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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연 평생 속죄하며 살아가겠습니다.

하찮은핑구
2020-02-12 00:03:29 218 2 5

먼저, 말재주가 없어 두서없이 쓰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에게는 올해로 97세 고령의 나이이신 친할머니 한분이 계십니다. 밉기도, 한땐 좋아하던 할머니께서 이제 얼마나 남았는지 모른다는 사실이 눈앞에 닥치니 어안이 벙벙하다고 할까요. 사리분별을 못하던 나이가 아닌, 알 거 다알게 된 나이인 23살의 나이에 맞닥드리니 어떻게 할지를 모르겠네요.

2월 8일 토요일. 할머니께서 뇌출혈로 인한 뇌경색으로 인하여 의사소통 불분명, 반신마비 상태에 계십니다.  전날 밤 저는 외할아버지 생신이신지라 내려가있었는데 급히 연락을 받고 올라와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보니 그렇다네요. 요양원에 쭉 계셨는데, 전날부터 증세가 보였는데 평소에도 보이시던 행동인지라 요양원측에서도 몰랐던 거 같습니다. 현재는 요양원 중환자실에 계시는데, 그쪽으로 옮겨가기전  일요일에 면회를 갔었는데 할머니의 모습을 보니 말대신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오른팔과 다리는 마비상태. 왼팔과 다리는 움직이시는데 왼손은 자의식인지 무의식에선지 꼼지락하는 정도십니다. 말이 들리는지, 안들리는지. 인식자체가 안되서 의사표현을 못하시는건지, 인식은 되시는데 뇌신경 손상으로 인해 못하시는건지 알 수가 없는 모습과 눈을 마주쳤을때 눈가가 촉촉해져있던 할머니의 눈망울을 마주치니 죄책감이 몰려왔습니다. 

 치매기가 있으셨는데 치매가 사람을 못알아보는것만이 치매가 아니라, 고집을 부리는것도 치매의 한 부분인지라...3~4년정도 지쳐있었습니다. 왜 참질 못했을까. 왜 그동안 더 잘하지 못했을까. 언제가는 보고 싶어도 두번 다시 볼 수 없을텐데....하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렸는데 어찌하겠습니까.

97세의 나이인지라 보호자의 동의 후 수술은 가능하지만, 몸의 부담이 커서 수술중 사망 가능성도 크고. 안할수도 있지만 안하면 안하는대로 현재 막혀있는 뇌혈관으로 인해,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태인채로 있습니다. 수술이 성공한다고 해도 깨어나실지도 의문인 상황입니다. 갑작스레 이런일이 벌어지다보니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이 떠오릅니다. 부모님이 맞벌이 인지라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와 같이 지내고, 항상 학교 끝나면 베란다에서 제가 오나 안오나 지켜보시던 모습. 끼니 챙겨주실 때, 슈퍼에서 먹고싶은거 사먹으라고 천원씩 주시던 때, 웃으시던 모습 등등....흐릿해진 기억들도 생각나곤 합니다. 무서운건 이 기억들마저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져가고 제가 기억을 못하는 때가 오진 않을까하는게 제일 무섭습니다. 영화관에서 마감조로 아르바이트를 하고있는데 일하는 도중에, 울컥하고 치밀어 오르걸 주체할 수가 없겠더라구요...하하...

제일 걱정인 부분은...아버지가 제일 힘드신게 걱정입니다. 저도 저겠지만 마음속에 가장 큰 근심걱정이 있으실텐데 말입니다.

손 쓸 수 있는게 없다보니...앞으로 저에게 얼마나 남아있을지 모르겠지만. 다만, 앞으로 더 후회하지 않도록 해야겠지요. 

더 후회하는 일을 만들지 않게, 나쁜 손자이지만 더 나쁜 손자가 되지 않도록...항상 가슴속에 속죄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겠습니다. 

제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배우가 되어서, 꼭 나중엔 못난놈. 미운놈이라도 할머니께 자랑스러운 손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적의 거짓말거짓말거짓말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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