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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문예] 5번

Broadcaster 세인님
2017-05-14 10:42:56 555 0 0

먼지

찬 바람에 죽어지내던 꽃이 피는 계절이 왔다.

꽃놀이 갈 생각에 들뜬 연인들을 방해라도 하겠다는 듯이 먼지도 함께.

반겨주는 이 하나 없어도 뻔뻔하게 찾아오는 용기가 새삼 대단하다.

낯부끄러운 줄 모르고 달라붙는 아이 같은 모습을

싫다고 내치지도 못하고 마지못해 동행하게 되었다.

걸음걸이마다 나와 맞춰 걷고, 같이 호흡하는 존재가 있음이 반갑다가도 서글프다.



잊히는 것은 두렵고, 다가가는 것은 부끄럽지만

반겨주는 이 없는 게 외롭고 마음 기댈 곳 없음이 쓸쓸하다.

이다지도 지독히 이기적인 나를 닮은 것은 모순되게도 너였다.

떠나가는 인연들을 붙잡지 않으며 아쉬워했고

스쳐갔던 만남을 귀히 여기지 않고 그리워했다.

그렇게 나는 먼지 쌓인 연락처를 바라보며 울적하다.



끝의 계절이 지나고 시작의 계절이 왔다.

무언가 기대하며 막연히 기다려온 봄.

정체되어 있는 내게도 변화가 있기를 염치없이 바랬는지 모른다.

망설이며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는 동안에도

너만큼은 버젓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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