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념무쌍 0

가끔 네 꿈을 꾼다

전에는 꿈이라도 꿈인 줄 모르겠더니

이제는 너를 보면

아, 꿈이로구나 알아챈다.

황인숙, [꿈]

봄입니다. 응. 봄이지요. 전날 그렇게 비바람이 불어댔으니 여린 꽃잎들이 성해봐야 얼마나...라는 안타까움을 무색하게 만들듯 굳건히 버티고 있는 꽃나무들이 나보다 낫다 싶어서 괜시리 기특한 아침이었습니다. 그 뭐시냐, 사실 이 아침이 바깥에서 밤을 새고 집에 들어가는 길이었으니까...저번 일기에 썼어야 할 내용인데ㅋㅋㅋㅋ아무튼 귀가는 잘 했어요. 암 그럼. 길바닥에서 자면 입돌아간다 이말이야-

까무룩 잠이 든 아침잠에서 너무나도 오랜만에 전 여친을 만났네요. 꿈 속에서도 그녀는 여전히 착했고, 저는 여전히 죄인이었어요. 차마 잘 지내냐는 말도 꺼내지 못하고, 바빠서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못하고. 손 한번 잡지 못하고 머리 한번 쓰다듬어주지 못하고 꿈에서 깨었지요. 잘 지낼꺼에요 음음. 주변에 좋은 사람 많이 있고, 이젠 저를 딱히 떠올리지도 않을겁니다...라는 변명을 해보며 오늘 하루는 조금 먹먹하겠다 싶어 이불을 걷어내지도 못한 채 멍하니 점심 시간을 보냈어요.

그런 김에 만두 쪄먹었습니다! 자니..? 네 생각이 나서, 네 꿈을 꿔서, 보고싶어서...같은 전지적 남친 시점을 극혐하는 아조시는 헤어졌을 때 이미 번호도 지웠고 서로 얽혀있던 모든 것들을 차단해 두었기 때무네- 궁상을 떨고 싶어도 못떨어요ㅋㅋㅋㅋㅋ그럴땐 맛난거 먹어야지 암만. 하...만두 최고야...JMT...간장 3큰술에 고춧가루 1큰술 깨 1큰술 참기름 1/2작은술이면 만두 한봉지 혼자 쓱싹 가능 쌉가능이지요. 잘 먹고 갑니다 꺼-억

꾸역꾸역 출근을 하고, 하루가 또 돌아가요. 가게에선 별 일 없이, 여전히 조금은 싸늘한 저녁이어서인지 한가한 저녁 장사를 느긋하게 하고, 간간히 매장 컴퓨터로 기획안을 채워넣고...떡볶이 밀떡 최저가를 찾아보다 잠깐 현타가 왔는데 술 꼭 비싼거 먹는다 니네 칵테일 바 양주 턴다 내가 라는 마인드로 이너피스-하고 친구 일을 잠깐잠깐 봐줍니다 음음 그럴수있지 암암 그럼

가게 마감을 하고 집에 가는 길이 어유 넘모추운것이어요 호달달 기모후드티 하나 입고 나왔는데 방심했나봐요ㅠㅅㅠ 후드 사이로 솔솔 들어오는 바람을 막고싶은데 모자를 뒤집어쓰고 자전거를 타다가 황천길 얼리어답터가 되고 싶지 않으니 최대한 빨리 집에 가는게 상책이라고 생각하고 솔래솔래 귀가를 합니다. 참, 오늘따라 무게더가 굉장히, 굉-장히 조용해서! 으음 무무님이 많이 피곤하시구나 하고, 12시가 넘어서도 방송 알림이 오지 않아 혹시 저번주때처럼 아파서 조용히 휴방하시나 걱정도 잠깐 했었어요. 방송이야 하루이틀 안봐도 죽지 않습니다 아마도 메이비 펄햅쓰, 하지만 몸이 크게 망가지고 컨디션이 틀어져서 길게 같이 가기로 한 우리 뭉뭉이들과 무무님이 오랫동안 떨어져 있게 되는게 더 슬프겠지요. 그래서 저는 격하게 들쭉날쭉하지 않는 이상은 급휴방도 방송시간의 연장이나 축소도 딱히 일희일비하지 않습니다. 아프지만 마세요 아프지만.

다행히 푹 주무시고 오신 것 같고, 조금 늦은 방송에서 돈으로 신나게 얻어맞고 계시는 무무님을 보고 다행이다 싶어서 마감 청소를 꾸역꾸역 마무리짓고 합류했지요. 돈이 최고야 늘 새로워 짜릿해- 도네도 팬아트도 오늘따라 뭔가 많았어요, 진짜 생일이야뭐야-ㅋㅋㅋㅋ어떤 형태로든 전할 수 있는게 마음이지마는 그래도 눈에 보이는 것만큼 서로가 확인하기에 확실한 건 없겠죠. 우리 무무님 사랑받는데- 이요오올-

방종까지 알차게 놀고, 이젠 어슴푸레하게 해가 뜨는 시간이 아니라 환하게 밝아버린 봄의 아침 일곱시에 소고기무국을 끓이며 오늘 하루도 마무리할 준비를 했습니다. 오늘 하루도 알찼다- 하며 기절했지요. 다들, 이따 새벽에 또 모일거죠? 알지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