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군요, 비 오는 날.
전 검은색 우산을 들고 당신의 빈 자릴 찾아갈 겁니다.
특별히 당신이 생전에 좋아하던 꽃이라던 건 없으니까
매번 꽃은 놓지 않고 있어요, 그게 예의라고 하더라도.
비가 추적거리면서 땅을 덮고 소리를 덮어요.
이럴 때마다 다들 저를 부르면서,
땅거미를 입어가던 저를 꼭 구해내요.
전 우산을 접으면 그날 하루를 접어버리는데.
그래서 오늘은 아무 소리도 없는 날에 찾아왔어요.
제가 땅거미를 입어가면 당신의 그 빈 자리와
당신과의 그 하이얀 추억들마저 바래겠지만
하이얀 추억이라서 저도 기억을 갈무리로밖에는.
그러니까 다음부턴 땅거미를 대신에 우산 끝에 걸어두고 찾아올게요.
그러니까 언젠가는 돌아올 거라던 자취마저 가져가진 말아요.
그러니까 계속해서 전 새벽 땅을 우산으로 후비며 버티어나가며 제 자리는 깊게 가라앉아 가잖아요.
그러니까,
그게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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