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어스키의 게임 및 영화 리뷰 다크 시티 ★★★☆

Broadcaster 어스키
2021-07-20 18:10:44 298 4 1

7e2671506590b91e4242c26238356c93.jpg


다크 시티는 1998년에 개봉한 SF 영화다. 사실 말이 SF 영화지 보는 사람들의 관점에서는 종교적 관점으로 보일 수도 있는, 더 나아가서 인간의 위대함을 설파하는 것 처럼 보일 수 있는 독특한 영화다. 우선 작품의 출발 자체는 SF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이 누군가의 시뮬레이션에 의해 결정론적 세계로 이루어져 돌아간다면 어떻게 될까' 라는 것에서 부터 기인하기 때문이다. 현재, 과거, 미래를 비롯해 보고 겪고 느끼고 마시고 먹고 입고 즐기는 것들이 자유 의지가 상실된 채로 마치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조작되고 바꾸어져 버린다면 어떨까. 기분이 좋을리가 만무하다. 인간은 어떤 이유에서도 자신의 자유 의지를 행사하며 내가 결정하고 내가 느끼는 것으로 미래와 운명을 만들어 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개입해서 조금이라도 자신을 바꾸려 한다면 어떤 사람이라도 자동적으로 방어기제가 나오기 마련이다. 미래도 이렇게까지 화가나는데, 하물며 과거의 기억까지 조작해 버린다면? 자신이 스스로를 잃게 되는 순간을 받아 들일 수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있겠는가. 어떤 사람이든지 간에 자신의 과거를 통해서 스스로를 정의하고 움직이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의 취미가 무엇인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게 되는 것들도 모두 행동을 통해 경험을 얻고 이를 바탕으로 축적된 정보를 실행하게 되는 것들이 아니던가. 끔찍하다는 이야기가 절로 나온다. 이방인은 인간들에게 이런 끔찍한 실험을 지속적으로 행한다. 인간들의 입장에서는 결정론적 세계가 이루어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튜닝' 과 '기억조작'은 그야말로 전능하다고 볼 수 있다.


영화의 우선적인 출발점이 SF라는 부분에 바로 여기에 있다. 상당히 재미있는 부분인데, 이방인들은 자신들을 어떤 신적인 존재라고 여기지 않으며 심지어 '우리 종족은 이제 새로운 길을 찾지 않으면 멸망할지도 모른다' 라는 이야기를 한다. 마치 바이러스를 이겨내기 위한 실험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이들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멸망의 기로에 놓여있게 되었으며 종족의 안위을 위해 끊임없는 실험을 하는 단순한 '과학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554157e197a9208fb416ce80063447a2.jpg


역설적이게도 이들이 과학적 탐구와 시뮬레이션을 하는 이유는 인간에게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영혼' 이라는 존재를 보유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순간이 앞서 말한 SF 영화에서 종교 영화의 발자취를 느끼게 되는 장면인 것이다. 뛰어난 과학을 가지게 되는 경우, 불분명한 것들이 가득한 종교적 이야기와는 서서히 어느정도 멀어지게 된다. 영혼과 신의 영역 같은 것들은 검증이 될수 없기 때문이다. 용오름이 차오르는 순간을 보았을때, 과거 과학적 지식이 부족했던 사람들이 보았을떄는 '보라, 용이 치솟아 오른다' 라고 말하지만 오늘날에는 '와, 저기압성 기류 현상이다' 라고 말할 수 도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저기압성 기류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의 과학적 지식을 가진 이방인들은 인간에게서 어떤 가능성을 보았고 그것을 '영혼' 이라는 불분명한 개체로 지정한다. 


더 나아가 종교적인 관점으로 해석해 보자면, 인간을 질투한 그리스 신들과도 비슷한 맥락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신들은 인간의 끊임없는 가능성과 무한한 투쟁, 짧은 생에서도 타오르는 불꽃같은 삶을 시기한다. 이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도 상당수 많으며 혹여 몇몇 신들은 그들처럼 되기 위해 인간으로 변해 지상에 내려오기까지 한다. 이방인들이 가능성을 느끼는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에게 인간은 어쩌면 그냥 하찮은 존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자신들처럼 튜닝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하이브 마인드와도 같은 집단 지성체로 모든 지식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군집합적인, 종족의 보전으로는 더 체계적인 활용을 가진 사회적 집단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인간의 '영혼' 이란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는 실험을 계속한다. 짧지만 가능성이 무한한 그들의 불꽃같은 삶들을 시기해 다양한 과거를 주입해 여러가지 결과를 관찰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게 되는데, 이방인은 존 머독에게 '이제 어떻게 할거냐' 라고 물으니 머독은 굉장히 직설적이고 단순하게, 자신의 유한한 삶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대답인 '쉘 비치로 갈거다' 라는 말을 내놓는다. 종족의 보전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온 이방인은 존 머독의 기억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상상할 수 없는 대답이기도 하다.


d18166edc5dde20627eba8a11dbab207.jpg


영화의 가장 큰 맥거핀은 '어째서 존 머독은 튜닝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는가'이다. 물론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단순히 머독의 영혼이 다른 이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봐도 된다. 반복되는 실험중에 마침내 이방인들이 원하는 그릇을 찾아 냈다고 봐도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조금 더 다른 해석을 해보고 싶다. 존 머독은 작중에서 누구보다도 순수하고 인간적이면서 따뜻한 사람이다. 조작 된 기억 속에서도 자신과 전혀 관계 없는 사람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진실인지 아닌지도 구분하기 힘든 연인과 함께 하기 위해 부던한 노력을 한다. 작품의 초반부에는 어항이 깨져서 금붕어가 죽을 위기에 처하자 바로 도와주고 종반부에서는 자신과 관련이 없는 사람(혹은 연인일 수도 있지만)을 위해서 목숨을 포기하는 희생정신까지 보인다.


이런 존 머독이 과연 6명의 매춘부를 살인하는 끔찍한 행동을 저지르는 악마가 될 수 있을까? 그럴수 없다. 있을수도 없는 일이고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덕분에 이방인들이 만들어 놓은 체계에 정면으로 오류가 생겨나게 되었고 동시에 튜닝을 사용할 수 있는 '인간'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방인들이 찾고 있던 것이 바로 이 영혼의 순수성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무언가 불확실한 어떤 것을 찾으려고 했고 그것이 인간의 순수성인지 전혀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당연한 결과지 않던가. 이방인들은 처음부터 순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인간 찬가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최종반부에 문자 그대로 신의 능력을 가지게 된 존 머독은 사람들이 그리던 바다를 선물해 주고 칙칙하면서 획일화 된, 반듯한 느낌의 도시가 아닌 시원한 산들 바람이 느껴지는 해변을 선물해 주었으며 다크 시티에 없던 아름다운 태양과 찬란한 빛을 선사해 준다. 처음부터 그는 어쩌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완벽한 신이 될 운명이 아니었을까란 생각도 해본다. 이 해석이 흥미로운 부분은 결정론적인 방향을 부정하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진정으로 순수한 마음을 지녔던 존 머독만이 신이 될 수 있었다란 이야기도 된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영상미는 의외로 상당히 클래식하다. 다크 시티라는 도시의 어두운 면모를 보여주고 싶어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음울하고 암담한, 고전 영화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특히 도시를 비추는 전경 같은 것들은 98년 영화라고는 믿겨지지 않을만큼 고전적인 향수가 느껴진다. 아마도 이 영화가 주목받지 못했던 부분들 중 하나가 바로 어떤 점에서도 세련된 영상미를 찾기 힘들어서가 아닐까 싶다. 비슷한 소재를 사용한 매트릭스가 99년에 나왔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다크 시티의 고전적 영상미는 영화 자체로는 특별함을 지닐 수 있긴 하겠지만 관객을 끌어 모으는데는 그다지 좋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종반부에 이방인과 튜닝 대결을 펼치면서 초능력 대전 같은걸 만들어 놓는데, 처음부터 이렇게 합의를 볼 사항이었다면 영상미 역시 좀 더 깔끔하게 넣는게 좋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e7c6d525d18effda053becc621711d55.jpg

후원댓글 1
댓글 1개  
이전 댓글 더 보기
TWIP 잔액: 확인중
▼아랫글 스파이럴 ★★ 어스키
어스키의 게임 및 영화 리뷰잡담게임 추천령천 지하 실록다시 보기
2
어스키의 게임 및 영화 리뷰
스틸 라이징 ★★
Broadcaster 어스키
01-16
2
어스키의 게임 및 영화 리뷰
카드 샤크 ★★☆
Broadcaster 어스키
01-15
4
어스키의 게임 및 영화 리뷰
고스트와이어 : 도쿄 ★☆ [5]
Broadcaster 어스키
01-11
13
어스키의 게임 및 영화 리뷰
더 포가튼 시티 ★★★☆
Broadcaster 어스키
01-07
3
어스키의 게임 및 영화 리뷰
셜록 홈즈 챕터 원 ★★★ [5]
Broadcaster 어스키
01-25
6
어스키의 게임 및 영화 리뷰
제네시스 느와르 ★★★☆ [2]
Broadcaster 어스키
01-12
6
어스키의 게임 및 영화 리뷰
카우보이 비밥 (드라마) ★☆ [2]
Broadcaster 어스키
11-23
»
어스키의 게임 및 영화 리뷰
다크 시티 ★★★☆ [1]
Broadcaster 어스키
07-20
7
어스키의 게임 및 영화 리뷰
스파이럴 ★★
Broadcaster 어스키
05-13
0
어스키의 게임 및 영화 리뷰
하이 힐 ★★☆ [1]
Broadcaster 어스키
04-30
2
어스키의 게임 및 영화 리뷰
리포 맨 ★☆ [2]
Broadcaster 어스키
04-26
2
어스키의 게임 및 영화 리뷰
낙원의 밤 ★★★ [3]
Broadcaster 어스키
04-15
3
어스키의 게임 및 영화 리뷰
화이트 타이거 ★★★☆ [1]
Broadcaster 어스키
04-15
3
어스키의 게임 및 영화 리뷰
모탈컴뱃 (2021) [2]
Broadcaster 어스키
04-09
11
어스키의 게임 및 영화 리뷰
Fate/Stay night, Fate/Zero [6]
Broadcaster 어스키
04-07
3
어스키의 게임 및 영화 리뷰
자산어보 [1]
Broadcaster 어스키
04-05
2
어스키의 게임 및 영화 리뷰
존 큐 [1]
Broadcaster 어스키
03-27
3
어스키의 게임 및 영화 리뷰
이디오크러쉬 [2]
Broadcaster 어스키
03-16
6
어스키의 게임 및 영화 리뷰
레드 주식회사 [1]
Broadcaster 어스키
03-01
3
어스키의 게임 및 영화 리뷰
오토마타 [1]
Broadcaster 어스키
02-28
3
어스키의 게임 및 영화 리뷰
최저 [1]
Broadcaster 어스키
01-31
1
어스키의 게임 및 영화 리뷰
더 게임 (1997) [1]
Broadcaster 어스키
01-16
4
어스키의 게임 및 영화 리뷰
더 셀 [2]
Broadcaster 어스키
01-13
4
어스키의 게임 및 영화 리뷰
영화 리뷰권 사용법 [3]
Broadcaster 어스키
01-13
4
어스키의 게임 및 영화 리뷰
더 킹 : 헨리 5 세 [1]
Broadcaster 어스키
01-10
9
어스키의 게임 및 영화 리뷰
디스코 엘리시움 ★★★☆ [5]
Broadcaster 어스키
09-03
5
어스키의 게임 및 영화 리뷰
모탈 쉘 ★★☆ [1]
Broadcaster 어스키
08-31
13
어스키의 게임 및 영화 리뷰
데스 스트랜딩 ★★★★ [6]
Broadcaster 어스키
08-08
8
어스키의 게임 및 영화 리뷰
고스트 오브 쓰시마 ★★★☆ [3]
Broadcaster 어스키
07-30
인기글 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