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이륙시키기 위해 태양이 저물 때가 되면 자볼까 싶었는데 비가 온다.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활주로를 뒤적여보았지만 오늘은 낮이 마련되지 못 해 결항된 노선들이다.
원망스레 밤이 될 때까지 잠을 잔 뒤 일어나 우산을 쓰며 밖으로 나왔다. 오히려 비가 올 때에 불빛들도 종적을 종종 감추며 그 자리에 소리들이 울려퍼진다. 내가 나아가는 방향은 그래서 한 방향이 되지 못한 채 계속 맴도는 모양이 된다.
조금 걸었구나 싶어 집으로 돌아왔을 때 시계의 앞 자리 숫자가 바뀌지 않은 것에 결국 실망해 냉장고에 쳐박아두었던 밥들을 깨작깨작 먹은 뒤 샤워를 한 후 맨눈으로 잠을 자는 나를 보았다. 꿈에서는 우산만이 밖으로 나와 밤의 이륙을 따라 떠나버리는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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