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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키의 게임 및 영화 리뷰 레드 주식회사

Broadcaster 어스키
2021-03-01 20:07:08 672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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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주식회사는 2012년에 제작된 슬래셔 무비다. 가끔 회사에 다니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때가 있지 않던가? 상사는 허구한날 아무 이유없이 날 괴롭히고 동료들은 일처리를 똑바로 하지 못해 날 왜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었는지 말이다. 분명 큰 포부와 꿈을 품고 회사에 입사했는데, 그런 것들은 온데간데 없고 주위에는 나를 방해하는 온갖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지, 이런 시궁창 같은 환경 속에 왜 내가 처박혀야 있는지 의심이 들때 말이다. 모든 사람들이 한번 쯤은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대체 난 왜 이 회사에 있는 것일까?


그러면서도 우리는 회사에 있어야 한다. 커리어는 둘째 치더라도 회사에서 잘리면 당장에 먹고 살 길이 없어지는 현실에 부딫히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최선을 다해 명줄을 붙잡고 있어야 된다. 직장 상사가 꼽을 줘도, 동료 직원들의 실수가 빗발쳐도 눈물을 머금고 살아가야 한다. 혹여나 실수라도 하게 된다면 상사는 수없이 잔소리를 연거푸 쏟아 부으며 마지막에는 '알잖아, 김대리, 난 개인적인 유감은 없어' 라고 말을 들어도 어쩔수 없다. 개인적 유감이 아~주 많은걸 알고 있고 한 마디 던지고 싶은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죄송합니다! 다음부턴 꼭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을 해야 한다. 이해하기도 어려운, 도저히 받아 들일 수 없는 개그를 칠때도 '아 부장님 그 개그 너무 훌륭한데요? 하하하!' 하고 박장대소를 터뜨리며 방울을 딸랑딸랑 흔들어야 된다. 어쩔수 없는 사회 속에 슬프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왜? 해고 당하지 않기 위해서다.


레드 주식회사는 바로 이러한 직장 생활의 고통을 슬래셔 무비로 승화시켜 나타내고 있다. 영화의 살인범이자 직장 상사인 레드는 실수를 5회 이상 했을 시, 강제 퇴사 조치 시킨다고 말한다. 일 처리를 똑바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한다. 상벌은 확실하게 구분해야 된다며 우리 회사의 규칙이라고 강조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공정해 보인다. 5회까지 봐준다니 직장 상사로서는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사람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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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레드는 별 시덥잖은 일에도 다 핀잔을 준다. 물컵을 쏟는다던가, 실수로 상처를 입는다던가, 화장실에 늦게 갔다 온다던가 말이다. 심지어 밥 먹는 시간이 길다며 대놓고 모욕을 줄때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레드에게는 '실수'에 해당하는 것이다. 일처리가 잘못된 것이 아닌, 회사를 다니는 모양새가 안좋으면 그에게는 실수다. 이 실수가 늘어 갈때마다 레드는 경고의 메세지로 자신의 칼로 된 의수로 직원들의 이마에 피가 날 정도로 줄을 죽 그으며 한마디 한다. '개인적인 감정은 없어. 일 처리를 똑바로 했잖으면 되지 않은가' 여기에 대체 일이 어디있단 말인가! 생리 현상인데! 게다가 어디선가 많이 들은 말 아니던가! 직장 상사에게 잔소리 저 소리를 들을 때마다 심장에 대못이 박히는 기분이 드는데 이 영화는 진짜 대못을 박아버린다! 경고 5회의 퇴사조치는 뭐냐고? 바로 죽음이다. 


보고 있으면 분명 슬래셔 무비이고 쏘우가 만들어 놓은 '게임을 시작하지' 부류에 해당하는 영화 임에도 불구하고 웃음을 감출 수가 없다. 영화의 살해 방식도 다소 잔인하고 불편한 장면들이 있음에도 킥킥 웃어버리게 된다. 레드에게 살해당하지 않기 위해 아첨을 떠는 모습은 마치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우리네 모습과 같다. 되도 않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자신은 일처리를 전혀 하지도 않으면서도 부하 직원들에게 '대체 왜 일을 안하는 겁니까!' 라고 소리치는 것도 괜시리 머리속에 녹아 있는 상사의 환영들 같다. 어디선가 언뜻 언뜻 많이 보는 그런 장면들이 회상과 더불어 함께 스쳐 지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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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영화의 한계는 생각보다 뚜렷하다. 직장이란 고통에서 얻는 것들을 B급 슬래셔 무비로 승화시켜 그런 것인지 일반적인 슬래셔 무비가 보여주는 것들 그 이상은 보여주지 못한다. 웨스 크레이븐이 쌓아 올린 공포에서 코미디로 넘어가는 과정이 지나치게 뚜렷하다고나 할까. 후반부에 살인마에게 쫓기면서 우스꽝스러운 싸움을 하는 것도 그가 올린 금자탑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해 직장 상사 슬래셔 무비라는 것만 제외하면 특별함을 찾아보긴 어렵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지만 말이다.


재밌는 사실은 이놈의 회사 내가 매일 퇴사해야지 하면서도 다음 날 통장 잔고를 보면서 한숨을 쉬고 또 다시 출근하게 되는, 레드에게 붙잡혀 있는 사람들이 마치 우리네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상당히 흡사하다는 것이다. 다른점이 있다면 레드의 회사 사람들은 물리적 요인 때문에 회사에서 퇴사할 수 없다는 것 정도랄까. 우리는 이미 정신적, 사회적 요인 떄문에 퇴사가 불가능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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