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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고민/일상 다시 가보고 싶은 장소

먐몀멈뭄마
2017-11-25 20:56:21 824 1 0

안녕하세요!

정식으로 사연 주제에 맞춰서 사연을 써보는건 처음인 것 같네요!


내가 다시 가보고 싶은 장소가 어딜까 곰곰히 생각하던 중에 떠올라서 글을 적어봅니다.


저는 태어나면서부터 친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없이 외할머니만 계셨습니다.


그래서 늘 명절 때 '시골가자'는 외할머니 댁에 가자는 말 이었고,


간혹 부모님이 바쁘셔서 내려가지 못할 때나 방학 때는 다섯살이나 어린 동생의 손을 잡고 씩씩하게 기차를 타고 내려가곤 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그렇게 다녔던 것 같아요. 또 집안 사정으로 2년 정도는 외할머니 댁에서 살기도 했구요.


그래서 외삼촌들과 이모, 엄마 그리고 저와 동생은 잠시나마 초등학교 동문이 되기도 했지요.


시골에서 자라던 집은 지금 생각해보니 조금 외진 곳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학교를 가려면 버스를 타야하고, 그 버스를 타려면 찻길까지 30분은 걸어야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할머니는 저와 동생을 오토바이로 학교까지 데려다주시곤 하던 기억, 


혹은 동네 어르신들이 차로 태워다주시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언젠가는 주차되어 있던 오토바이에 올라타서 까불다가 오토바이가 넘어져 고장냈던 추억도 있네요.


가끔은 집에 돌아가는 버스비를 군것질로 대신하거나 책을 읽으며, 한시간 반을 걸어 집으로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할머니댁은 마당이 있는 기와집이었어요. 


바로 뒤에는 조그마한 사과 과수원이 있었고, 그 뒤는 외할아버지가 심으셨다는 대나무 숲이 있어서 


종종 동네분들이 말뚝이 필요하면 와서 베어가기도 하셨고, 동생과 대나무로 칼싸움을 하기도 했어요.


당시 집에 컴퓨터도 없어서 옆집 오빠네 가서 게임을 하거나, 비가 오면 흙바닥에 생기던 작은 개울들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저는 그 기억들을 아주 좋아해요.


서울에서만 살던 저에게 자연을 친밀하게 느끼게 해준 아주 소중한 추억이거든요.


그리고 그 시절이 지난 뒤, 다시 서울로 올라와 학창시절을 보내던 중, 새로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몇 가구 없던 그 작은 동네에 고속도로가 지나게 되었다고 하더라구요.


당시 외할머니는 읍내에 나와 아파트에서 살고 계셨지만, 논일을 하거나 할때면 그 집에 가서 쉬셨기 때문에 집은 건재했습니다.


이런저런 바쁜 일에 치어 살다가, 몇 년 전 어느 여름방학 때 외할머니를 뵈러 가게 되었습니다.


내려간 김에 그 동네가 생각나 또 다시 한 시간 반 정도가 되는 그 길을 뙤약볕을 맞으며 걸었어요.


책을 읽으며 걸어다니던 비포장도로는 고속도로 공사에 막혀버려서 그 동네까지 이어지지 않았고,


공사 때문에 너무나 많이 바뀌어버린 그 길을, 기억을 더듬어가며 길을 찾아내어 동네에 다다랐는데...


공사가 생각보다 크더라구요.


아예 동네가 사라져버렸습니다.


그 집까지는 가지도 못하게 길이 끊어져버렸어요.


너무 허탈하고 슬프더라구요.


한 가지 위로가 되었던 것은, 어릴 때 과수원길을 지나던 겨울에 갑자기 큰 고라니와 마주친 적이 있었고,


야생동물을 코 앞에서 마주친 적은 처음이라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데,


그 길을 헤매는 동안 아기 고라니를 한번 더 만났다는 점이 그 날을 조금이나마 위로해주었네요.


다시는 가보지 못하게 된 동네이고.


많은 추억이 묻혀진 곳이라 생각나서 적어보았습니다.


앞으론 기억속과 몇 장의 사진 속에서만 가볼 수 있는 비밀의 장소가 되어버렸네요.


사연들어주셔서 감사해요 ! 앞으론 더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할 곳을 만들고 싶네요!

신청곡은 박보람-혜화동 틀어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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