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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고민/일상 신고하면 달라졌을까

심연a310f
2018-02-19 00:58:13 794 1 0

아마도 2015년 , 그러니까 3년전 가을에서 겨울으로 넘어갈 무렵에 나는 목숨을 내줘도 아깝지 않은 친구와 심하게 싸웠다.
동생의 실수로 벌어진 일이었다.
만든 작품을 보여주려고 내게 빨리 뛰어와서 자랑하다가 마커를 친구 옷에 묻혀버린것이 화근이었다.
동생은 당황해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는데 친구는 표정이 굳어지며 “ 야, 물어내 “ 라는 말을 했다.
며칠전 마카가 묻은 옷을 빠는법을 책에서 봤기 때문에 설명하려하자
“ 아 , XX 말 존X 많네. 그냥 물어내라고. “
당시 11살이었던 동생이 충격먹지말라고 나는 동생을 재빨리 보내버렸고 나는 일단 그 친구를 진정시키려했다. 그건 쓸모없었다.

아까 자신의 작품을 자랑하러 왔다가 욕을 먹은 언니에게 미안했는지 동생은 집에 와서 작품을 찢어버리고 엉엉 울고 있었다.
나는 괜찮다며 토닥거렸지만 동생은 계속해서 울었다.

다음날 여느때처럼 반에 들어갔는데,
아이들이 저들끼리 모여 수군수군댔다. 나를 보면서.
그 애는 친구도 많고 나뿐만 아니라 더 친한 베프라는것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내성적인탓에 친구가 없었다.
있어도 밑층에 내려가야 겨우 볼 수 있는 친구 하나, 반에 나를 좀 좋게라도 봐주는 몇명.


옆반 친한친구에게는 늘 그애가 찾아갔다.
반아이들은 매일 나를 쳐다보며 수군댔다.

나는 이름 대신 “ 마커녀” 로 불리고 있었다. 어느순간부터. 

마커녀라는 수식어로 유명해졌다.
내가 이렇게 된 걸 안 동생은 그 아이어머니 연락처가 있었고  전화를 걸어 최대한 공손히 말했다. 실수를 어떻게 하겠냐며 안 물어도 된다고 확답 받았다.

그중 소위 ‘ 일진 ‘ 이라고 불리는 여자애는 자기의 인맥을 이용해 사이버 폭력을 행사했다.
그 당시 유행하던 카카오스토리에 내 닉네임을 언급하고 욕을했다. 남자애들도 몇 섞여있었다.

어느날은 선생님이 우연히 보여준 동영상에서 비만 예방이 주제인 동영상이 있었다. 뒤에서 그 일진 여자애는 “어?쟤 그 우리00이 옷에 마커묻힌 마커녀동생같지 않냐?” 라고 했고 

내 짝은 거기에 동조하듯 나를 보며 킥킥거렸다.

불쾌했다.

하지말래도 나에게 하는 말이 확실하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한 아이가 전학가던날, 닭강정을 쏴서 먹으려고 하는데 내 짝이 다른 남자애와 자리를 바꿔달래서 어쩔 수 없이 그 일진여자애의 앞에 앉아서 먹게됐다.
그 여자애는 짜증을 내고 있었고, 그 모둠에는 나를 좀 좋게라도 봐 주던 친구들이 있어서 그 중 하나가 그 여자애에게 다른 곳으로 가줄 것을 요청했다.

일진여자애가 다른 아이와 놀겠다며 자리를 뜨자 나와 그 모둠 친구들은 맛있게 닭강정을 먹었다.
일진여자애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나를 계속 잘 챙겨주었던 친구가 있었다.
방관 않고 카카오톡으로 수시로 일진 여자애들을 욕하는 그 친구는, 일진 여자애가 내 뒤에서 내가 들리게 뒷담화를 한 것을 무시하라고 메신저로 보냈다.
털 곳이 없어 학원수학선생님께 말하자 옆에서 듣던 일진 여자애의 친구가 일진여자애한테 일러바쳤다.
이를 놓치지 않은 그 애는 나에게 카카오톡으로 테러했다. 사과하라며.
난 사과했다. 멍청하게도 .
그리고 그 일진은 나만 빠져있던 반톡에 “ 아 , 그거 니가 아니라 너 친구 한테 얘기한거야 “ 라던 1:1톡을 올렸다. 내 친구는 나를 잘 도와주던 친구였다. 미안했다. 나 때문에 그런 일을 당해서.

우연히도 그 일진 엄마와 우리 엄마는 꽤 친했다.
엄마께 내가 이런일이 있었다며 캡처본까지 보여드리자 엄마는 나중에 얘기하자며 결국 그 애 엄마와 얘기하지 않았다.

엄마는 대신 티셔츠를 물어내라던 애 엄마와 얘기했다.
“ 죄송한거 알지만, 지금 그 댁 따님의 셔츠때문에 오해가 생겨 저희 딸이 학교폭력을 당하고 있습니다- “ 등등의 이야기를 했다. 아주 나긋나긋하게.
우습게도 그 아이 태도와는 다르게 그 아이 어머니는 죄송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티셔츠를 10번씩이나 빨아 그 애 티셔츠에서 마커 얼룩은 지워졌다고 들었다.
결국 지워질거였는데.
아 참, 일진 여자애와 신나게 나를 욕하던 나의 짝은 졸업하기 몇 주 전부터 잘해줬다.
나는 믿지 않았다.

언제 또 나를 욕할지 몰라서.

결국 나는 모든 증거를 가진채로 신고하지 않고 끝내버렸다. 

신고했어도 뭐가 달라졌을까.


이 모든 일은 2015년 가을부터 겨울 내가 겪은 일들이고

더 심한거도 많았던거 같다.


신청곡: 민경훈 & 희철 이 부른 나비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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