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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키의 게임 및 영화 리뷰 고스트 오브 쓰시마 ★★★☆

Broadcaster 어스키
2020-07-30 12:23:31 381 8 3

영화와 게임의 영상적인 접근 방식은 두 분야 모두 성격이 어느정도 흡사하다. 어떤 장면을 놓고 그것을 찍었을때 이루고자 하는 미를 추구하는, 멋들어진 사진과도 같은 장면이 나올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이 둘이 가지고 있는 궁극적 지향점이 어느정도 같다고 할수 있다. 즉, 게임과 영화 모두 다 어떠한 시각적으로 이루어지는 단면의 사진을 연속적으로 보여준다는 얘기다. 


영화는 3자의 입장에서 인물들을 바라본다. 그들이 어떤 환경에 처해있는지, 어떤 사건을 겪고 있는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를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아 접근한다. 관찰자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표현하고자 하는 장면에 걸맞는 것들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설득력있게 그려내기 위해선 더 현실적으로 접근하는게 좋다. 장면 하나하나를 고스란히 담아 관객에게 전달해 그들의 동의를 끌어내야 한다. 완벽한 장면을 찾아내야 하는 숙제가 있는 것이다.


게임은 체험적, 경험적 부분을 바탕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부분은 조금 다르지만 어떠한 감상을 전달한다는 측면에서는 영화와 접근 방식이 비슷하다. 물론 그것들은 경험과 체험에서만 그치는게 아니다. 최대한 유저들에게 실제적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으며 어떠한 장면을 바라보아도 유저들이 해당 장소에 와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어떤 세계를 탐험하고 있다는 경험을 전달해야 하고 보다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환경을 조성해서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주요 요건들까지 마련해줘야 한다. 근본적인 차이는 있지만 영화와 게임 둘 모두 영상 매체로서의 기본인, 추구하고자 하는 장면들을 완벽한 사진으로 나타내려는 부분은 어느정도 일맥 상통 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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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영화다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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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레드 데드 리뎀션 2 의 한 장면

영화와 게임은 접근의 차이는 있지만 연속된 사진이라는 영상 매체가 가져야할 지향점은 같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이러한 영상 매체의 기초를 매우 훌륭히 소화해 냈다. 모든 장면을 스크린 샷으로 찍어 사진으로 만들 수 있도록 노력했으며 어떠한 구도에서 봐도 아름답게 묘사 될 수 있게, 환경을 비롯한 갖가지 구조물들을 매우 영리하게 배치해 뒀다. 어떤 구도에서 봐도 산, 들, 바위, 나무, 구조물, 길, 흙, 꽃, 심지어 바람과 기후까지, 완벽한 사진이 나올 수 있는 배경을 조성하게 위해 부던하게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계산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치밀한 동선을 구성해 유저들에게 동양의 자연적 미를 보여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이는 특히 카메라 구도에서 유난히 잘 드러난다. 주인공 사카이 진이 말을 타고 달리기 시작하면 사카이 진은 좌측 아래로 빠지고 자연 경관이 먼저 클로즈업 되며 사카이 진이 그 자연을 달리면, 속도감이 느껴지는 동체성과 동시에 각각 자연들이 뽐내고 있는 아름다운 색감의 입체성을 한껏 만끽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가장 강조한 부분들은 바로 색채인데, 게임은 단풍과 은행, 꽃과 억새밭들을 이용해 동양이 가지고 있는 자연 경관의 미를 한껏 뽐낸다. 휘영청 빛나는 달빛 아래에는 하얗게 드리누운 억새밭들이 산들 바람에 휘날리고 있으며 그 위를 달리는 진의 손길 너머에는 단풍과 은행들이 알록달록 즐비하게 짝을 이루어 산을 멋들어지게 장식한다. 그 너머에서는 하얀 눈길에 옷을 입은 산들이 활보하여 유저들에게 그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느낄수 있게 해준다. 게임을 플레이하다 몇번이나 넋을 놓고 경관을 바라보며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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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한 장면

언제 어느 타이밍에 스크린샷을 찍어도 한폭의 그림이 될 수 있게 구성해 놓았다



UI 에서도 환경과 자연을 보여주려는 노력이 매우 많이 보인다. 유저들이 보다 자연 환경에 집중할 수 있게 게임을 플레이 하는데 불편해 보일 수도 있는 인터페이스들을 최소화 해 구석에 몰아 넣었다. 작게 느껴져도 상관없다. 최소한의 판단만 할 수 있을 정도의 인터페이스만 보여주면 된다. 압권은 바로 바람. 게임의 네비게이션은 바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진의 다음 방향을 바람이 인도해 이동하게 만드는 네비게이션은 이 게임이 얼마나 자연 경관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는지를 보여주는 고민의 흔적이다.


연출도 하드보일드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주인공과 상대 적들은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 곧 있으면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되며 칼부림 한방에 곧 죽어버릴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해 있다. 이때 자연 경관들이 흩날리며 갖가지 소설적, 시적 표현의 인용들이 생각나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주위에 표현된 자연들은 매우 역동적이고 화려하지만 주인공과 적들은 단 한칼에 서로 죽을지도 모르는 위기에 순간에 놓여있는 폭풍전야와도 같다는 것이다. 하드보일드하다. 기존의 오픈 월드 게임들 중 레드 데드 리뎀션에서 매우 잘살린 모습과 흡사하다. 그러나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어찌보면 그보다 한발짝 더 나아간, 자연 경관을 이용해 새롭게 접근해 보다 더 발전적 형태를 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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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뿌려지는 자연 경관으로 연출의 극대화를 노린 고스트 오브 쓰시마



따지고 보면 좀 사기치는 감도 없지 않아 있다. 좌측에는 단풍, 우측에는 은행이 있는데 벚꽃이 휘날리고 있는 부분이라던가, 뒷산에는 눈이 내렸는데 바로 코앞에는 한 여름에나 볼수 있을 법한 새파란 나무들이 서있다. 산 뒤에 눈이 왔다면 앞의 단풍은 당연히 져야 되지 않겠는가? 앞의 단풍이 졌다면 꽃밭에 꽃들도 모두 시들어서 하얀 눈밭에 있어야 되지 않는가? 하지만 게임이 집중한 부분은 자연의 실제적 표현이 아니라 자연이 담고 있는 아름다움 그 자체다. 게임의 진행 시간에 따라 보여주는게 아니라 그냥 사계절이 가지고 있는 미를 한번에 담고 싶은게 게임의 목적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유저들은 경관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끼고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솔직히 말해 나는 이 게임을 바탕으로 등산 시뮬레이터가 나와도 성공했다고 확신하고 싶을 정도다. 겨울이 가지고 있는 순백의 하얀색과 가을이 가지고 있는 알록 달록한 색감, 여름이 지니고 있는 시원한 푸른 빛과 봄이 가지고 있는 따스한 꽃의 느낌들을 담기 위해서 말이다. 그 결과로 이루어진 그래픽이 바로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서 보여주는 그래픽인 것이다. 이는 오픈 월드 장르가 추구해야 할 그래픽의 덕목과도 매우 잘 부합한다. 오픈 월드 게임은 유저가 해당 게임속에 있는 그래픽을 온전히 느끼고 그것들을 탐험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연출 위주로 흘러가는 선형적 게임들보다 더 환경 묘사에 철저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유저들이 해당 월드에 왔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나무가 잘린다고 오픈 월드 게임인가? 상호 작용이 된다고만 해서 마냥 오픈 월드 게임인가? 무슨 임무를 받으려고 빠른 이동하면서 지겹게 돌아다니거나 넓은 맵에 퀘스트만 수두룩 하게 늘어 놓고 뛰어 놀아라라고 던진다고 해서 죄다 오픈 월드가 되는게 아니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양산형 오픈 월드 게임에 근원적 질문을 던지면서 동시 해답을 풀어내는, 장르의 발전적 성취를 이끌어 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말을 하면 좀 우습지만 이런 그래픽의 극치를 보여준 것은 양산형 오픈 월드 게임을 마구잡이로 찍어내던 유비소프트가 제일 잘 보여줬다. 특히 어쌔신 크리드 2 에서 매우 잘 드러나는데, 1편에서 구조물을 돌아다니는 기본적인 것에서 출발했다고 한다면, 2편에서는 르네상스 시대 건축물들을 보여줌으로서 해당 시대를 경험하게 해주는 것에 집중했다. 어쌔신 크리드가 건축물을 돌아다니는 환경 조성의 오픈 월드라면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동양적 미라는 환경 조성의 오픈 월드인 셈이다. 물론 지금은 유비소프트가 많이 퇴색되어 아쉬울 따름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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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내에 사계절이 동시에 존재하는 고스트 오브 쓰시마

환경을 통해 오픈 월드 그래픽의 정수를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기술적인 면에서 접근했을때, 이 게임의 그래픽이 좋은가? 라고 묻는다면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구조물들에 매우 근접해서 유심히 살펴보면 텍스쳐들이 매우 단조롭고 조악하게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질감은 평면적이고 흐트러져 있으며 어떠한 실제적인 느낌을 받는다는 경험을 하긴 힘들다. 그래서 고스트 오브 쓰시마가 그래픽이 좋은 게임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정의해보자. 과연 그래픽이 좋은 게임이 무엇일까? 나는 게임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나타내 유저들에게 해당 게임의 경험을 고스란히 전해주는게 가장 훌륭한 그래픽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때에 따라 인물들의 생동감이 될 수도 있고 다차원적인 표현이 될수도 있으며 다양한 색채와 색감을 표현하는게 될수도 있다. 초자연적인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일수도 있다. 이러한 것들이 완벽하게 표현되어 유저들에게 놀라운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 그것이 게임의 그래픽이 가져야 할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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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 치하에서 이웃을 감시해야 하는 게임 비홀더

화려하지는 않지만 해당 게임이 가져야 할 미술을 훌륭히 소화해 낸다



써커펀치는 자신들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 모든 구조물들의 디테일을 살릴 수 없을 뿐더러 구조물 같은 것들을 일일이 챙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가뜩이나 사원들이 적은 회사로 유명한데, 소규모 회사에서 디테일을 살리는 것 자체가 어마어마하게 어려운 일이다. 즉, 이들은 표현하고자 하는 부분에 집중해 미술을 한껏 살리고 포기할 부분은 깔끔하게 포기했다는 얘기다. 본인들이 하고자 하는 것들은 살리면서 동시에 포기해야 할 부분들은 빠르게 버리고 비판을 겸허히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는 자세라고 봐도 된다.


모자리는 부분들을 광원과 초월적인 색채감의 표시로 극복해 냈다. 단풍과 은행, 꽃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색감과 사카이 진이 직접 손으로 만지는 흩날리는 억새밭, 시야 너머로 표현되는 자연의 색채들을 극도로 강조해 끌어올려 사람들의 눈을 그쪽으로 돌리게 만들어 훌륭한 그래픽을 만들어 소화해 냈다. 단언컨데 8세대기 비디오 게임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작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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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8세대기 가장 아름다운 게임으로 기억 될 것이다



액션 연출도 상당히 뛰어나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시각적으로 화려하게 묘사된 색감에 놀라 주인공 사카이 진의 움직임 역시 굉장히 초자연적인 느낌이 들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웬걸, 생각보다 사실적인 묘사에 매우 당황하게 된다. 이는 게임이 스킬을 얻어 점차 강해지는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적인 부분에서 시작해 쓰시마섬이 태고때부터 존재했던 전설들의 기술들을 익혀나가면서 점차 초월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점점 더 흩날리는 자연 들과 매우 잘 부합되는 액션 게임으로 탄생하게 된다. 즉, 게임에서 보여주는 사카이 진의 단조로운 움직임 자체가 처음부터 다 계산 된 움직임인 것. 일반적인 레벨업을 하는 게임들이 가져야 할 기초적인 덕목을 매우 잘 수행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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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차례 단계별로 레벨업을 하는 고스트 오브 쓰시마

후반부에는 자연 경관처럼 초월적인 움직임을 습득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게임의 뛰어난 액션성과는 별개로 카메라가 매우 불편하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플로우 액션을 띄고 있다. 적의 공격을 직접 반격하고 돌려내 보내면서 자신을 지키는, 적의 공격에 대응하는 버튼을 누르는 형태다. 플로우 액션 게임을 만들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넓은 카메라다. 사방에서 공격이 들어오기 때문에 어떻게 반격해야 할지 유저들에게 한눈에 볼 수 있게,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이걸 가장 잘 나타는 게임이 바로 배트맨 아캄 시리즈다. 탐정 모드일때는 배트맨의 등에서부터 접근해 생동감을 주면서 동시에 액션이 드러나야할 부분에서는 카메라를 줌 아웃시켜 적 전체를 보여줘 유저들이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탐정 파트에서 급작스럽게 적들과 싸울때도 자연스럽게 카메라가 배치된다. 어느정도 유사 플로우 액션의 양상을 띄고 있는 전기의 어쌔신 크리드도 비슷한 카메라 워커를 보여준다. 대쉬 버튼을 누르기 전까진 전투 자세로 주인공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카메라를 보여준다. 주인공이 프리러닝을 시작하게 되면 등 뒤로 카메라가 달라 붙어 움직임에 보다 더 집중한다. 카메라 워크가 액션과 환경에 맞게 유도리있게 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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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캄 시리즈의 전투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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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캄 시리즈의 탐정 모드 카메라

확연한 구분을 주어 게임에 몰입도를 높여 놓았다



하지만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앞서 말했듯, 자연 경관을 표현하기 위해 부던히 애쓰다 보니 카메라가 뒤로 줌 아웃이 좀처럼 되지 않는다. 물론 전투가 일어났을때 카메라 구도가 달라지긴 하지만 사카이 진이 화면 안쪽 중앙에 배치되기 때문에 전방에 있는 적들은 잘 보일지 몰라도 후방에 있는 적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좀처럼 가늠할 수가 없다. 게임은 시스템상 적들에게 둘러 쌓이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이때마다 카메라가 불편함을 자아내 맥을 끊어버린다. 극도의 자연 경관을 표현하려는 부분과 플로우 액션이라는 합이 좀 처럼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하는 불편함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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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카메라가 지나치게 안쪽으로 당겨져 있다



지나친 사무라이 미화 역시 이 게임의 큰 단점이다. 동양적 미를 살린 환경 요소들이 오픈 월드 게임 사상 이례가 없는 발전적 성취를 이뤄냈음에도 불구하고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선 실제 사무라이가 어떤지 살펴보자. 사무라이는 일본 봉건제 시대에 활동한 무사 계급이다. 일반적으로 양인들보다 더 높은 취급을 받았으며 칼을 차고 다니고 무력 행사에 대한 권한이 어느정도 주어졌다. 전국 시대에는 이런 사무라이 계급들이 할거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영주 계급인 다이묘가 되었다. 즉, 사무라이란 일종의 지배 계층을 일컫는 셈이다. 조선으로 치면 양반 비슷한 신분인 셈. 유럽으로 치면 귀족에 해당하는 계급이라고 보면 된다.


수많은 문화 매체에서 사무라이들이 주군의 충의를 다하고 신의를 지키는 것처럼 묘사되지만 실제 사무라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주군을 배신하는 자들도 굉장히 많았으며 백성을 수탈하기 일쑤였다. 물론 백성들을 수탈하는 귀족 계급이 존재하는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중세 귀족도 그랬고 조선 양반들도 그랬다. 중국 역시 다른나라 못지 않게 부패가 심했다. 그러니까 사람 사는 곳은 어딜가나 매나 한가지란 소리다. 전국시대 최고 장수들 중 하나로 불리는 아케치 미츠히데가 '적은 혼노지에 있다!' 라고 외치며 주군인 오다 노부나가를 배신하지 않았던가. 그러니까 사무라이 역시 그냥 어디서나 볼법한 평범한 귀족 계급에 불과했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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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작스럽게 주군을 배신한 오다 노부나가의 가신 아케치 미츠히데

실제 사무라이들은 충의와 의리와는 굉장히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사무라이들은 그들만의 특별한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일부러 불편하게 느껴지는 자세와 행동들을 취하고 그것을 견뎌내는 것이 미덕이라 생각했으며 자신이 지켜야 할 것들을 지켜내지 못했을땐 스스로 배를 찔러 할복해서 책임을 졌다. 기본적인 교양적 소양까지 갖추고 있었으며 사무라이들 끼리는 피터지게 싸우지만 백성들이 직접적 공격의 대상이 되진 않았다.(물론 전국 시대 후반기에 들고 일어서는 잇키들은 예외지만) 굉장히 독특한 문화를 형성했다고 볼수 있다. 이러다보니 각종 매체들에서 이를 재가공하기 시작했고 '사무라이는 편한 길을 걷지 않는, 자신들이 지키고자 하는 바를 지켜내는 훌륭한 무사다' 라는 왜곡이 생겨난 것이다. 이런 사무라이 미화의 절정 작품이 바로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 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서 바라보는 사무라이에 대한 시각도 라스트 사무라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적들을 앞에서 마주해야 하고 등을 베어서는 안되며 명예와 신의를 지켜가며 전투를 해야 하고 자신의 식솔들을 지키지 못했을때앤 할복해야 하는, 불편함을 일부러 걸으며 정도를 나아가는 사람들로 묘사되고 있다. 이걸 보고 불쾌감을 느끼는 것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매우 당연한 일이다. 고려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일본에게 온갖 공격을 당했으니 말이다. 해적을 비롯해 직접적인 큰 전쟁, 심지어 식민지배까지 당했으니 화가 안날수가 있나. 이런 사무라이들이 미화되어 다른 문화권에 소개 된다는 것은 당연히 분노할 만한 일이다. 서구권에서 바라보는 일반적인 사무라이가 이런 느낌일거라는 생각을 하니 더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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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크루즈 주연의 라스트 사무라이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서 바라보는 사무라이에 대한 시각은 라스트 사무라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사무라이의 무예 수준도 지나치게 높게 평가되어 있다. 게임에서 사무라이는 모든 무에 통달한 인물들로 묘사된다. 하지만 갖가지 실리적인 부분, 기름이나 독과도 같은 실전 무기들을 사용하는 몽골군을 마주하게 되자 자신들의 무예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허나, 사무라이는 정도의 길을 걷는 자들이라 무예가 통하지 않더라도 비겁한 수는 쓰지 않는다. 그러나 설상가상으로 몽골군은 부족한 자신들의 무예를 사무라이들을 시켜 새롭게 배워나가는 전개를 보여준다. 전개를 보면 얼척이 없다. 몽골군이 누구에게 무예를 배운다니? 말이나 가당찮을까.


이 얼척 없는 부분의 절정은 바로 궁술이다. 몽골은 기마궁병 하나로 유럽을 초토화 시켰을 정도로 궁술에 매우 뛰어난 민족이다.물론 일본 역시 대부분의 전쟁이 활싸움일 정도로 궁술에 매우 특화되어 있긴 하지만 몽골군에 비할바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 설령 굉장히 뛰어나다 할지라도 몽골군이 누구에게 궁술을 배워야 될 정도로 부족한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술을 사무라이에게 배운다는 전개를 보여주니 기가 찰 노릇이다. 게다가 사무라이 몇이 모이면 몽골군 정도는 가볍게 이길수 있다고 게임 내내 강조한다. 무예에 통달한 자들이 모여 싸움을 하게 된다면 충분히 승산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사무라이가 그냥 계급을 지칭하는 말이라는걸 생각해 본다면 황당하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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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 최강의 궁수로 나오는 이시카와

사무라이가 활을 잘 쏘았다 할지라도 몽골군이 누구에게 배울만한 정도로 부족하진 않다



사무라이의 폭력성에 대한 미화도 마찬가지다.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어쩔수 없이 폭력을 휘둘러야 할때다. 특히 강자가 약자를 공격해 그 약자를 보호해야 하는 폭력은 같은 인간이 인간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그 정당성이 생기게 된다. 사무라이의 폭력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선  위해선 일본이 공격 당한 역사를 찾아야 된다. 그런데 이게 웬걸. 역사를 뒤져봐도 공격을 한 전례는 수두룩 빽빽하지만 도리어 공격을 당한 전례는 없는 문턱에 마주한 것이다!! 일본은 실제로 본토를 공격당한 적이 거의 없다. 20세기 히로시마, 나가사키 핵폭탄 투하와 여몽연합 이 두 개가 전부다. 그러니 어쩔수 없이 쓰시마 섬을 공격한 여몽연합 전투를 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써커 펀치 자신들도 상당히 당황스러웠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단 어떻게든 사무라이로 게임을 만들기로 결정했는데, 찾아보니 공격했던 역사 밖에 없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타국에 오히려 공격을 간 기록이 훨씬 많으니 자신들이 다른 문화를 통해 접한 사무라이들과는 너무 차이가 난다고 느낄 수 밖에 없다. 여몽 연합군중에 고려가 나오지 않은 부분도 아마 이를 의식한게 아닌가란 생각을 해본다. 고려를 넣기에는 일본이 지나치게 고려, 조선을 많이 공격했으니 말이다.


전형적인 동양 오리엔탈리즘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게임을 만들기 위해 역사서를 뒤져보고 충분히 공부 했음에도 불구하고 배경과 그래픽에 치중한 흔적들을 모두 무시할만큼 사무라이 계급과 원나라, 일본과의 전쟁에 대한 고민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등장하고 싶은건 또 등장시킨다. 이를테면 화차 같은 것들 말이다. 이름도 그대로 'hwacha' 라고 나오는데, 고려군을 뺀 몽골군이 일본에 공격을 갔는데 고려군의 무기는 사용하고 있는 얼토당토 않는 일이 발생한다.심지어 화차는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시대에는 없던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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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라이의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공격 당한 역사를 찾았으나...



안타깝게도 주제에서도 한계를 드러낸다. 게임에서 사무라이의 명예는 매우 중요한 소재로 사용된다. 간단히 말해 게임의 주제는 '괴물을 잡기 위해 괴물이 되어야 하는가' 이다. 주인공 사카이 진은 정도를 걷는, 사무라이의 길을 걸어가던 사람이다. 명예를 중시하는 미덕을 갖췄으며 약자를 보호하고 강자를 만나도 물러나지 않는, 패배를 했을땐 겸허히 받아들이는 전형적인 무사도의 인물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를 가르친 삼촌 시무라 공 역시 정도의 무사도를 걷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지나칠 정도로 딱딱한 사람이며 조금이라도 흐트러져서는 안되는, 비록 죽음을 맞이 할 지언정 명예를 지켜야 하는 사람으로 등장한다.


이들에 반하는게 바로 전쟁에서의 실리를 추구하는 괴물 포지션의 코툰 칸이다. 코툰 칸은 교활하고 영리하면서 실리적인 사람이다. 일본 본토를 정복하기 위해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공부했으며 이들을 무너뜨리기 사무라이의 명예가 실질적으로 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본다. 명예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철저하게 실리적인 사람이며 그와 맞서기 위해 당당하게 1:1 대결을 요청한 사무라이를 기름을 끼얹고 불로 태워 죽여버리는 행위까지 한다. 즉, 전쟁이란 어차피 죽고 죽이는 것이며 생명이 오가는 실존적 딜레마에 처해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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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라이들을 막는 괴물 포지션의 코툰 칸

전쟁이란 생존을 위해서 벌이는 사투라고 생각하는, 실리적인 사람으로 묘사된다



사카이 진은 죽음과도 같은 경험을 하고 난 뒤, 코툰 칸과 닮아간다. 정도의 사무라이의 길을 포기하고 쓰시마섬과 백성을 위해서라면 등 뒤에서 칼을 찌르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으로 바뀌어 간다. 비록 사무라이의 길을 걷지 않아 동료들에게 버림 받게 되어도 말이다. 코툰 칸은 이러한 사카이 진을 보고 결국 너도 우리와 같은 전쟁의 생존자라며 칭찬을 마다하지 않는다. 자신을 잡기 위해 자신과 비슷하게 변해가는 사카이 진을 보고 매우 뿌듯해 한다.


전개는 나름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이끌어 냈다. 하지만 사무라이라는 소재를 이용해 꼭 이렇게까지 해야했을까? 물론 사무라이의 명예를 지키는 작품은 많다. 게임에서 보여주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요짐보, 7인의 사무라이 같은 작품을 보면 이런 표현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재밌게도 구로사와 아키라는 사무라이의 타락과 권력을 향한 욕망에 대해서도 표현했는데, 후기의 작품들인 카케무샤나 란에서 특히 잘 드러난다. 그러니까 거장마저도 사무라이라는 계급이 지닌 이중성을 이미 예전부터 설파했던 것이다. 


앞선 좋은 교보재들이 있는데 어째서 이런 소재를 선택했는지는 좀 의문이다. 진행을 하다보면 이런 결말로 흘러갈 것이다라는 생각이 좀 처럼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지나치게 예측 가능해서 좀 식상한 면까지 드러난다. 더군다나 실제 사무라이들이 오히려 문화와는 별개로 정치적으로 실리적인 부분만을 선택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 게임의 소재는 더욱 부실하게 다가올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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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라이가 마을의 도적들을 막는 영화 7인의 사무라이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도 초기에는 사무라이를 멋들어지게 나타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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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란

후기에는 사무라이의 권력과 탐욕에 의한 타락에 대해 묘사했다



부실한 소재에 반해 인물들의 선택은 어느정도는 입체성을 띄고 있다. 주인공 사카이 진은 사무라이의 정도를 지키며 자신의 누려야 할 권세들과 지켜야 할 덕목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죽을 위기를 겪고 난 뒤, 실리적인 부분을 취하게 되고 쓰시마섬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정신을 보여준다. 본인이 누릴 수 있는 무사 계급으로서의 환상들도 모두 버린채 말이다. 다크나이트로 비유하자면 하비 덴트 이면서 동시에 배트맨이다. 자신의 모든 것들을 버리고 직접 범죄와 싸우는 모습은 무사 계급과 안전한 영주권을 포기하는 모습과 닮아 있으며 타락으로 인해 정도의 길을 포기한 모습은 하비 덴트와 비슷하다. 두 양면성을 강조해 사카이 진이 가지는 내적 갈등을 잘 표현 했다.


다른 등장인물들도 매우 입체적으로 묘사된다. 코툰 칸은 실리적인 면을 추구하면서도 무사도의 정신을 꺾어 그들을 무너뜨린다는 이상을 지니고 있다. 행동과 입은 실리적이지만 시무라 공과 사카이 진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을 정신적인 면에서 부터 꺾어 정신을 말살하는, 매우 이상적인 정복 방식을 추구한다. 그들의 정서와 민족적 부분에서 가장 뛰어난 투쟁심이 있는 사람들을 꺾음으로서 정복적 야욕을 보여주는 것은 이 캐릭터의 야망의 크기가 드러나는 장면이다. 


비교적 단순한 편에 속하는 시무라 공 또한 꽤나 설득력있게 그려진다. 자신의 후사로 삼으려는 사카이 진이 정도의 길을 포기하고 독을 사용하는데다 지나칠 정도로 무자비하게 변해가자가 그를 지적하고 사무라이의 덕목을 강조한다. 사카이 진이 이런 부분들을 포기하자 그를 가둬버리는데다 자신의 후사로 두는 길을 포기하기까지 한다. 가장 설득력 없는 캐릭터지만 공포와 두려움에 의한 지배는 영주로서의 실질적 권한을 상실하게 된다는 귀족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게 된다면 시무라 공의 말 역시 설득력이 없는 부분은 아니다. 정신적인 부분이 무너져 내리면 민족이 지녀야 할 정체성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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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주제와는 달리 캐릭터들은 꽤나 입체적이고 매력적으로 묘사된다



전체적으로 게임 자체는 매우 훌륭하다. 특히 오픈 월드 게임이 가져야 할 그래픽의 정수를 보여준 부분은 장르의 발전적 성취에 이르렀을 정도로 뛰어나다. 앞으로 수많은 게임들이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 영향을 받을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흥분될 지경이다. 캐릭터들의 묘사들도 상당히 입체적이다. 모두 자신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이유를 가지고 전투에 임한다.

하지만 게임의 한계는 사무라이에 대한 묘사다. 지나치게 미화되어 있으며 옹호가 심하다. 안타까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좋은 교보재들이 있었으니 더욱 쓰라리다. 뭐 됐잖은가. 어찌되었건 이걸 토대로 더 나은 작품이 나올 수 있을테니 말이다. 뭐가 어찌 되었든 이 게임이 오픈 월드 게임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사실일테니 말이다. 아, 대나무가 안잘리는거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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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가 : 6만 5천원


적정 가격 : 8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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