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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마당

Moderator 유리는매일내일
2019-10-13 10:09:38 189 0 0

마당에 놓인 빗자루는 점점 더 밖으로 밀려나가 다다랐던 것입니다.

방 안에서, 거실에서, 신발장에서,

마당으로.

내팽개쳐진 저 짚덩이가 바람에 흔들리며 쓸어내는 모습이 애처롭고 우스웁니다.


바닥에 쓸어놓은 낙엽이 된 이파리들의 옛날을 생각합니다.

벌레먹은, 햇빛을 자주 받지 못 한, 가을에 다다른

낙하.

낙엽이 다시 마당에 쌓여 저 산봉우리에 올려질 운명이 불쌍합니다.


마당의 작은 정원의 빈 자리들을 생각합니다.

강아지 집, 작은 선인장의 화분, 커다란 나무

그들이 모두 있을 이유를 잃었던 것은 제 책임입니다.

다만 그 자리들이 달빛을 받을 때 전 그 자리에 드리우고픈 햇빛을 생각합니다.


바람이 더 쌀쌀해지고 날카로워지면

마당은 모두 자취를 감추어 제 마음을 가리겠지요.

제 마음 속에 가두어 쌓아놓은 그 자취들이 제 마음 속에서 자라겠지요.

오늘 밤에 코를 골고 자면서는 마당의 모든 순간이 옛날로 돌아가려다 제가 튕겨나오는 꿈을 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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