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리부리한 들창코를 가진 남자. 남자는 짝다리를 짚은 채 두 눈을 부라렸다.
“세 발자국 걷도록 하지. 그 뒤는 더 빠른 놈이 이긴다.”
바라던 바다. 세 발자국을 걷고 바로 뒤도는 거다. 집중하고 죽지 마. 죽지 마. 죽지 마.
“그럼 숫자를 세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언의 긴장감. 온몸의 털이 빳빳하게 선 느낌이었다. 아무리 총을 많이 쏜 나도 이 순간만은 얼뜨기 총잡이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하나”
들렸다. 게임은 시작됐다. 이제 놈이든 나든 한 놈은 죽게 된다.
모든 것은 이 순간을 위해 살아왔다. 누가 죽을지는 실력이 말해줄 것이다. 오른발을 내딛을까 왼발을 내딛을까. 그래, 왼발이다! 마지막은 왼발로 마무리해주지.
한 발짝 내디뎠다. 놈도 한 발짝 앞으로 갔는지 흙먼지를 디디는 소리가 났다. 다음이다. 나는 권총집에 손을 대고 이번엔 오른발을 내디딜 준비를 했다.
그 순간.
“이런 아둔한 녀석. 너는 내가 두 발자국 걷고 쏠 거라고 생각하고 세 발자국이 아닌 한 발자국에서 나를 쏘려고 했겠지. 하지만 나는 네가 한 발자국에서 쏠 거라는 걸 예측하고 그보다 먼저 쏴주마!”
탕.
공기를 가르는 총격 소리. 얼마만의 정적. 모든 게 끝이 났다. 이 처참한 광경에 나는 몸서리 칠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적막을 깨고 한목소리가 울렸다.
“뭐야 병신인가?”
들창코 남자는 찍소리도 못하고 흙바닥에 쓰러졌다. 이 어처구니없는 광경에 나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친절해. 너무 친절하다고. 자기 생각을 저렇게 장황하게 설명해주는 것도 모자라 바로 쏘겠다면서 세 발자국 다 걸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센스 뭔데?
“저것이 말로만 듣던 퀵 드로우.”
아니라고
“저 흉악한 악당을 한 방에 제압하다니 과연 엄청난 총잡이야”
아니라고
악당이 미친놈인 줄 알았는데 군중들은 한술 더 떴다.
‘이 미친 게임.‘
서부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 가상현실게임. 데드 아이.
그 실태는 컨셉충들의 소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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