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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스토리📖 데스티니 단편 소설 - 19. 설원 암살자

즐라버슨이나드
2020-12-24 11:09:24 220 1 1

단편 소설 목록 :


단편 소설 설정집


1편 - 새로운 삶


2편 - 붉은 전쟁


3편 - 도박꾼의 경주


4편 - 술 한잔


5편 - 장사꾼의 회상


6편 - 모닥불


7편 - 어느 타이탄의 일지


8편 - 아리아드네


9편 - 드레젠


10편 - 시공


11편 - 선봉대 헌터


12편 - 한밤중의 반란


13편 - 두 전문가의 토의


14편 - 켈의 재앙


15편 - 여명 축제


16편 - 그림자 요새


17편 - 마음 속의 검


18편 - 우두머리 늑대



유로파의 매서운 차가운 바람을 뚫으며 한 반달이 눈으로 쌓인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언덕 위로 올라온 반달은 옛날 지구인들이 만들어 놓았던 거대한 도시의 얼어붙은 폐허의 장엄한 광경을 잠시 감상했다이 지구인들도 먼 훗날 거대한 기계의 가호를 잃어버리고 어둠에게 멸망당한다면그들의 ‘최후의 도시’라 불리는 장소도 분명히 이렇게 될 것이었다.



반달은 잠시나마의 감상을 끝낸 후 재빨리 그 폐허 위에 만들어진 엘릭스니들의 낙원이라 불리는 곳, ‘리이스의 부활’로 향했다자신은 모르지만 먼 옛날 엘릭스니들의 고향 행성이라 불리던 곳이 있었다고 한다그 곳에서 엘릭스니들은 새하얀 구체의 형상을 지닌 전지전능한 존재를 숭배하며 번영했다그 존재가 바로 거대한 기계였다하지만 거대한 기계는 엘릭스니들을 배신했다우선 거대한 기계에겐 매우 강대하고 무서운 적을 두고 있었다는 걸 말해주지 않았다그리고 그 적이 리이스를 침략했던 날거대한 기계는 무책임하게도 엘릭스니들을 버리고 도망쳤다적은 분풀이로 엘릭스니의 찬란한 문명을 파괴하고 동족들을 학살했다.



엘릭스니들은 뿔뿔이 흩어진 후 우주를 방랑하며 살아왔다그리고 몇 년 후악마의 가문 소속의 귀족이었던 에라미스가 전 우주의 엘릭스니들에게 말을 걸었다그녀는 심판의 가문의 수장인 바릭스와 힘을 합쳐 엘릭스니들만을 위한 낙원을 세웠다는 것이었다그녀는 안전한 삶과 구원을 바란다면 유로파로 오라고 말했다반달의 가족은 안정적인 거처가 필요했기에 춥고 황량한 위성유로파로 향했다.



리이스의 부활에서 반달의 가족은 에라미스가 말한대로 안전한 삶을 보장받았다반달의 가족은 에라미스에게 큰 은혜를 받았기에반달은 에라미스의 군대에 합류했다황혼의 틈 전투에서 수호자라 불리는 불사자들을 상대로 크게 선전한일명 전사 파일랙스로부터 훈련받은 반달은 더욱 강해졌다그리고 반달은 파일랙스로부터 ‘설원 암살자’란 칭찬을 받았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어느 날 유로파를 탐사하던 조사대로부터 심상치 않은 보고가 왔다유로파에 유유히 잠자고 있는 피라미드를 발견했다는 것이었다바로 리이스를 멸망시킨 그 ‘적’ 말이었다에라미스는 자신의 부관들과 함께 조사하러 갔고… 돌아왔을 때 뭔가 달라졌다.



에라미스는 뜬금없이 ‘자애로운 존재’로부터 선물을 받았다고 말하며 자유자재로 기이한 얼음을 다뤘다그녀는 이 얼음의 힘은 ‘시공’이라 불렀고 이를 이용한다면 거대한 기계와 그 신을 따르며 수많은 엘렉스니 동족들을 학살한 수호자라 불리는 자들에게 복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그녀는 그렇게 힘에 도취한 채 피에 굶주려졌고 그녀와 함께 리이스의 부활을 세운 바릭스는 에라미스를 경계했다.



설원 암살자는 선택해야만 했다에라미스를 따를 것인지 아니면 바릭스를 따를 것인지하지만 바릭스는 너무나도 위험했다그는 엘렉스니의 생존을 위해 투쟁하고 살아 왔음은 맞지만그 목적을 위해 너무나도 많이 동족들을 배신해 왔었다늑대의 가문을 강제로 복종시킨 리프의 각성자들과 함께 섰고 동족들을 자신이 세운 감옥에 수감시키는 걸 즐겼다.



뿐만 아니였다늑대의 가문의 켈인 스콜라스가 반란을 일으켜 엘릭스니들을 결집시키려 하자 오히려 바릭스는 수호자들과 연합하여 스콜라스를 방해했다그렇게 그는 동족들을 위한다면서 적들과 더 친밀하게 지내고 협업했다그는 기만자 그 자체였다.



하지만 에라미스는 달랐다적어도 그녀는 고대의 감옥에 투옥되기 전엔 엘릭스니들을 위한 삶을 살았고 끊임없이 엘릭스니들을 학살하는 수호자들을 상대로 열심히 싸웠다그리고 그 삶 덕분에 에라미스는 수호자들을 없앨 힘을 손에 넣었다비록 그녀에게 힘을 준 존재가 누구인지 전혀 몰랐지만그녀의 투쟁적인 삶이야말로 진정한 엘릭스니들의 수호자인 것이었다때문에 설원 암살자는 에라미스의 편에 섰다.



설원 암살자는 리이스의 부활에 도착한 직후 서둘러 파일랙스의 거처로 향했다며칠 전 파일랙스가 자신을 불렀기 때문이었다설원 암살자는 방으로 들어가기 전 옷에 묻어 있던 눈들을 털어낸 이후 방으로 들어섰다방 안에는 파일랙스만 있던 것이 아니었다에라미스의 친우라 알려진 기술사관프락시스도 함께 있었다설원 암살자는 둘을 향해 무릎을 꿇으며 인사했다.



“무슨 일로 절 부르셨습니까파일랙스님?”






“잠시 내가 나가면 되는 거지파일랙스?”



“아니그럴 필욘 없을 거 같아어차피 당신도 내가 뭘 말할 건지 알잖아그리고 당신이 여기에서 말하는 게 가장 좋을 거야설득하긴 위해선 말이지.”



프락시스는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이내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파일랙스는 설원 암살자를 직접 일으켜 세워주며 말했다.



“너는 내가 키운 병사들 중 최고의 엘렉스니다설원 암살자너는 이 유로파에 몰래 침입해 온 어리석은 수호자들을 몇몇 죽였지.”



“과찬의 말씀이십니다그 모든 건 다 유로파의 날씨와 파일랙스님의 뛰어난 가르침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이봐그 추위로부터 따뜻하게 보온할 수 있는 내 작업에도 감사를 표해야하는 거 아냐?”



프락시스는 시니컬하지만킬킬거리며 장난 삼아 말했다그의 의도를 알았던 파일랙스와 설원 암살자도 잠깐 웃었다잠시 후 파일랙스는 설원 암살자를 다시 바라보며 말했다.



“너의 그 암살 실력이 다시 필요하다너만 할 수 있는 임무를 주겠다.”



“누굴 죽이면 되겠습니까?”



“바릭스다.”



파일랙스의 입에서 나온 그 이름에 잠시 설원 암살자는 멍해졌다암살 대상이 같은 엘렉스니라고비록 기만자이지만 이 도시를 세우고 에라미스를 도와 엘릭스니들을 결집시켰던 그 바릭스를?



“내 말 못 들었나니가 죽여야 할 대상은 바릭스다.”



“왜 그 자를 죽여야 하는 겁니까파일랙스님?”



“그 자가 먼저 우리 엘릭스니들을 배신했기 때문이다그 자가 우리의 힘을 훔치고 달아나 버렸다우리 구원의 가문이엘릭스니가 거대한 기계와 수호자들에게 복수할 수 있는 힘을 바릭스가 훔쳐갔다에라미스 켈께서도 이 일에 상당히 불편하고 화가 나 계신다우리 의회를 소집시켜 회의한 결과… 비록 바릭스가 우리를 위해 많은 것을 한 건 맞지만그의 죄는 중죄이기에 봐주지 않기로 결정했다그는 지금 우리의 힘을 훔치고 저 설원 속을 홀로 걷고 있다너라면 충분히 그를 따라잡을 수 있어.”



“그 힘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대체 어떤 힘이기에 에라미스 켈께서 그런 결정을 내린 정도입니까그가 우리의 비밀 병기인 브리그 설계도를 훔친 것입니까?”



“그게 아니네설원 암살자나와 에라미스 켈이 휘두르는 힘이지자네도 뭘 의미하는지 알지?”



프락시스의 웃음기 가득한 말에 설원 암살자는 그를 바라보았다프락시스는 자신의 왼손을 들어올리며 힘의 정체를 보여주었다한기를 가득 머금은 얼음 수정이 그의 왼손에 둥둥 떠 있었다설원 암살자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그가 시공의 힘을 훔쳐서 달아났다는 겁니까?”



“정확하게는 ‘단편’을 훔쳐 도망갔지설원 암살자 너도 알다시피 이 단편을... 만드는 과정이 까다로워게다가 온전한 것이 나올 확률이 매우 불규칙적이지원래는 우리의 친구 파일랙스가 단편을 받아 시공의 힘을 쓸 예정이었지만… 그 단편을 지금 바릭스가 훔쳐가 버렸다조금이라도 방해하기 위해서.”



그래서 파일랙스는 바릭스의 이름을 말할 때마다 분노를 품었던 이유였다자신이 받아야 할 선물을 지금 빼앗겼으니 말이다설원 암살자는 프락시스의 설명을 알아들었는다는 뜻으로 고래를 끄덕였다파일랙스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니 넌 즉시 바릭스를 추척해서 그를 암살하고나의 힘을 되찾아 오거라이번 일을 성공한다면내 직접 에라미스 켈에게 말해주겠다.”



“뭘 말입니까?”



“자네도 이 시공의 힘에 매료 되어있지 않나파일랙스와 아트락스 다음으로 시공의 힘을 쓸 수 있는 엘렉스니는 바로 자네가 선택받도록 해주지.”



프락시스의 말은 달콤했다설원 암살자가 만약 그 힘을 손에 넣는다면 분명히 엄청 강해질 것이다그리고 수호자들을 더욱 효율적으로 죽일 수 있을 것이었다설원 암살자는 자신의 와이어 소총을 점검하더니 방을 나서며 말했다.



“명령대로 하겠습니다파일랙스님배신자를 처단하고 당신의 힘을 되찾아 오겠습니다.”



“아 잠깐설원 암살자나 좀 보지.”



설원 암살자를 불러 세운 프락시스는 궁금해하는 설원 암살자의 망토에 무언가를 달아주었다궁금해진 설원 암살자는 기술사관에게 물어보았다.



“지금 달아주신 것이 무엇입니까?”



“아 별거 아니야내가 요번에 새로 개발한 장치지일명… 초소형 발열 장치라고 할까나이곳 유로파가 알다시피 너무 춥잖아그래서 우리 병력들의 체온 보존 및 우리 주민들을 위해 만든 나만의 발명품이지프로토타입이여서 작동될 확률은 적겠지만어쨌든 바릭스를 잡고 나면 나한테 반드시반드시 반납해주게실패한 제품이여도 왜 실패했는지 알아야 하니깐 말이야.”



설원 암살자는 프락시스의 말 중에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하지만 기술사관은 파일랙스의 동료였다파일랙스 몰래 음모를 꾸밀 순 없을 것이다그가 바릭스처럼 딴 생각을 품었더라면 이미 그는 설원 속에서 뒹굴 차가운 시신이 되었을 거다설원 암살자는 프락시스의 말을 믿기로 하고 바릭스 사냥에 나섰다.






설원 암살자는 파이크를 타고 설원을 가로질렀다그는 1초라도 빨리 바릭스를 잡기 위해 온 장소를 샅샅이 수색했다이곳은 피라미드말고도 특이하게 벡스라는 감정 없는 기계 종족이 세운 각종 시설들과 건축물들이 있었다특히 그런 것들이 더 많은 곳은 지금 설원 암살자가 있느 아스테리온 심연이었다다행이도 벡스 구조물들만 있을 뿐 벡스는 없었다.



설원 암살자는 수색 끝에 어느 한 엘릭스니의 발자국을 발견했다원래 유로파엔 구원의 가문 소속 엘릭스니들이 많으니 눈을 좀만 치우면 자신의 종족의 발자국쯤은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하지만 이 발자국은 달랐다.



발자국의 크기와 발자국 간의 간격을 보아하니 이 발자국의 주인은 늙은 엘릭스니였다게다가 발자국 옆에 지팡이로 보이는 막대기의 자국들도 있는 걸 보니 주인이 늙은다는 심증은 더욱 확실해졌다게다가 발자국 안의 눈이 얼음이 된지 비교적 최근인 걸 보면 늙은 엘릭스니는 최근에 이 곳을 지나간 것이었다그런 늙은 엘릭스니는 단 한 명 뿐이었다.



설원 암살자는 파이크를 이용해 주위 근방의 눈들을 흩날려보았다그의 의도대로 파이크는 발자국이 남겨진 눈을 보존한 채 다른 눈들을 없애버렸다흔적들을 다 확인한 설원 암살자는 파이크를 인근 동굴에 숨겨두었고 추적에 나설려고 할 때 발열 장치가 오작동하는 것을 깨달았다설원 암살자는 프락시스의 말을 믿기로 하고 발열 장치를 버리지 않은 채 사냥에 나섰다.



잠시 후 설원 암살자는 저 멀리서 익숙한 형체를 봤다한 늙은 엘릭스니가 창을 지팡이삼아 어디론가 빠르게 걷고 있었다하지만 허리까지 차오른 눈 때문에 속도를 더 내지는 못하고 있었다완벽한 먹잇감이었다설원 암살자는 자신의 와이어 소총을 천천히 꺼내어 배신자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설원 암살자는 방아쇠를 당겼다.



아쉽게도 단 한 발로 바릭스를 죽이지 못했다자신이 쏜 한 방은 바릭스를 아슬아슬하게 빗맞추었다설원 암살자는 자신 스스로를 욕하며 재빨리 바릭스에게 다가갔다바릭스는 자신을 공격하는 존재를 깨달았고 속도를 내어 도망치려 했지만 늙은 몸 때문에 빠르게 가질 못했다.



설원 암살자는 젊었고 눈 밭에서 어떻게 하면 빠르게 움직이는지 알았기 때문에 금방 바릭스를 붙잡는데 성공했다바릭스는 창으로 어떻게든 저항하려 했지만 설원 암살자는 능숙하게 창을 빼앗아 멀리 던져 버렸다설원 암살자는 자신의 충격 단검을 꺼내어 배신자에게 겨누었다.



“배신자 바릭스여난 에라미스 켈의 명령을 받들고 당신을 죽일 것이다다만 죽이기 전에 그대에게서 받아야 할 것이 있다그러므로 요청한다단편을 내놓아라.”



“… 단편을 내놓으라고설원 암살자이 힘을이것을 너에게 줄 순 없다바릭스는 절대 내놓을 순 없다.”



“말로 할 때 주는 게 좋을 거요내가 이 단검을 단지 협박용으로 들고 있진 않으니까당신의 그 의수들의 갯수가 늘어나는 게 싫다면어서 내놓으시오다른 곳에 숨겨 두었다면 단편을 숨겨둔 장소를 말하시오.”



“바릭스는 단편을 설원 암살자에게 주지 않을 것이다단편과 시공이 바로 우리 엘릭스니들을 파멸시킬 열쇠이니깐!”



바릭스의 말에 설원 암살자는 오래 전 기억 한 구석에 넣어두었던 의문이 다시 떠올렸다그 의문을 풀 기회가 지금뿐이라며 본능이 설원 암살자에게 속삭였다설원 암살자는 우선 바릭스를 떠보기로 했다.



“단편과 시공이 왜 우리의 파멸을 야기한다는 거지당신도 보았지 않았는가에라미스 켈께서 그 힘으로 수호자 몇몇을 완전히 죽인 것을그 힘 덕분에 우리 엘릭스니들은 마침내 수호자들과 대등할 기회를 얻었다.”



“물론 그렇겠지하지만 에라미스를 포함한 그녀의 부관들이 그 힘의 출처와 단편의 정체에 대해 명확하게 말해줬나단편이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는지 프락시스가 말해주었나바릭스의 질문에 대답해봐라.”



“당연하지프락시스님은 과거 인간들이 만들어 놓았던 엑소 과학시설에서 발견하셨다고 하셨다인간의 잃어버린 기술력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하셨… “



“넌 지금 속고 있는 거다설원 암살자프락시스는 단편을 만들 힘이 없다.”



“무슨 소릴 하는 거냐?”



“프락시스는 피라미드의 파편에서 단편을 얻은 것이다시공의 힘은 피라미드의 힘이다.”



어느 정돈 의심했었지만 바릭스가 방금 전에 말한 진실에 설원 방랑자는 잠시 멈추었다설원 방랑자는 충격 단검을 바릭스의 정수리 가까이 대고 화를 냈다.



“너야말로 날 속이려 하지마라시공이 피라미드의 힘이라고우리 고향 행성을 멸망시킨 적의 힘이라고에라미스 켈은 리이스가 멸망한 날 매우 격노하고 슬퍼하셨다그런데 우리의 고향을 파괴한 적과 손을 잡았다는 거냐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그만큼 피라미드즉 어둠이 위험하다는 증거다에라미스의 분노를 자신이 아닌 거대한 기계로 돌리는 피라미드의 유혹이 그만큼 위험하다는 거다잘 생각해봐라에라미스가 이곳 유로파의 피라미드를 직접 조사하러 간 날부터 갑자기 뭔가 달라졌는지 않나?”






설원 방랑자는 바릭스의 말에 그대로 굳은 채 과거의 기억 속으로 파묻혔다배신자의 말을 들으니 정말로 그랬다바릭스와 함께 엘릭스니들의 낙원을 만들겠다고 말했던 에라미스는 유로파의 피라미드와 상대하러 간 날부터 갑자기 목표를 바뀌었다고 선언했다자신이 손에 넣은 시공의 힘으로 자신들을 버린 거대한 기계와 동족들을 학살한 수호자들에게 복수하겠다고한 번 정한 목표를 그렇게 쉽게 바꿀 수가 있었을까?



그리고 프락시스… 프락시스가 에라미스가 받은 힘을 연구함과 동시에 인간들의 유적지인 엑소 과학시설에서 발견한 기술력으로 시공을 복제할 수 있다는 말… 뭔가 말이 안되었다엑소 과학시설은 인간들이 불멸을 얻기 위해 만들었다는 시설 아닌가그런데 거기에서 시공과 관련된 인간들의 기술력이 있었다고현재 수호자들은 커녕 인간들은 그 기술을 쓰지 않는데도에라미스가 만났다던 자애로운 존재의 정체를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 상태이다자애로운 존재는 정황상 피라미드일…



“… 잠깐설원 방랑자너의 망토 안에 달린 그건 뭐냐?”



설원 방랑자는 바릭스의 물음에 현실로 돌아왔다설원 방랑자는 자신의 망토 안에서 규칙적인 붉은색 빛을 발하는 발열 장치를 바라보았다바릭스가 다시 한 번 물어봤다.



“바릭스가 다시 한 번 묻는다설원 방랑자그 장치는 뭔가?”



“이건… 프락시스가 개발한다는 초소형 발열 장치라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이여서 쉽게 고장난다고 했다그리고 아까 확인했는데 고장났었는데… 왜 불빛이 나는…?”



설원 방랑자의 말에 바릭스는 뭔갈 직감했다는 듯이 재빨리 몸을 날려 장치를 망토에서 떼어냈다그러자 고장났다는 장치가 요란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본능적으로 설원 방랑자는 자신의 충격 단검으로 장치를 부쉈다장치는 치지직 스파크를 내며 작동을 멈추었다그러나 곧바로 망가진 장치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호오이거봐라설마설마 했더니 바릭스의 말에 넘어가고그 배신자의 말이 진짜라고 믿는 모양이지뭐 그래그 늙은이의 말대로다내가 단편을 만든 거 아니야대신 난 단편의 힘을 이끌어내는 장치를 만들어냈을 뿐너에게 거짓말 한 건 정말 미안하다설원 방랑자그리고 한 가지 더 미안해야겠군바릭스의 말을 믿은 것과 우리의 사소한… 비밀을 안 이상 너도 처형 대상이다.”



설원 암살자는 프락시스의 일방적인 말에 당황했다바릭스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멀리 떨어진 창을 다시 주워 몸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바릭스는 그럴 줄 알았다프락시스와 에라미스그리고 그들의 동료들은 피라미드와 접촉한 이후 타락했다그들은 과거의 그들이 아니다이젠 자신들의 마음 깊은 속 어둠에 삼켜진 존재들 뿐이다.”



“그럼 난 단 하나 밖에 없는 선택지를 고를 수 밖에 없군그래.”



“어떤 선택지이지?”



“어서 떠나라당장내가 너를 위해 저들을 최대한 막아보겠다.”



“그러지 말고 나와 함께 도망치자바릭스는 단 한 명의 아군이 필요하다.”



“당신의 아군이 꼭 엘릭스니에만 국한되어 있는 건 아니다바릭스당신이 그렇게도 자주 친하게 친했던 이가 있지 않나그 수호자가 너의 아군이 될 것이다.”



설원 암살자의 말에 바릭스는 뭔가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재빨리 어디론가 나아갔다설원 암살자는 바릭스가 안 보이자 눈으로 덮힌 언덕에 드러눕고 곧 다가올 추격대를 막을 준비를 했다.



설원 암살자의 이야기는 오늘 끝나겠지만그 이야기는 바릭스가 다른 이들에게 말해줄 것이고설원 암살자는 다른 이들의 기억이나 오고 가는 말에 남아있는 이상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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