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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연 남겨주신 것

ob_mil
2020-02-08 05:43:57 40 1 1

안녕하세요 매번 사연을 듣기만 하다가 처음으로 사연을 쓰게 된 예비 고3입니다

이렇게 제 이야기를 글로 풀자니 어색하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네요

저는 어릴 때 부터 외로움이 참 많이 타는 아이였습니다. 혼자 있는걸 누구보다 싫어하고 그만큼 겁도 엄청 많은 아이였어요. 혼자선 잠도 못 자고 거울도 못 볼 정도로 겁쟁이였지요. 부모님도 맞벌이를 하시고 바쁘신 분들이였지만 그럼에도 어린 시절을 계속 저와 함께해 온 할머니가 계셔서 크게 외로움에 느끼지 않고 보낼 수 있었습니다

어린 마음에 할머니 말씀을 듣지 않고 말썽 부리고 짜증내고 때도 많이 썼지만 할머니는 저를 늘 한결같은 사랑으로 보듬어주고 안아주셨어요 늦은 밤까지 돌아오시지 않는 부모님의 자리를 할머니가 채워주셨죠 .

저에게 할머니는 한 겨울 속 따뜻하게 몸을 녹여주는 솜이불같은 존재였어요. 하지만 할머니의 사랑을 계속 받아온 저는 어느샌가 그 사랑을 너무 당연한 거라 느꼈어요 그리고 어느덧 저는 초등학생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만남과 새로운 환경에 신이 난 저는 매일같이 친구들과 해질녘까지 동네를 뛰어다니며 놀곤 했죠 할머니가 혼자 집에서 저를 기다리는 것도 생각 못하고요...

초등학교 5학년 쯤 되었을 때 할머니는 서서히 약해지셨어요 천천히 아이가 되어 가셨습니다

저는 그 사실을 잘 몰랐어요

할머니는 저녁 7시쯤 되시면 저에게 자주 출장을 가셔서 아무도 없는 삼촌의 방 창문을 닫으라고 하셨어요 할머니의 사랑이 당연하다고 느껴져 그 사랑조차 느끼지 못한 저는 그 일을 귀찮게만 느꼈습니다

창문을 닫고 오더라도 머지않아 다시 창문을 닫으라고 하시는 할머니의 말을 매일매일 듣던 저는 귀찮음에 할머니에게 짜증내기 일수였죠

저희 집은 할머니에게 참 불편한 공간이였습니다

집이 복층이였고 1층엔 할머니방 2층엔 화장실이 있어 할머니는 제 도움을 받아 계단을 오르내리셨습니다

저는 화장실을 자주 가시는 할머니에게 짜증을 자주 내었습니다 그래도 할머니는 저에게 아무 대꾸도 안하시고 어릴때 처럼 저를 사랑으로 안아주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 인생을 바꾼 일이 일어났습니다

친구들과 노을이 질 때까지 뛰어논 저는 해가 지고서야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제가 들어갔을 땐 이미 할머니와 엄마가 식사를 하고 계셨습니다. 배가 고팠던 저는 허겁지겁 밥을 먹었고 엄마는 설거지를 준비하셨죠 이미 식사를 마친 할머니는 계단을 내려가시던 중 그만 넘어지셨습니다

그렇게 119와 함께 병원으로 가신 할머니는 상태가 계속 안좋아지셨고 그렇게 저의 곁을 떠나게 되셨습니다

처음에는 전혀 실감이 안났습니다 오히려 아무 감정도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습니다 그냥 평범한 일상처럼만 느꼈졌습니다

이후 저는 중학생이 되었고 학교를 마치고 아무도 없고 어두컴컴한 방에서 매일매일 혼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저는 아주 깊은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커다란 사거리였지만 그 곳을 사람들이 다 채워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 수많은 인파를 헤쳐나가던 중 멀리 할머니가 계신걸 보게 되었습니다 할머니를 잡기위해 미친듯이 뛰어갔지만 뒤돌은 할머니의 미소를 끝으로 할머리를 잡지 못하고 꿈에서 깨어나게 되었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순간 더이상 할머니가 안계시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순간 미칠듯한 슬픔과 죄책감이 폭발하듯 솟아났습니다 '내가 정말 나빳구나....' '그때 짜증내지 말걸 그때 한번 더 대화할 껄'

'사랑한다고 얘기드린 지 얼마나 됐지? 애초에 사랑한다고 감사하다고 하긴 했나?'

할머니는 떠나가면서 저에게 진정한 사랑, 사랑을 베푸는 법을 가르쳐 주셨더라구요
하지만 받은게 너무 많지만 드린 것 없는 못난 손자로 남은 저는 고3이 된 아직까지 감사함과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할머니의 가르침과 뜻대로 사랑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 죄송한 감정은 늘 마음의 중앙에 남아 없어지지 않더라고요
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저처럼 후회하지 마시고 순간에 감사하고 함께하는 기억을 소중히 여기시길 바래봅니다
이별은 참으로 갑작스럽게 찾아오니까요

길디 긴 이야기 함께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신청곡은 이프온리 ost - take my heart back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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