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옇게 시퍼런 수면 등 아래서
조악한 모포를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복사뼈가 시렸지만
보급 양말을 두 겹 신은 탓에 버틸 만 했다.
머리맡에 놓아둔 베갯솜을 뒤적여 편지 봉투 하나 꺼냈다.
부대 앞에서 삼천 원에 사 가지고 들어온
발광하는 펜인지를 꺼내들고 소리 죽여 종이봉투를 뜯었다.
삶에서 편지라고는 스팸 이메일이 전부였던 그에게
살냄새가 서린 샛노란 편지가 생겼다.
낯선 꼴로 적혀진 익숙한 문체가
그를 위무하고 있었다.
불빛이 다 새나가는 조잡한 모포 덕인지
관물대에 안경을 놓고 누워버린 탓인지
모포 틈새 사이로 쑤욱 들어온
휴지뭉치를 건네는 동기의 탓인지
희멀겋게, 편지는 그렇게 히끅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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