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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문예] 8번

Broadcaster 세인님
2017-05-14 10:48:45 713 2 0


본인은 소설을 쓰거나 시를 쓰거나 혹은 이야기를 하는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지 못했다. 태어날때 주사위를 잘 못 굴렸는지, 머리가 엄청 뛰어나거나 어떤 분야에서 특출나게 뛰어난 능력을 갖거나, 혹은 잘생겼거나

그 어떤 집단에도 속하지 않은 트수 평균중 평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누군가가 있기를 바라며 내가 겪었던 썰을 써내려가고자 한다.

유일한 소통창인 채팅창에서도 서로에겐 눈길조차 잘 닿지 않는, 매일 12시 잠깐 스쳐가는 인연들인 트수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생각하면, 아무래도 연애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사람이야기는 끝까지 들어봐야 아는 것이니깐 잠시 들고있는 죽창과 돌덩이를 내려놓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란다.

트수 평균이라고 주장하는 내가 어찌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느뇨 라고 물으시기에 대답해드리자면,

본인의 배경을 조금 이야기 해야하는데, 본인은 욕심이 욕망의 항아리의 볼딱지 마냥 많아서, 어떻게든 서울권 대학을 가고자 했다. 근데 공부는 적당히 보다 더 잘 하는 능력이 없어서,

찾은 길이 미술이었다. 재수를 하긴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서울 4년제 미대에 입학하게 됐고, 사람들이 어디있는진 잘 모르지만, 이름을 말하면 아! 하는 그런 허세부리기 딱 좋은 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4년동안 미술학원을 다니고, 군대 2년을 제하더라도 6년 넘도록 미술 쪽 공부를 하다보니 주위는 전부 여자였다. 주위가 전부 여자일 뿐 나의 대화 상대는 변함없이 돌겜이지만, 교류하지 않고 살수는 없었으며,

자연스럽게 여자인 친구들이 하나 둘 생겼다. 진짜 하나 둘.

그 몇 안되는 친구 중 하나는 본인과 생각이 잘 통했다. 게임도, 음악도, 좋아하는 남자 연예인도 비슷했다. 같이 디아블로 켠왕도 하면서 미대의 극악무도한 양의 과제를 팽겨치고 게임에 열중하기도 하고, 블레이드 앤 소울 캐릭터의 외형을

2시간동안 고르기도 하면서 나와 그 친구는 가까워 졌다. 유일하게 다른 점이 있었다면 야구 팀 정도, 그 친구는 7쥐를 응원했고, 나는 범죄자 집단의 두산을 응원했다.


그러다 나는 입대를 했다. 사실 입대 전까진 나는 그 친구와의 관계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인생의 연애 경험이래봤자 멋모를 중학교 풋사랑이 전부였고, 나보다 한살 많은 그 사람은 곧 졸업을 앞두고 있었어서 섣불리 결심할 수 없었다.

그렇다. 쫄보인 본인은 괜히 마음을 확인했다가 몇 없는 친구마저 잃고 싶지 않았다. 훈련소에서 그리고 이등병의 대부분은 그 친구를 생각하며 보냈고, 슬슬 짬이 차서 나갈 때 쯤엔

이미 내 마음을 컨트롤할 수 없었다. 부대 특성상 자주 나갈 수 있었고, 나는 매번 휴가를 그 친구를 보는데에 썼다. 그 친구도 자주 나오는 것이 싫지는 않아, 결국 전역 직후 우리는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전역후에도 미래 없는 삶을 즐기는 우리 둘은 오버워치도 베타키를 받아서 함께 플레이 했다.


내려놓았던 돌덩이와 죽창을 다시 손으로 가져가는 트수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미리 결론을 말해주자면 우리는 헤어졌다.




사실 미래 없는 삶은 나만 그랬다. 친구는, 전 여자친구는 나와 같이 인생을 즐겼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내가 전역했을 땐, 이미 업계에서 꽤 인정받는 회사에 입사했고, 나는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었다.

그 친구는 앞을 향해 걷고 있었고, 나는 그 친구 두발짝 뒤에서 페달을 밟고 있었지만 바퀴는 그자리에 멈춰 있었다.


때는 작년 10월, 엘지를 응원했던 그 친구와 와일드 카드 결정전을 보러갔을때였다. 두산은 이미 한국시리즈 진출이 확정되었었고, 한국시리즈에서 잠실더비를 보고자 하는 마음에 엘지를 응원하러 둘이 함께 야구장을 찾았다.

9회까지 한점도 나지 않고 9회말 겨우 점수가 났던, 야구 팬으로써 아쉬운, 재미없는 경기였지만, 엘지는 승리했다. 그리고 난 그 경기를 표 두장을 들고,

혼자서 봤다.

사실, 끝까지 보지도 못했다. 친구는 약속 때문에 조금 늦는다 나에게 알렸고, 경기 시작 3시간 전, 약속시간 한시간 전부터 나는 잠실을 혼자서 서성일 수 밖에 없었다.

매표원은 티케팅을 알렸고, 잠시 후, 경기장 안 함성소리가 경기 시작을 알렸다.

나는 혼자였다.

6회가 넘어갈 때 즈음,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 미안하지만, 못 갈 것같다고, 너무 피곤해서 아픈 것 같다며, 올 수 없음을 알렸다. 분노나 아쉬움보다 컷던 것은 걱정이었다. 이 바닥이 얼마나 힘들고 고된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의 승리를 예측할 수 없었는 그 경기의 결과를 여자친구에게 알리는 것보다, 당장 여자친구의 옆에서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 내가 응원하지 않는 두팀의 경기를 뒤로하고 자리를 떴다.


당시 그 친구는 역삼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다. 나는 바로 택시를 잡고 올라가는 미터기도, 암표로 산 야구티켓비도, 야구장 좌석에서 식어가는 치킨과 거품빠진 맥주도 신경쓰지 않은 채 역삼동으로 향했다.

비밀 번호를 누르고 들어간


집 침대엔 다리가 넷이어라..

둘은 그녀의 것인데, 둘은 누구의 것이요.


차마 그 자리에서 무너저 내리는 날 마지막 자존심의 칼 끝이 붙잡았다. 난 찌질하게 밖으로 뛰쳐나가, 그녀와 자주 게임을 하던 피시방에 가서, 푹신한 소파에 파뭍혔다.


습관적으로 배틀 넷을 켜고, 오버워치 게임 시작을 누르려 했으나, 도저히 누를 수 없었다.

카톡! 보지 않았다.

어디야.

보지 않았다.

내가 설명할께.

보지 않았다.


게임을 했다.

게임은 재미있었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정말 재미있었다.


눈물이 흐른다.


눈물이 날 정도로 정말.. 재미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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