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저 잠들어버린 조용한 새벽이다
이런 새벽까지 잠이 오질 않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이제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창밖으로 골목 구비구비 옹알대는 가로등
처량하게 나부끼는 네온사인 불빛들
신문배달부의 시린 입김만이 새벽공기를 채우고 있다
이런 새벽의 풍경이 너무나도 편하다
어쩌면 낮의 이질적인 풍경을 피해 도망칠 곳이 새벽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잠은 잘 수 없고, 밖으로도 나갈 수 없기에
평소에 새벽 풍경을 바라보면서 내 안으로 빠져든다
잔잔히 검붉게 흩어지는 새벽하늘이라는 도화지에
머릿속에서 웅웅 울려대던 생각들을 뱉어낸다
그렇게 하늘이 지독하게 가득찰 때쯤이면 너무나도 머릿속이 가벼워진다
그리고 그 찰나에 항상 비겁하게 억지로 잠을 청한다
폐포 가득 먼지가 쌓여, 잘 나오지도 않는 숨소리마저 아끼며 말이다
더 이상 도망칠곳은 없다는걸 알고있었다
그래도 끝끝내 피했고
지금은 끝 앞에 왔다
이렇게 글을 쓰는동안에는 모니터에 내 얼굴이 비춰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혹여나 모니터가 거울처럼 투명했다면, 모니터를 바라볼 용기가 있긴 했을까?
비겁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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