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년 겨울부터 라디오를 주섬주섬 듣던 트수입니다.
마이스터고 나와서 바로 취업하고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희님 라디오를 들은 게 많이 힐링이 되어서 한번 사연 써봐야지~생각했었는데 몇 달이 지난 지금에서야 처음으로 사연 써보네요!
(일단 제가 글을 길게 쓰는 것이 처음이라서 오타 등등 미숙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는 전라북도에 있는 농업계고에 다니면서 동시에 회사도 다니고 있는 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집은 경기도에 있어서 기차 타고 왔다 갔다 하면 왕복 10시간이나 걸리는... 1년에 유럽을 몇 번을 갈 시간인지;;(물론 주말에만 집에 왔쥬) 아무튼, 때는 2월 6일 졸업식 전날이었습니다. 입학식 이후 처음으로 부모님이 오셔서 부모님과 함께 호텔에서 자고 다음 날 졸업식에 일찍 가려던 계획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시작이었습니다…….
아빠:어... 이거 왜이래?
나: 또 왜그랴?
아빠:노트북...안켜지는데?
그렇게 저희 가족은 노트북과 사별로 시작하였습니다. 사별한 것보다 당장 처리해야 하는 아버지의 일 때문에 아버지가 허둥지둥하시니까 갑자기 다 같이 멘붕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마스크도 없어지고, 지갑도 차에 두고 오고 이것저것 뭐 이리 사소한 것들이 자꾸 머리 아프게 하는지...심지어 자기 전까지 게임도 계속 지고 튕기기까지 ㅠ.ㅠ
다음날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동생 놈이 졸업식 갈 시간이 다 돼가는데 준비는커녕 누워서 쳐 자는걸 보자 하니 주먹이 하늘로 승천하려던 걸 간신히 참았습니다. 어케어케 해서 졸업식 10분 정도 지나서야 도착을 했는데...코로나 쉬ㅂ.... 졸업식을 반에서 한다고 다 반으로 오라더군요. 반으로 갔더니 또 도착한 애들은 절반도 안 됐습니다...제친구들은 한 명 빼고 아무도 도착 안 했고요. 아! 한 명이 반겨주시더군요. 담임쌤! 한 손에는 군대 신검 통지서를 저한테 건네주시면서요 ㅎㅎ
아니! 내가 뭔짓을 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호텔...식비 ㅠ 내 돈
슬슬 열 받더라고요. 졸업식은 더 가관이었습니다. 남자애들은 오랜만에 직장에서 학교 와서 신나서 복도 뛰쳐 다니고 있고 여자애들은 복도 한구석에 강강술래 하듯이 떼거리로 모여서 쑥덕쑥덕 하고 있는데 또 그 상황에서 교장 선생님은 덤덤히 반 돌아다니면서 졸업장 한 명씩 나눠주고..끝...?
이게 뭔 어이없는 졸업식인지.... 애들 다 도착도 안 했는데 졸업식은 끝나있고, 뭐냐고요. 이게
그래도 늦게나마 도착한 친구들 보고 서로서로 이야기 하다 보니까 좀 화가 누그러들더라고요. 그러고 집 가려고 부모님께 갔는데? 갑자기 가족들이 배고프다고 다짜고짜 저를 태우고 갈비탕 집으로 데려가는 겁니다?
엄마:여기가 맛집이랴~
엉...도착을 했을 때 그때가 유일한 기회였습니다. 빠꾸를 쳤어야 해요. 갈비탕 먹고 드디어 머리가 펑하고 터졌습니다. 제가 어지간히 맛없으면 쳐묵는 편인디 난생 처음으로 국물 한 숟가락 뜨고 버렸습니다.
돈을 땅바닥에 버린 기분이 들더라고요. 진짜로
그렇게 차 타고 집에 오는 길 말 한마디 안 하고 그냥 자버렸습니다. 그때 기분은 마치..잠자기전롤 20연패 한 기분..
그런데 참 신기하죠. 불행 끝에 낙이 온다고..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나 봅니다.
딥빡을 풀라고 집 도착해서 산책 좀 하고 있는데 저 멀리 어딘가 낯익은 모습이 걸어오더라고요.
그날 3년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그 아이하고요. 첫사랑이었습니다.
제가 기억하고 있던 얼굴보다 더 예뻐져서 처음엔 긴가민가했습니다.
중학생 때 저 혼자만의 착각일지 모르겠지만 주변에서 썸탄다 까지 소리를 들은 적도 있을 정도로 많이 친했습니다. 정말 순수하게 좋아하고 지금이 좋아한지 5년째에 얼굴 못 본 지 3년 지났지만 여전히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나:어 OOO이지 오랜만이다! 안녕!
OOO:어...!?어 안녕
인사를 했더니 많이 당황하더라구요. 집에 돌아와서 한 번 더 페매 보내볼까 하다가 너무 부담 주는 것 같아서 안 했습니다. 왜냐면 제가 벌써 한번 차였거든요... 중학생 때 많이 소심해서 카톡으로....타임머신이 있다면 칼 들고 5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ㅠ.ㅠ
그래도 여러분이 뭐라 하시던 사연이 뽑혀서 저희 님이 뭐라 하시던 2달 뒤 그 친구 생일 때 연락을 한 번 더 해보려고 합니다.
뭐 별다른 이야기는 안 하고 "시간 괜찮으면 커피나 한잔하자" 할라구요!
쓰다 보니 중간에 장르가 변한 것 같기도 하고 하루 사이인데 많은 일이 있었네요.
여러분은 저렇게 연락하는 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신청곡- 악동뮤지션-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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