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의 주파수를 돌려보며 새벽을 지나치다가 드디어 아침이 오고 선선한 바람과 함께 일광이 나와 라디오를 비추었다. 그림자는 벽에 드리웠다.
배터리를 새로 갈아끼운 라디오를 들고 거리에 나서면 그림자가 여러 개로 갈라질 때엔 라디오에서도 여러 가지 방송을 한다. 코미디, 코미디의 코미디, 정오의 라디오, 정오의 라디오의 정오의 라디오.
나도 여러 개로 갈라지니까 그 방송들 간에 간섭이 일어날 일 없이, 난 그 방송들을 모두 들을 수 있는 권능을 소유한다. 태양이 점점 고도를 높이면 라디오도 나도 그림자가 일점수축하며 종내에는 하나가 됨을 알고 있다.
대낮이 지난 오후, 도시 거리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다큐멘터리를 들어본다. 오늘은 항공 미스테리를 방영하나보다. 활강각의 계산 오류로 인한 추락, 원인은 불명. 그러다 오후가 선명해지며 다시 그림자가 성장할 때 그 라디오 소리의 활강각을 잡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왠지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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