것이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난 사랑을 주고받을 자격은 있긴 한 걸까?
기회조차 없었지만
말도 안 되는 가정이지만
누군가 내게 다가와서 사랑을 속삭여도
도망치겠지
그 사람의 인생을 위해서
뼈에 사무치기 시작하는 외로움
혼자 남으면 불안한 마음
사람 목소리가 듣고 싶어 들어간 방송
십분 한 시간 세 시간 하루 일주일 한 달
그렇게 일 년
더해지지도 덜어지지도 않는 외로움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지나간다
20대의 마지막 봄
봄 날씨의 따뜻함 만큼이나 곳곳에 넘쳐나는 애정들
그중 내 것 하나 없는
내 마음은 겨울 한복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