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를 그려넣은 풍경화의 왼편에 꽃을 그려놓은 풍경화를 넣고
사과를 그려넣은 풍경화 한 가운데에 그 꽃을 옮겨 심었다
피어난 꽃의 시간은 사과가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사과가 갈색으로 변해 더 이상 풍경화에 어울리지 않는 시점이 되자
우리는 그것을 가볍게 덧칠해 지워버렸다
꽃은 그런데 시들지 않는다
꽃의 풍경화 옆에 칼의 초상화를 하나 놓았다
칼은 꽃의 풍경화 한가운데로 이식되었지만
칼의 날이 부식될 뿐 꽃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언제까지나 아름다울 꽃은 그러나 찬양할 사람이 남지 않았다
꽃에서 가끔 빛이 난다는 소문도 있다
그러나 우리들이 쳐다볼 땐 꽃에서 가끔씩 피가 흘러나올 뿐이다
댓글 0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