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줌의 흙에서도 꽃이 필 수 있다. 나는 이것을 삶의 마지막 순간에 깨달았다.
그거는 별로 대단한 것에서 시작된 게 아니었다. 나는 작은 민들레에서 그것을 깨달았다.
병실에 누워 하루하루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말기 암 환자, 그것이 나의 운명이었다. 젊을 때 돈을 꽤 벌어 놓았지만 정작 입원을 하다 보니 그 돈은 손안에 모래처럼 사라져 갔다. 어렸을 때 가출을 해서 가족도 없었고 지금은 이혼한 상태라 병문안 오는 사람은 없었다. 인간과의 접점이라곤 하루 한 번 상태를 점검해 가는 의사와 약을 챙겨주는 간호사들이 고작이었다.
의사가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거짓말을 지을 때마다 나는 병원 옥상에 올라 저 아래를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세상은 번화했고 나는 그 세상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지켜볼 뿐이었다. 그 민들레를 만난 것도 그런 나날이 계속되던 어느 날이었다. 살날이 1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의사의 말을 뒤로한 채 나는 그 날도 옥상에 서서 아래를 지켜봤다.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지만 한 가지 변한 게 있었다. 옥상 난간 아래 시멘트 균열 사이로 싹이 피었다는 거다. 나는 그 신기하고도 오묘한 광경에 눈을 떼지 못했다. 이 작은 생명이 삭막한 돌덩어리 속에서 싹을 틔우다니 말이다. 그 뒤로 나는 매일 같이 그 싹을 보러오기 시작했다.
줄기가 자라고 잎이 무성해질수록 나는 점점 더 쇠약해져 갔다. 꽃 봉우리가 필 무렵에는 걷는 거조차 힘들어졌다. 하지만 링거대에 몸을 의지해서라도 나는 그 꽃을 보러 가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이윽고 그 꽃이 씨를 맺었을 때 나는 그 꽃을 선화라고 부르며 아껴주고 있었다. 그 꽃을 보고 있자니 매일 같이 허무했던 마음이 조금은 채워지는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윽고 의사가 예고한 한 달이 다 지났을 무렵 선화는 줄기의 흔적만 남고 져버렸고 나 또한 병세는 심각해져 갔다. 이제는 움직일 힘조차 없었다. 나를 위로해줄 가족조차 없었다. 수중의 돈은 이미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다. 이제는 언제 죽나 하는 쓸모없는 병자로서 다뤄질 뿐이었다. 마른 두 눈에는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허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선명했다. 나는 시를 쓰기 시작했다. 오늘 마지막 시를 남긴다.
이름 모를 꽃
한 줌의 흙에서도 꽃이 자랄 수 있다.
나는 이것을 삶의 마지막 순간에 깨달았다.
병원 옥상 난간 아래에 핀 이름 모를 꽃 하나
딱딱한 시멘트 바닥에 뿌리를 내려 점점 더 커져만 간다.
실낱같은 햇빛을 받으면서
거친 산바람에 줄기가 흔들리면서
그저 피었을 뿐이다.
그치만 나는 깨달았다.
. 한 줌의 흙에서도 꽃이 필 수 있다.
나는 이것을 삶의 마지막 순간에 깨달았다.
댓글 0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